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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왕십리 쇼핑 거점 3곳, 차례로 무대 떠난다

엔터식스 왕십리·롯데 건대스타시티 철수… 커먼그라운드 자리 복합개발

2008년은 서울 동북권 상권에 의미 있는 해였다. 왕십리역 민자역사에 엔터식스 왕십리역점이, 건대입구역 인근에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이 나란히 문을 열며 두 상권의 쇼핑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2015년에는 자양동 옛 택시 차고지에 컨테이너 쇼핑몰 커먼그라운드가 들어서며 젊은 소비층을 불러 모았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왕십리와 건대입구 상권을 떠받쳐 온 이 세 시설이 이제 차례로 무대에서 내려온다. 공통점은 모두 남의 건물이나 땅을 빌려 영업하는 임차 시설이라는 점이다. 계약이 끝나면 운영사는 떠나고, 그 자리는 새로운 시설과 개발 사업이 이어받는다. 일대 리테일 지형의 재편이 불가피해진 이유다.

가장 먼저 간판을 내린 곳은 엔터식스 왕십리역점이다. 비트플렉스몰 지상 1층과 지하 1층에서 패션관을 운영해 왔지만, 비트플렉스가 지난 7월 엔터식스패션쇼핑몰에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영업을 마쳤다.

비트플렉스 측 설명에 따르면 엔터식스는 금융기관 담보대출 원금을 갚지 못해 기한이익 상실 통보를 받았고, 비트플렉스가 금융기관 요청에 따라 보증금 약 300억원 가운데 상당액을 금융기관에 지급하면서 계약이 해지됐다. 임대료 연체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졌다는 것이 비트플렉스 측 주장이다. 엔터식스의 입장은 다르다. 원상복구 의무가 없고, 미납 임대료와 관리비를 공제해도 30억원 이상의 보증금이 남는데 이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2008년 문을 열어 브랜드 내 최장수 점
포였던 엔터식스 왕십리역점. 7월 영업을 마쳤고, 빈 공간은 비트플렉스몰이 직접 운영할 예정이다.

엔터식스의 실적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매출은 2019년 62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417억원으로 약 33% 줄었고, 영업손실 16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한양대점을 닫은 데 이어, 2013년 1호점 코엑스점 폐점 이후 가장 오래된 점포였던 왕십리역점마저 문을 닫게 됐다. 빈 공간은 비트플렉스몰이 직접 운영하며 후속 입점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2일 영업을 종료했던 영풍문고도 조만간 다시 문을 열 예정이어서, 역 이용객에게 익숙한 서점이 돌아오게 된다.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2028년 10월을 끝으로 재계약 없이 영업을 종료한다. 인근 영화관과 맞물려 쇼핑·외식·여가를 한곳에서 해결하던 건대입구의 대표 약속 장소가 개점 약 20년 만에 사라지는 셈이다.

배경은 실적 부진이다. 지난해 총매출(거래액)은 1419억원으로 전년보다 2.2% 줄며 3년 연속 감소했고, 전국 65개 백화점 점포 중 59위에 머물렀다. 분당점 폐점, 미아점 매각 추진, 잠실점 약 800억원 리뉴얼 투자로 이어지는 정현석 대표 체제의 점포 효율화 전략, 즉 부진 점포는 정리하고 핵심 점포에 힘을 싣는 ‘선택과 집중’의 연장선이다. 롯데가 떠난 건물은 새로운 시설로 운영될 예정이다.

택시 차고지 자리에 컨테이너 200개로 지은 국내 첫 컨테이너 복합쇼핑몰 커먼그라운드. 부지에는 요건 충족 시 최대 1,300%의 용적률 적용이 가능한 복합개발이 추진된다.

◇ 컨테이너몰 떠난 자리, 동북권 성장거점으로
변화의 폭이 가장 큰 곳은 커먼그라운드 부지다. 서울시는 지난 9월 15일 커먼그라운드가 자리한 광진구 자양동 17-1 일원(5132.6㎡)을 ‘성장거점형 복합개발사업’ 시범 대상지로 선정했다. 입지 요건을 갖추면 일반상업지역 기준 용적률을 최대 1300%까지 적용받을 수 있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건대입구역 환승역세권에 폭 35m 아차산로를 낀 이곳을 성수·건대 일대의 첨단산업, 청년 인재, 문화·상업 기능을 잇는 동북권 성장거점으로 키울 구상이다. 올해 12월까지 계획안을 마련하고 내년 1월부터 입안 제안 등 행정절차에 착수한다. 다만 서울시는 시범지 선정이 곧 사업 확정이나 용도지역 상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커먼그라운드는 애초 한시 운영을 전제로 지어진 시설이다. 약 1600평 유휴지에 컨테이너 200개를 이어 붙여 만든 국내 첫 컨테이너 복합쇼핑몰로, 최초 계약 기간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였고 협상을 통해 연장하는 구조였다.

흔한 프랜차이즈 대신 청년 창업가와 소상공인 브랜드를 앞세워 주목받았고, 건대입구와 성수 사이를 가로막던 차고지 자리에서 성수사거리 방면 유동인구를 늘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지를 빌려 쓰는 운영사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개발이 본격화되면 철수하게 되지만, 종료 시점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세 시설이 떠나는 자리는 비트플렉스몰의 매장 재편, 롯데 건물의 후속 시설 커먼그라운드 부지의 복합개발이 채운다. 특히 건대입구와 성수를 잇는 길목에 놓인 커먼그라운드 부지에 무엇이 들어서느냐가 두 상권의 연결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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