버티컬 플랫폼의 고민, 특정 카테고리 집중했지만 일부 존폐 위기

투자 위축과 경영 악화, 상장 지연, 여기에 국감 호출 위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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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대표 명품 플랫폼의 핵심 PR 멤버들이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한창 사업 확장이 이뤄지고 가품 이슈 등 홍보할 요소가 상당히 많은 시기에 PR 라인을 교체했다는 건 회사 안팎의 상황이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주요 명품 플랫폼의 경영 상황이 올해 들어 좋지 않은 건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이를 통해 더 심각하게 바라 보는 건 한때 유니콘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점쳐지던 수많은 버티컬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공통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버티컬 이커머스 플랫폼은 특정 한 분야의 제품을 주로 내세우는 전문 플랫폼을 별도로 떼어서 부르는 말이다. 쿠팡과 네이버처럼 모든 종류의 제품을 취급하는 종합몰과는 성격이 다르다. 여러 분야의 제품을 판매기도 하지만 패션, 식품, 인테리어 등 특정 카테고리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카테고리 킬러 플랫폼으로도 불린다.

이들 플랫폼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고성장했다. 통계를 봐도 종합몰을 압도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가운데 패션 전문몰의 거래액은 13조953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 늘어났다. 같은 기간 네이버·쿠팡 등 여러 상품군을 파는 종합몰에서 패션부문 거래액은 5.8% 증가하는데 그쳤다.

패션 전문몰들은 패션 관련 토털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MZ세대나 워킹맘 같은 특별한 고객층을 위한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개성 있는 서비스와 독특한 콘텐츠를 내세웠기에 선전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동시에 남과는 차별화한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에 크게 어필했다.

마켓컬리는 여러 내부 문제로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가 지연됐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승승장구하던 이들 버티컬 플랫폼들이 최근 위기를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신선식품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의 대표격을 띄고 있는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의 상황을 보면 더욱 설명이 되는 부분이다. 2015년 5월 문을 연 컬리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으며 몸집을 키워왔다.

컬리 특유의 엄선된 신선식품을 판매한다는 원칙이 통하며 신선식품 업계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 회사는 100% 직매입 방식을 앞세우면서 신선식품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1~2인 가구가 대부분인 요즘 세대의 취향에 맞춰 상품 컬렉션을 차별화했다. 까다로운 입점 절차도 강점이다. 매주 상품위원회를 열어 대표와 에디터 등 참석자가 만장일치해야 플랫폼에 입점할 수 있다. 그 만큼 입점 단계에서부터 상품에 대한 강도 높은 검수 과정을 통해 품질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마켓컬리는 현재 이커머스 업계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은 새벽배송의 원조인 ‘샛별배송’으로 업계의 파란을 일으켰다. 고객이 밤 11시 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집 앞으로 배송해 주는 샛별배송은 컬리의 누적 회원 수 1000만명을 넘기는 원동력이 됐다. 처음엔 서울을 중심으로 운영하다가 점차 수도권과 충청권, 대구권, 대전, 부산, 울산을 타깃으로 샛별배송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시장을 선점한 스타트업으로 그간 고속 성장했다.

마켓컬리는 지난해엔 거래액 2조원을 달성했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온라인쇼핑 거래액 증가율인 21%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다. 원래 올해 상반기 증시에 상장하려고 했지만 상장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증시 변동성이 심해진 탓이 크지만, 마켓컬리 내부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마켓컬리는 창사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거래소의 시선이 엄격해졌다. 컬리는 적자를 줄이긴 커녕 매년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2017년엔 124억원, 2018년엔 337억원, 2019년엔 986억원, 2020년엔 11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급기야 지난해엔 전년보다 87.3% 불어난 217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마켓컬리는 올해 역시 흑자 전환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마진율이 낮은 신선식품을 직매입해 새벽배송하는 사업 구조가 IT·물류에 대한 투자 비용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야간작업을 해야 하는 새벽배송의 특성상 인건비·물류비는 상당한 부담이다. 유류비가 상승하면서 각종 제반 비용이 늘어난 점도 문제다. 이커머스 간 치열한 경쟁으로 할인쿠폰 발급을 늘리는 데 따른 마케팅 비용 지출도 늘고 있다.

◇ 마켓컬리, 적자 규모 확대 속에 IPO 추진 이어져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이 상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을 하려면 상당히 큰 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화를 꾀해야 적자 규모를 줄일 수 있는데 컬리의 경우 아직은 그만큼의 인프라 규모를 달성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적자를 어떻게 줄여 나가느냐 하는 게 관건인데, 지금의 사업구조로는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슬아 컬리 대표의 적은 지분율도 문제점이다. 2021년 말 기준 김 대표의 지분율은 5.75%에 불과하다. 세쿼이아캐피탈 차이나가 12.87%, 힐하우스캐피탈이 11.89%,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 글로벌이 10.17%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투자를 유치하면서 회사 몸집을 키우는 건 긍정적인 일이지만, 어렵게 상장이 된다고 할 때 이들 재무적투자자들이 엑시트를 시도하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컬리가 롤모델로 삼은 쿠팡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에 30억 달러를 투자한 최대주주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쿠팡 상장 이후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약 3조3000억원어치 지분을 팔았다. 2대주주인 그린옥스캐피탈파트너스도 보호 예수 기간 해제 이후 올해 3월까지 다섯 차례 지분을 매각해 6조원 상당을 회수하면서 주가가 출렁였다.

이런 문제점들이 겹치면서 컬리의 상장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컬리는 올해 3월 한국거래소 유가상장시장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한국거래소는 8월에야 컬리의 주권 상장예비심사 결과 요건을 충족해 상장에 적격한 것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심사 결과가 5개월 만에 나왔는데, 최근 특례 상장에 성공한 쏘카를 비롯한 기업의 심사 소요기간이 통상 3개월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긴 시간이었다.

더 큰 문제는 컬리가 상장 과정에서 몸값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프리IPO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4조원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실제로 증시를 두드리면 2조원 안팎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나스닥에 상장된 쿠팡의 주가매출액비율(PSR)은 2.8배 수준이었는데, 컬리의 지난해 매출이 1조 5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는 4조3000억원 수준”이라면서 “이는 쿠팡의 밸류에이션을 적용했을 때의 얘기고, 실제론 마켓컬리가 쿠팡만큼의 시장 영향력을 갖진 못한 상황에서 가치를 얼마만큼 인정해 줄진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몸값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에 놓여있음에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IPO를 진행하고 있다는 건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마켓컬리는 현재 내부적으로도 혼란스럽다. 회사와 분쟁을 겪는 일용직 노동자를 현장 업무에서 배제하기 위해 해당 노동자의 개인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채용 대행업체 담당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40조(취업방해금지) 위반으로,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까지 시작됐다.

머스트잇의 주지훈

 

발란의 김혜수
캐치패션의 조인성
국내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로 불리는 3대 플랫폼과 최근 100%공식 플랫폼이라는 강점을 내세우고 있는 캐치패션까지 명품 이커머스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몇몇 명품 플랫폼들은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 있다. (트렌비의 김희애)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선 노동 관련 이슈로 국회 국정감사에 김슬아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국정 감사에 증인으로 설 경우 IPO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각종 논란에 신뢰 잃은 3대 명품 플랫폼

발란의 거래액은 지난해 3150억원으로 2년 만에 10배 넘게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발란은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품 이슈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버티컬 이커머스 플랫폼 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명품 플랫폼 역시 최근엔 몸살을 앓고 있다. 온라인 명품 판매의 인기에 힘입어 고속성장에 성공했지만,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소비자 신뢰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 플랫폼 3사로 대표되는 머스트잇·트렌비·발란의 지난해 합산 거래액은 1조원을 넘어섰지만 이에 따른 소비자 상담 건수는 매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요 명품 플랫폼 이용 관련 소비자 불만이 총 1151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2019년 171건이던 명품 플랫폼 불만 접수 건수는 지난해 655 건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주요 불만 유형은 ‘품질 불량·미흡’이 33.2%(382건)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청약 철회 등 거부’ 28.1%(324건), ‘반품 비용 불만’ 10.8%(124건), ‘배송 지연’ 6.1%(70건), ‘표시·광고 불만’ 5.0%(58건) 등의 순이었다.

최근 3년간 명품 플랫폼 관련 소비자 불만이 이어져 버티컬 플랫폼들이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인 유형을 들여다보면 고객 불만이 쌓일 만하다. 40대 남성 A씨는 명품 플랫폼에서 벨트를 8만5000원에 샀다가 마음이 바뀌어 환불을 요청했는데, 사업자는 반품 비용이 15만원이라고 했다. 또 다른 남성 B씨는 170만원짜리 시계를 살 때 배송 기간을 4일로 안내받았다. 그러나 1개월이 지나도록 받지 못했고, 아무런 연락이 없어 사업자에게 연락하니 40일 가까이 기다리라는 답변을 들었다.

또 다른 고객은 명품 플랫폼에서 클러치를 180만원에 샀다. 하지만 정품이 아닌 가품으로 보여 감정을 의뢰한 결과 정품이 아니라는 소견서를 받았다. 이 고객은 “가품이면 200% 배상한다고 고지했으니 배상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사업자는 “제휴를 맺은 감정원에서 정품이 아니라고 판정해야 배상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올해 접수된 상담 건수는 더 많다. 상반기에만 1200여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8월부터 명품플랫폼의 이용약관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불공정 약관 내용을 점검해 올해 12월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중에서도 가품 논란은 심각한 문제다. 만약 가품을 팔았다간 고객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기 명품 플랫폼 대부분이 판매 품목을 확대하기 위해 병행수입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병행수입 상품은 국내외 판매자가 해당 브랜드와 계약을 맺은 부티크나 온·오프라인 업체를 통해 물건을 구입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물건을 확보했는지 알 수 없어 100% 정품 인증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이들 업체는 명품 검수 절차를 강화하고 있지만 소비자 불안을 불식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검수가 100% 정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한 명품 플랫폼에서 운동화 하나가 가품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여러 명품 플랫폼들이 제품 진위에 대한 논란을 낳고 있다.

럭셔리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명품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유는 온라인의 편리함 때문인데 편리하다는 이유로 가품을 받아들 가능성까지 감수할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무리 가품 유통을 방지할 대책을 세워도 가품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공식 판매처를 찾는 게 훨씬 안전한 구매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발란은 유튜브 ‘네고왕’에 출연해 할인 프로모션을 약속했지만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려 할인 효과가 없게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처럼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산업이 흔들리면서 이들의 미래도 불투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발란이 시끄럽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여의도 IFC에 온·오프라인 연결 미래형 매장 ‘커넥티드 리테일’을 열었다. 다양한 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의 장점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장한 게 특징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전 상품은 온라인과 실시간 연동되고 매장에 진열된 상품을 발란 모바일 앱으로 스캔하면 상품의 최저가 비교, 상세 정보, 구매 후기, 맞춤형 추천 상품을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도전에 나섰다는 점에서 미디어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줄 알았는데, 정작 발란은 다른 방향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후속 투자 유치가 이뤄졌지만 불과 9월까지만 해도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었다. 당시 발란은 8000억원 기업가치로 1000억원 가량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투자 유치 초기엔 벤처캐피탈(VC)은 물론, 해외 기관 투자자들과 다수의 PEF가 관심을 보이며 투자를 검토했다.

하지만 가품 이슈 등 잇단 논란을 겪으면서 VC업계의 투자 유치 외면을 받았던 것.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면 긴축 경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이 회사의 현금 곳간 사정이 좋지 않았었다.

지난해부터 발란·머스트잇·트렌비는 경쟁 업체 캐치패션과도 마찰을 빚고 있다. 캐치패션 운영사인 스마일벤처스는 지난해 발란·머스트잇·트렌비가 불법 크롤링으로 자사의 해외 파트너사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3사를 고발했다. 최근에 불송치 결정이 내려지자 재고발 방침을 밝혔다.

캐치패션은 3사와 달리 마이테레사, 파페치, 매치스패션, 네타포르테 등 해외 브랜드를 공식 유통·판매하는 이테일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병행수입이 아니라 공식 유통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라 100% 정품이라는 입장이다.

이로써 설상가상으로 10월 열리는 국정감사에 명품 플랫폼 CEO들이 출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반기 소비자 관련 이슈가 끊이지 않았던만큼 국회에서도 불공정 약관, 소비자 보호 문제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가품 유통, 반품비 과다 청구 등 명품 플랫폼 소비자 피해가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공정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해결책을 질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신선식품 플랫폼 오늘회가 조만간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견이다.

◇ 존폐 위기에 놓인 신선식품 플랫폼 오늘회
수산물 당일 배송 특화 플랫폼인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은 지난 9월 전 직원에게 권고 사직을 통보했다. 300여개 협력업체에 40억원 규모의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오늘식탁은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오늘식탁은 적자를 통해서 성장을 도모하는 스타트업”이라며 “추석 직후 오늘회 서비스를 재개하려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하면서 우려를 일축했지만, 회생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늘회는 현지의 제철 수산물을 안방 식탁에서도 누릴 수 있단 입소문과 당일 주문·배송이 된다는 서비스에 수많은 가입자가 몰렸다. 지난해 말 누적 회원 수가 50만명을 넘어섰고,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170만명이나 됐다. 매출 기준 2018년 10억원, 2019년 21억원, 2020년 135억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초엔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에도 성공하면서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투자금을 대부분 물류센터인 제2합류센터 고도화에 사용하면서 자금줄이 말랐기 때문이다.

오늘식탁은 오늘회 서비스 재개 공지를 했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한 신선식품 플랫폼 관계자는 “오늘식탁 측은 어떻게든 서비스를 살려보겠단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수순만 남았다고 봐야 한다”면서 “신선식품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나긴 했지만 그 이상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오늘회의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회원 수 82만명에 달하는 식품 정보 확인 플랫폼 ‘엄선’ 역시 최근 서비스를 중단했다. 주부 필수 앱으로 자리 잡은 엄선의 운영 중단 사유는 경영 악화다. 회사 측은 가입자들에게 지급된 포인트 교환도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 브랜디·29cm·지그재그, 시장 영향력 넓히며 성장세 뚜렷
물론 모든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이 수난시대를 겪고 있는 건 아니다. 수많은 특화 플랫폼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과 달리 패션 플랫폼만큼은 굳건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엔 패션 플랫폼 브랜디가 29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유치한 누적 투자금액은 총 1530억 원이다. 앞서 네이버도 2차례에 걸쳐 브랜디에 총 3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브랜디는 브랜디, 하이버, 서울스토어까지 다양한 버티컬 커머스를 운영하는 앱스(Apps) 전략을 통해 패션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MZ세대 여성 패션앱을 대표하는 브랜디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끄는 가운데 하이버가 올 상반기 전년 대비 50% 성장하며 누적거래액 3000억원을 달성해 남성 패션앱 1위로써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여기에 브랜드 패션 플랫폼 서울스토어는 올해 상반기 매출과 거래액 모두 전년 대비 130% 고성장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서울스토어 인수로 패션 분야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향후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 투자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층마다 특화 매장을 따로 설계하는 것처럼 온라인 패션 플랫폼 시장도 연령별 취향에 따라 세분화하는 모양새”라면서 “브랜디는 고객 세분화 방식으로 여러 브랜드를 인수하고 출시하는 방식으로 시장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디의 경쟁사로 꼽히는 에이블리 역시 경영 상황은 나쁘지 않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한국인 만 10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Android+iOS)를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8월 월간 사용자 수(MAU) 638만명을 기록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문몰 1위를 달성했다.

에이블리가 지난 7월 쇼핑몰 거래액 200% 상승하고, 8월에는 전문몰 MAU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에이블리는 지난 3월에 이어 8월에도 10대(152만명), 20대(185만명), 30대(133만명)에서 모두 가장 많은 사용자 수를 기록했다. 소비자의 실질적인 앱 활용을 의미하는 총 실행횟수와 총 사용시간 역시 업계 1위를 달성했다. 8월 한달간 에이블리 앱 총 실행횟수는 약 12억 4000만회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6월 8억회를 넘어섰다.

지난해 무신사에 인수된 또다른 패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는 지난 8월 서울 여의도의 더현대서울에 오프라인 매장 ‘이구갤러리’를 오픈한데 이어 최근에 또다시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29CM의 플래그십 스토어의 이름은 ‘이구성수(29CM SEONGSU)’다. 이구성수는 340㎡(103평) 규모의 2개 층에 쇼룸과 전시장, 다목적 공간을 갖추고 계절마다 하나의 아이템 주제를 선정해 이와 관련된 브랜드와 작품, 아티스트를 큐레이션해 소개한다.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건 그만큼 실적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29CM는 올해 상반기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늘어난 2600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 역시 패션업계 비수기로 꼽히는 8, 9월 초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거래액이 50% 성장했다. 신세계가 인수한 W컨셉 역시 올해 상반기 총거래액은 1991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1% 늘었다.

브랜디는 별도로 남성 전문 ‘하이버’, 30대 타깃 ‘플레어’ 등 버티컬 플랫폼을 다수 운영해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브랜디는 지난해 누적거래액 1조원을 넘어섰다.

업계는 이들 플랫폼이 엔데믹 상황에서도 고객이 옷을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견줘 가격과 품질면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패션 버티컬 플랫폼은 패션 카테고리에서 확보한 고객층을 기반으로 뷰티·리빙 등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 진출시에 고객 유입 확대가 자연스럽다.

패션 플랫폼 주고객층인 2030세대가 패션과 직결된 뷰티, 그리고 최근에는 리빙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플랫폼이 일찌감치 대기업에 인수돼 안정적으로 자금을 수혈할 수 있었던 점도 이와 같은 강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가 지난 6월 230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국내스타트업이 받은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다. 기업가치는 약 2조원을 인정받았다.

2014년 여름에 설립한 오늘의집은 올해 초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집 꾸미기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셀프인테리어 사진과 인테리어 전문가의 조언 등을 게시하는 커뮤니티 성격으로 시작한 이 업체는 2016년부터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한 뒤 올해 초 기준 월평균 상품거래액(GMV)이 14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인수를 통해 더욱 시너지를 내고 있는 무신사는 버티컬 이커머스 플랫폼이 지향할 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 꽁꽁 얼어붙은 투자시장 속 버티컬 플랫폼 생존 방식
이처럼 버티컬 이커머스 플랫폼의 미래에 온도차가 심하게 나는 건 이들 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플랫폼 기업들은 정부의 모험자본 육성 정책과 함께 투자금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기업이 투자자를 골라서 투자를 유치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 들어 글로벌 경기가 침체하고 유동성이 급감하면서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상당수 플랫폼 기업은 끌어 모은 돈을 거의 소진했는데 추가 자금 유치가 어려워지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가 주춤해지자 세계 각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거둬들이며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그리고 그 파장으로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각종 플랫폼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VC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양한 특화 제품을 파는 플랫폼의 등장도 당분간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9CM는 서울 성수동에 첫 플래그십스토어인 ‘이구성수’(29CM SEONGSU)를 열었다. 29CM는 올해 상반기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늘어난 2600억원을 기록했다.

유니콘으로 성장해 증시를 두드릴 줄 알았던 버티컬 플랫폼이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건 업계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특히 카테고리 킬러라고 해서 하나의 특정 분야에만 올인하는 경영 전략은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분야가 성장 한계에 부딪혔을 때 실적을 메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명품 플랫폼이 위기를 겪고 있는 이유도 무관하지 않다.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도 온라인 명품채널 강화에 뛰어들면서 기존 플랫폼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도 또 다른 플랜B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는 무신사는 버티컬 이커머스 플랫폼이 지향할 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는 다양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인수를 통해 회사의 규모를 크게 키웠다. 각 플랫폼마다 기존에 판매하던 상품 강화에 지속적으로 집중했고, 패션 비즈니스 생태계에 연관성을 지닌 물류, 배송, 공유오피스 등의 인프라 구축을 통해 입점 업체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이용자들의 쇼핑 만족도를 높여 플랫폼 ‘록인 효과’를 높여 왔다. 무신사는 국내 패션 플랫폼 최초로 ‘거래액 2조’ 시대를 열면서 독보적 입지를 더욱 다져 나가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올라가는 과정에선 시중에 풀렸던 돈을 회수하려 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외연 확장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기보다 지금 당장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자본이 몰릴 것”이라면서 “무신사처럼 성장과 수익을 모두 내거나 아니면 업계에서 독보적 입지를 탄탄하게 확보해 나름 성장성이 보장된 경우에만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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