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Daily NewsF&B옷 대신 맛집 채운 지하층…오피스·아울렛이 F&B에 빠진 이유

옷 대신 맛집 채운 지하층…오피스·아울렛이 F&B에 빠진 이유

국내 상업용 부동산과 대형 유통 시설의 공간 운용 전략에서 저층부 식음료(F&B) 테넌트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과거 백화점과 아울렛의 지하층이 주로 이월 패션 재고를 소진하거나 구색 맞추기용 푸드코트를 배치하던 지원 공간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건물 전체의 유동 인구를 좌우하고 부동산 자산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앵커 시설로 기능하는 양상이다.

온라인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의류와 공산품의 매장 방문 유인력이 약화된 반면, 현장에서만 소비 가능한 미식 경험은 대체 불가능한 오프라인 집객 동력으로 검증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통사와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은 대규모 면적을 식음 전용 공간으로 과감하게 내어주며 방문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자산의 기대 수익률을 방어하는 공간 설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상업 시설이 저층부 면적을 F&B 중심으로 전환하는 배경에는 상품 유통 채널의 수익성 변화와 오피스 상권의 복합화가 자리 잡고 있다. 패션 카테고리의 온라인 침투율이 30%를 웃돌면서 대형 아울렛이나 쇼핑몰이 면적당 매출을 패션 브랜드만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더불어 엔데믹 이후 도심 오피스 출근이 완전히 정착하면서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 역시 단순한 업무 공간을 넘어 직장인과 외부 방문객을 동시에 흡수하는 생활 밀착형 상업 인프라를 요구받고 있다.

개점 10주년을 맞아 리뉴얼 오픈한 현대아울렛 동대문점 지하2층 식품관 ‘쿡스동대문(COOKS DONGDAEMUN)’을 직원들이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유통 채널과 부동산 개발사는 저층부 공간을 단일 업종 매대로 채우는 대신, 외부 유동 인구가 자연스럽게 유입되도록 입체적인 골목길 동선을 도입하거나 대형 공용 좌석을 갖춘 라운지 형태로 재편하고 있다. 단순히 건물 입주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수준을 지나, 인근 로컬 상권과 맞물려 외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개방형 미식 플랫폼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이는 공실률을 안정적으로 통제하는 동시에 상업용 건물의 매각 가치와 임대료 수취 역량을 높이는 유효한 금융적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공간 운용 전략의 변화는 최근 대형 아울렛 리뉴얼과 신규 프라임 오피스 리테일 기획에서 구체적인 수치와 포트폴리오로 확인된다. 현대백화점은 개점 10주년을 맞은 현대아울렛 동대문점의 지하 2층 식품관을 4개월간 전면 공사해 약 1만 4,800㎡(약 4,500평)에 달하는 전체 4개 층 리뉴얼의 핵심 거점인 ‘쿡스동대문’으로 새롭게 열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광장시장으로 이어지는 외국인 관광객 동선을 흡수하기 위해 한국의 골목시장을 모티브로 좁고 굴곡진 동선을 구현했으며, 멕시칸 브랜드 쿠차라를 비롯해 사누끼 우동 전문점 마루가메우동, 강릉 스페셜티 커피 테라로사, 태국 음식 전문점 우라프라우드 등 26개 인기 식음 브랜드를 집결시켰다. 여기에 연말까지 훠궈 전문점 용가훠궈와 약 958㎡(약 290평) 규모의 대형 글로벌 뷔페 테이크를 순차 추가하며 체류형 관광 수요를 매장 안으로 묶어두는 거점 인프라를 완성해가고 있다.

스탈릿 성수N ‘스타릿 푸드라운지’ 외부 전경.

신세계프라퍼티 역시 캡스톤자산운용이 매입한 연면적 약 9,000평 규모의 프라임급 신규 오피스 자산 ‘스탈릿 성수N’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저층부(지하 1층~지상 1층) F&B 공간인 ‘스탈릿 푸드라운지’를 조성했다. 지상 3층부터 11층까지는 신세계 계열사인 G마켓이 사옥으로 입주한 가운데, 지상 1층 메인 로비에는 스타벅스와 크로아상·모찌를 결합한 베이커리 왓어브레드를 배치해 일상적인 만남의 공간을 열었다.

지하 1층에는 외부에서 직접 진입 가능한 오픈형 푸드홀과 약 300석 규모의 공용 휴게 좌석, 라이브러리 공간을 구성해 차돌삼합 전문점 한미옥의 신규 브랜드 석청, 딤섬 중심의 중식당 정정, 대구 로컬 분식 방촌떡볶이, 경양식을 현대화한 태평양돈까스, 수제 버터 도우의 라쿤피자, 미국식 중화요리 제프리웍, 베트남 현지식 까몬 등 11개 매장을 채웠다. 오피스 상주 인원의 점심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성수역 북측 신흥 업무 클러스터의 외부 유동 인구를 주말까지 끌어들이는 복합 리테일 모델을 안착시킨 셈이다.

저층부 식음 공간의 대형화와 정밀 큐레이션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반의 자산 유동화 공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F&B 매장들이 복합적으로 입점한 상업 시설은 특정 패션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일정한 유동 인구를 유지할 수 있어 임대차 계약의 안정성이 높다. 더욱이 지하와 1층에서 발생하는 식음 결제는 건물의 전반적인 체류 시간을 연장해 상층부 리테일 매장과 라이프스타일 숍으로 고객이 분산되는 분수 효과를 촉진한다.

향후 리테일과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는 단순 면적 임대 방식을 넘어, 상권의 배후 인구 특성과 관광객 동선을 분석해 독점적인 F&B 포트폴리오를 기획하는 큐레이션 역량이 자산의 수익성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와 유통사는 브랜드 단순 나열을 지양하고, 외부 상권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동선 설계와 공용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오프라인 부동산의 평당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방어해야 할 것이다.

RELATED ARTICLES

Popula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