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F&B 산업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한때 마케팅 문구나 시범 사업 수준에 머물던 인공지능이, 이제는 피자를 굽는 로봇과 사흘 뒤 판매량을 예측하는 발주 화면, 심야 문의를 받아내는 챗봇의 얼굴로 매장 곳곳에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건 접목 방식이 브랜드마다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누구는 조리와 전달을 통째로 자동화하고, 누구는 데이터로 수요를 미리 읽으며, 또 누구는 고객 응대와 브랜드 경험에 AI를 얹는다. 최근 공개된 사례들을 따라가 보면 외식업이 AI를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 로봇이 굽고 나르는 매장… GTGO, 조리부터 전달까지 ‘완전 무인화’에 나서다
가장 물리적인 접목은 고피자에서 사명을 바꾼 글로벌 푸드테크 기업 GTGO에서 나온다. GTGO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글로벌 팁스(Global TIPS)’에 최종 선정돼 약 50억 원의 사업화 자금을 확보하고, 로봇·AI 전문 기업 엑스와이지(XYZ)와 손잡고 24시간 무인 F&B 매장 개발에 나섰다.
이미 여러 현장에서 검증된 고피자의 피자 솔루션에 XYZ의 무인 커피 솔루션 ‘바리스(BARIS)’와 세미휴머노이드 로봇 ‘두스(DEUX)’를 결합해, 조리부터 포장·이송·전달까지 매장 운영 전반을 자동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간 GS25·CGV·PC방처럼 전문 주방이나 숙련 인력을 두기 어려운 공간에까지 피자 솔루션을 심어온 GTGO는, 여기에 사람이 맡던 포장·전달 마저 기계로 넘겨 완전 자동화된 ‘F&B 풀 스택매장’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모델을 국내에 가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GTGO는 이미 11개국 1,500개 이상 공간에서 사업을 운영 중이며, 이번 무인 매장 역시 한국에서 검증을 마치는 대로 싱가포르·인도 등 진출 시장에 곧바로 적용한다. AI 자동화가 장비 판매를 넘어 ‘식품을 파는 방법’ 자체를 수출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셈이다.

◇ 미래를 읽는 AI…한촌설렁탕은 ‘수요’를, 맘스터치는 ‘상권’을 예측한다
GTGO가 매장의 ‘앞단’을 기계로 바꿨다면, 한식 프랜차이즈 한촌설렁탕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뒷단’에 AI를 넣었다. 이연에프엔씨가 운영하는 한촌설렁탕의 ‘AI 스마트 발주’ 시스템은 향후 사흘간의 예상 판매량과 매출을 예측해, 그에 맞는 식자재 발주량을 점주에게 미리 제시한다.
각 매장의 과거 판매 데이터에 기상·계절성까지 얹어 AI가 품목별 추천 수량을 뽑아주면, 점주는 발주 화면에 뜬 숫자를 참고해 주문하는 방식이다. 성과는 성수기에 두드러졌다. 주문이 몰렸던 올해 삼복 당일, 대표 메뉴 누룽지반계탕의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24.3% 늘었고 판매량은 19.3%, 홀 판매량은 30.6% 증가했다. 복날처럼 특정 메뉴가 단기간에 폭증하는 대목에도 조기 품절이나 과잉 재고 없이 대응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3일 매출 예측’ 정확도 역시 데이터가 쌓이며 올해 1월 84.2%에서 6월 87.7%로 올랐고, 현재 전국 매장의 약 65%가 이 시스템을 활용한다. 같은 예측이라도, 맘스터치는 시선을 ‘어디에 낼 것인가’로 돌렸다. 토종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는 지난 4월 빅데이터와 AI를 접목한 ‘지능형 상권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상권 분석부터 출점, 운영 관리까지 한 흐름으로 묶었다.
유동 인구·경쟁사·지역 지수 등 55개 지표를 종합해 출점 가능 영업권인 ‘화이트 스페이스’를 선제적으로 골라내고, 입지 선정 단계에서 AI 기반 손익(P&L) 시뮬레이션으로 예상 매출과 임대료·인건비를 반영한 영업이익까지 자동 산출한다.
업계 최다인 전국 1,49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쌓은 출점·운영 노하우를 데이터로 바꿔 매출 예측 모델을 세운 것으로, 신규 출점 성공률은 높이고 기존 점주의 영업권은 지키겠다는 계산이다. 맘스터치는 이 시스템을 발판으로 향후 매장을 약 2,200개까지 늘릴 수 있다고 본다. 20여 년의 감(感)에 기대던 출점 판단을 데이터가 대신하기 시작한 셈이다.

문의의 약 60%를 자체 해결하고 있다.
◇ 24시간 챗봇에서 ‘AI 전시’까지…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에도 스며들다
AI는 매장 운영의 안쪽만 파고드는 게 아니다.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접점에서도 활용법이 갈린다. 이디야커피가 지난 4월 공식 홈페이지와 이디야 멤버스 앱에 ‘버튼형 챗봇’과 생성형 AI ‘상담원’을 결합한 상담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365일 24시간 응대가 가능한 이 챗봇은 전체 고객 문의의 약 60%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버튼형 메뉴로 자주 찾는 정보를 빠르게 안내하고, 맥락 이해가 필요한 질문은 AI 상담원이 받는 구조다. AI가 풀기 어려운 문의는 기존 대화 흐름을 유지한 채 전문 상담원에게 넘겨, 고객이 같은 이야기를 두 번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였다. 여기서 쌓이는 고객의 소리(VOC)는 서비스 개선과 마케팅 인사이트로 활용할 방침이다. 단순 문의를 AI가 걷어내면서 상담 인력은 복잡한 응대에 집중하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같은 고객 접점이라도, 굽네는 AI를 브랜드 경험으로 승화시켰다. 굽네를 운영하는 지앤푸드는 홍익대와 함께 굽네 플레이타운에서 ‘AI·로봇·모빌리티 시리즈 전시’를 열고, 생성형 AI로 제작한 영상 29편을 선보였다. 앞서 AI 맞춤형 영상 메시지 ‘추추레터’, AI CM송 콘테스트 같은 참여형 콘텐츠로 AI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써온 연장선이다. AI 활용이 주방과 상담을 넘어 ‘무엇을 파는 브랜드인가’를 보여주는 도구로도 번지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원을 돌파했다.
◇ 본사를 넘어 개별 점주에게로…티오더, ‘사장님의 AI’로 현장을 파고들다
여기까지가 프랜차이즈 본사 단위에서 벌어지는 AI 도입이라면, 정작 카운터를 지키는 개별 점주에게 AI가 어떤 편의로 닿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이 지점을 정면으로 파고든 곳이 국내 1위 테이블 오더 기업 티오더다. 티오더의 AI는 단기간에 튀어나온 기능이 아니다.
지난 8년간 전국 35만 대 이상의 태블릿으로 쌓아온 오프라인 주문·결제 데이터 위에 세워졌다. 출발점은 올해 4월 선보인 소상공인 AI ‘티오더 GPT’ 베타였다. 사장님들이 평소 쓰는 카카오톡 대화창에 “떡볶이를 분식 카테고리로 옮기고 순서를 바꾼 뒤 베스트 상품으로 설정해 줘” 같은 복합 명령을 입력하면, AI가 맥락을 읽어 상품 변경·품절 설정 같은 메뉴 관리를 3초 안에 처리해준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원을 기다릴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잘못 반영될까 하는 걱정도 덜었다. 모든 수정은 적용 전 점주 승인을 거치고, 30일 이내라면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게 설계됐다. 지난 6월 대규모 업데이트를 거치며 서비스는 ‘티오더AI’로 이름을 바꾸고 실행형 AI 에이전트로 진화했다.

배너 이미지 등록, 메뉴 수정, 세트 구성 변경 같은 요청을 실제 매장 시스템과 태블릿에까지 반영해주는데, 상담에 그치는 여느 챗봇과는 성격이 다르다. 반응도 빨랐다. 업데이트 이후 티오더 사용자의 절반가량이 티오더AI로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누적 자동 처리 건수는 4.5만 건을 넘어섰다. 현장의 효율은 곧 실적으로 나타났다. 티오더를 도입한 뒤 매출이 20% 오른 매장이 나왔는데, 주문 착오가 줄고 회전율이 개선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런 개별 매장의 성장이 모여, 지난 8월 티오더의 월간 결제금액은 6천억 원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약 200억 원어치의 외식 결제가 티오더 태블릿을 거친 셈으로, 전년 동월 대비 약 14% 늘어난 규모다. 정리하면, F&B의 AI 접목은 조리 자동화(GTGO)와 수요·상권 예측(한촌설렁탕·맘스터치), 고객 상담·브랜드 경험(이디야커피·굽네)까지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진행되고 있다. 티오더의 사례는 이 흐름이 대형 브랜드의 실험에 그치지 않고, 태블릿 한 대로 매장을 꾸리는 소상공인의 하루까지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AI가 ‘도입했다’는 선언을 지나 성과와 편의라는 숫자로 증명되기 시작한 지금, 외식업에서 AI는 곁다리 기능이 아니라 운영과 매출의 기본 설계로 스며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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