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패션 기업 F&F(에프앤에프 대표 김창수)가 글로벌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TaylorMade)’ 인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투자를 넘어, 한국 기업이 글로벌 브랜드를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게임 체인저’로서의 역할을 맡을 수 있느냐는 물음과 직결된다.
F&F는 이미 테일러메이드 투자 펀드의 최대 출자자이자, 우선매수권과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동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그리고 최근, 테일러메이드 이사회 지명권을 자진 반납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경영 간섭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향후 인수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글로벌 브랜드 경영 시대의 정도를 따른 것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를 ‘정상적 인수 절차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브랜드 운영 주체로 도약
F&F는 MLB,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등 자체 브랜드로 국내와 아시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둬 브랜드 기획과 리테일 운영에서 강한 역량을 증명해왔다. 하지만 이번 인수 시도는 단순한 내수 및 아시아 사업 확장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의 전방위적 운영을 직접 책임지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테일러메이드는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는 골프 전문 브랜드다. 선수 스폰서십, 기술 기반 제품 기획, 프리미엄 유통 채널 운영 등 ‘완성형 브랜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단순 유통이나 라이선스 비즈니스만으로는 체득할 수 없는 고도화된 브랜드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F&F가 인수에 성공하게 될 경우, 이는 단기적 수익 확대뿐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 경영의 전략적 역량을 확보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 패션 기업의 역할이 글로벌 브랜드 전략 수립과 시장 운영까지 확장되는 ‘글로벌 브랜드 경영 모델’로 진화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K패션, ‘소유와 운영’의 시대 개막
그동안 K패션은 제품 생산력, 트렌디한 디자인, 빠른 공급망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접근해왔다. 그러나 패션 트렌드를 직접 기획하고 탄생시키는 주도권은 대부분 글로벌 패션하우스나 외국 자본의 몫이었다. F&F의 도전은 이 구조를 정면에서 흔드는 시도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넘어, ‘메이드 바이 코리아(Made by Korea)’, 그리고 ‘오운드 바이 코리아(Owned by Korea)’로 이어지는 글로벌 브랜드 시대. 이제는 한국 기업이 브랜드를 설계하고, 시장을 리드하며, 고객 경험 전반을 책임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번 사례가 전례 없는 것은 아니다. 2007년 휠라코리아(현 미스토홀딩스)는 이탈리아 휠라 본사를 인수해 ‘글로벌 브랜드 인수’의 첫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어 2011년에는 미국 골프용품 브랜드 아쿠쉬네트홀딩스까지 또 다시 인수해 세계 골프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장했다.
휠라코리아는 이후 브랜드 내재화, R&D 강화, 글로벌 마케팅 확대 등을 통해 단순 인수에서 멈추지 않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기업으로 거듭났다.
글로벌 브랜드 경영 시대의 서막
F&F의 테일러메이드 인수 시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휠라에 이어 또 하나의 글로벌 브랜드 경영 사례가 한국에서 탄생하게 된다. 이는 한국 패션 산업이 더 이상 지역 시장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인 브랜드 기획과 운영 능력을 갖춘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다.
F&F의 테일러메이드 인수는 단지 한 기업의 글로벌 진출 시도가 아니다. 이는 한국 패션 산업의 정체성과 역량이 구조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다. 브랜드를 ‘만드는 나라’에서 ‘이끄는 나라’로의 전환, 그리고 한국 기업이 세계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는 서막이다. 이제 한국은 글로벌 브랜드를 꿈꾸는 데 머문 나라가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는 주체다. 그리고 F&F가 그 새로운 지도를 그리고 있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