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레스모아, 오프라인 사업 중단에 따른 경직된 슈즈멀티숍 시장

지나친 경쟁에 수익성 하락, 엎친데 겹친 격 나이키 거래 중단이 매장 철수의 한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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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즈멀티숍 레스모아가 최근 오프라인 중단을 선언하고 매장 철수를 단행했다. 업계 2위의 실적을 보이며 승승장구하던 과거의 레스모아 명동 중앙점

슈즈멀티숍 레스모아의 매장을 더는 거리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지난 6월 오프라인 매장 간판을 모두 내렸기 때문이다. 대신 요즘 트렌드에 따라 온라인 판매에 주력하겠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에 레스모아는 최근 온라인몰 리뉴얼을 단행했다.

슈즈멀티숍 레스모아가 최근 오프라인 중단을 선언하고 매장 철수를 단행했다. 업계 2위의 실적을 보이며 승승장구하던 과거의 레스모아 명동 중앙점

레스모아의 오프라인 매장 철수는 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모기업 금강이 건재한데다, 금강그룹이 보유한 건물이 전국 주요 상권마다 요지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패션기업 가운데 부동산 자산이 가장 많은 기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패션업계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사업재편을 진행하는 곳이 많다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레스모아의 오프라인 사업 중단은 경기불황이라는 이유를 넘어 궁극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슈즈멀티숍 레스모아가 최근 오프라인 중단을 선언하고 매장 철수를 단행했다. 업계 2위의 실적을 보이며 승승장구하던 과거의 레스모아 명동 중앙점

업계는 레스모아가 오프라인을 중단하고 온라인에 주력한다고 하지만, 브랜드 자체를 접는 수순을 밟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그동안 팔지 못하고 쌓아 둔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레스모아는 ‘오프라인 매장 철수를 단행하고, 대신 최근 온라인몰을 리뉴얼했다.

온라인몰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고정비가 낮아 수익성 개선은 물론 고객 접점을 높이기에 쉽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 시장이라고 모두에게 성공의 길이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성숙된 시장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이곳 또한 생존 경쟁이 치열한 곳이긴 마찬가지다.

슈즈멀티숍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유통망이 쉽게 중단할 만큼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다. 현재도 슈즈멀티숍 브랜드들은 어려운 현재 상황 속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전히 오프라인 유통이 가치가 높고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통 브랜드 비즈니스는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모두 안착시켰을 때 가장 성공적이고, 탄탄한 구조를 갖추게 되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레스모아는 최근 명동 중앙점과 레스모아 넥스텝(사진) 매장을 폐점시켰다.

레스모아의 오프라인 중단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레스모아의 오프라인 매장 철수는 사실상 사업을 접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매출의 80% 정도가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데 오프라인을 접고, 대신 온라인몰을 강화한다는 전략이 돌파구가 될 수 없다. 온라인몰이 그간 없던 사업도 아니고, 과거부터 오랫동안 해온 영역인데 갑자기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본다. 결국 수익성이 문제였다.

그나마 이익이 나는 PB(자체 브랜드) 매출이 예전보다 못해졌고,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비용 구조, 여기에 마진이 적은 글로벌 상품 중심의 매출 발생 등 레스모아의 오프라인 철수 결정은 여러 내·외부 악재가 겹친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따라서 업계에선 레스모아 브랜드의 몰락을 예전부터 점쳐왔다. 하지만 이유 불문하고 최종 책임은 레스모아에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레스모아의 화려했던 과거

최근 문을 닫은 명동 중앙점 전경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레스모아는 누구나 이름을 알 정도로 인지도를 갖춘 브랜드다. 과거 실적으로만 따져도 업계 매출 순위 2위를 꾸준히 기록했었다. 비즈니스 전개 경력도 길다. 2002년 ABC마트가 국내에 시장을 열어젖힌 후 곧이어 뛰어든 레스모아는 2005년 11월 서울의 대표적인 핵심 상권인 명동에 1호점을 열었다. 한때는 매장 수 120호를 돌파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

특히 2007~2016년은 슈즈멀티숍의 황금기로 꼽힌다. 업계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자신했다. 여기에 포니, 로버스, 스프리스, 트와이스 등의 PB를 선보이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가동하기도 했다. 레스모아는 2016년에 매출 1559억원을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했다. 2017년엔 채널 확대 전략을 일환으로 대리점 모집에 나설 정도로 의욕적이었다.

레스모아는 2017년 대리점 모집 설명회를 열고 유통채널 확대를 꾀했다.

무엇보다 이 회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신발 브랜드인 금강그룹의 계열사다. 그룹의 부동산 임대업을 전문으로 하는 금화가 최대주주(36.37%)고 뒤를 이어 금강(33.85%), 김성환 금강그룹 회장(26.9%)이 보유하고 있다.

이런 화려한 이력에도 업계에선 예전부터 ‘몰락’을 점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위태로웠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슈즈멀티숍 시장의 상황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한국 슈즈멀티숍 시장은 시장점유율 1위 ABC마트를 중심으로 레스모아, 슈마커, 에스마켓, 풋마트, JD스포츠, 폴더 등이 경쟁하는 구도다.

ABC마트는 국내 슈즈멀티숍 시장 부동의 1위 사업자다. 매출이 높아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상력도 뛰어나다.

이중 ABC마트의 존재감이 단연 돋보이다. 이 회사의 실적을 보자. ABC마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5458억원, 영업이익 376억원를 기록했다. 2018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6.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1.9% 감소했다. 하지만 ABC마트는 회사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매출 기준 역신장을한 적이 없다. 이는 17년 동안 매년 성장을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ABC마트는 올해도 매출 기준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ABC마트가 승승장구하는 반면 뒤따르는 사업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시장점유율 2위를 유지하던 레스모아의 경우 지난해(2018년 6월~2019년 6월 기준) 매출은 1401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91억원의 적자를 냈었다. 직전년도(매출 1521억원, 영업이익 -60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줄고 적자 폭은 더 커지는 부진에 빠진 것이다.

3위 사업자로 꼽히는 슈마커를 운영 중인 에스엠케이티앤아이 역시 지난해 92억원의 손실을 봤다. 매출 역시 2018년보다 소폭 신장했지만 1102억원으로 ABC마트와 비교하면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ABC마트만 시장을 주도하고 2·3위 사업자가 적자나 소폭 이익을 내는 등 변변치 않은 실적을 내고 있다는 건 이 시장의 수익구조가 그만큼 기형적이란 뜻이다.

이들 회사는 어떻게 돈을 벌고 있을까.
슈즈멀티숍은 특정 분야의 신발 제품들만 모아 할인 판매하는 소매업태인 ‘카테고리 킬러’형 비즈니스로 불린다. 수많은 브랜드의 신발을 모아 편집해서 판다. 최근에는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의류 아이템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어 시간 절약이 가능하고, 수많은 상품을 한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동시에 상품의 가격비교를 하기 쉽고, 일반 신발 매장보다 한시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로 판매하는 신발이 있다는 점이 특장점이다.

업체 입장에선 직접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비중(PB상품)이 적다 보니 간단하게 다음과 같은 수익구조를 갖추게 된다. 매출(판매가)-‘구매비용(납품가) – 판매관리비·비용(기타) = 이익’. 매출에 납품받은 가격과 판관비, 비용을 빼면 이익이 결정되는 것이다.

여기서 슈즈멀티숍만의 여러 변수가 개입된다. 가령 실제 판매시점보다 더 빠른 시기에 적절한 제품을 주문하고 이에 맞는 판매 전략을 미리 세워야 한다. 이때 가급적 수량을 크게 잡고 사들이는 게 좋다. 신발공급 업체로부터 수량에 따라 납품가가 조정이 되기 때문이다. 물량이 크면 조금이라도 납품가를 낮춰준다. 공급업체들이 가급적 물량을 크게, 오더 금액을 높여 주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신발이 입고된 후 슈즈멀티숍 이익의 원천은 판매를 통한 ‘상품 마진’이 된다. 결국 할인없이 정상가 판매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가 관건인데, 문제는 시장에 경쟁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때론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벌여야 제품을 하나 더 팔 수 있는 구조다.

그렇다고 너무 저렴한 가격에 팔다 보면 남는 게 없게 된다. 현실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이들 슈즈멀티숍들은 상당수의 상품을 실제 손해 보며 판매하고 있다. 정상 가격에 판매하는 경쟁 브랜드를 힘들게 하거나 더 많은 고객을 불러 모으기 위해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레스모아는 한때 연간 매출 2000억원을 내다볼 정도로 성장한 인기 높은 브랜드였다. 특히 2013년 오픈한 명동 중앙점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매장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앞서 언급했듯 상품을 좋은 조건에 공급받기 위해선 되도록 큰 규모의 선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매출을 잘 일으켜야 한다. 매출을 단기간에 일으키려다 보니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할인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마진을 높게 가져가는 PB제품을 개발해 결국 영업이익률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컨버스, 휠라 등 일명 잘 나가는 글로벌 신발 브랜드를 상대로 자체 브랜드로 품질·가격 경쟁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신발 개발 비용이 크게 투자돼야 하고, 출시한다고 해도 판매가 잘된다는 보장이 없는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결국 근본적인 유통 구조 개선과 출혈경쟁을 멈추지 않는 이상 딱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 수익 내기 어려운 슈즈멀티숍 시장

최근 문을 닫은 명동 중앙점 전경

물론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건 모든 유통채널의 본질이다. 너도나도 공격적으로 가격할인 즉, 초저가 공세를 펼치면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처럼 무분별한 초저가 전략을 펼치면 지속가능한 경영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초저가 전략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다 보면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재고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전략을 고수하는 한 수익성 반등은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슈즈멀티숍 운영에는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단독 판매 제품 확대, 임대료, 인건비 등 변수가 많다. (명동 풋락커 매장, 현재는 철수하고 문을 닫았다.).

여기에 슈즈멀티숍 특유의 높은 고정비도 문제다. 다양한 제품을 들여놓기 위해선 넓은 매장과 인테리어를 갖춰야 하는데 인테리어 비용, 인건비 등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매장을 낼 때도 고정수요를 확보한 중심 상권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고정비인 임대료를 가중시키는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해외 직접구매 비율이 늘고 있고, 병행 수입 업체도 느는 추세라 슈즈멀티숍의 매력도 자체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위기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를 극복할 방안 중 하나는 인기 있는 유명 브랜드 상품을 낮은 가격에 매입하는 것이다. 잘 팔리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신발을 최대한 저렴한 값에 사들이면 된다. 하지만 바잉파워가 커야 매입 원가가 낮아지는 구조다. 구매하는 수량이 커야 협상력이 생기고, 이익도 함께 커진다. 하지만 슈즈멀티숍 업계가 자금이 늘 풍부하진 않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팔다 남은 재고가 가득한데 계속해서 매입만 할 순 없는 구조다. 또한 일부 공급업체 제품은 애초 공급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돼 구매 수량을 늘려도 희망하는 매입 원가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나이키의 경우는 매입 수량과 금액이 크면 매입 원가가 단계별로 내려가는 게 기본 방식이고, 여기에 결재를 빨리하거나 제때 하는 것도 매입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국내 슈즈멀티숍 업체들은 10여년의 업력을 쌓고, 과거 높은 매출을 달성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를 상대로 나름대로의 바잉파워를 키워오긴 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브랜드를 상대로 여전히 협상 측면에서는 완벽히 열세란 평가다.

신발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닌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돼 협상이 아니라 통보로 진행될 때가 많다”라면서 “그럼에도 이들 브랜드의 제품 없인 상품 구성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이들의 고압적인 태도를 감내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슈즈멀티숍 매출에서 나이키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많게는 절반을 넘을 때도 있다. 그만큼 나이키에 대한 브랜드 의존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대표적으로 슈즈멀티숍 입장에선 글로벌 브랜드 중에서도 철옹성 같은 브랜드 파워를 구축한 나이키와의 원활한 협력 관계를 원한다. ‘심할 땐 매출 절반이 나이키 제품’이라는 게 업계의 현실이다. 거꾸로 말하면 나이키 제품 없인 슈즈멀티숍 운영이 불가능하단 소리다.

문제는 나이키와의 협상을 슈즈멀티숍 입장에서 원활하게 끌고 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나이키라고 모든 제품이 잘 팔리는 건 아니다. 나이키 역시 운동화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만큼, 한물간 제품들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 당연히 슈즈멀티숍 입장에선 ‘인기 제품’만 납품을 받고 싶을 거다.

반면 나이키는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나이키의 판매 채널은 슈즈멀티숍이 아니더라도 직영점, 전략적 파트너사, 벤더사, 온라인몰 등 원하는 곳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다 보니 슈즈멀티숍은 나이키의 비인기제품도 함께 떠 앉게 되고, 이 제품들은 고스란히 재고로 쌓이는 경우가 발생된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회사가 어려워지는 마이너스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 슈즈멀티숍 최대 난제, 나이키와의 협상

나이키의 글로벌 전략은 온라인 다이렉트 판매와 대형 플래그십스토어와 체험형 매장 확대이다. 나이키의 전략에 따라 국내 슈즈 시장의 판도가 크게 흔들리는 실정이다.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는 나이키 강남 플래그십스토어 전경)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받으면 되지 않겠느냐’란 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슈즈멀티숍 업계 관계자는 “나이키는 매년 슈즈멀티숍을 대상으로 ‘수주회’를 열고 이를 통해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오더를 받는다”면서 “오더량, 즉 매입금액에 따라 공급원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구매 물량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져 때론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나이키는 매입원가가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팔아도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애초 슈즈멀티숍에 제시하는 시작가가 높아 타사 대비 마진에 대한 여유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나이키가 글로벌 전략을 수정하면서 한국 슈즈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나이키 의존도가 높은 국내 슈즈멀티숍 업계는 나이키의 전략 수정에 늘 긴장 속에 예의주시하며 변화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사진 풋마트)

요즘엔 이렇게라도 나이키 제품을 받는 게 천만다행이다. 나이키가 지난해부터 경영전략을 바꾸면서 이 마저도 어려워졌다. 나이키의 새 경영전략은 ‘다이렉트’와 전세계 핵심도심 대형화이다. 즉 다이렉트 판매망인 자체 온라인몰을 강화하고, 작은 숍이나, 지방의 소도시 매장은 줄여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나이키가 글로벌 전략을 수정하면서 한국 슈즈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나이키 의존도가 높은 국내 슈즈멀티숍 업계는 나이키의 전략 수정에 늘 긴장 속에 예의주시하며 변화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사진 ABC마트)

먼저 다이렉트는 오프라인 매장으로의 고객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웹사이트, 앱을 활용해 수익률을 개선하는 게 목표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건 나이키의 새 CEO인 존 도나호다. 13년간 나이키를 이끌었던 신발 디자이너 출신의 마크 파커 CEO는 지난해 물러났다. 새 CEO는 IT 전문가다. 온라인몰 ‘이베이’의 CEO로 근무한 경력으로 유명하다. 그가 운전대를 잡은만큼 나이키의 오프라인 채널의 몸집을 줄이는 건 자명해 보인다.

최근 나이키가 글로벌 전략을 수정하면서 한국 슈즈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나이키 의존도가 높은 국내 슈즈멀티숍 업계는 나이키의 전략 수정에 늘 긴장 속에 예의주시하며 변화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사진 JD스포츠)

지난해 말 세계 최대 온라인마켓인 아마존에서 나이키 제품의 판매를 중단한 건 그의 성향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다. 두 회사는 지난 2017년 파일럿 테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협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이키 운동화, 의류, 스포츠 액세서리류 등을 아마존을 통해 판매해왔으나 갑작스레 협업을 중단한 것이다.

또한 나이키의 핵심 도시의 매장 대형화 전략은 전체 매장 수는 줄이지만 대형화로 매장 수가 줄어 드는 부분을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소도시 매장, 작은 매장, 노후화된 매장은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계약 만료를 기점으로 종료하고, 서울과 수도권에 대형 매장만을 오픈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나이키가 글로벌 전략을 수정하면서 한국 슈즈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나이키 의존도가 높은 국내 슈즈멀티숍 업계는 나이키의 전략 수정에 늘 긴장 속에 예의주시하며 변화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사진 슈마커)

나이키의 전략은 합리적이다. 중간 유통채널은 가격이 흐트러지고, 직접적인 관리가 안돼 브랜드의 가치 하락이라는 위험이 상존해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나이키가 다이렉트, 즉 직접 파는 게 해법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에 숫자는 줄이되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와 체험형 매장 등으로 전환해 매장에서 체험한 후 온라인에서 구매가 이뤄지도록 용도를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레스모아가 이 ‘나이키 다이렉트’ 전략의 희생양이 됐다는 시각이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나이키로부터 제품 공급 계약 중단 통보를 받았다. 매출 비중과 고객 집객 파워가 큰 나이키가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영업을 접으라는 얘기다. 아래는 유통업계 관계자의 의견이다.

“나이키의 경영 방침은 이해가 가지만, 나이키의 독점적인 지위를 감안하면 아쉽다. 계약 중단이 아닌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해결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나이키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성장했다. 슈즈멀티숍이 아니었다면 나이키 역시 이렇게 높은 실적을 달성하고 판매량을 늘리진 못했을 것이다. 슈즈멀티숍 시장의 성장과 나이키코리아의 성장은 맥을 같이 한 셈인데, 본사의 경영 방침을 이유로 계약을 중단하는 건 비즈니스 파트너를 대하는 태도로 보긴 어렵다.”

레스모아의 오프라인 철수는 금강제화 그룹 회사에만 악영향을 미친 게 아니다. 레스모아는 2017년 대리점 사업에도 진출했었다. 당시 이 회사는 신성장동력을 고민하고 있었고, 중소형상권에도 둥지를 틀 수 있는 대리점 전략을 꾀했다. 2020년까지 총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레스모아 비전의 핵심이었다. 중저가 상품 위주로 구성해 1020세대의 마음을 잡겠다는 구체적인 콘셉트도 정했었다. 당시 대리점 모집 설명회에서 레스모아는 다음과 같이 약속했다. ‘점포별 연평균 매출은 23억원 이상이다. 스니커즈숍은 점포별 연평균 8억원 이상 안정적 수입이 보장될 것이다.’ 이 같은 실적과 매출 목표는 나이키의 공급이 계속된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것이다.

◇ 낙동강 오리알로 전락한 대리점주들

레스모아 대리점 모집 설명회엔 많은 예비 점주가 모였다. 이들은 3년 뒤 간판을 내릴 거란 예상은 하지 못했다.

이후 레스모아는 전국 곳곳 40여개의 대리점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공약은 약속파기로 전락했다. 지난해 말 레스모아 대리점주들에게 계약 연장 불가 내용이 담긴 내용 증명서를 통보했다. 레스모아 사업 중단을 지난해부터 준비한 것이다. 통보받았던 한 점주를 만났다. 그는 2018년부터 레스모아 대리점을 운영했고 만나자 마자 그는 한탄했다.

“대리점의 형식이었지만 규모가 작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레스모아 간판을 달기 시작한 이후부터 난관에 빠졌다. 지근거리에 ABC마트가 입점했기 때문이다. ABC마트 매장은 같은 상품을 훨씬 더 저렴하게 팔곤 했다. 도저히 그런 가격에는 팔 수 없다는 게 내 계산이었지만, 아무래도 ABC마트의 브랜드 협상력이 더 뛰어났던 것 같다. 그럼에도 채용한 직원들을 떠올리면 어떻게든 고군분투해야 했다. 위기를 극복할 대책을 고심하던 와중 갑작스레 레스모아 본사로부터 계약 중단 통보를 받게 됐다. 점주와의 소통도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그는 또 “레스모아가 나이키와 협상이 순탄치 않다는 건 매장 오픈 후 바로 체감하고 있었다.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나이키 상품 입고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근의 슈즈멀티숍보다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매달 적자만 봐야 했다”며 토로했다.

해당 점주는 ‘레스모아의 위기는 국내 신발시장의 위기로 전이될 것’이란 경고를 하기도 했다. 무슨 얘기일까. 나이키가 거래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건 레스모아 뿐만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슈즈멀티숍을 비롯해 나이키 간판을 달고 있는 중소 매장을 두고도 ‘나이키 다이렉트’ 전략에 따라 공급 중단, 매장 철수 계획을 실행하는 중이라는 소문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이키의 이러한 방식을 다른 글로벌 브랜드들도 그대로 적용하기 위해 정책수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레스모아가 간판을 내리면서 다른 슈즈멀티숍 역시 뒤를 따를 공산이 크다는 의견을 보인다.(문을 닫은 서울 명동 레스모아 넥스텝 매장)

결국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신발 시장이 글로벌브랜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국내 신발 시장규모는 2009년 3조 8676억원 수준에서 2018년 6조원대까지 두배 이상 성장했다. 이중 시장 점유율 1위는 나이키(40.0%), 2위가 아디다스(17.9%)로 양사 의존도는 75%에 육박한다.

상위 10개 브랜드로 넓히면 75~80% 판매 점유율을 차지하는 사실상의 과점 시장이다. 이들의 입김은 슈즈멀티숍 2위 사업자를 몰락하게 하는 한 원인이 될 정도로 세다. 이처럼 레스모아의 오프라인 사업 중단이 주는 교훈이 분명 있는데도 여전히 슈즈멀티숍 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단 하나도 해결되고 있지 않고 있어 씁쓸함을 안겨주고 있다.

지금은 전 세계가 코로나19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에 놓여 있다. 자신들이 가진 장점과 통찰력, 경험을 한데 모아 모두가 함께 이를 헤쳐 나갈 때다. 각자 지금까지 운영해 온 정책, 또는 새롭게 정한 전략이 함께 동고동락하던 파트너와 클라이언트들을 궁지로 몰고, 어렵게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남은 보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결국 돌고 돌아 어려운 환경이 계속 이어질 뿐이다.

서울 홍대에 세계적인 슈즈멀티숍 브랜드 ‘풋락커’ 조만간 플래그십스토어를 열면서 국내에 재진입한다. 이로써 향후 국내 슈즈멀티숍 시장은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예전 풋락커 서울 명동 매장, 지금은 철수해 다른 매장으로 바뀌었다.)

조만간 세계 최대 슈즈멀티숍 브랜드 풋락커가 서울 홍대에 플레그십스토어를 열고 직진출을 통해 국내 시장에 재진입한다. 기존 슈즈멀티숍의 경쟁 속에서 또 하나의 빅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노크를 하고 있어 향후 슈즈멀티숍 시장에 대한 변화가 어떻게 나타날지 다시한번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