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카지노 등 잭팟 꿈 날라간 ‘미단시티’ 개발 사업

해외 합작사 자금 조달 난항, 카지노 면허 취소 가능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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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푸리그룹과 미국의 시저스엔터테인먼트사가 인천 중구 영종 미단시티에 건설하는 복합리조트의 조감도.(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복합리조트 미단시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빛이 바랜 파란색 배경의 대형 간판엔 ‘트’의 ‘ㅡ’낱자가 빠져 있었다.

1월 17일 오후에 찾은 인천광역시 중구 운복동 미단 중앙로의 을씨년스러운 광경이 이어졌다. 도로 왼편엔 미단시티 내 아파트 공사 현장임을 알리는 ‘영종 미단시티 공동8블럭 공동주택 신축공사’란 간판 안내문이 보였다.

인천광역시에 들어설 미단시티는 계획대로라면 지상 29층 규모의 11개동 1096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공사가 한창이어야 한다.  하지만 덤프트럭과 크레인 등 공사 중인 모습은 커녕 인적조차 찾기 어려웠다. 리조트와 아파트 건설이 한참 전에 중단됐다는 것을 단번에 파악이 가능했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으로 뒤덮인 인도와 그 사이로 핀 겨울철 말라비틀어진 잡초만이 눈에 띄었다.

이번엔 미단중앙로를 지나 공항으로 연결되는 영종순환로로 진입했다. 바다와 섬들이 시야에 보였다. 가슴이 탁 트이는 듯했지만 금세 눈살이 찌푸려졌다. 길 곳곳엔 짓다가 만 건축물이 흉물처럼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공사현장들은 현장들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미단시티 개발 부지임을 알리는 간판. 복합리조트의 ‘ㅡ’자가 빠져 있어 오래전 사업이 중단된 모습이 역력하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시저스코리아 복합리조트의 개발 현장이었다. 일감을 잃은 대형타워크레인과 앙상한 골조만 드러낸 채 선 20여 층의 폐건물이 보였다. 지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A사장은 “원래 지금쯤 리조트 공사를 완료하고 주변 곳곳에서 관광호텔과 아파트의 토목 공사가 한창이었어야 했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면서 “리조트는 공정율이 4분의 1도 완료하지 못한 채 수 개월째 방치 중”이라고 한탄했다.

기자의 눈에 비친 미단시티의 현재 모습은 한마디로 폐허의 모습이었다. 도시개발 지역 특유의 개발 열기가 한창이어야 하는 곳이 흡사 한적한 시골에 방문한 느낌이다. 굳게 잠긴 분양사무실에 적힌 휴대전화로 연락을 해봐도 관계자들은 ‘알지 못한다’, ‘해줄 말이 없다’면서 전화를 끊기에 급급했다.

미단시티 개발 사업은 인천광역시에서 추진하는 경제자유구역 사업의 일환이다.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를 목표로 영종도예단포 일대 271만㎡(약 82만평) 규모의 부지를 복합여가단지로 꾸미는 게 주요 골자였다. 사업비만 1조417억원에 달하는 메가 프로젝트다. 국내 경제자유구역개발 최초로 국제 공모를 통해 추진했고, 글로벌 카지노 회사가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미단중앙로에 위치한 공사 현장. 당초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설될 예정이었다.

 

◇ 1조 넘는 메가 프로젝트의 현주소
그간 사업 진행 정도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 사업이 처음 추진된 건 2006년. 인도네시아의 리포그룹이 최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인천시는 발 빠르게 토지 보상을 마무리했다. 원주민 토지보상비로 투입된 돈만 수조원에 달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덕분에 인천도시공사는 도로나 근린공원 등 기반시설 조성을 순조롭게 완수할 수 있었다.

2016년 리포그룹이 사업 경쟁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사업 추진을 포기하면서 위기를 맞는듯 보였지만 금새 일단락됐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인 푸리그룹과 미국의 시저스엔터테인먼트사가 미단시티의 새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더욱 기대감이 올랐던 것이다. 양측 다 막대한 자본력과 사업 경험을 갖춘 굴지의 글로벌 회사들이다.

두 기업이 눈독을 드릴만큼 미단시티의 사업성은 꽤 밝은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M I D AN C I T Y 2014년 정부가 ‘환승관광 무비자 입국제도’를 확대한 점이 호재로 꼽혔다. 영종도 인천공항에서 환승하는 관광객에게 최고 72시간 동안 체류할 수 있게 허가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인천공항을 환승하는 모든 관광객은 굳이 서울 명동까지 가지 않더라도 영종도 섬 안에서 관광과 쇼핑까지 모두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미단시티 입장에선 인천공항의 연간 이용객 7000만명을 잠재고객으로 삼을 수 있게 됐던 셈이다.

미단시티 개발 사업의 핵심인 ‘시저스코리아 복합리조트’의 모습. 대금 미지급으로 공사가 지난해 2월부터 중단됐다.

 

하지만 2021년에 이르러서는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골칫거리로 전락한 상태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다. 사업의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푸리그룹과 시저스엔터테인먼트가 합작투자한 ‘시저스코리아 복합리조트’의 공사가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업은 미단시티 전체 개발 사업의 ‘앵커시설’로 꼽힌다. 같은 영종도임에도 인천국제공항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는 탓에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카지노 같은 위락시설이 필수다.

당초 이 리조트는 2021년 하반기 개장이 목표였지만, 지난해 2월 공사가 중단됐다. 대금을 받지 못한 하도급사인 쌍용건설이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 사업은 중국의 푸리그룹과 미국의 시저스엔터테인먼트사의 합작 프로젝트였는데, 양측은 현재 자금조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두 회사가 갈등을 조율하고 다시 공사를 재개하면 말끔히 문제가 해결될까. 그것도 아니다. 이 복합리조트는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대한 ‘사전적격심사 승인’을 받았다. 사전적격심사는 카지노 사업 허가를 받기 위한 전단계로 복합리조트가 준공되면 심사를 통해 허가를 내준다는 것이다.

‘미단시티 인근의 분양사무실은 굳게 잠겨 있다.

 

심사조건 중 하나는 ‘2021년 3월 개장’이었다. 지금 골조만 드러낸 상태의 유령건물로 1~2개월 뒤 카지노를 오픈해야 한다는 건데, 불가능하다고 본다. 문체부가 이들의 카지노 사업자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다는 말이 돌고 있는 이유다. 미단시티 분양 관계자는 “중국 측은 사업변경 승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반면, 미국 측은 미단시티 사업에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투자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어쩌면 아예 새 파트너를 모색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카지노 면허 효력 잃으면 미래 전망 사라져
핵심사업인 카지노 리조트 개발이 난관을 겪으면서 다른 프로젝트 또한 중단이 불가피한 사태로 치닫고 있다. 시저스코리아 복합리조트에 이어 미단시티의 핵심 개발 사업으로 꼽히던 복합쇼핑몰 ‘굿몰’이 대표 사례다.

추진 중인 미단시티 굿몰은 총 4개동, 지하 2층~지상 5층, 상업시설 1781실, 오피스텔 168실, 면세점 209실, 주차대수 940대로 구성되는 초대형 쇼핑몰이었다.

단순히 판매를 위한 쇼핑몰뿐만 아니라, 국내 유수의 제조수출업체의 전시·상담·판매를 위한 MICE(전시·컨벤션 산업)의 대형 문화복합시설과 같은 역할을 맡을 계획이었다. 외국 바이어와 관광객의 접근성이 뛰어나 상담 회의 등 무역 채널로써 뛰어난 입지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굿몰은 시저스코리아 복합리조트 인근에 위치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였지만 현재 첫 삽도 뜨지 못하고 빈터로 남아있다. 당초 착공 예정은 2018년 하반기였다. 과거 굿몰에서 분양을 담당했던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2016엔 사업설명회를 선착순으로 접수받아 진행할 정도로 분양 수요가 넘쳐났지만 시공사 선정이 물거품되고 이후 지금까지 사업 진행이 감감무소식인 상황”이라면서 “인근의 카지노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는 이상 굿몰의 사업 추진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한국에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좌초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총 사업비 2조 4000억원대로 국내 최대 복합유통단지 개발 프로젝트로 불렸던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나 총사업비 31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던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대표적이다.

중단된 메가 프로젝트들은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 대부분 프로젝트가 2007~2009년께 사업 계획이 발표됐다. 2007년 부동산 경기가 한창 좋던 시절에 발표되거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추락하는 경기를 대규모 프로젝트로 살리겠다’는 취지로 사업이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내수 경기 침체는 각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상당수가 첫 삽도 제대로 떠 보지 못하고 좌초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자체·공기업·민간 출자사가 경기 활황 때 기준으로 무리한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소규모 자본금만 갖고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추진하다가 경기침체라는 직격탄을 맞고 좌초한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프로젝트의 주체였던 지자체와 민간 참여자들은 서로 잘못을 떠넘기고 소송전을 이어갔다.

대형 개발 프로젝트는 부동산 시장에서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인·허가 관계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서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좌초되는 국내 대형 개발프로젝트

미단시티 개발 사업은 근린공원 등 도시 기반시설 조성을 완료했다.

미단시티 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더구나 사업주체가 외국기업이다 보니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갈등이 잘 풀려 정상궤도에 올라도 빛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사실상 끝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영종도 전체가 활기를 잃었다.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며 출입국 통제를 강화한 결과, 인천국제공항을 찾는 발걸음도 뚝 끊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7~11월 외래객 수는 월 평균 6만명대에 그쳤다. 매달 150만명의 외래객 수를 기록하던 2019년과 비교하면 사실상 외국인 관광 산업은 멈춰있는 상황이다.

미단시티 사업의 핵심이 ‘카지노’라는 점도 문제다. 물론 이 사업은 매력적이다. 영업이익이 매출의 20%에 육박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크며, 현금흐름도 타 업종에 비해 독보적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우리나라 경제의 활로를 뚫을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혔다. 원자재 수입 없이 고용을 창출하고 내수 연관 산업을 돌아가게 하는 등 이런 돈이 되는 외화벌이 산업이 없다는 평가다. 관광객 유치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관광객의 체류 기간을 연장시키고 이들의 경비 지출을 유도하는 최고의 관광 아이템으로 불린다.

하지만 외국인 카지노는 항공 운항이 정상화돼야 본격적으로 수요가 살아나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국내 외국인 카지노 양대 산맥인 파라다이스와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지난해 실적이 바닥을 쳤다. 파라다이스는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카지노 누적 매출이 3353억원을 기록했다고 1월 6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7840억원) 대비 57.2% 감소한 수치다. GKL의 카지노누적 매출은 186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4415억원) 대비 57.9% 매출이 빠졌다.

◇ 지난해 제주드림타워 성공적 오픈, 올해 본격 영업

지난 해 말 개장한 제주 드림타워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카지노와 쇼핑몰, 호텔 등을 구성해 성공적으로 오픈했다

물론 개발 산업 전체가 난항을 겪고 있는 건 아니다. 최근 카지노와 호텔, 쇼핑시설을 구성해 성공적으로 오픈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말 오픈한 롯데관광개발의 도심형 복합리조트 ‘제주 드림타워’가 대표적이다. 제주 드림타워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성공적으로 오픈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써 역할을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출범했다. 규모면에서 압도적이다. 기존에 가장 높았던 롯데시티호텔(89m)보다 2배가량 높고, 연면적(30만3737㎡)으로는 여의도 63빌딩의 1.8배에 이를 만큼 큰 규모다.

제주 드림타워 역시 핵심 수익 콘텐츠는 가동을 앞두고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이지만, 다른 시설을 연계시켜 빠른 안착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리조트의 상층부를 차지한 호텔은 국내 최초의 올 스위트 객실(1600개)로 구성된 ‘그랜드 하얏트 제주’가 구성돼 눈길을 끈다. 200명의 K패션 전문가가 참여한 한류 쇼핑몰 ‘HAN컬렉션’도 향후 성장성이 기대된다.

이 밖에도 스카이뷰를 즐기면서 다앙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38층 스카이데크, 제주의 밤을 수놓을 국내 최대 규모(가로 241m, 세로 42m)의 미디어파사드, 분수쇼와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 이벤트가 펼쳐질 ‘그랜드플라자’광장도 마련됐다. 롯데관광개발은 2021년부터 5년간 7조5200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제주 드림타워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향후 3년간 5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점망하고 있다.

◇ ‘골든 테라시티’로 이름 바꾼다고 달라질까
반면 미단시티는 관광 콘텐츠가 전면 백지화될 전망이다. 현재 인천도시공사는 미단시티 개발사업을 ‘골든 테라시티’로 이름을 바꾸고 새 도시 마케팅 용역을 준비 중이다. 카지노를 의미하는 ‘황금’을 새로운 이름에 반영하는 등 카지노를 특화한 지역으로 새롭게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토지보상금과 도시기반 사업에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부은 상황에서 내놓은 고육지책이지만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 복합리조트는 외자유치를 구실로 국방부의 ‘특혜’를 받았었다. 부지 인근 금산 정상에 있는 공군 미사일 레이더기지 때문에 대공방어 협조 구역으로 고도가 제한돼 미단시티에는 높이 100m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었는데도 복합 리조트를 150m(27층)까지 건축할 수 있도록 해줬다. 인천도시공사와 국방부가 68억원을 들여 49m의 인공 구조물을 올려 레이더기지 건축물 높이를 올려줬기 때문이다.

인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미단시티 같은 대형 부동산사업은 좌초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면서 “인천시가 자금 조달 방안과 공영개발 등 정상화 해법을 검토하지 않는다면 영종도 경제 전반의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말 많고 탈 많은 미단시티 개발 사업, 장애물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