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산업을 이끄는 이른바 ‘패션 빅5’ 기업들이 유통 전략의 대대적인 판짜기에 나섰다. 장기화된 실적 부진의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이들이 선택한 핵심 키워드는 바로 ‘럭셔리’다. 과거 성장의 일등 공신이었던 중가(매스티지)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하고, 고가의 수입 명품 유통에 집중하는 이들의 행보는 국내 패션 시장의 극심한 양극화와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어중간함은 안 통한다’… 양극화에 밀려난 매스티지
현재 한국 패션 시장은 이른바 ‘소비 양극화’가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하다. 고가 명품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하이엔드 소비층’과 가성비를 극대화하는 ‘실속파 소비층’으로 수요가 양분되면서, 그 중간 지대에 위치했던 매스티지(Mass-tige, 대중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국내 브랜드보다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에서 더 큰 가치와 만족감을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자체 브랜드(PB)를 처음부터 키우는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들여와 높은 마진율을 확보하는 것이 수익성 개선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된 셈이다.

비효율 브랜드 쳐내고 ‘고가 라인업’ 전진 배치
패션 빅5 기업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코오롱FnC는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중가 브랜드였던 ‘에피그램’을 정리하는 결단을 내렸다. 비효율적인 군살을 빼는 대신, 이탈리아 하이엔드 브랜드 ‘디아티코(The Attico)’와 프랑스 럭셔리 스트리트 브랜드 ‘드롤 드 무슈(Drôle de Monsieur)’를 잇달아 론칭하며, 고가 수입 라인업을 보강하고 럭셔리 패션 유통 채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역시 자체 육성하던 매스티지 브랜드 ‘코텔로’를 종료했다. 그 빈자리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인 ‘산드로(Sandro)’와 ‘마쥬(Maje)’, ‘끌로디피에로(Claudie Pierlot)’ 등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해외 브랜드들이 채우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프리미엄 브랜드 ‘캡틴선샤인’ 등 고가 전략을 취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보강하며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한섬의 경우 자체 브랜드의 위상을 명품급으로 끌어올리는 ‘고급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 ‘시스템’의 파리 컬렉션 라인인 ‘시스템파리’를 통해 글로벌 최상위 럭셔리 시장에 직접 도전장을 내밀며 브랜드의 격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LF, ‘신(新)명품’으로 승부수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는 MZ세대가 열광하는 이른바 ‘신명품’ 브랜드를 대거 확보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기존에 전개하던 셀린느 등 대형 브랜드의 직진출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독점 유통권을 가진 럭셔리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장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꾸레쥬(Courrèges)’, 지속가능한 패션의 선두주자 ‘리포메이션(Reformation)’, 그리고 최근 독점 유통권을 확보한 미국 럭셔리 브랜드 ‘더 로우(The Row)’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향수 카테고리에서도 ‘딥티크’, ‘바이레도’ 등 고가의 니치 향수 브랜드를 통해 ‘스몰 럭셔리’ 시장을 장악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LF는 기존의 매스티지 이미지를 탈피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해외 럭셔리 브랜드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LVMH 그룹이 보유한 프랑스 ‘신명품’ 브랜드 ‘빠투(Patou)’를 비롯해, 이탈리아 프리미엄 슈즈 ‘프리미아타’, 프랑스 컨템포러리 ‘바쉬(ba&sh)’ 등이 핵심이다. LF는 또한 전통의 강자인 ‘레오나드(Leonard)’와 같은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를 통해 백화점 VIP 고객층을 공략하는 한편, 식품과 금융 등 비패션 부문을 강화하며 그룹 전체의 체질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의 시대, 패션 지형도가 바뀐다
패션 빅5의 이번 행보는 단순히 브랜드 몇 개를 정리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국내 패션 기업들이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자,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다.
결국 한국 패션 시장의 거인들은 이제 ‘모두를 위한 브랜드’가 아닌, 확실한 취향과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를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이러한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재편이 향후 국내 패션 유통 시장의 지형을 어떻게 뒤바꿔놓을지 업계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SF샵-로고[1]](https://tnnews.co.kr/wp-content/uploads/2025/08/SSF샵-로고1-300x58.png)

![네이버볼로그[1]](https://tnnews.co.kr/wp-content/uploads/2025/08/네이버볼로그1-300x133.jp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