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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빵과 80년 모나카…백화점·외식이 디저트 IP에 빠진 이유

국내 리테일 유통 채널과 프리미엄 외식업계에서 디저트를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디저트는 쇼핑 중간에 잠시 들르는 편의 시설이나 식사 끝에 서비스로 제공하던 보조 메뉴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 둔화와 내구재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디저트는 백화점 전 층의 유동 인구를 견인하는 핵심 앵커 테넌트이자 외식 매장의 최종 결제 단가를 방어하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은 해외 베이커리를 유치하거나 반세기를 넘긴 전통 제과 명가의 지식재산권(IP)을 식후 코스로 편입시키는 등 검증된 디저트 콘텐츠를 선점하려는 기업 간 큐레이션 경쟁이 오프라인 상업 시설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유통 지형의 변화는 소비 침체기 속에서 고가 패션과 잡화 구매 주기가 길어진 반면, 즉각적인 미식 경험을 통해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이른바 가치 소비가 확고히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미식 트렌드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희소성 있는 디저트는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찾아야 할 가장 직관적인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커머스가 생필품과 패션 쇼핑을 빠르게 흡수하는 환경에서 디저트가 가진 시각적 화제성과 현장 중심의 감각 경험은 이커머스가 대체하기 힘든 영역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미친맛집 팝업스토어에서 후쿠요시카페 상품을 소개하는 모델02(제공 신세계백화점)

유통사와 외식 사업자 관점에서도 디저트 카테고리는 단위면적당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대규모 주방 인프라와 배기 설비를 필요로 하는 일반 식음 매장에 비해 디저트 매대는 상대적으로 적은 평수에서도 높은 회전율을 기록하며 평당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유행 주기가 빠른 식음료 트렌드의 특성을 반영해 2~3주 단위로 매장을 교체하는 단기 팝업 방식을 취할 경우, 유휴 공간의 공실 위험을 낮추면서 고객의 재방문 주기를 단축하는 유통 유연성을 확보하게 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방송 미디어의 화제성과 노포 브랜드의 역사적 신뢰도를 결합한 차별화 작업이 구체적인 상업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하 1층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에서 2026년 10월 20일부터 11월 25일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식 프로그램 ‘미친맛집’에 방영된 일본 명물 디저트 팝업스토어를 순차 전개하며 긴 대기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11월 9일까지 먼저 문을 연 홋카이도 ‘후쿠요시카페’는 아사히바시 다리를 본뜬 데니쉬 그릴 빵과 현지산 팥을 활용한 시그니처 음료를 선보였으며, 11월 10일부터 25일까지는 교토의 밤 디저트 전문점 ‘사오리’가 1mm 두께의 밤 무스를 얹은 비단실 몽블랑 케이크를 한정 수량으로 내놓는다. 미디어 검증을 거친 해외 로컬 브랜드를 발굴해 단독 공간을 배정함으로써 온라인상의 대기열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직접 이식하고 집객 규모를 극대화한 전략이다.

테이블 단가 방어가 절실한 고급 외식 매장 역시 검증된 디저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한우 브랜드 창고43은 1946년 개업해 80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 대표 제과점 태극당과 손잡고 전국 매장에 찹쌀 모나카와 찹쌀 모나카 플레이트 2종을 식후 메뉴로 출시했다.

창고43 X 태극당 협업 디저트 메뉴 이미지(제공 다이닝브랜즈그룹)

바삭하고 쫀득한 피 안에 우유 아이스크림을 채운 고유 메뉴에 통단팥과 볶은 현미를 더해 식사의 마무리를 고급화했다. 이는 조서형 셰프와의 협업 메뉴인 ‘셰프 맡김 차림’ 및 ‘셰프 한우 셀렉션’으로 시작된 다이닝 경험을 후식까지 끊김 없이 연결하는 설계다. 고객이 고기를 먹은 뒤 인근 카페로 빠져나가는 소비 이탈을 원천 차단하고 매장 내에서 부가 매출을 일으키는 락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디저트를 매개로 한 테넌트 큐레이션은 오프라인 리테일 부동산의 가동률과 브랜드 가치를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백화점 식품관에 유입된 디저트 소비층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상층부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이동하며 전 층의 연계 결제를 견인하는 분수 효과를 만들어낸다. 외식 브랜드 역시 검증된 전통 제과 IP를 품음으로써 메뉴 개발에 수반되는 R&D 비용을 아끼고 브랜드의 프리미엄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실익을 누린다.

향후 F&B 및 리테일 유통 시장에서는 단일 메뉴를 단순 진열하는 식의 수동적 매장 운영은 설 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나 강력한 지역 헤리티지를 보유한 외부 IP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자사 공간에 독점적으로 결합하는 기획력이 점포의 생존과 단위면적당 수익성을 가를 전망이다.

유통사와 브랜드 운영사는 제품의 품질 균일성을 담보하는 물류 체계를 다지는 한편, 현장 방문 경험을 포장 및 선물용 상품으로 전환하는 옴니채널 유통망을 촘촘히 구축해 집객의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회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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