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와 고환율 여파로 와인 수입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국내 유통 및 외식(F&B) 업계의 대응은 오히려 더욱 공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와인이 백화점이나 전문점 중심의 ‘기호품’ 영역에 머물렀다면, 현재는 대형마트의 집객 동력을 확보하는 ‘앵커 텐트(Anchor Tenant)’이자 프리미엄 다이닝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전략적 도구’로 위상이 격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 소비자들의 주류 소비 패턴이 단순 음주에서 ‘음식과의 조화(Pairing)’와 ‘공간의 분위기’를 향유하는 문화적 경험으로 전이되면서, 유통사들은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선 구조적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가격 장벽 허문 대형마트와 미식 가치 극대화한 F&B의 이원화
유통 플랫폼의 전략은 크게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한 대중화’와 ‘큐레이션을 통한 프리미엄화’라는 양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상반기 최대 규모의 ‘와인장터’를 통해 고환율 환경에서도 해외 평균가보다 낮은 가격 정책을 고수하며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섰다.
이마트는 단독 기획 상품인 PB 성격의 와인을 확대하고 요일별 특가 프로모션을 도입해 구매 빈도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와인을 미끼 상품(Loss Leader)으로 활용해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식료품 등 연관 구매를 유도하려는 전형적인 리테일 락인(Lock-in) 전략의 일환이다.

반면 프리미엄 다이닝 업계는 와인을 ‘미식 경험의 완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의 ‘창고43’이 진행하는 ‘몰리두커 페어링 위크’는 이러한 트렌드를 명확히 보여준다. 단순히 와인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500시간 숙성 채끝 등 특정 메뉴에 최적화된 호주산 레드 와인을 큐레이션하여 제공함으로써 객단가를 높이는 동시에 브랜드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호텔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2011년부터 이어온 와인 페어를 매년 확장해 1,000여 종의 와인을 선보이고 있으며, 올해는 AI 기반 와인 도슨트 프로그램인 ‘픽 와인 업(PICK WINE UP)’을 도입해 디지털 기술과 오프라인 감성을 결합한 고도화된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있다.

D2C 플랫폼 강화와 로컬 거점의 축제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전환(DX)을 통한 유통 구조의 효율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마트의 ‘와인그랩’ 서비스는 고객이 앱에서 예약하고 매장에서 픽업하는 O4O(Online for Offline) 모델을 정착시키며, 프리미엄 와인 애호가들의 구매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이는 재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단가 상품의 판매 기회를 넓히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와인은 이제 특정 상권을 상징하는 ‘로컬 콘텐츠’로 기능한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N서울타워의 ‘남산 와인페어’는 벚꽃 시즌과 결합해 매년 4,000여 명 이상의 방문객을 집객시키는 랜드마크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한 주류 판매 행사가 아니라, 조망권이라는 공간 자산에 와인이라는 문화 콘텐츠를 입혀 플랫폼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고도의 리테일 마케팅 사례다.

결과적으로 와인 시장의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리테일 기업들은 와인을 통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와인 시장은 대중적인 저가 시장과 초고가 프리미엄 시장으로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사와 F&B 기업들은 단순히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보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세밀한 큐레이션 역량을 갖춰야 한다.
특히 소규모 와이너리와의 직소싱을 통한 단독 상품 개발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와인은 이제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리테일 플랫폼이 고객에게 제안하는 미식 생태계의 가장 강력한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SSF샵-로고[1]](https://tnnews.co.kr/wp-content/uploads/2025/08/SSF샵-로고1.png)


![네이버볼로그[1]](https://tnnews.co.kr/wp-content/uploads/2025/08/네이버볼로그1-300x133.jpe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