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상업 공간과 호스피탈리티 시설이 단품 식음료 판매나 단순 숙박 제공이라는 기존 업태의 한계를 벗어나 미식(Gastronomy)에 이종 산업을 접목하는 융합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커머스와 디지털 미디어가 식료품 구매 및 엔터테인먼트 수요를 흡수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자산의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고객 현장 체류 시간’과 ‘객단가’로 재편되었기 때문이다.
리테일 디벨로퍼와 공간 운영사들은 미식 경험에 미디어아트, AI 기술, 지역 무형유산 등 문화적 자산을 결합해 대체 불가능한 오프라인 전용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다. 미식을 매개로 고객을 오프라인 현장에 고정시킨 뒤 부가 서비스 결제를 유도하는 상업 모델이 리테일 부동산 및 공간 기획의 핵심으로 정착하고 있다.
F&B와 이종 기술의 결합은 음식을 접할 때 시각, 청각, 촉각 등 주변 환경이 미각 지각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가스트로피직스(Gastrophysics)’ 이론을 바탕으로 상업화되고 있다. 음식 자체의 맛에만 의존하던 기존 외식업의 한계에서 벗어나, 미디어아트와 인터랙티브 기술을 결합해 높은 단가의 감각 경험을 상품화하는 방식이다.

리서치 기반 아트 컬렉티브 세컨드테이스트가 2026년 9월 서울 언커먼 갤러리에서 선보인 ‘SECOND TASTE : 두 번째 감각’ 프로젝트는 미식과 미디어아트, AI 기술, 사운드를 통합한 대표적 융합 사례다. 물, 흙, 숲, 눈 등 자연 요소를 감각 구조로 해석한 ‘센소리 다이닝’ 프로그램은 1인당 2만 5,000원의 유료 콘텐츠로 운영되어 티켓 오픈 일주일 만에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이는 음식이라는 보편적 매개체에 기술과 예술을 결합할 경우, 단품 식음료 판매 대비 높은 객단가와 매진율을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컨드테이스트는 2026년 10월 스페인 푸드 디자인 스튜디오 FONDO의 서울 레지던시 워크숍에도 참여해 푸드 디자인과 미디어아트의 접점을 확대하며 공간 기획 및 기업 협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호스피탈리티 업계 역시 미식과 지역 문화유산을 결합한 로컬 상생 프로젝트를 통해 숙박 이외의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역 고유의 식문화와 전통 공예를 호텔 공간 내에 이식함으로써 객실 판매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셈이다.

라한호텔 전주는 2026년 10월 한글날 연휴를 맞아 이정희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자수장과 협력해 ‘전통 자수 책갈피 클래스’를 운영한다. 호텔 내 북스토어 카페인 ‘전주산책’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1만 5,000원의 개별 클래스 외에도 객실 1박과 클래스 2인 이용권, 커피 쿠폰, 필사책을 결합한 ‘전통 자수 체험 패키지’로 판매된다.
라한호텔은 2026년 5월 담금주 클래스, 7월 한지 생화 부채 만들기 등 식음과 전통 공예를 결합한 체험형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배치하며 비수기 체류 고객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로컬 콘텐츠 기획은 호텔을 단순 숙박 공간에서 지역 문화 거점으로 재정의하며 투숙객의 부가 소비를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미식과 타 분야의 결합은 오프라인 자산의 단위면적당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공간 전략으로 고착화될 전망이다. 단순 F&B 매장이나 브랜드 팝업은 가격 경쟁과 유사 콘셉트 범람으로 집객력 유지 기간이 단열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미디어아트나 무형유산 같은 차별화된 IP와 결합된 미식 플랫폼은 모방이 어려운 독점적 경험 가치를 창출해 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입시킨다.
향후 오프라인 상권과 테넌트 유치 시장에서는 식음료 자산을 중심으로 공간, 시각 미디어, 문화 콘텐츠를 얼마나 완성도 높게 통합 큐레이션 하느냐가 상업 시설의 가치를 결정지을 것이다. 유통사와 공간 개발사는 이종 창작자 및 로컬 파트너와의 협력 체계를 다듬어 오프라인 공간의 체류 가치를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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