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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5월 1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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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기술에서 자원봉사 플랫폼까지 헬리녹스 성공 이어…‘K-자원봉사’ 모델 구축

서울 종로구 경희궁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구관, 신관으로 나누어진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중 신관 2층 한 룸의 문을 여는 순간,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정원이 펼쳐진다. 각종 꽃들과 나무들, 그리고 청량감 가득한 물소리까지 힐링 그 자체다. 이곳은 다름 아닌 ‘각당복지재단’이다.

1986년, 라제건 회장의 부모님인 라익진 박사와 김옥라 박사가 설립한 한국 최초의 전문 자원봉사자 양성기관이다. 라제건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이곳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라제건’ 하면 바로 떠오르는 브랜드, 아웃도어 텐트로 유명한 ‘헬리녹스’! 그는 이 브랜드의 창립주다.

국내 제조업 기반 중견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경우는 적지 않지만,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확장과 사회적 플랫폼 구축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라제건 회장이 이끄는 동아알루미늄(DAC)은 이러한 경로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알루미늄 합금이라는 소재 산업에서 출발해 글로벌 아웃도어 시장을 장악하고, 최근에는 자원봉사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동아의 텐트 개발팀(6명이 합쳐서 200년이 넘는 경력)

DAC는 1988년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시장에 진입했다. 당시 전략은 명확했다. 기술 장벽이 높아 대기업이 쉽게 진입하지 않으면서도, 성능 개선에 따라 가격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는 ‘틈새 고부가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DAC는 자체 개발한 초경량 합금 ‘TH72M’을 통해 기존 대비 약 30% 경량화를 구현했다.

이 기술은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요구하는 핵심 조건인 경량성과 강도를 동시에 충족시키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현재 DAC는 텐트 폴(구조 프레임) 시장에서 약9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 부품 공급이 아니라 설계부터 생산까지 통합하는 ODM 구조를 구축한 것도 DAC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DAC 풍동실험실

◇ 알루미늄 전혀 모르는 분야였지만…연구 거듭해 ‘세계 최고’ 인정받아
초기 연구는 고강도 알루미늄 소재 개발에 집중됐다. 텐트 폴은 철보다 약 두 배 높은 강도를 지닌 알루미늄을 튜브 형태로 압출한 뒤, 이를 더욱 가늘고 정밀하게 만드는 공정을 거쳐 제작된다. 이후 열처리를 통해 내구성과 탄성을 확보하며 최종 제품으로 완성된다.

라 회장은 “처음에는 정말 고생을 많이 했죠. 문과 출신인 제가 기술을 접하고 연구개발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었겠습니까(웃음). 고강도 알루미늄 소재를 연구하다 보니 텐트 폴 제조에 눈을 돌리게 됐어요. 당시에는 캠핑이 대중화되지도 않았고, 아웃도어 문화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연히 텐트 폴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연구하고 또 연구를 거듭했습니다”라며 초기 시절을 회상했다.

DAC의 기술력은 단순 소재 공급을 넘어 소비재 브랜드로 확장됐다. 2011년 론칭된 ‘헬리녹스’는 경량 알루미늄 기술을 기반으로 아웃도어 시장을 개척했다. 대표 제품 ‘체어원(Chair One)’은 캠핑 체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제품으로 평가된다.

‘루브르피라미드 30주년 기념행사’에 설치된 1,000개의 헬리녹스 의자들

◇ 패러다임 바꾼 ‘체어원(Chair One)’…캠핑 체어에서 라이프스타일 확장
1kg 내외의 초경량 구조와 휴대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히트하며 누적 판매 120만 개를 기록했다. 특히 기존 ‘야외 전용’으로 인식되던 캠핑 제품을 실내와 일상으로 확장한 점이 주목된다.

이는 최근 업계에서 강조되는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확장’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글로벌 아웃도어 시장은 팬데믹 이후 ‘홈 아웃도어(Home Outdoor)’ 트렌드와 함께 지속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캠핑 장비 시장은 연평균 6% 이상 성장세를 유지하며 2030년까지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경량·프리미엄 제품군의 성장률이 높아 DAC와 헬리녹스의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라제건 회장의 열정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신규 브랜드 ‘제이크라(JakeLah)’를 통해 텐트 완제품 시장까지 본격 진출했다. 부품 공급, 완제품,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이어지는 수직적 확장 전략의 완성 단계로 해석된다.

지산리조트 행사장에 설치된 헬리녹스 대형 텐트(지름8m)

이는 제조 기반 기업이 D2C(Direct to Consumer) 구조를 강화하며 마진 구조를 개선하고 브랜드 자산을 확보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특히 프리미엄 아웃도어 시장은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경험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고성장 중이며, 기술 기반 브랜드가 가격 경쟁력보다 ‘성능·스토리·디자인’을 중심으로 소비자 충성도를 확보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는 흐름에서 정확한 포인트를 짚어낸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고강도 알루미늄 소재 연구에서 출발한 한 기업인의 도전이 텐트 폴 산업과 사회공헌 활동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캠핑이 대중화되기 이전, 관련 지식이나 시장 기반이 거의 없던 시절부터 시작된 이 여정은 기술 혁신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이뤄냈다는 평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용 텐트(지름8m)

◇ ‘볼런티움’ 자원봉사의 플랫폼화…한강 프로젝트로 도시형 자원봉사 실험
라 회장의 이러한 행보는 산업 영역을 넘어 사회적 가치로 확장되고 있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각당복지재단을 중심으로 ‘볼런티움(Volunteeum)’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볼런티움은 자원봉사를 일회성 활동이 아닌 ‘공간 기반 플랫폼’으로 재구성한 모델이다. 자연 속에서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고 회복하는 구조로 설계됐으며, 도시 공간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 인프라를 지향한다.

이는 최근 ESG 경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기업이 단순 기부를 넘어 ‘참여형 사회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 회장은 서울시와 협력해 한강공원 내 대형 텐트 기반 자원봉사 공간 구축을 추진 중이다. 연간 약 8천만 명이 방문하는 한강을 활용해 자원봉사를 관광·문화·심리 케어와 결합하는 모델이다.

독일 Fyron에서 판매를 위한 전시(J.Geo 6.5 / 헬리녹스 퍼니처)

구상에 따르면 100명 규모의 텐트 빌리지에서 편지 쓰기, 상담 프로그램, 커뮤니티 활동 등이 동시에 운영된다. 이는 자원봉사를 ‘도시 경험 콘텐츠’로 확장하는 시도다. 오프라인 공간의 ‘체류형 경험 강화’와 유사한 접근으로 해석된다. 단순 방문이 아닌 참여와 경험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화 전략이다.

라제건 회장의 행보는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고부가 소재 기술 기반 글로벌 시장 장악, 소비재 브랜드로의 확장 및 라이프스타일화, 그리고 사회적 플랫폼 구축을 통한 가치 확장이 그것이다. 특히 제조업 기반 기업이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브랜드와 사회적 영향력까지 확장하는 구조는 향후 국내 중견기업의 새로운 성장 모델로 주목받으며, 라제건 회장의 다음 스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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