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9월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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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마켓·컬리·발란…흑자 냈지만 매출성장 실패(?)

릴레이 턴어라운드, e-커머스 플랫폼 반등 가능성은

덩치만 키우고 수익성은 악화되면서 ‘적자의 늪’에 빠져있던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속속 흑자 전환 소식을 알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지마켓이다. 지난해(2023년) 4분기 기준 매출 3,193억원, 영업이익 2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4분기보다 매출은 4.4% 줄었지만 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지마켓이 분기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21년 이마트에 인수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G마켓은 2021년 신세계그룹 인수 전까지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이커머스 기업이었다. 하지만 인수 이후 신세계와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줄곧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던 G마켓은 2023년 1분기부터 점차 적자 폭을 줄이면서 ‘1세대 이커머스’의 위용을 되찾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벌인 자사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빅스마일데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G마켓이 지난해 4분기에는 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8개 분기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신세계그룹 시너지 효과도 주효했다. 지마켓은 지난해 8월 SSG닷컴과 손잡고 쓱배송과 새벽 배송을 제공하는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스마일 프레시’를 도입했다. 공산품에 강점을 지닌 지마켓이 식품, 생필품 등 장보기 품목에 강점이 있는 SSG닷컴과 연계해 신선식품 등 상품구색을 다양화하고, 자체 배송 역량을 확대했다. 또한 스타벅스 브랜드관을 오픈하고 쿠폰 140종을 판매하는 등 그룹사와의 협업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지마켓만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샛별’처럼 떠오른 컬리 역시 이익을 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월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달성했다. EBITDA는 이자비용, 법인세, 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을 의미한다. 매출 총액에서 원가와 관리비를 뺀 영업이익에 실제 지출이 없는 비현금성 비용인 감가상각비를 더해 계산한다. 쉽게 말해 기업이 순수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이다.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이커머스 플랫폼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15년 1월 컬리 설립 이래 9년 만에 달성한 EBITDA 기준 첫 월간 흑자다. 컬리는 지속적인 구조개선 노력의 성과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컬리 관계자는 “전년 대비 EBITDA 흑자가 100억원가량 증가했다”며 “일시적 효과가 아닌 구조적인 매출·비용 구조 개선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컬리는 지난 1월에도 EBITDA 기준 흑자를 내면서 2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컬리는 2015년 서비스 론칭 이후, 새벽배송 서비스, 큐레이션, 콘텐츠와 브랜드 파워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성장했지만, 흑자와는 거리가 먼 회사였다. 창업 이후 매월 거르지 않고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2018년 337억원 수준이었던 컬리의 영업적자는 2019년 1,012억원으로 증가한 뒤 2020년 1,163억원 2021년 2,177억원 수준으로 크게 불어났다.

가장 최근인 2022년엔 무려 2,334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전년 대비 7.2% 증가한 수치였다. 이러한 영업손실로 인해 컬리가 기업공개(IPO) 작업에 도전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2021년 8월 당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고 공모 절차를 완료해야 했지만, 착수를 미루다가 결국 철회한 것이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월 단위’ 흑자를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컬리가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유치 당시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나 현재 1조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적자 규모만 늘리는 회사가 과연 성장할 수 있겠느냐 라는 의문이 컬리의 기업가치를 깎아내렸다.

사실 컬리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새벽배송’은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품을 분류·포장하는 작업부터 새벽배송까지 ‘시간 외 수당’이 붙어 통상 인건비가 1.5~2배 정도 더 들어간다. 배송 수요가 늘수록 인력난이 가중돼 배송기사 인건비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던 컬리가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마케팅비 절감과 물류 및 배송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신규 오픈한 창원과 평택 물류센터의 생산성 증대와 기존 송파 물류센터의 철수를 통해 물류 운영 안정화 및 최적화를 이루면서 주문처리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이외에도 재사용포장재 도입, 드라이 아이스 생산 내재화,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 도입 등을 통해 비용을 통제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 e커머스 플랫폼 수익 개선-> 비용 절감 노력의 결과

컬리측은 ‘물류와 포장 비용에서 효율화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여성 패션 이커머스 업계에서 선두권 업체로 꼽히는 에이블리 경우는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에이블리는 2021년 694억원, 2022년 744억원 등 적자폭을 키우다가, 지난해 3월 월간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시작으로 매월 영업이익 최고치를 기록하며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정확한 매출과 영업이익 수치는 오는 4월에 공개한다.

에이블리 강석훈 대표는 “이번 성과는 창업 초기부터 고수해 온 ‘셀러 상생 경영’을 기반으로 입점사와 에이블리가 동반 성장한 결과물”이라면서 “올해는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마케팅·신사업 등 성장을 위한 투자를 더욱 공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명품 플랫폼 발란도 8년 만의 분기 흑자 소식을 전했다. 발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손익분기점 달성을 시작으로 12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영업이익을 내며 2023년 4분기에 분기 흑자를 냈다. 발란이 분기 흑자를 낸 것은 2015년 창립 이후 지난해 4분기가 처음이다.

컬리의 흑자는 마케팅 비용을 줄인 영향이 컸다.

엔데믹 이후 명품 플랫폼 업계가 부진에 빠진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라는 평가다. 발란은 지난해부터 광고를 대폭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섰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결국 흑자 전환이라는 결실을 맺은 것으로 추정된다.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11번가도 오픈마켓 사업에서 지난해 5∼7월과 12월 EBITDA 흑자를 냈다. 11번가는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 오픈 마켓 사업 영업손익을 흑자로 전환하고 내년에 리테일을 포함한 전체 사업에서 영업이익 흑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수익성이 나아진 모습이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인 롯데온도 매출을 1,131억원에서 1,351억원으로 19.4% 늘리는 동시에 영업손실을 1,559억원에서 856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이며 실적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SSG닷컴도 지난해 순매출이 1조 6,784억원으로 3.4% 감소했으나 영업손실은 1,112억원에서 1,030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에이블리는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끌어올리며 ‘성장형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이런 수익 개선 흐름은 피나는 비용 절감 노력의 결과다. 온라인쇼핑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외형 성장에 치중해 온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경영 기조를 일제히 수익성 개선으로 전환하면서 그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또한 각종 할인쿠폰과 프로모션 등 출혈 경쟁을 지속하던 이들이 경쟁을 줄인 여파이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물류비와 판매관리비 등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는 요소는 모두 줄이면서 비용을 통제했다”면서 “물류부터 배송까지 판매 전 과정을 효율화하는 구조 개선도 뒤따르면서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커머스 업계는 이전까진 ‘외형 확대’에만 주력해왔다. 수익성보단 매출을 늘리고 점유율을 늘리는데 혈안이었다. 늘 적자에 시달렸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일단 시장부터 장악해 규모의 경제로 추후 흑자를 만들겠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이용자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에이블리는 실적을 개선했다.

플랫폼 가입자를 늘리고 매출을 늘리기만 하면 이른바 ‘계획된 적자’ ‘적자 성장 구조’가 용인됐기 때문이다. 비용이 수익보다 많은 시기만 잘 견디면, 언젠가는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었다. 수천억원대 신규 투자를 수혈하며 버티다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고금리에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다. 스타트업 민간 지원 기관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공개된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를 자체 조사한 결과 투자 유치 건수는 1,284건, 투자 유치금은 5조 3,38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실적과 견줘 투자 건수는 27.3% 줄었고, 특히 투자금은 52.1%나 감소했다. 금융 시장이 경색되고 벤처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적자를 견딜 만한 투자금을 받지 못하자 업체들의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확장은 자칫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업계는 ‘성장’보단 ‘내실’로 전략을 선회하게 됐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 변경에도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수익에 집중하면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실제로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발란의 지난해 거래액은 4,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6,800억원을 기록한 2022년보다 크게 줄었다. 성장없이 일궈낸 ‘불황형 흑자’였다는 방증이다.

최근 2개월 연속 EBITDA 흑자 달성에 성공한 컬리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이 회사가 지난해 기록한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546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고작 1.1%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기간의 높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매출이 뒷걸음질친 셈이나 다름 없다. 신세계에 인수된 이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한 지마켓 역시 매출은 역성장했다. G마켓의 지난해 매출은 1조1967억원으로 전년보다 9.2%나 감소했다.

발란이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비용절감에도 불구하고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는 비용절감 이전과 동일하거나 더 나아져야 하는데, 지금의 업체들이 그런 경험을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단 뜻”이라면서 “결국 점유율을 확대하지 못하고 고객들이 플랫폼을 떠나기 시작하면 안정적인 이익 구조를 갖추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이커머스 업황을 둘러싼 전망도 어둡다. 삼정KPMG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증감률이 2021년 하반기 들어 전반적인 하락세를 나타내며 이커머스 시장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22년 전년대비 10.3% 성장하는 데 그쳤고, 2023년 9월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은 9.6%를 기록하며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중국발(發) e커머스 진출 본격화, 경쟁 더욱 치열해질 것

발란은 지난해부터 광고를 대폭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올해 더욱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발(發) 이커머스의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이들의 무기는 ‘최저가’다. 고물가에 중국 플랫폼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이커머스의 MAU(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는 상승세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의 MAU는 717만 5000명으로 지난해 1월(336만 4000명)에 비해 113% 급증했다. 테무도 지난해 8월 기준 52만명에 불과했던 앱 이용자 수가 지난달에는 570만 9000명으로 10배 이상 불어나며 한국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이커머스 공룡’으로 성장한 쿠팡과는 다른 모습이다. 쿠팡은 현재 유통채널 주도권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꾼 절대 강자로 자리 매김했다. 쿠팡은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2022년 3분기를 기점으로 5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4,448억원이다. 올해 연간 이익 흑자가 확실시된다.

쿠팡은 흑자 전환과 동시에 매출 성장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동시에 꾀했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매출이 8조 1,028억원으로, 전년 3분기보다 21.2% 늘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7조 7,096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신생 스타트업이 전통의 대기업을 추월했다. 쿠팡이 분기 매출 8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22년 4분기(7조 2,404억원)에 처음으로 7조원을 돌파한 바 있는데, 이 기록을 3분기 만에 깼다.

쿠팡은 연간 흑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쿠팡이 이처럼 안정적인 흑자 구조는 쿠팡의 막대한 비용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쿠팡은 조 단위 적자에도 불구하고 물류센터를 연달아 증축하며 국내 배송망 구축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한 수요예측을 해내면서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크게 줄였다. 뿐만아니라 직매입부터 보관, 분류, 최종 배송까지 전 물류과정을 통합시키면서 비용을 줄이면서도 배송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매출도 성장시키면서 수익성도 개선한 비결이다.

당연히 시장 점유율도 상승하고 있다. 데이터 조사업체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네이버쇼핑을 제치고 온라인 쇼핑몰 점유율 1위(37.7%)를 기록했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은 나머지 후순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면서 쿠팡과 네이버의 ‘2파전’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장을 중단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인 비용 관리를 추구하는 게 중요한데, 현재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성장을 중단하고 비용만을 강조하는 경우”라면서 “이러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능력이 저하될 수 있고, 경쟁력을 잃고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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