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백화점의 지하 식품관이 더 이상 ‘집객용 미끼’에 머물지 않는다. 신세계·현대·롯데 백화점 3사가 최근 공개한 2026년 상반기 실적에 따르면, F&B 매출 증가율이 나란히 전체 매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온라인·D2C 전환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자연 집객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미각적 경험을 앞세운 F&B가 체류 시간과 매출을 함께 끌어올리는 핵심 앵커 테넌트로 자리 잡았다. 지하에 갇혀 있던 F&B는 이제 명품 부티크 사이사이, 상층부까지 진입하며 공간 동선을 새로 짜고 있다.

◇ 3사 모두 F&B 증가율이 전체 매출 앞질러
2026년 상반기 신세계백화점의 F&B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1% 늘어 전체 매출 증가율(23.6%)을 5.5%포인트 웃돌았다. 현대백화점은 F&B 22.8%·전체 20.7%, 롯데백화점은 F&B 20%·전체 15%로 각각 격차를 보였다. 세 회사 모두 F&B가 다른 상품군보다 빠르게 성장하며 실적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방문객 지표도 뚜렷하다. 신세계백화점은 식품관 구매객이 2,400만 명으로 11% 늘었고 신규 고객 비중이 30%에 달했다. 현대백화점은 식품관 방문객이 10.3% 증가하고 신규 고객 비중 24%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도 F&B 고객 수가 15% 늘었다. 세 회사 모두 식품관으로 새 얼굴을 끌어들이고, 이들을 다시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한 셈이다.
업계는 F&B로 유입된 고객을 직장인·스포츠·와인 등 취향 기반 커뮤니티 멤버십으로 묶어 재방문을 유도하는 ‘유입→체류→재방문→구매’ 모델을 공통 전략으로 삼고 있다. 맛집 입점을 넘어 식료품점·푸드홀·팝업스토어로 고객을 붙잡아두고 정기적 소비 습관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F&B 고객의 건당 객단가는 패션 단품보다 낮지만, 방문 빈도와 연계 구매율을 극대화해 전체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 신세계 강남, 스위트파크 2차 리뉴얼 순항… “F&B 즐기다 명품까지”
신세계백화점의 투자는 올해도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강남점 지하 1층 ‘스위트파크’는 6개 신규 브랜드를 들이는 2차 리뉴얼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아이스크림 ‘밴쿠엔’ 2호점과 생도넛 ‘아임도넛’ 3호점이 6월 문을 열었고, 밀크티 ‘차지’와 ‘폼폼푸린 베이커리 카페'(국내 첫 매장)도 7월 오픈했다.
남은 것은 멕시칸 푸드 ‘치폴레’로, 9월 말 문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6월에는 11층에 자체 기획 카페 ‘카테고릭’도 새로 선보였다. 또한 ‘스위트파크’는 지난달 1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연남동 유명 디저트 브랜드 ‘호라이즌 식스틴’ 팝업스토어를 열어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성과는 수치로 나타난다. 올해 상반기 강남점 식품관 매출은 28.1%, 스위트 장르는 26.9% 늘었다. 백화점 측은 “F&B를 즐기다가 명품 구매로 이어지는 고객이 많다”며 명품 매장 대기 시간에 고객을 붙잡아두는 ‘스몰 럭셔리’ 전략을 강조한다.
정확한 연계 구매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F&B가 본관 매출을 밀어올리는 ‘분수 효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경쟁력에 힘입어 강남점의 2025년 매출은 3조 6,717억 원(전년 대비 10.4%↑)으로, 명품 매장 100여 개를 보유해 ‘명품 하면 신강’이라는 인식을 굳혔다. 2위 롯데 잠실점(3조 3,010억 원)과의 격차는 2024년 2,718억 원에서 2025년 3,707억 원으로 벌어졌다.

◇ 현대, 무역센터점 식품관 전면 개편 예고… 이탈리·틸화이트 확장
현대백화점은 강남권 경쟁 심화에 대응해 무역센터점 식품관을 전면 손보는 리뉴얼 계획을 최근 공개했다. 2027년 착수를 목표로, 압구정본점의 2023년 리뉴얼처럼 회전율보다 체류 시간 증대에 초점을 맞춰 현대식품관·푸드홀·델라·그로서리를 아우르는 지하 1층 전역을 대상으로 한다.
H’키친 푸드홀·와인웍스를 재구성하고 60여 개 브랜드 구성을 조정하는 한편, 델리 구역을 존(Zone) 단위로 재편하고 K푸드 콘텐츠 확대도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이탈리안 그로서란트 ‘이탈리(EATALY)’는 8월 중 무역센터점에 신규 매장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자체 기획 카페 ‘틸화이트’도 압구정본점 2호점에 이어 연내 무역센터점·판교점으로 늘릴 계획이다.
캐주얼 다이닝 실험은 더현대 서울에서 두드러진다. 지하 1층 ‘테이스티 서울’ 안 ‘푸드트럭 피아자’에는 돈까스1985·필버자·샤브미당 등 10여 개 브랜드가 노점 콘셉트로 모여, 2030세대 방문을 늘리는 동시에 인접 영패션 매장으로의 동선을 유도한다. 올해 1분기 현대백화점 식품 매출은 18.8% 증가했고, 상반기 식품관 방문객도 10.3% 늘어 신규 고객 비중 24%를 기록했다.

◇ 롯데, 피에르 에르메·제주 로컬 팝업으로 다이닝 콘텐츠 다변화
롯데백화점은 2025년 10월 발표한 ‘타임빌라스 수원’ 1주년 성과로 F&B 투자 효과를 먼저 입증했다. 리뉴얼 전인 2022년과 비교해 애비뉴엘 등급 매출은 약 2배로 늘었고, 신규 고객 중 2030세대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도 다변화는 이어진다.
‘피에르 에르메 파리’는 5월 갤러리아백화점 1호점에 이어 8월 10일 잠실 롯데월드몰에 2호점을 열었다. 6월에는 잠실잠·동탄점에서 제주 지역 문화를 옮긴 로컬 팝업을 2주간 진행해, 제주 전역에서 발굴한 ‘다정이네 감밥’ 등 로컬 브랜드 7곳을 순차 운영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의왕점은 6월 쉐이크쉑, 7월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를 잇달아 열며 체류형 F&B를 확대했다.
8월 16~31일에는 포켓몬과 협업한 ‘2026 롯데타운 서머마켓’을 잠실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열어 체험형 콘텐츠도 병행했다. 잠실점 지하 1층에서는 tvN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 셰프들의 대표 메뉴를 선보이는 릴레이 팝업스토어가 7월 17일부터 9월 17일까지 운영된다. 올해 상반기 F&B 고객은 15% 늘었다.

◇ “F&B는 더 이상 보조 수단 아냐”… MD 전략 자체가 바뀐다
과거 백화점 공간 구성은 ‘1층 명품·뷰티, 2~5층 패션, 지하 식품관’이라는 고정된 틀을 따랐다. 그러나 패션·뷰티의 온라인·D2C 전환으로 자연 집객력이 약해지자, 유통 3사는 F&B를 매장 곳곳에 전진 배치하며 이 틀을 해체했다. 이 변화는 업계에 세 가지 구조적 과제를 안긴다.
첫째는 임대 수익 구조의 변화다. 면적당 매출 효율이나 수수료율이 낮은 F&B 비중 확대는 단기적으로 평당 매출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업계는 이를 전체 점포 매출을 키우기 위한 투자로 받아들인다. 둘째는 팝업의 융합이다.

패션 브랜드가 F&B와 손잡거나, F&B 공간에 뷰티·라이프스타일 굿즈를 함께 진열하는 융합형 팝업이 대세다. 셋째는 공간 기획의 고도화다. 맛집을 데려오는 수준을 넘어, F&B 공간의 분위기를 같은 층 패션·뷰티 브랜드 이미지와 맞물리도록 짜는 큐레이션 능력이 MD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각사가 멤버십카드 데이터를 결합한 분석한 결과에서도 F&B 이용 고객의 패션·뷰티 매장 유입은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업계 관계자는 “F&B 인기가 높아질수록 향후 MD 개편에서도 패션·뷰티와의 시너지를 겨냥한 공간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F&B는 더 이상 패션·뷰티 매장을 보조하는 부수적 요소가 아니다. 온라인이 대체하지 못하는 오프라인 경험 가치를 쥐고 있는 한, F&B의 중요성은 당분간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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