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사러 쇼핑몰에 간다는 말은 이제 절반만 맞다. 나머지 절반은 경험을 사러 간다. 아니, 어떤 이들에게는 경험 자체가 목적이고 물건은 그 부산물이다. 2026년 한국 복합쇼핑몰 업계가 맞이한 가장 근본적인 변화다.

서울부터 인천 거쳐 부산까지, 전국 핵심 대표 복합쇼핑몰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왜 굳이 여기에 와야 하는가’ 그 답을 찾아 현장을 들여다봤다.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유통이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았다.
하지만 그 방식이 이토록 빠르게 바뀔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단순히 ‘문을 열었더니 사람이 돌아왔다’는 수준이 아니다. 오프라인 쇼핑몰들은 온라인이 절대 줄 수 없는 것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 판을 짜고 있다.

그 핵심은 ‘시간 점유’다.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느냐, 얼마나 자주 오게 만드느냐가 매출보다 먼저 논의되는 시대가 됐다. 이를 위해 쇼핑몰들은 공간 구성부터 MD 전략까지 모든 것을 재설계하고 있다.
아이돌 팬덤을 불러 모으는 팝업, 인스타그램에서만 보던 F&B 브랜드의 오프라인 첫 출점, 지역 문화의 거점이 되는 전시공간 이것들이 이제 쇼핑몰의 ‘앵커’다. 2026년 현재 업계를 관통하는 두 키워드는 ‘하이퍼 로컬’과 ‘팬덤 락인’이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브랜드 나열이 아니라, 그 지역·그 공간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설계하는 것. 팝업에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정규 매장으로 전환하며 충성 고객을 잠그는 것. 생존하는 쇼핑몰들의 공통 문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팝업스토어 방문객의 약 40%가 정규 매장 구매로 이어진다. 팝업은 이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입점 검증의 필수 경로가 됐다.”고 강조했다.
타임스퀘어 (영등포), MZ와 문화의 교차점, ‘트래픽 마그넷’

서울 영등포에 있는 타임스퀘어는 국내 복합쇼핑몰의 ‘교과서’ 같은 존재다. 2009년 개장 이후 지금까지 일평균 방문객 20만 명 내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CGV, 이마트, 교보문고, 호텔까지 아우르는 약 200여 개 매장의 집합체다.
그 자체로 하나의 도시 안 도시다. 2026년 타임스퀘어의 전략 키워드는 ‘L.I.V.E’다. Live Performance·Iconic Dessert·Visual IP·Eventful Season, 네 단어의 앞 글자를 딴 이 전략은 쇼핑몰을 살아 있는 문화 무대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그 중심에는 1층 아트리움이 있다. 아트리움 원형무대에서는 유명 아티스트의 무료 라이브 공연이 열리고, 아이돌과 대형 캐릭터 IP를 활용한 팝업이 월 1회 이상 운영된다. 또한 타임스퀘어 특유의 보이드(Void) 공간 비주얼 전략도 집객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팝업 특화 공간 ‘뉴웨이브’, ‘팝업스퀘어’, ‘테이스티큐브’를 통해 월 20여 개에 달하는 팝업을 운영하고 실험적인 브랜드를 선정해 고객 니즈에 부합한 브랜드를 발굴하고 있다. 특히 SNS 화제 미식 트렌드는 곧바로 팝업으로 구현된다.
정규 입점 브랜드에서는 COS 등 프리미엄 SPA 브랜드와 무신사스탠다드, 디키즈, 마리떼 등의 구성을 통해 K-패션 쇼핑 허브 역할을 하며 MZ세대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까지 끌어들인다.
스퀘어원 (인천 연수구), 인천의 맹주·충성 가족 상권

인천 사람들이 ‘쇼핑 가자’고 할 때 떠올리는 곳이 스퀘어원이다. 2012년 개장한 이 쇼핑몰은 인천 연수구뿐 아니라 남동구, 송도, 청라 주민까지 원정 방문하는 광역 집객 시설로 자리 잡았다.
13년의 역사가 충성 고객층이라는 자산으로 쌓였다. 구성은 철저히 가족 중심이다. 지하 1층 홈플러스, 3층 애슐리퀸즈 등 대형 식당가와 4층 CGV 인천연수·게임센터가 주말 나들이의 전 코스를 한 지붕 아래 해결해준다.

패션 브랜드의 성적도 이 상권 특성을 보여준다. 자라가 연 매출 110억 원, 유니클로가 120억 원을 기록하며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은, 가족 단위의 실속형·목적형 구매 패턴이 이 상권의 본질임을 말해준다.
2026년에는 ‘스테이(Stay)’ 전략을 한층 강화한다. 올리브영·무인양품·모던하우스 등 라이프스타일 테넌트가 고른 성과를 내고 있으며, 무신사스탠다드 스포츠가 오는 5월 신규 입점이 확정돼 기대를 모은다. 스퀘어원의 테넌트 유치 전략은 주말 목적형 구매가 강한 상권으로 체험 요소와 아동 동반 고객 편의 서비스를 결합한 테넌트를 우선 입점시키고 있다.
IFC몰(여의도), 프리미엄 직장인의 일상 큐레이터

점심시간의 여의도는 또 다른 풍경이다. IFC몰 공간을 가득 채운 직장인들의 물결은 단순한 식사 수요만이 아니다. 테라로사에서 커피를 즐기고, 뉴에라에서 커스터마이징을 하고, 무신사 스탠다드에서 옷을 고른다.
IFC몰이 지향하는 ‘워크-앤-라이프(Work-and-Life) 큐레이션’의 실제 풍경이다. 여의도라는 입지 자체가 IFC몰의 가장 강력한 MD다. 금융·미디어 업종의 고소득 직장인들이 평일 점심과 퇴근 후 두 번의 황금 시간대를 만들어준다.
주말 여의도 거주 고소득층의 원스톱 쇼핑 수요까지 더해진다. 애플스토어는 공식 매출을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톱 레벨의 매장 매출로 추산한다. 최근 IFC몰은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공간의 감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무인양품, 윤잇, 아이코스가 리뉴얼 오픈했고, 폴바셋과 앤드지는 오는 4월 오픈을 앞두고 있다. 또한 올세인츠, 스탠다드번이 새롭게 합류하며, 푸드홀 ‘컬리너리스퀘어’ 내부에도 정희와 계도가 4월 신규 오픈할 예정이다.
F&B 전략에서는 ‘검증된 브랜드의 세련된 배치’가 핵심이다. 훠궈야, 크리스탈 제이드처럼 맛과 감도가 검증된 브랜드들이 오피스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마세라티 등 럭셔리 모빌리티 팝업은 프리미엄 이미지의 화룡점정이다.
원그로브몰 (마곡), R&D 도시의 하이엔드 커뮤니티

서울 마곡은 국내 주요 기업의 R&D 인프라가 밀집해 있다. 석사·박사급 연구인력이 대거 거주하는 이 지역은 소득 수준이 높고 소비 감도도 예민하다. 원그로브몰은 바로 이 특성을 겨냥해 설계된 쇼핑몰이다.
탄탄한 배경의 국민연금이 투자한 이 프로젝트는 2025년 6월 그랜드 오픈을 거쳐 마곡 상권의 핵심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약 4만 5,000평 규모 상업시설에서 가장 강력한 집객 엔진은 지하 2층 이마트 트레이더스다.
지하 1층에는 쇼핑몰의 얼굴인 ‘그로브웨이(The Grove Way)’가 있다. 곡면 LED로 이어진 147m 길이의 이 공간은 예술 전시와 브랜드 팝업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블루보틀과 팀홀튼이 카페 앵커를 맡고 라이프스타일 허브를 구성한다.

특히 2026년 초부터 MD 구성이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옥희분식, 키쿠카와, 더빌리지샵과 더불어 무신사스탠다드 및 키즈가 신규 오픈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집객력을 확보했다.
마곡역 직결과 마곡나루역 도보 6분이라는 교통 접근성은 인근 수요까지 흡수하는 기반이 된다. 원그로브몰은 ESG·지속가능성을 강조한 브랜드 스토리에 가산점을 주며 프리미엄 가전·리빙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HDC아이파크몰 (용산), 팬덤 경제의 성지

용산 아이파크몰은 서울에서 가장 다양한 ‘취향의 팬덤’이 공존하는 곳이다. 핵심 전략은 ‘팬덤 락인’이다. 강력한 팬층을 보유한 캐릭터 IP 매장들이 쇼핑몰 전체의 방문 이유를 만든다. 키덜트·애니메이션 IP 매장들이 높은 집중도로 배치돼 있다.
서울 최대 규모 무인양품 플래그십은 연 매출 약 200억 원으로 추산되며, 무신사 메가스토어는 ‘압도적 규모’로 방문 명분을 제공한다. 2026년 아이파크몰은 팬덤 경제의 정점을 찍고 있다.
지난 2월 13일에는 글로벌 피규어 1위 브랜드 ‘굿스마일컴퍼니’가 국내 첫 정규 매장을 오픈했다. 이어 2월 27일에는 일본 인기 캐릭터 1위인 ‘치이카와’ 정규 매장이 약 60평 규모로 입점하며 마니아들의 성지가 됐다.

이러한 전략은 수치로 증명된다. 2025년 총 매출 6,5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신장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F&B 카테고리는 62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파크몰은 2026년 상반기 내 패션파크 5, 6층 리뉴얼을 완료할 계획이다. 인기 영패션 브랜드 12개를 입점시켜 스트리트·디자이너 브랜드를 집적화하고 리빙파크 1, 8층은 ‘취향 소비’ 콘셉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삼정타워 (부산 서면), 부산 서브컬처의 심장

부산 서면에서 ‘삼타’라고 불리는 삼정타워는 단순한 쇼핑 명소를 넘어 문화 집합소로 기능하고 있다. MZ세대와 서브컬처 팬덤에게 삼정타워는 서울 AK플라자 홍대점이나 용산 아이파크몰에 비견되는 성지다.
경쟁력은 서브컬처 특화 구성에 있다. 9층 애니플러스샵을 시작으로 11층에는 160평 규모의 애니메이트와 애니메이트 카페가 자리한다. 건담베이스, 타미야 프라모델까지 한 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희소성이 강점이다.

1층 쉐이크쉑과 스타벅스는 유동 인구를 붙잡고, 11층 CGV는 문화 소비의 마무리 공간을 제공한다. 2026년부터는 로컬 신진 디자이너 팝업을 정기 운영하며 부산 지역 문화 전반의 거점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삼정타워의 테넌트 유치 전략은 ‘부산 최초’ 또는 ‘부산 한정’ 콘텐츠에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지역 색채를 담으면서도 성수동 감성을 이식한 브랜드를 선호하며 플레이(체험) 최적화 MD를 우선시한다.
NC이스트폴 (자양·구의역), 도심 복합개발의 뉴 스탠다드

구의역 인근 자양1구역 재개발로 탄생한 NC이스트폴은 쇼핑몰, 5성급 호텔, 광진구 통합청사, 오피스, 메가박스가 하나의 복합체를 이룬다.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먼저 설계하고 리테일을 채운 사례다.
지하 1층 킴스클럽, 애슐리퀸즈 등 생활 밀착형 테넌트가 주거민의 일상 수요를 흡수한다. GF층과 1층에는 스포츠 브랜드와 SPA, 올리브영 등이 트렌디한 유입력을 만든다. 2층 전시 공간 ‘그라운드시소’는 문화적 장치다.

오픈 직후 애슐리퀸즈는 전국 1위 매출을 달성했고 인근 주거 단지의 강력한 외식 수요가 곧바로 반영되었다. 성수와 잠실을 잇는 동부 상권의 가교 역할을 하며 서울 동부권 리테일 지형도를 바꿀 변수임을 시사한다.
NC이스트폴의 테넌트 유치 전략은 주거 밀착 상권인 만큼 구독 서비스·클래스형 매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교육·건강·프리미엄 식품 관련 테넌트에 관심이 높으며, 오는 5월 오픈 1주년 마케팅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 쇼핑몰이 팔아야 할 것은 ‘경험’이다
일곱 개의 쇼핑몰을 들여다보고 나면 하나의 결론에 이른다. ‘어디에서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디에서 무엇을 경험하느냐’가 소비자의 선택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 물건을 파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물건을 사러 ‘굳이 이 공간에 오게 만드는 것’은 경험이 한다. 각 쇼핑몰은 팝업, 팬덤 IP, 서브컬처, 미디어아트 등 각자의 방식으로 그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온라인은 편리하고 빠르다.
하지만 아이돌 팝업 앞에서 함께 줄을 서는 두근거림, 한정판을 손에 쥐는 순간, 미디어아트 아래서 찍은 사진은 온라인이 절대 복제할 수 없다. 2026년 한국의 복합쇼핑몰들은 바로 그 ‘복제 불가능한 순간’을 팔고 있다.
이제 쇼핑몰은 온라인 결제의 대안이 아니다. 인스타그램에 기록되고, 유튜브에 공유되고, 다음 방문을 약속하게 만드는 ‘문화적 경험’을 파는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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