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화장품 사업 전격 진출 ‘레드오션’ 시장서 살아남을까

한섬, ‘클린젠 코스메슈티칼’ 지분 51% 확보 천연 화장품 원료 1위 SK바이오랜드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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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기업들의 화장품 사업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물론 신세계백화점도 시코르를 통해 화장품 편집숍 사업에 뛰어 들었다. (사진 시코르 매장, 테넌트뉴스)

패션전문기업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것은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 스타일난다의 3CE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며 로레알에 인수된 것을 비롯해 현재는 여러 부정적 이슈로 예전만 못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블리블리’ 역시 패션 브랜드가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며 정착한 케이스다.

패션기업의 뷰티사업 진출은 사업 다변화 차원에서의 영향이 크지만 ‘꾸미는 것’이라는 사업영역의 유사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유통공룡의 화장품 사업 진출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한섬은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의 지분 51%를 인수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다고 밝히며 내년 초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를 런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87년 사업을 시작한 한섬은 패션 이외에 사업에 뛰어든 것은 처음이다.

한섬이 지분을 인수한 클린젠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클린피부과’와 신약개발전문기업 ‘프로젠’이 공동 설립한 회사다. 미백·주름·탄력 등에 효과가 있는 고기능성 화장품 개발 노하우를 보유한 곳이다.

사진 시코르 매장, 테넌트뉴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의 화장품 사업 진출 뉴스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지난 8월 현대백화점그룹이 천연 화장품 원료 제조업체인 SK바이오랜드를 인수하며 뷰티·헬스케어 사업에 손을 댄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사인 현대HCN을 통해 SKC가 보유한 SK바이오랜드의 지분 27.9(경영권 포함)를 1205억원에 인수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SK바이오랜드 인수 소식은 ‘클린젠 코스메슈티칼’ 인수보다 더 파급력이 큰 뉴스이다.

SK바이오랜드는 국내 천연 화장품 원료 시장 1위 업체로 1995년 설립된 뒤 2015년 SK 계열사로 편입됐다. 화장품 원료와 건강기능식품, 바이오메디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천연물을 활용한 추출·발효·유기합성 등에 핵심 기술력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063억원과 영업이익 145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화장품 업계에서는 블루칩 중 하나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건강기능식품과 바이오메디컬 사업에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으며, 유통과 패션, 가구 등 포괄적 소비재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패션기업 한섬의 화장품 사업 진출은 사업 다변화와 함께 그룹 내 유통망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한섬은 제품의 고급화 전략을 통해 기업 이미지와 부합하는 제품을 런칭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섬

 

패션기업들이 화장품 사업 등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는 것은 패션사업 부문의 사업 실적이 그리 좋지 못한 것에 기인한 바 크다. 패션이 트렌드와 경기에 크게 좌우되는 상황이고, 올해 초부터 유행한 코로나19 영향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또, 최근 소비층도 고가 명품 브랜드와 저가의류들을 구매하는 쪽으로 양분되면서 애매한 중간 가격대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어온 것도 원인이 됐다. 이에 최근 패션 브랜드들은 고유사업 외 다른 부문에 투자를 시작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한섬의 경쟁사인 LF는 2016년 프랑스 향수 브랜드 ‘불리 1803’과 네덜란드 화장품 ‘그린랜드’의 독점 사업권을 취득해 화장품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지난해 9월에는 자체 여성 화장품 브랜드 ‘아떼’를 론칭해 뷰티 사업을 강화했다. 신세계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SI)의 경우는 보다 화장품 사업부문에서 나름대로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화장품 사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자사 유통망과 기업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시장 안착을 노리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신세계인터내셔날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연작’은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며 매출 신장을 이루고 있다. 올해 1~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할 정도로 화장품 시장에서 안착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화장품 브랜드 중에서 코로나 시기에도 성장세를 이루는 곳이 드문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연작’의 실적은 돋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화장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지만 정착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확실하게 답변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화장품 시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라고 진단한다. 국내에 등록된 제조판매업자 수만도 2만여 개 업체가 넘어선 상황이고, 산업의 성장세 역시 확실하게 둔화됐다고 지적한다. 또, 코로나19 악재 등 시장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롯데백화점 사례를 거론하며 현대백화점 역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2016년 런칭한 브랜드 ‘엘앤코스’는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채 2년 만에 사업을 중단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롯데백화점이 백화점, 면세점, 홈쇼핑 등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어 화장품 사업이 쉽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망이 갖춰져 있다고 제품이 무조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화장품은 소비자들의 구매를 자극하는 확실한 무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현대백화점 그룹의 화장품 사업 접근방식은 기존 다른 기업들이 브랜드만 런칭하는 수준이 아닌 원료에서부터 제품 생산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이라는 것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SK바이오랜드 인수로 천연화장품 시장의 경쟁력을 바로 갖출 수 있게 됐다. 사진=인터넷 캡쳐

제품만 런칭했을 경우에는 시장 상황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은 다양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한섬은 클린젠 코스메슈티컬의 기존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프리미엄 스킨케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인수한 SK바이오랜드를 활용해 화장품 원료와 건강기능식품 사업과 함께 추후 제약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의 SK바이오랜드 인수는 단순히 화장품 원료 사업만이 아닌 제약과 의료기기 시장도 진출하려는 포석이 담겨 있다. 사진=인터넷 캡쳐, SK바이오랜드가 생산하는 히알루론에이지

바이오랜드는 단순히 원료 사업만 하는 것이 아닌 의약품, 의료기기 사업도 병행하고 있어 이 전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SK바이오랜드의 최근 의약품 부문은 매년 매출이 늘고 있을 정도로 전망이 좋은 편이다. 의료기기 부문의 성장세도 긍정적인 상황이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이 가진 ‘고급스러움’은 기업이 가진 큰 장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최근 3년 간 사드와 코로나19로 중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럭셔리 브랜드만큼은 나름 선방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초기 브랜드 론칭은 럭셔리 쪽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전망돼 기업 이미지와 부합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바이오랜드가 국내 천연화장품 원료 1위 기업이어서 천연과 럭셔리라는 두 조합의 시너지도 클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는 “클린젠 코스메슈티컬과 SK바이오랜드 인수는 그룹의 비전인 ‘토탈 라이프 케어 기업’으로써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제대로 가동시켜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