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9월 19, 2025
HomeExclusive"비닐봉지에 담은 베어브릭·아이언맨 극사실주의, MZ세대 사로잡다"

“비닐봉지에 담은 베어브릭·아이언맨 극사실주의, MZ세대 사로잡다”

실제 사물보다 더 실제 같은 극사실주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가 있다. 그는 안료나 물감을 사용하는 아날로그식 방식에서 벗어나 정교한 디지털 드로잉 기법이 가능한 타블렛을 활용해 사진보다 더 실제 같은 작품들을 선보여 화제를 낳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아트계의 핫한 전시회로 떠오른 어반 스트리트 아트페어인 ‘어반브레이크’의 지난 7월 행사에 오픈콜 공모작에 선정돼 초대 작가로 참가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가 큐록(Q.rock)이다.

어반브레이크는 2021년 코로나팬데믹이 극성인 시기에도 4만명이 다가갔고, 올해는 방문자 수가 그 이상을 훌쩍 뛰어넘은 것은 물론, ‘제2의 커즈(KAWS)’라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멧 곤덱’을 비롯, ‘뱅크시’, ‘디페이스’, ‘인베이더’, ‘로비’ 등 글로벌 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국내를 대표하는 전시회로 빠르게 성장한 아트페어이다.

 

큐록 작가는 지난 7월에 참가한 어반 스트리트 아트페어인 ‘어반브레이크’에서 고객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큐록(Q.rock 본명 송규락) 작가는 국내 대학과 일본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이후 대기업의 전자회사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그 다음 디자인 전문회사의 디렉터(실장)로 근무하면서 보다 폭넓은 사회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용인예술과학대학교에서 리빙디자인(이전 산업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작품 활동을 함께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제품 디자인만 40년을 한 것 같아요. 학교 졸업 후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관련 회사에서 열심히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해 왔었죠. 하지만 제품디자인은 개인작품 활동과 달리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과정에 다수의 사람들이 참여해야 하고, 최종 결정 또한 회사의 판단에 의해 결론이 나기 때문에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과 철학을 적용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그는 제품 디자인 분야도 충분히 매력과 가치가 있지만, 예전부터 자신만의 시대적 사고와 상상, 고민 등을 담은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하고자 하는 니즈가 강했다. 따라서 시간과 환경이 여의치 않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몇 년 전까진 간헐적 작품활동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2009~ 2011년 경기도 디자인 전람회(G-DESIGN FAIR) 초대 작가전, 2013 광주 비엔날레(거시기 머시기: FUN 에너지/굴렁쇠) 참가 등이 있다. 하지만 큐록 작가는 4-5년 전부터 보다 적극적인 작품 활동을 하게 되는 전환기를 맞았다. 바로 그동안 사용했던 아날로그 방식이 아닌 디지털 방식을 통해 정교하고, 극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하게 되면서 부터다.

“타블렛이라는 디지털 기기는 오랜 시간 동안 종이에 아이디어 스케치, 렌더링 등을 해온 아날로그 성향의 저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단순히 효율적인 시간 활용을 넘어 조금 더 수준 높은 드로잉, 좀 더 완성도 높은 드로잉을 가능케 해 가끔은 어렵다고 느껴졌던 드로잉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해방감까지 안겨줬어요. 아날로그의 전통 회화 방식보다 더 다양한 디지털 도구와 기능으로 보다 정교한 작업도 충분히 가능해진 겁니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일명 타블렛을 활용한 디지털 회화이다. 캔버스와 물감 대신 디지털 도구를 선택해 그만의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 세계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큐록 작가는 오브제를 사진보다 더 실제 같은 정교한 극사실주의 작품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같은 거장 역시 자신의 아크릴 물감 작품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형상을 디지털 작품으로 표현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오히려 디지털 드로잉을 통한 작품 활동이 때론 물감을 통한 페인팅 작품 활동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반복적 레이어 쌓기가 필요하다.

사용하는 툴만 다를 뿐이지, 작품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신체적 노력 등은 디지털이나 아날로그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극사실주의 작품 역시 단순히 작가의 기술적인 능력만으로 예술적 가치가 부여되지 않는다. 수준 높은 디지털 기법은 기본이고, 결과물에 담긴 스토리, 당시 작가의 심적 상태, 사회 현상 등이 하나의 합으로 승화되면서 미적 가치가 산정된다.

최근 큐록 작가는 과거보다 한층 더 수준 높은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작년에 작고하신 아버지가 건넨 롤렉스 시계를 보고 오랫동안 아버지를 기억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실제와 똑같은 모습의 시계 작품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그의 극사실주의 작품 세계는 한층 더 실제감이 살아 있는 듯 정교해지고, 화질 좋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 컷으로 착각할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 세계는 남다른 아름다움, 감미로운 감성적 요소까지 녹여진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는 의견도 있다.

“작년에 작고하신 아버지의 오래된 시계가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게 됐어요. 아버지께서 어느 날 이제 외출할 일이 거의 없고 시계가 무거워 찰 일이 없다면서 내미신 오래된 금장 시계는 아버지의 여윈 팔목과 반목하며 당시 내 심장에 와서 박혔어요. 당시에 아버지의 시계를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간절해졌었죠. 그렇게 유품이 된 시계를 그린 드로잉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더니 그 이전까지 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났어요. ‘사진보다 더 사실 같은 것이 놀랍고 감동이다.’ ‘사진처럼 보이는데 사진과 다르다.’라는 등의 반응은 나의 드로잉이 또 다른 작품으로, 가치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처럼 큐록은 하나의 오브제를 마치 실물과 같이 표현하는 극사실주의 작가이다.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에 그의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작품의 중심 역할을 하는 오브제가 있고, 이를 둘러 싸고 있는 비닐 봉지가 항상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비닐 봉지를 일명 ‘봉다리’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 속 오브제를 비닐 봉다리에 넣는 것은 사실적인 표현을 보다 강하게 하려고 한 것입니다. 제품 디자인 영역도 예술 작품처럼 당연 산고의 고통이 따르는데 실제감을 더 높이기 위해 비닐 봉다리를 사용하곤 합니다. 또한 하이라이트가 없으면 스케치나 랜더링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비닐 봉다리는 하이라이트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하죠. 한편으론 사람들의 욕망을 담은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반짝거리기를 원합니다. 남다른 모습과 능력을 갖춰 눈에 띄고, 반짝이는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는 중의적인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큐록 작가에게 비닐 봉다리는 극사실주의작품성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이면서 한편으론 사람들이 갖고 있는 반짝거리고 싶은 욕망을 담는다는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의 작품의 오브제 대상은 다양하다. 베어브릭, 아이언맨, 로봇 태권브이 등의 유명 캐릭터부터, 반가사유상, 맥주캔, 향수병, 하트풍선, 카툰 주인공까지 희소성이 있는 유물이나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화 주인공, 생활 용품까지 폭넓고 자유롭다.

따라서 큐록 작가의 회화로써 작품성은 키치(KITSCH)이다. 과거 키치는 ‘천박한’, ‘잡동사니’ 등의 사전적 해석을 그대로 반영해 모조품이라 칭하면서 해당 작품들을 수준 이하의 단순 결과물로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키치 예술은 남다른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하나의 양식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키치한 작품들은 팝아트라는 새로운 경향과 결합해 열광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미래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큐록 작가의 작품 또한 다양한 연령층이 좋아하지만, 자세히 보면 20대, 30대, 10대 순으로 ‘찐팬’을 형성하고 있어 그의 작품 역시 젊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방증이다.

“팝아트계를 대표하는 작가는 당연 앤디워홀이죠. 그의 마릴린먼로 초상화와 캠벨 수프 깡통 시리즈 등은 나무나도 유명하고, 이러한 그의 작품은 세계적 팝아트의 거장으로 불리게 한 겁니다. 저는 줄리안오피를 더 좋아합니다. 그의 워킹 시리즈는 멀리서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죠. 드로잉이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해서 좋아합니다.

조만간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입니다. 그리고 어반브레이크에 참가했을 때 만난 업체로부터 제안받은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업계 등과의 콜라보레이션도 고민 중에 있습니다. 요즘 화두인 NFT시장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일련의 활동을 통해 ‘큐록’의 컬러가 분명한 극사실주의 작품, 아이덴티티가 분명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RELATED ARTICLES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Popula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