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Exclusive‘옷 파는 앱’·‘밥 시키는 앱’은 옛말…패션·F&B 경계 지우는 플랫폼

‘옷 파는 앱’·‘밥 시키는 앱’은 옛말…패션·F&B 경계 지우는 플랫폼

무신사·에이블리·크림·배민 플랫폼 4곳이 그리는 ‘패션 X F&B’ 새 지도

패션과 F&B의 만남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명품 하우스가 레스토랑을 열고, 패션 브랜드가 플래그십 매장 한편에 커피 바를 들이는 풍경은 익숙해진 지 오래다. 최근 달라진 건 그 만남의 무대다. 개별 브랜드의 매장을 넘어, 수많은 브랜드와 고객이 오가는 플랫폼이 두 업종을 잇는 접점으로 떠올랐다. 변화는 최근 몇 달 사이 더 선명해졌다.

‘크림’은 F&B 협업 프로젝트 ‘크림 온 더 테이블’의 첫 무대로 을지로 야장 바비큐 브랜드 ‘달맞이광장바베큐’를 골랐고, ‘무신사’는 지난 7월 도미노피자와 손잡고 ‘무진장’을 이름에 단 피자와 협업 컬렉션을 함께 내놨다. 2022년 업계에서 먼저 푸드 카테고리를 연 ‘에이블리’는 지역 유명 빵집을 앱으로 불러 모으는 ‘빵지순례’를 전국으로 넓혔고, 반대편의 ‘배달의민족’은 휠라와 시야쥬, 슈마커를 차례로 들이며 패션 카테고리를 꾸려가고 있다.

지야마카롱의 ‘미니마카롱(24개입)’. 4월 말 출시 후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으며 8월 하루 평균 거래액이 4월 대비 2,190% 늘었다.(사진=에이블리 제공)

◇ 옷 고르러 왔다가 디저트 담는다… 먹거리로 붙잡고, 경험으로 머물게 하다
백화점이 식품관과 식당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먹고 마실 거리가 있으면 쇼핑객은 더 오래 머물고, 먹거리를 보러 온 고객은 다른 매장까지 둘러본다. 상품 구성과 가격, 배송 속도만으로는 서로를 구분하기 어려워진 지금, 오프라인이 오랫동안 써온 이 공식이 플랫폼에서도 통하고 있다.

옷은 계절이 바뀔 때나 필요한 아이템이 생길 때 사지만, 디저트와 빵은 훨씬 짧은 주기로 반복해서 산다. 실제로 에이블리의 올 상반기 디저트·베이커리 카테고리 재구매율은 50%에 달했다. 한 번 들인 먹거리가 다시 앱을 열게 하는 이유가 되는 셈이다.

먹거리가 방문의 이유를 만든다면, 그다음은 플랫폼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이다. 크림은 앱을 벗어나 을지로 야장의 테이블로 향했다. 한정 메뉴를 맛보고 매장 곳곳의 브랜딩을 발견하는 시간이 그대로 이용자와 크림을 잇는 접점이 된다. 무신사는 도미노피자와 메뉴·컬렉션·프로모션을 하나의 캠페인으로 엮어, 고객이 무신사와 도미노피자를 오가며 협업을 즐기도록 했다. 성수 메가스토어 4층에 자사 오프라인 매장 최초의 F&B 공간인 푸드가든을 열어 쇼핑과 식사, 휴식이 한 공간에서 이어지게 한 것도 같은 연장선이다.

지난 10월 14일 배민 장보기·쇼핑에 입점한 슈즈 멀티숍 슈마커. 플러스명동점 등 수도권 30개 매장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해 연내 50개 매장으로 늘린다.(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 급할 땐 옷도 배달로…매장을 거점 삼아 패션에 들어온 배달 플랫폼
배달 플랫폼은 반대 방향에서 같은 문을 열었다. 이미 촘촘히 깔아둔 도심 배달망에 옷과 신발을 실은 것이다. 2023년 꽃과 뷰티 제품으로 시작한 비식품 확장이 패션까지 닿았다. 배달의민족이 겨냥하는 고객은 매장에 들를 시간도, 다음 날 도착을 기다릴 여유도 없는 이들이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진 날 당장 걸칠 옷이 필요할 때, 가까운 매장의 상품을 곧바로 받아볼 수 있다. 브랜드의 직영점과 거점 매장이 그대로 배달 거점이 되면서, 의류 매장에 라이더가 들어와 포장된 옷을 받아 가는 낯선 풍경도 생겨났다. 브랜드로서는 별도의 물류 투자 없이 새 판매 창구를 얻은 셈이다.

출발점은 다르지만 셈법은 닮았다. 패션 플랫폼은 F&B로 고객이 찾아올 이유를 늘리고, 배달 플랫폼은 패션으로 배달망의 쓰임새를 넓힌다. 각자 가장 잘하는 큐레이션과 물류를 무기 삼아 서로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사이, 옷은 패션 앱에서, 음식은 배달 앱에서 산다는 공식도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어떤 업종의 플랫폼이냐보다, 고객의 하루 속에서 얼마나 자주 마주치는 플랫폼이냐가 중요해진 흐름이다.

테넌트뉴스는 이번 11월호에서 플랫폼을 매개로 패션과 F&B가 만난 4곳의 사례를 짚는다. 외식 매장에 브랜드를 입힌 크림, 피자 협업부터 매장 속 푸드가든까지 펼친 무신사, 앱 안에 전국의 빵집과 디저트 가게를 모은 에이블리, 패션 매장을 배달 거점으로 바꾼 배달의민족을 차례로 들여다본다.

무신사와 도미노피자가 함께 선보인 ‘무신사 에디션’ 협업 컬렉션.(사진=무신사 제공)

◇ 무신사, 푸드가든부터 동네 상권까지… 패션 플랫폼이 먹거리를 쓰는 법
패션 플랫폼 무신사(대표 조만호·조남성)가 먹거리를 매개로 고객과 만나는 지점을 넓히고 있다. 협업 캠페인과 오프라인 매장, 매장 밖 상권까지 아우르는 그림이다.

판을 크게 벌인 건 지난 7월 도미노피자와의 협업이다. 무신사의 대표 키워드 ‘무진장’을 ‘무진장 큰 토핑’으로 비튼 ‘무진장 슈림프 스테이크 피자’와 무신사 에디션 컬렉션이 한꺼번에 나왔다. 도미노피자가 특정 플랫폼의 이름을 딴 메뉴를 낸 것도, 도미노피자 글로벌 IP 굿즈가 국내에서 판매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반응은 숫자로 돌아왔다.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 최초의 F&B 공간인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4층 ‘푸드가든’. 푸글렌·피자슬라이스·안홍마오 등이 입점해 쇼핑과 식사, 휴식을 한 공간에서 잇는다.

캠페인 기간 무신사 관련 소셜 언급량의 약 60%가 도미노피자 협업 이야기였고, 이벤트 이후 일평균 무신사머니 신규 가입자는 직전보다 약 51% 늘어 실제 구매로까지 이어졌다. 오프라인에서는 아예 먹거리를 매장 안으로 들였다. 메가스토어 성수 4층 푸드가든은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에 처음 생긴 F&B 공간으로, 옷을 고르다 올라와 끼니를 해결하고 커피 한 잔으로 숨을 고르는 자리다. 입점 브랜드도 패션 브랜드를 고르듯 골랐다.

오슬로 기반으로 북유럽 커피 문화를 선도하는 ‘푸글렌’, 시부야 스트리트 감성의 ‘피자슬라이스’, 모수 출신 셰프의 베트남 요리 ‘안홍마오’가 식사와 커피를 맡고, 부산식 가래떡볶이 ‘떡산’과 개성주악 디저트 ‘쭈악쭈악’이 쇼핑 사이 출출함을 달랜다.

‘다시, 서울숲’ 캠페인에 제휴 매장으로 참여한 서울숲 일대 말차 전문점 ‘슈퍼말차’.(사진=무신사 제공)

10월에는 에그타르트 브랜드 ‘픽베이크’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단독 메뉴를 들고 합류했다. 별도 팝업존에는 지난 9월 북성수의 웨이팅 맛집으로 알려진 돼지공탕 전문점 ‘하우’가 다녀가는 등 화제의 브랜드가 주기적으로 바뀌어 들어온다. 발걸음은 매장 밖 골목으로도 뻗는다. 지난 4월 무신사는 서울숲 일대 F&B 제휴처 등 24개 브랜드와 ‘다시, 서울숲’ 캠페인을 열어 성수동 연무장길의 유동 인구를 서울숲 상권으로 이었다.

6월 ‘무신사 무진장 26 여름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판이 더 커졌다. 성수·서울숲 일대 F&B 매장과 소품숍 80여 곳을 포함해 전국 137개 매장과 손잡았고, 그 사이 메가스토어 성수와 무신사 스토어 성수·홍대 등 플래그십 매장의 누적 방문객은 31만 명을 넘어 전월 동기 대비 148% 이상 늘었다. 쇼핑하러 온 발걸음이 동네 맛집으로, 맛집을 찾은 발걸음이 다시 무신사 매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겨냥한 구조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에서만 만날 수 있는 협업 상품, 매장에서 머물며 즐기는 시간, 매장 밖 상권까지 이어지는 경험을 통해 고객이 ‘무신사에 가면 늘 새롭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매월 전국 SNS 인기 카페와 골목 디저트 매장을 소개하는 에이블리 ‘디저트 팝업스토어’ 포스터.(사진=에이블리 제공)

◇ 에이블리(ABLY), 전국 빵집을 앱 안으로…취향 커머스에 먹거리 더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대표 강석훈)이 운영하는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가 패션에서 축적한 취향 기반 상품 탐색 경험을 먹거리 영역으로 넓히고 있다. 2022년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푸드 카테고리를 도입한 이후 디저트와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상품 구성을 강화하고, 전국의 인기 빵집과 디저트 매장을 온라인 구매로 연결하고 있다. 패션을 넘어 뷰티와 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우르는 ‘스타일 커머스’ 구상의 연장선이다.

먹거리를 향한 실험은 숫자로 답을 얻고 있다. 에이블리에 따르면 디저트·베이커리 카테고리의 2026년 상반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특히 1분기 거래액은 70% 늘었으며, 같은 기간 주문 수도 31% 증가했다. 상반기 재구매율은 50%로, 디저트와 베이커리를 온라인으로 구매한 이용자들의 소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에이블리 푸드 카테고리에서 판매 중인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사진=에이블리 제공)

상품을 모으는 방식에도 지역성과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에이블리는 푸드 전담 MD 조직을 구성해 상품 소싱부터 프로모션 기획까지 직접 맡는다. 매월 전국 각지의 SNS 인기 카페와 골목 디저트 매장을 소개하고 온라인 구매를 연결하는 ‘디저트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지역별 인기 베이커리 상품을 한정 기간 선보이는 ‘빵지순례’ 기획전도 진행한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시작한 빵지순례는 5월 대전, 6월 부산으로 범위를 넓혔다. 이용자는 매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현장에서 줄을 서지 않고도 여러 지역의 빵을 앱에서 주문할 수 있다.

기획전은 입점 브랜드의 판매 성과로도 연결되고 있다. 지난 10월 진행한 ‘디저트 취향배틀’에서는 하겐다즈의 일평균 거래액이 9월 대비 327% 증가했다. 행사 시작 후 8일 만에 9월 한 달 거래액을 달성했다. 지난 4월 ‘에이블리 과자점’ 기획전에서는 디저트 브랜드 봄날엔의 거래액이 직전 동기 대비 598% 늘었다.

지난 10월 ‘디저트 취향배틀’ 기간 일평균 거래액이 9월 대비 327% 증가한 하겐다즈.(사진=에이블리 제공)

올해 2월 입점한 지야마카롱 역시 4월 말 출시한 미니마카롱 제품이 인기를 얻으며 8월 하루 평균 거래액이 4월 대비 2,190% 증가했다. 플랫폼의 기획전이 브랜드를 새로운 고객층에 소개하고 판매를 확대하는 창구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에이블리는 온라인 상품 판매에 더해 오프라인 경험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7월 선보인 ‘에이블리 플레이스’는 베이커리 등 오프라인 매장과 베이킹·쿠킹 클래스 같은 체험 상품을 앱에서 탐색하고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울 중심이던 서비스 지역도 부산과 대전, 대구, 제주, 강원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상품 구매를 넘어 이용자가 취향에 맞는 공간과 체험을 찾도록 연결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도 에이블리는 디저트·베이커리 프로모션과 오프라인 예약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빼빼로데이 기획전과 연말 주문제작 케이크 기획전 등 시즌 수요에 맞춘 상품 구성도 준비하고 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자체 AI 개인화 기술과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저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크림의 F&B 협업 프로젝트 ‘크림 온 더 테이블’ 첫 파트너인 을지로 달맞이광장바베큐. 야장 특유의 분위기 위에 크림의 브랜딩을 더했다.(사진=제공 크림)

◇ 크림(KREAM), 취향을 식탁으로 옮기다…외식 공간으로 넓힌 플랫폼 경험
트렌드 거래 플랫폼 크림(KREAM, 대표 김창욱)이 F&B 협업 프로젝트 ‘크림 온 더 테이블’로 취향을 제안하는 무대를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넓히고 있다. 패션과 한정판으로 이어온 취향의 연결이 이번엔 외식 공간으로 향했다.

무엇을 입고 소유하는지뿐 아니라 어떤 음식을 즐기고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는지도 개인의 취향을 보여준다는 데 착안해, 크림은 실제 외식 공간에 브랜드 경험을 접목했다.

첫 협업 파트너로는 을지로의 야장 바비큐 브랜드 ‘달맞이광장바베큐’를 선정했다. 야장 특유의 개방감과 레트로한 분위기, 즉석 바비큐라는 뚜렷한 개성을 갖춘 데다 2030세대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크림 이용자들과도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다. 기존 매장이 지닌 매력은 살리면서 크림의 브랜딩이 조화를 이루는 데 중점을 뒀다.

달맞이광장바베큐 대표 메뉴와 함께 선보인 협업 한정 메뉴 ‘KREAM 生 감자튀김’.

대표 메뉴와 함께 한정 메뉴 ‘KREAM 生(생) 감자튀김’을 선보이고, 매장 곳곳에 크림의 브랜딩을 적용하는 한편 SNS 인증 이벤트도 마련했다. 별도의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보다 음식과 분위기, 참여 활동을 통해 브랜드를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데 무게를 둔 셈이다.

이번 협업의 성과는 메뉴 판매량만으로 가늠하지 않았다. 매장 방문과 한정 메뉴 판매, SNS 인증과 콘텐츠 확산, 크림 앱 유입까지 온·오프라인 접점을 함께 살폈다. 한정 메뉴와 SNS 인증 이벤트 모두 소비자 반응이 좋았고, 을지로 야장에서 시작된 경험은 SNS를 통해 확산되며 크림에 대한 관심으로 번졌다.

크림 온 더 테이블’은 정해진 주기 없이 브랜드와 계절, 장소의 특성에 맞춰 이어간다. 크림 이용자들의 취향과 맞닿아 있는지, 브랜드 고유의 메뉴와 공간적 매력을 갖췄는지, 협업을 통해 기존과 다른 경험을 제안할 수 있는지가 다음 파트너를 고르는 기준이다.

크림의 F&B 확장은 오프라인 프로젝트에만 머물지 않는다. 앱 내 푸드 카테고리에서는 전통주와 디저트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디저트 판매를 시작한 뒤 한 달 만에 거래 규모가 128% 성장했다.

최근 진행한 ‘떡지순례’ 기획전에는 피자설기 원조 ‘영도다리떡방’부터 ‘몰랑이수’, ‘대흥떡집’, ‘더바른떡’까지 전국에서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떡집들이 한자리에 모여, 명물 떡을 클릭 한 번 거리로 끌어당겼다. 앱 안에서 먹거리의 폭을 넓히는 동안, 앱 밖에서는 ‘크림 온 더 테이블’이 다음 무대를 준비한다.

크림 관계자는 “익숙한 외식 공간에서도 한정 메뉴와 공간의 분위기, 참여 이벤트를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셨으면 한다”며 “함께 방문한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 경험이 크림에 대한 친근함과 관심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민 장보기·쇼핑에 입점한 디자이너 여성복 브랜드 시야쥬. 도산·한남 등 서울 3개 매장에서 즉시 배송한다.(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 배달의민족, 밥 시키던 앱에서 신발까지… 배달망에 패션을 싣다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범석)의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음식 중심의 배달 서비스를 넘어 패션 상품까지 취급 품목을 넓히고 있다. 배민 장보기·쇼핑에 휠라와 디자이너 여성복 브랜드 시야쥬, 슈즈 멀티숍 슈마커 등이 입점하면서 의류와 신발을 앱에서 주문할 수 있게 됐다. 패션 플랫폼처럼 다양한 상품을 비교하고 구매하는 수요와는 다른, 필요한 상품을 가까운 매장에서 빠르게 받아보려는 고객을 겨냥한 확장이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시작되지 않았다. 배민은 2023년 4월 배민스토어(현 장보기·쇼핑)의 입점 대상을 일반 소상공인까지 넓히며 꽃집과 뷰티 제품을 먼저 들였다. 음식 주문에 익숙해진 손님들이 꽃다발과 화장품을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했고, 그 문이 이제 옷장까지 열렸다.

배민이 패션에서 내세우는 무기는 속도와 접근성이다. 매장에 들르지도, 다음 날 도착을 기다리지도 않고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날 걸칠 옷이 필요하거나, 러닝을 앞두고 신발을 장만해야 할 때처럼 ‘지금 당장’이 중요한 순간을 파고든다. 9월 장보기·쇼핑의 신발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39% 늘었다. 이용자들이 퀵커머스로 다양한 상품을 사는 데 익숙해진 데다 러닝·마라톤 등 야외활동이 늘었고, 매장에 가지 않고도 바로 받아볼 수 있어 구매 문턱도 낮아졌다.

구매는 입점 브랜드의 주 고객층인 2030 여성이 이끌고 있다. ‘급할 때 필요해서 샀는데 대만족’, ‘배달이 엄청 빨라서 놀랐다’는 후기에서 보듯, 옷을 퀵커머스로 받는 경험 자체가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음식을 시키던 앱에서 옷과 신발까지 고르는 새로운 소비가 시작된 셈이다.

배민 입점에 맞춰 시야쥬가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선보인 슬랙스.(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판매 구조는 배민의 물류 방식과 맞닿아 있다.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파는 B마트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패션 상품군을 보완하기 위해, 브랜드의 직영점과 주요 상권 거점 매장을 그대로 입점시켰다. 주문이 들어오면 라이더가 의류 매장에 들러 포장된 옷을 받아 고객에게 전한다. 옷걸이 사이로 배달 헬멧이 드나드는 풍경 자체가 매장에는 새로운 변화다. 브랜드로서는 별도의 물류 인프라 없이 기존 매장과 재고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판매 채널을 얻는다.

매장 단위로 서비스가 이뤄지는 만큼, 배민은 브랜드와 협의해 직영점과 주요 상권 거점 매장부터 문을 열고 범위를 차례로 넓혀가는 중이다. 입점 브랜드와 함께 사이즈와 교환·반품에 대한 부담도 덜고 있다. 슈마커는 내년 1월까지 주문 건당 1회 무료 교환을, 시야쥬는 11월 25일까지 주문당 1회 무료 교환·반품을 제공한다.

배민은 유명 패션 브랜드는 물론 홍대와 성수 등 주요 상권의 로드숍과 플래그십 스토어로 입점을 넓혀갈 계획이다. 배민 관계자는 “퀵커머스가 소비자들의 일상 속에 자리 잡아 가는 흐름에 맞춰 서비스를 확대하고, ‘배민에서 이런 것도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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