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은행동 상점가 임대료 안받고, 깎아주며 상생의 길 찾는다

“착한 임대인 운동이라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 마음만은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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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형 규 | 대전 은행동 건물주

어려울 땐 서로 돕는 것이 우리의 미덕이다. IMF 당시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국가 부도 사태를 극복해 낸 저력이 있는 우리는 어려울수록 똘똘 뭉치는 힘이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전의 경우 대전 대학가를 중심으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일고 있다. 대전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들의 개강이 2주 연기된 것에 이어 강의도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면서 입점 업체들이 개점휴업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지역 내 대학가에도 교내 입주 기업이나 상가를 대상으로 임대료를 감면해 주고 있으며 대전대의 경우 교내 복지시설 입점 업체 일부를 대상으로 3월 임대료를 50% 감면해주기로 했다.

대전은 대학가뿐만 아니라 대전 은행동 상점가에도 착한 임대인 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염려해 외출을 꺼리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자 세입자의 마음을 헤아려 월세를 내린 것이다. 월세 인하 기간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건물주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이 지역의 뜻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 시름에 빠진 소상공인들 위해 임대료 30~50% 인하

대전 은행동에 자신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류형규 건물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쇼크로 직격탄을 맞은 대전 번화가인 은행동은 그야말로 침울하고 우울한 분위기다. 은행동에서 자신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류형규 건물주에 따르면 “주말이면 하루 3만 명 이상이 찾던 거리가 요즘 1000명도 안온다”면서 “이런 상황에 세입자의 어려움을 외면하기 힘들어 임대료를 내려 주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은행동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한 임차인은 “코로나19 발생 후 거리에 사람 자체가 없다. 코로나가 물러간 이후에도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현재 존폐를 우려하는 점포들이 상당수 있다”며 “3개월 이상 연속 적자가 이어지면 극단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어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은행동 상가 건물주들은 “이대로 주저 않을 수 없지 않느냐”며 “힘들지만 이 고비를 잘 넘기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임대료를 내려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젠트리피케이션 협약을 통해 47명의 임대주들이 임대료를 인하해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19사태도 충분히 이겨낼 저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류형규 건물주는 “현재 저를 포함한 50여명이 넘는 임대인들이 임대료 인하 운동에 참여해 160명의 임차인들이 혜택을 받게 됐다”면서 “동참의사를 밝히는 임대인들이 늘어나고 있어 혜택을 받는 임차인들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은행동 상점가 임대인들은 본인의 사정에 따라 자발적으로 평균 20~20%씩 임대료를 낮춰주며 임차인들을 배려하는데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임대료 인하는 선뜻 말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일부 착한 건물주들이 상인회를 통해서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30~50% 인하해 주겠다고 말씀하신 분도 있고, 심지어 두달 동안 전액 삭감을 약속한 분도 계십니다. 은행동 상인회에서도 임대인들에게 전화와 문자로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현재 그는 은행동 상점가 상인회에서 감사 역할도 맡고 있다.

◇ 임대인과 임차인 서로가 독려하며 우애 다지는 것이 중요해
류형규 건물주는 또한 “임대료 인하가 매출 급감으로 시름에 빠져있는 소상공인을 위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상황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는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임차인이 임대료를 내려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임대료를 인하해줘도 매출이 워낙 급감해 그 정도로는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는다란 말을 했을 때 가슴이 아팠다”면서 “현재 제가 운영하고 있는 매장의 경우도 매출이 3분의2가 줄어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 이럴 때 일수록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함께 힘을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건물주인 동시에 임차로 여성복 매장도 운영하고 있어 양쪽의 입장을 모두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위기 속 기회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면서 “힘들수록 자포자기하지 말고 임차인과 임대인이 서로 독려하고 힘을 보태는 게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로 인해 이번에 은행동에서 임대료 혜택을 받은 한 임차인은 “번화가였던 이곳이 현재 멈춰서 있다”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사태로 모두들 지치고 힘들지만 선뜻 임대료를 감면해 주신 모든 건물주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허태정 대전시장 역시 은행동 건물주들의 이 같은 노력에 대해 “위기에도 상생의 길을 가고 있는 우리지역 소상공인과 임대인들에게 감사하며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고 격려했다.

한편, 대전시는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시설 소상공인에게 임대료 인하, 관리비 감면, 임대기간 연장 등의 지원을 할예정이다. 더불어 피해 소상공인에게 긴급 경영개선자금을 확대 지원하는 등 유관기관 및 시민단체 등과의 협조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현장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