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아웃도어 선전, 흔들린 여성복, 코로나 파고에 엇갈린 희비

아웃도어·어덜트 여성복 브랜드 2020 매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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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

패션산업은 악몽 같은 2020년을 보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민들은 꼭 필요한 품목이 아니면 지갑을 열지 않았다. 이런 소비행태는 통계로 잘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우리나라 가계의 4대 필수 지출 품목의 지출은 84조 8166억원으로 전체 소비지출(209조1331억원)의 40.56%를 차지했다. 가계의 4대 필수 지출 품목으로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임대료 및 수도 광열·가계시설 및 운영·의료 보건 등 4개 항목이 꼽힌다.

4대 필수 지출 품목이 전체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은 건 1999년 4분기(40.29%) 이후 약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4대 필수지출 품목 외에 다른 품목에 대한 소비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반면 ‘의류 및 신발’ 품목은 필수 품목이 아닌 경기에 따라 비교적 간단하게 줄이고 늘릴 수 있는 품목이다.

지난해 경기 불황으로 패션산업은 제조업계보다 심한 불황을 겪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을 살펴보면 제조업은 지난해 1분기 2분기 각각 -1.85%, -12.70%의 매출 감소율을 보였지만 섬유·의류업의 1분기(-8.33%)ㆍ2분기(-15.90%)로 매출 감소폭이 더 크게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여성복 브랜드의 실적을 갉아먹었다. ‘집콕족’이 증가하고 마스크가 일상화가된 영향이 크다. 샤트렌(위), 지센(아래)

코로나팬데믹으로 패션 업계 전체가 매출과 이익에 직격탄을 맞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어덜트 여성복 브랜드의 타격이 심각했다. 대표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의 2019년 매출은 1447억7900만원이었는데, 지난해엔 1158억1400만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매출 감소폭은 20.0%나 된다.

이 밖에도 ‘지센&지스바이(-21.6%)’ ‘쉬즈미스(-16.0%)’ ‘리스트(-15.8%)’ ‘올포유(-21.2%)’ ‘크로커다일레이디(-24.1%)’ ‘올리비아하슬러(-22.1%)’ ‘샤트렌(-28.9%)’ ‘베스티밸리(-18.5%)’ ‘SI(-22.8%)’ ‘PAT(-17.1%)’ 등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넘는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이중 샤트렌과 크로커다일레이디는 4분의 1에 가까운 매출이 증발했다. ‘샤트렌’은 2019년엔 573억39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가 지난해엔 407억8700만원으로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2019년 1940억4400만원에 달했던 ‘크로커다일레이디’의 매출은 지난해 1472억7500만원으로 급감했다. 아예 매출 단위가 바뀐 회사도 있었다. 2019년 1054억 7300만원을 벌어들였던 리스트는 코로나 파고를 겪은 2020년 매출이 887억87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로 자리 잡았고, 재택근무를 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자신을 돋보이려고 신제품 옷을 구매할 필요가 없어진 탓이 크다. 코로나19로 밖에 외출하지 않고 ‘집콕’ 생활이 익숙해진 것이다. 특히 이들은 가두 점포를 중심으로 한 유통채널을 갖춘 브랜드들이다. 온라인 유통 비중이 전체의 10% 내외인 오프라인 중심 브랜드들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 때마다 실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2021년 해가 바뀌었지만 반전은 없었다. 올해 들어 위 11개 여성복 브랜드 중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에 성공한 브랜드는 단 한곳도 없었다(2021년 1월 1~3일 매출 기준). 오히려 올리비아로렌(-39.2%) 지센&지스바이(-35.7%) 쉬즈미스(-31.3%) 크로커다일레이디(-39.4%) 등은 더 큰 폭으로 매출이 떨어졌다. 아예 매출이 반토막이난 브랜드(올리비아하슬러-54.0%)도 있었다. 샤트렌의 매출 감소폭은 -74.8%나 됐다.

◇ 아웃도어 하반기 큰 폭 반등, 최상위 브랜드 신장세로 마감

코로나19 위기에도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비교적 선방했다. 여행과 레저, 캠핑, 등산 활동 인구가 급증하면서 성장 모멘텀이 만들어지고, 브랜드별 차별화 전략이 통한 덕분이다. (위)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아래)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그렇다고 패션업계 모두가 울상을 지은 건 아니다. 아웃도어 업계는 의외로 선전했고, 하반기부터 크게 반등해 일부는 전년대비 신장세로 전환됐다. ‘노스페이스’ ‘디스커버리’ ‘K2’ ‘네파’ ‘블랙야크’ ‘아이더’ ‘코오롱스포츠’ ‘콜롬비아’ 등 9개 아웃도어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 총합은 2조 7980억원 이었다. 2019년 매출 2조7250억원에 비해 2% 상승 마감했다. 전체 패션산업 실적이 빨간 불이 들어온 가운데, 아웃도어 상위권 업계 매출은 애초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던 셈이다.

심지어 2019년보다 매출이 상승한 브랜드도 있다. 지난해 매출 상승이 가장 돋보인 브랜드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로 2019년 대비 무려 750억원이 오른 3150억원을 달성했다. 신장율 31%를 보인 것이다. 그 다음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었다.

2020년 40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9년 매출 3570억원보다 12.4% 오른 수치다. 이 밖에도 노스페이스가 지난해 4790억원 매출을 일으키면서 전년 보다 8.3% 상승한 매출을 기록했다. 노스페이스는 십 수년째 연속해서 아웃도어 전체에서 매출 1위를 계속해서 기록하고 있다. K2의 지난해 매출 역시 2019년보다 4.7% 상승했다. ‘네파(-11.3%)’ ‘블랙야크(-9.7%)’ ‘아이더(-4.5%)’ ‘코오롱스포츠(-3.3%)’ ‘컬럼비아스포츠웨어(-5.5%)’등은 2019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했다. 하지만 우려가 크진 않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매출 감소를 겪긴 했지만 하반기 들어 매출이 점점 회복되고 있는 추세”라면서 “실내가 더 위험한 코로나바이러스를 피해 사람들이 밖으로 나간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실내 수영장과 피트니스 시설 등이 폐쇄되거나 엄격 관리되는 것에 비해 야외 활동은 자유로운 편이다. 등산, 낚시, 골프, 자전거 라이딩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폭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덩달아 아웃도어 의류와 용품이 함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등산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대표적인 아웃도어 활동으로 등극했다. ‘산린이(등산+어린이)’란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등산이 비교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즐길 수 있는 야외 활동이란 점이 주효했다. 또한 레저와 여행 등의 강세에 맞춰 각각의 브랜드들도 젊은 감각의 트렌드를 반영해 발빠르게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아웃도어 브랜드의 매출은 상승세에 있다. 2021년 1월(1~17일 기준) 매출 현황을 보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좋은 실적을 거뒀다. 노스페이스(24.9%) 디스커버리(50.0%) K2(40.3%) 블랙야크(12.4%) 네파(14.4%) 아이더(20.4%) 코오롱스포츠(13.4%) 콜롬비아(79.9%) 등으로 전체 브랜드가 모두 두 자릿수가 넘는 매출 상승율을 보였다. 출발이 좋다. 올해 적어도 아웃도어 업계는 더 이상 춥지 않을 것이란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