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무경계 카페’는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웰니스 공간으로, 성동구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 ‘무경계 카페’가 이렇게 핫플임에도 다음 단계는 ‘출점’이 아니다. 무경계의 의미는 공간의 숫자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하나의 공간에서 시작한 생각이 공간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기업과 산업, 지역과 사람들의 일상으로 확장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지난 2021년 기획된 무경계는 처음부터 카페사업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었다. 2022년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무경계 웰니스 리빙랩’은 웰니스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일종의 테스트베드였다.

커피와 꽃차, 자연 소재를 활용한 음료부터 컬러를 활용한 공간 경험, 다양한 웰니스 리추얼까지 사람의 일상에 웰니스 요소를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를 직접 실험했다. 중요한 것은 웰니스를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고가의 서비스로 분리하지 않는 것이었다. 먹고, 쉬고, 머물고, 대화하고, 일하고, 관계를 맺는 일상의 모든 경험을 웰니스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는 접근이다.
‘무경계’라는 이름 역시 이러한 철학에서 출발했다. ‘무경계’를 기획한 정의정 회장은 이를 시작으로 2022년 성수동에 무경계 웰니스 리빙랩을 오픈했다. 2023년에는 사회와 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국제웰니스협회를 설립했고 이어 2024년에는 기업 경영자들이 웰니스를 새로운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웰니스 CEO 과정을 운영했다.

2025년에는 대전보건대학교 웰니스 학부 설계를 통해 웰니스를 고등교육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같은 해 스포츠서울과 함께 미디어의 웰니스 전환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대한민국 웰니스 브랜드 대상’을 기획·주관하며 웰니스 관점에서 기업과 브랜드의 가치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안했다. 2026년에는 수면과 기후 등 산업과 지역 생태계의 문제를 다루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결국 하나의 브랜드가 성장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제의식이 여러 산업과 조직을 연결하는 구조로 진화한 셈이다.

◇ ‘웰니스 리빙랩’에서 시작… 자연~생태계까지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정 회장은 삼성그룹 제일기획, CJ제일제당 건강식품사업부, 서울시 디지털재단 설립 자문위원을 거쳐 현재는 마케팅큐레이터 그룹 CEO, 성수동 웰니스 리빙랩 ‘무경계’ 오너, 국제웰니스협회 회장과 스포츠서울 웰니스 사업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30년 넘게 브랜드와 마케팅 현장을 경험한 정 회장은 그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마케터’에서 ‘웰니스 아키텍트(Wellness Architect)’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출발점은 ‘소비자의 욕구를 세분화하고 타깃을 정교하게 분석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소비가 과연 사람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정 회장은 “웰니스를 단순한 건강관리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지금은 산업과 기업의 방향을 다시 설계하는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할 시기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무경계(No Boundary)’는 이 문제의식을 실제 공간에서 검증하기 위한 첫 번째 실험이었다. 이후 무경계는 웰니스 리빙랩에서 국제웰니스협회, 기업 교육, 대학, 미디어, 산업과 지역 프로젝트로 영역을 넓혔다. 최근에는 수면과 기후를 비롯한 개별 산업의 전환을 넘어 ‘웰니스 대전환(Wellness Transformation·WX)’이라는 산업적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정 회장은 “기술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그 기술과 자원을 ‘지속 가능한 사람의 삶’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라고 시장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소비사회는 사람의 불완전함을 때로는 결핍으로 규정한다. 부족한 것을 채우고 더 나은 모습으로 자신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그러나 정 회장은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까지 받아들일 때 고유한 ‘나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술이 빠르게 보편화될수록… 기업은 ‘기술 이상의 기준’이 필요
‘사람마다 잘하는 것과 부족한 것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필요하다. 내가 가진 것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이 나에게 필요한 자원이 될 때 개인의 ‘나다움’은 관계 속에서 ‘우리다움’으로 확장된다’는 얘기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 인간 역시 생태계의 구성원인 만큼, 인간의 성장과 행복만을 추구하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 회장이 이야기하는 웰니스의 구조는 ‘나다움-우리다움-모두다움’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고유성을 회복하고, 타인과 연결되며, 자연과 생태계까지 함께 지속될 수 있는 삶이다. 이러한 철학은 이후 ‘회복(Recovery)·연결(Connection)·지속(Sustainability)’을 의미하는 GSE 모델로 발전했다.

또한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AI에 대해 정 회장은 “기업이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바꿀 수 있지만,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까지 결정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술이 빠르게 보편화될수록 기업에는 기술 이상의 기준이 필요하다. 정 회장이 제시하는 바로 ‘지속 가능한 사람의 삶’이다.
여기서 지속 가능한 삶은 단순히 개인의 건강이나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고유성을 회복하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며, 인간과 자연이 함께 지속될 수 있는 삶을 의미한다. 제품과 서비스뿐 아니라 고객 경험, 조직문화, 비즈니스 모델, 산업 생태계까지 이 기준에서 다시 설계하는 것이 WX라는 설명이다. AX가 AI를 통해 기업의 역량과 효율성을 확장하는 전환이라면, WX는 그렇게 확장된 역량을 어떤 삶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 비즈니스의 방향을 다시 설계하는 전환인 셈이다.

◇ 수면산업 접근도 본격화…강원도 수면웰니스 클러스터 프로젝트 가동
이러한 흐름에 따라 2026년에는 ‘웰니스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웰니스를 특정 산업의 영역이 아니라 기업과 산업 전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Sleep & Wellness Festa에서 ‘수면산업의 웰니스 대전환’을 주제로 발표하고 스포츠서울과 함께 관련 특집을 기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면을 침대와 침구, 수면 측정기기 중심의 시장에 한정하지 않고 ‘삶의 회복을 만드는 산업’으로 재정의하자는 것이다.
지난달인 7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강원도 수면웰니스 클러스터 구축 프로젝트는 이러한 접근을 지역 단위에서 구현하려는 사례다. 강원도가 가진 자연환경과 웰니스 관광 자원에 수면산업과 슬립테크, 데이터 기반 수면 솔루션을 연결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해 지역 일자리로 이어지게 하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지역 대학의 교육과정, 슬립테크 기업과 스타트업, 연구개발 기능까지 연계해 단순한 관광상품 개발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기후 역시 새로운 웰니스 산업의 영역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인 ‘대한민국 기후웰니스 포럼’에서는 기후위기를 환경 문제로만 다루지 않고, 폭염과 한파 등 기후 변화가 실제 사람들의 일상과 노동, 주거, 건강에 미치는 문제를 중심으로 공공과 기업, 기술이 함께 해결책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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