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출발한 ‘롯데온(on)’, 뒷걸음질만 지속

중고나라, 이베이코리아 인수 통해 업계 톱(TOP)자리 탈환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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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8일 공식 런칭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ON)’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이커머스 강자 쿠팡이 미국 증시에 입성하고, SSG닷컴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롯데온의 긍정적 분위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4월 정식 출범한 온라인 통합 플랫폼 ‘롯데온’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업체인 중고나라의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했고, 이베이코리아 인수 전에도 참여한 상태라서 향후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서울 명동 본점 전경)

롯데온은 자사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다. 지난 2018년 롯데쇼핑이 온라인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e커머스 사업부를 신설하며 만든 결과물이다.

롯데온은 고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쇼핑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민의 75%가 롯데의 회원이라는 점에서 출범 당시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특히 롯데는 롯데온을 유통사업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아, 오는 2022년 흑자 달성, 2023년 매출 20조원 달성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 전개를 선언한지 1년이 지난 현재 롯데온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롯데쇼핑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부문에서 1379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흩어져 있던 백화점·마트·하이마트 등 이커머스 부문을 통합하기 전인 2019년보다 27%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는 948억원으로 전년보다 69% 늘었다. 매출은 줄고, 적자는 늘어나는 전형적인 마이너스 성장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추가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온라인 외부 전문가 도입을 통한 획기적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롯데그룹은 칼을 빼들었다. 지난 2월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외형적으로는 자진 사퇴 형식이지만 실제는 실적부진으로 인한 경질이라는 시각이 크다. 조영제 사업부장 퇴진 직후 롯데그룹 측은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롯데온을 정상화 궤도로 올릴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곧 영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런칭 당시만 해도 롯데의 다양한 유통 인프라를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시행착오만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온 출범 이후 롯데 쇼핑몰 거래액 추이는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2분기 거래액은 1조8000억원대로 1분기 대비 1000억원가량 줄었다. 롯데온의 지난해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증가에 그쳤다. 다른 이커머스가 승승장구할 때 롯데온만 지지부진했던 것이다. 지난해 쿠팡은 2019년 대비 41% 거래액이 늘어난 2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11번가 역시 전년 대비 10% 늘어난 10조원이 거래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이커머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던 것을 감안한다면 롯데온의 성적은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롯데온의 실패에는 시스템 불안도 한몫했다. 잦은 결함과 일시적인 트래픽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접속 오류를 빚었다. 프로모션 당시에도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체면을 구겼다. 상품 소개가 부족하고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소비자 민원도 제기됐다.

◇ 또 다시 다양한 방법 시도, 결실은 물음표

롯데그룹은 이커머스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를 초청해 강연을 진행했다. 사진=롯데쇼핑

롯데는 변화하는 이커머스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에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를 초청해 강연 시간을 가졌다. 당시 업계는 롯데그룹이 마켓컬리 대표를 초청한 것을 두고 그만큼 롯데가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강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해 대표이사, 롯데지주와 각 사업 부문(BU) 소속 임원 등 150여명이 시청했다. 또한, 롯데온은 배송 플랫폼 스타트업 ‘PLZ’와 손을 잡고,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릴레이 배송’을 시범 운영 중이다. 배달 기사가 지역 거점까지만 배송하고 이후 오토바이나 보도로 ‘플렉서’가 직접 고객의 문 앞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빠른 배송을 위해 시도한 것이지만 일부에서는 배송비용 증가 등의 문제가 있다고 거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차별화 정책으로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품 구성 측면에서 그로서리(식료품)를 중심으로 강화하고, 이를 위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반등 노려

롯데그룹은 거래액 규모가 20조원 수준에 이르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참가해 온라인 시장에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온라인 커머스 사이트 지마켓, 옥션, 지구를 운영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최근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에 롯데가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커머스 사업의 부진을 타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거래액 규모가 20조원 수준으로, 네이버·쿠팡에 이어 업계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이커머스 사업 몸집을 불릴 수 있고, 이커머스 운영 전문 인력도 대거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며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3월 16일 예비입찰을 마감했다. 신세계와 롯데 같은 유통 대기업은 물론, 11번가를 자회사로 둔 SK텔레콤과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PPF)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이들 업체는 실사를 통해 이베이코리아의 경영 지표 등을 확인한 후 본 입찰 여부를 결정한다. 본 입찰은 5~6월쯤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여사는 저마다 복잡한 셈법을 이어가고 있다. 5조원으로 예상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e커머스 선두 기업인 네이버, 쿠팡과 격차를 좁힐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23일 서울 롯데빅마켓 영등포점에서 열린 제51회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올해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이커머스 부문에서 열세를 만회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롯데는 지난 3월 23일 국내 1위 온라인 중고거래 업체인 중고나라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유진자산운용, NH투자증권-오퍼스PE(기관투자형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하기로 최근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거래 금액은 1150억원이다. 롯데 내 투자 주체는 롯데쇼핑으로, 투자금은 300억원이다. 공동 투자자 중 롯데쇼핑만 전략적 투자자(SI)다.

롯데쇼핑은 나머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언제든 중고나라의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중고 거래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강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활성화된 시장 중 하나이다. 미국의 중고 플랫폼인 넥스트도어는 50억달러(약 5조6430억원, 작년 10월 기준)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으며, 일본 중고 플랫폼인 메루카리의 시가총액은 3월 23일 기준 8조8525억원에 달한다. 주당 1500엔이던 주가가 1년 만에 5420엔으로 뛰었다.

롯데가 이러한 중고 거래 시장에 뛰어든 것은 20조원 규모로 성장한 중고거래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중고 거래 시장은 쿠팡,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과는 차별성이 있다. 수많은 지역 거점을 기반으로 신뢰와 유대를 통해 비즈니스를 펼치는 형태이다.

롯데온 홈페이지 화면. 사진=롯데쇼핑

롯데는 중고나라 인수를 통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유통 및 물류 역량을 결합하면 단숨에 중고나라의 가치를 키울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예컨대 안전한 중고거래를 위해 백화점, 마트, 편의점, 영화관, 놀이동산 등 롯데의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이 같은 롯데의 공격적 행보는 신동빈 회장의 결단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시각이다. 연초 신동빈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공격적인 경영을 강조했다. 특히 이커머스 사업 부진에 대해 사장단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제 사업부장 경질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오프라인에서는 공룡이지만 온라인에선 그만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단숨에 이커머스 강자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맞수’인 신세계그룹이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띄우기 위해 네이버ㆍ11번가 등과 사업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을 정도로 최근 이커머스 업계는 생존을 위한 싸움을 지속하는 추세이다.이러한 생존 싸움 속에서 롯데온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지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