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기반 디자이너 브랜드 한나신(HANNAH SHIN)이 10월 6일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2회 서울 AI 로봇쇼’에서 AI와 로보틱스 기술을 패션과 결합한 오프닝 패션쇼를 선보였다. 브랜드가 꾸준히 전개해온 ‘테크 쿠튀르(Tech Couture)’의 연장선에 있는 무대로, 데니스 홍 교수가 이끄는 UCLA 로봇 연구소 로멜라(RoMeLa)와 패션 브랜드가 한 런웨이에서 손을 맞잡은 건 업계 최초다.
쇼의 포문은 작은 로봇이 열었다. 긴 종이를 매단 로봇이 메인 무대를 천천히 가로지르며 관객의 몰입감을 끌어올렸고, 뒤이어 등장한 로봇은 모델에게 패션 오브제를 전달하며 로봇과 패션의 결합을 관객에게 각인시켰다. 로봇을 연출 소품이 아닌, 무대를 함께 완성하는 주체로 세운 구성이다.

무대에는 데니스 홍 교수 연구소의 BALLU(Buoyancy Assisted Lightweight Legged Unit)도 함께 올랐다. 헬륨 부력을 활용한 경량 로봇으로, 가느다란 다리로 무대 위를 부유하듯 움직였다. 가볍고 유연한 움직임을 지닌 BALLU는 기술이 인간을 압도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친근하게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무대 전체를 관통한 주제는 ‘ONE WORLD, MANY SENSES’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감각하는 인간과 기술이 하나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 중심에는 한나신과 SoundCare가 공동 개발한 Agentic AI 기반 멀티센서리 웨어러블이 있다. 주변 소리와 상황을 인식한 AI가 이를 빛과 진동 등 다른 감각 신호로 변환해, 청각 중심의 정보를 다른 감각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나신은 이 기술을 기능성 보조기기에 머물게 하지 않고, 안경이나 가방처럼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패션 오브젝트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술이 특정 사용자를 구분 짓는 장치가 아니라 누구나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디자인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접근이다. 런웨이에는 한나신의 기존 테크 쿠튀르 아카이브와 3D 프린팅, 로보틱스, 디지털 제작 기술이 적용된 룩들이 모델의 움직임과 함께 등장하며, 인간의 신체와 기계가 하나의 장면 안에서 공존하는 이미지를 완성했다.
한나신은 3D 프린팅, AI, 웨어러블 로보틱스, 휴머노이드 로봇 등을 전통 쿠튀르 공예와 결합하며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해왔다. 지난 9월 서울패션위크 2027 SS 컬렉션에서도 AI 기반 웨어러블과 휴머노이드 Ameca를 런웨이에 접목한 바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패션·AI·로보틱스·감각 기술을 하나의 라이브 퍼포먼스로 통합하며, 기술이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제안했다.

“Technology does not replace humanity. It expands how we connect.”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지 않는다. 우리가 연결되는 방식을 확장한다. 이번 무대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다.
[BOX INTERVIEW] 한나신 X 데니스 홍 “처음이지만, 마지막은 아닐 겁니다”

패션과 AI 로보틱스의 결합을 선보인 한나신의 오프닝 패션쇼가 끝난 뒤, 신한나 디자이너와 데니스 홍 교수를 만나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에게 낯선 분야였던 이번 도전은 어땠는지, 그리고 더 큰 무대에서 두 사람의 협업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물었다.
데니스 홍 교수는 “처음이지만, 마지막은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이번 무대의 소감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그는 자신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사회를 이롭게 하는 로봇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흔히 로봇은 재난 구조나 공장 자동화처럼 지저분하고(Dirty) 위험하고(Dangerous) 어려운(Difficult), 이른바 ‘3D’ 업무를 대신하며 사람에게 이로움을 준다.
하지만 그는 “로봇이 사람을 이롭게 하는 방법은 그것 말고도 많아요. 아름다운 패션도 그중 하나죠”라며, “로봇을 패션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건 참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해요. 아주 기쁩니다”라고 덧붙였다.
신한나 디자이너는 패션의 한계점을 뛰어넘기 위해 테크놀로지를 융합하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왔다. 데니스 홍 교수와의 협업은 그 과정에서 오래 바라온 일이었다. 신 디자이너는 “정말 존경해 왔고, 흠모라고 하면 좀 어색하지만 늘 동경하던 교수님이었어요. 협업이 성사됐을 때의 긴장과 설렘을 아직도 기억해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사실 저희가 엄청 졸라서 모신 자리라 더 뜻깊고,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앞으로 패션과 로봇이 어떤 형태로 만날지 묻자, 데니스 홍 교수는 “그 대답을 지금 알면 제가 이 자리에 없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답을 모르기 때문에 연구가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능하다는 걸 알고 하는 건 연구가 아니라 숙제예요.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도전하는 것, 그게 연구거든요”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로봇 숙제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을 연구하는 사람이에요. 패션과 기술이 함께해서 무엇이 나올지 저도 몰라요. 그래서 더 재미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신한나 디자이너 역시 스스로를 패션과 테크놀로지의 융합을 연구해 온 리서처라고 소개했다. 그는 “실패하더라도, 넘어지더라도 패션이 가능한 한계에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그 과정에서 교수님과의 협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소망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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