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열풍 속 불편한 이야기

동물실험•성분 없는 화장품 선호, 비건 외 화장품 기피현상은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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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장품 업계에 안전한 화장품을 뜻하는 ‘클린뷰티’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유기농, 자연, 비건 등을 강조하는 화장품들이 계속해 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채식주의자’라고 통용되며 육식을 먹지 않는 것이 주된 실천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는 비건(Vegan) 열풍이 화장품으로 확대되면서 비건을 콘셉트로 내세운 브랜드들이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 비건 바람이 거세다. 뷰티 스페셜리스트 카리사 제인스(Carisa Janmes)가 창립한 아워글래스 코스메틱은 메이크업 제품임에도 비건 화장품이다. 사진=아워글래스

비건 화장품의 정의가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흔히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유래 성분, 또는 동물관련 유전자 0%여야 받을 수 있는 인증을 획득한 화장품을 의미하는 화장품을 뜻한다.

동물실험을 반대하고, 동물성분을 담지 않은 비건 화장품은 천연화장품과 혼동되기도 한다. 사진=픽사베이

세부 내용에서는 다소 차이들이 있지만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화장품이라는 콘셉트로 유럽을 시작으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 역시 유럽 수출을 겨냥해 비건 콘셉트를 내세우며 제품을 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시장이다.

육식을 하지 않는 비거니즘은 최근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비건 화장품과 관련된 브랜드들은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2004년 뷰티 스페셜리스트 카리사 제인스(Carisa Janmes)가 창립한 아워글래스 코스메틱은 슬릭 시크(Sleek Chic) 패키징에 피부에 베일처럼 감기고 밀착되는 놀라운 텍스처, 그리고 자연스럽지만 우아하고 세련된 발색력이 조화된 럭셔리 퍼포먼스 메이크업의 아이콘이다. 흔히 비건 하면 떠오르는 내추럴한 느낌이 아닌 글램 이미지가 강한 아워글래스는 놀랍게도 친환경 성분만을 사용하는 비건 브랜드다.

멜릭서는 한국 최초의 비건 화장품 브랜드로, 화장품 회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피부에 유해한 성분 사용과 잔인한 동물 실험을 안타깝게 여긴 이하나 대표가 창업했다. 이 대표는 창업 이전, 해외 화장품 제품과 자신이 직접 만든 비건 화장품들을 사용해본 결과 화학 방부제가 첨가된 화장품보다 자연 성분을 활용한 친환경적인 화장품이 피부 재생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점에 착안해 창업을 결심했고 멜릭서가 탄생했다.

멜릭서는 자연의 가치를 담은 비건 스킨케어 제품을 통해, 피부 고민과 환경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한다. 때문에 천연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고 동물 실험에 일절 반대, 파라벤과 같은 화학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닥터브로너스는 비건 화장품을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물보호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닥터브로너스

대표적 비건 브랜드 중 하나인 유기농 스킨&바디케어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Dr. Bronner’s)는 전 제품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윤리적으로 얻은 비즈왁스를 사용한 밤 제품 외에는 동물성 원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아 미국의 비건 액션(Vegan Action), 영국의 비건 소사이어티(The Vegan Society) 같은 채식 관련 비영리 단체의 정식 인증을 받았다.

2016년 8월 미국 메이크업 브랜드 ‘캣본디’는 인스타그램에 ‘드디어 카민이 포함되지 않은 섀도를 만들었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올렸다. 카민은 연지벌레에서 추출되는 염료로 붉은색이 필요한 대부분의 메이크업 제품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동물성분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이런 카민 성분조차 포함되지 않은 완전한 비건 코스메틱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외에도 호주의 비건 메이크업 브랜드 이니카(Inika), 윤리적 립스틱 전문 브랜드 악시올로지(Axiology), 마스카라에 사용되는 밀랍조차 동물성 원료나 부산물을 사용하지 않는 비닷(B.), 동물 털을 사용하지 않는 브러시 브랜드 에코 툴스(eco tools) 등 이미 수십 개의 비건 화장품 브랜드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 비거니즘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전문가들은 ‘동물권, 환경 보호, 건강’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면서 이를 지키기 위한 ‘비건 라이프’가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비건(Vegan)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소비자들이 많다.

화장품 브랜드 디어달리아는 비건 화장품을 컨셉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디어달리아

일부 소비자들은 비건 화장품을 천연·유기농 화장품을 같은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천연화장품이란 천연원료를 비화학적으로 추출해 직접 제작하는 화장품이다. 특히 화학성분중에서도 파라벤류의 방부제(프로필파라벤, 메칠 파라벤, 페녹시에탄올 등)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재료들을 이용해 제작하는 화장품이다. 유기농화장품은 유기 원료로 만드는 화장품을 이야기한다. 다시 비건화장품 이야기로 돌아와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비건 화장품은 ‘착한 화장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 오해를 양산하기도 한다.

◇ 비건화장품 외 ‘나쁜 화장품’이라는 생각은 큰 오해

비건 화장품 멜릭서

다수의 브랜드들이 ‘비건 화장품=착한 화장품’이라는 인식을 강조하는 공격적인 홍보, 마케팅으로 비건 화장품 콘셉트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비건 화장품 기업이라고 홍보하지만 한 개 브랜드만를 비건 제조한 기업도 있고, 브랜드 중 일부 제품만을 비건으로 만든 기업, 비건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동물실험이 의무화된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기업 등에 대해 ‘비건 화장품=착한 화장품’이라는 공식이 통하느냐 문제는 또다른 논란이다.

일례로 대표적인 동물실험 반대 운동을 펼치며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화장품의 동물실험 금지를 이끌어 낸 더바디샵은 비건 화장품의 대표명사지만 모회사인 로레알그룹의 대다수는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비건을 모토로 내세우며 인기를 얻고 있는 아워글래스 역시 다수의 브랜드가 중국에 수출되고 있는 유니레버가 모회사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같은 상황이며, 일부 브랜드들도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을 런칭했지만 이들 다수의 제품은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

이니스프리 비건 제품인 심플라벨은 건강한 아름다움을 위한 저자극 포뮬러의 클린&미니멀 메이크업을 제시한다.

어떤 중소기업들은 아예 비건을 콘셉트로 브랜드를 런칭했지만 중국 수출을 하면서 일각에서는 ‘콘셉트만 비건’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다. 물론, 중국 수출을 포기한 기업들도 있고 모회사조차 비건을 소신으로 내세우며 중국 수출을 거부하는 기업도 있다. 그렇다면 이분법적 해석으로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화장품 기업들은 착하지 않거나 나쁜 화장품이라는 소리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부분이다.

최근 꽃의 한 종류인 수선화를 화장품 원료로 추출해 사용하고 있다. 수선화 수출물은 트러블 피부케어 제품에 주로 사용한다.

최근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화장품 용기에서 플라스틱을 퇴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적인 사항으로 단계적인 개선이 약속됐고, 실제로 클린 뷰티라는 이름으로 많은 브랜드들이 플라스틱 용기와 이별을 고하고 있다.

동물실험 완전 퇴출 역시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화장품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제로화 하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과 노력, 큰 비용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비용 부담은 화장품 최종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일부는 소비자들도 부담하게될 것이다.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실험이 없는 경우, 어쩔 수 없이 동물실험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실 이는 화장품으로 의약품 수준의 효능, 효과를 얻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반영된 결과다. 더 좋은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더 좋은 성분을 화장품에 사용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안전성에 대한 검증 역시 마찬가지다.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동물실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플라스틱 퇴출 노력과 돌물실험 없는 비건 화장품에 대한 노력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플라스틱 퇴출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공감과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지만 동물실험에 대해서는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세계 최대 화장품 소비국가인 중국에서도 최근 플라스틱 퇴출을 위한 강력한 규제들이 생기고 있다. 세계 흐름에 중국 정부도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화장품 동물실험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대체실험법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최근 몇몇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에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동물실험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중국에서 동물실험이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메이크업 브랜드 아워글래스(HOURGLASS)의 ‘언락드 인스턴트 익스텐션 마스카라’는 브랜드의 신념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제품이며, 100% 비건 성분만으로 제작된 비건 제품이다.

다만, 세상이 변화되고 있고, 기업들 역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비건 화장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화장품 업계의 비건 열풍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소신을 갖고 있는 화장품 기업들이나 브랜드들이 이에 동참하고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실제로 다수의 국가가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미국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153억달러(역 17조)다. 2010년 중반 이후 연평균 6.3%씩 성장해 2025년에는 208억달러(약 2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금은 과도기다. ‘중국 수출=거짓된 비건 화장품’이라는 공식은 극히 개인적인 소신의 문제다. 우리 주위에는 아예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이들이 화장품 사용유무를 선택했듯이, 비건 화장품 선택 유무도 소비자가 결정할 일이다. 비건 화장품을 콘셉트로 내세운 기업이나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각과 구매 또한 소비자의 또 하나의 선택이다.

지금은 변화를 응원하고 다만 선택 여부는 각자 결정할 일이다. 기업들 역시 소신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과도하게 홍보하고 경쟁사를 깎아 내리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시대 이후 우리가 생각했던 명품의 기준도 바뀔 것이란 분석도 있다. 기업이 갖는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가치 소비가 정착되는 지금, 기업들이 갖는 동물실험에 대한 평가가 바뀌고, 이에 따른 브랜드와 기업의 가치 평가도 바뀔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지적하기보다 응원을, 비방하기보다는 선택을, 콘셉트가 아닌 진정한 소신을 만들어가는 여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