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하우스 입점시킨 ‘더베이’는 우리나라 상가의 기본 개념을 깬 케이스죠.”

박성준 부동산 자산관리 회사 상진실업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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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부동산 자산관리회사 상진실업 상무

우리나라 상가 개발자들은 건물을 도로변에 최대한 가까이 위치시켜서 전면(건물이 도로를 따라 접한 앞면)을 길게 뽑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도로 가까이 건물을 올리고 도로 면을 따라 길게 건물을 세우면 멀리서도 건물에 달린 간판이 쉽게 눈에 띄어 건물 내 입점 브랜드를 홍보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건물에 어떤 게 구성돼 있는가 보다 건물에 달린 간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바로 멀리서도 간판이 보이게 하려면 건물을 뒤쪽이 아닌 최대한 도로 앞쪽으로 당겨 올려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 연희동에 최근 들어선 한 건물은 반대로 건물을 뒤쪽에 배치해 눈길을 끈다.

“최근에 연희동에 건물을 새로 지었습니다. 그런데 이 건물에 우리나라 상가 짓기의 관례에서 벗어난 새로운 도전을 했어요,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개발 부지의 맨 뒤쪽에 건물을 올리고 도로에서 가장 가까운 곳인 건물 앞쪽으로 주차장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국내 일반적인 상가 건물과는 반대로 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상가는 도로 면에 인접시켜 건물을 짓고 주차장은 건물 뒤쪽이나 지하층에 만들기 때문이죠.”

부동산 자산관리 회사 상진실업의 박성준 상무는 서울 연희동에 2층짜리 건물을 지으면서 도로면에 붙은 앞쪽에는 주차장을 만들고 건물은 부지 뒤편에 올리는 방식으로 개발해 일반적인 상식과는 정반대로 건물을 위치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동차가 건물에 주차하면 마치 배가항구에 정착한 것처럼 연상되도록 설계했고, 여기에서 건물 이름을 따 ‘더베이(THE BAY)’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차로 진입하면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1층에 주차하고 바로 상가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어요. 또 전체는 2층짜리 건물로 지었고 옥상에도 주차장을 만들어 이곳에 쉽게 주차할 수 있도록 건물 양쪽에 넓은 차량용 램프도 만들었고요. 그래서 옥상에 40~50대 주차가 가능해요. 이것은 모두 고객 배려차원애서 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런 구조의 건물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보기드문 사례로 알고 있습니다.”

박 상무가 기존 관례를 깨고 건물을 도로에서 먼 뒤쪽에 배치하고 주차장을 앞쪽에 위치시킨 상가 ‘더베이’

박 상무는 어디까지나 상가를 찾는 고객 입장을 배려하기 위해 해외의 건물 개발사례를 이곳에 도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물의 1층과 2층이 각각 1650㎡(500)평으로 전체 3300㎡(1000평) 규모인 ‘더베이’는 2층에 요즘 가장 핫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모던하우스’를 입점시키고 지난달 22일 오픈해 성업 중이다. 박 상무는 ‘모던하우스’가 입점을 결정한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바로 고객을 위해 만든 편리한 주차시설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 안에서 사용하는 비교적 덩치 큰 상품을 많이 파는 ‘모던하우스’ 입장에서는 ‘더베이’같이 고객이 차량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넓은 주차장을 확보한 곳이 반드시 필요한 브랜드인 것이다.

또한 박 상무는 건물을 5층까지 더 올릴 수 있었지만 2층으로만 세운 것도 고객을 위한 배려 차원이라고 말했다. 건물을 더 올리면 추가 주차장 확보가 필요한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어야 하고, 고객입장에서는 지하 주차장 이용이 지상보다 훨씬 불편해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건물 앞 차가 다니는 도로는 평소에도 차량이 많고 출퇴근 시간 때는 교통 체증까지 발생하는 막힘이 심한 곳이라 5층까지 건물을 올린다면 더 많은 교통량을 유발시켜 고객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고객 이용을 고려해 5층까지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차량들이 ‘더베이’를 그냥 지나쳤다면‘모던하우스’ 입점으로 앞으로는 바로 옆 건물인 스타벅스DT점과 함께 차량 흐름을 천천히 늦추게 한 다음, 최대한 쉽고 편리하게 ‘더베이’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놓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스타벅스’와 먼저 오픈한 ‘모던하우스’가 주변 활성화를 하는데 서로 힘이 되고 있습니다. 아직 오픈하지 않은 1층 1650㎡(500평) 공간에도 이곳 상권과 고객에게 잘 맞는 브랜드가 입점한다면 고객들이 더 오래 머물게 되고, 주변에도 흘러가게 돼 지역 발전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베이’가 들어선 이곳 연희동 주변에는 초등학교, 외국인학교, 고등학교 등 학교가 많다. 그리고 ‘더베이’ 인근에는 주택가나 아파트, 그리고 이들 학교에 자녀를 둔 주부들이 많은 곳이다. 그리고 생활수준도 서울 평균 소득 이상을 보이는 소비력이 높은 곳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베이가 들어선 이곳에 처음에는 호텔이나 실버타운을 개발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계산해 보니 효율적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 다음 면세점을 하려고 했죠. 이 업종은 주민들의 반대로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주민 생활에 필요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과 가구, 인테리어 소품, 홈패션 등이 모두 있는 ‘모던하우스’를 입점시켰고, 처음 생소해 했지만 지금은 다들 반기고 있습니다. 아직 남은 1층 1650㎡(500평)에도 주민들과 함께하는 시설과 브랜드를 염두에 두고 여러 브랜드와 입점 조건을 놓고 조율 중에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이곳에 브랜드가 입점되면 요즘 보기 드문 모습의 건물, 인테리어와 아키텍처가 뛰어난 건물 등으로 인정받고, 결국 임대료보다 고객을 배려해 땅의 가치를 살린 건물이라는 평가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