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먹어봤다”는 인증 사진을 SNS에 올리는 순간, 해당 소비자의 목적은 달성된다. 그 이후부터 두쫀쿠는 더 이상 열망의 대상이 아닌, 익숙하고 지루한 어제의 유행으로 전락한다.
이러한 디토 소비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선택의 피로감을 줄여주는 지름길 역할을 하지만, 역설적으로 소비의 주체성을 마비시키고 시장을 획일화한다. 인플루언서가 언급하는 순간 수요가 폭발했다가, 새로운 자극이 등장하면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리는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유행의 주기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전국적인 품귀 현상을 일으켰을 당시, 그 열기는 스테디셀러로 안착하기까지 약 1~2년의 완만한 곡선을 그렸다. 당시에는 생산 설비를 늘리는 데 물리적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적 지연이 오히려 제품의 희소성을 유지하는 방어 기제 역할을 했다.

◇ 대기업도 출시 속속…유사제품 확산, 시장은 순식간에 포화 상태
그러나 흑당 버블티, 대만 카스텔라를 거쳐 탕후루에 이르기까지 그 주기는 6개월, 혹은 3개월 단위로 압축되고 있다. 두쫀쿠 역시 등장과 동시에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커브가 매우 가파르다. 이는 SNS 알고리즘이 유행을 복제하고 확산하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 결과다.
누구나 두쫀쿠를 파는 시대가 열리자마자 역설적으로 누구도 두쫀쿠에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희소성의 파괴가 일어난 것이다. 이제는 유행이 정착되기도 전에 유사 브랜드가 수십 개씩 생겨나고, 대기업이 한 달 만에 미투 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은 순식간에 포화 상태에 이른다.
유행이 끝난 뒤 전개되는 상황은 더욱 참혹하다. 국내 디저트 시장은 이른바 잔혹사의 연속이다. 한때 골목마다 들어섰던 탕후루 매장들이 사라진 풍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소 명에 ‘탕후루’를 내걸고 영업하던 전국의 휴게음식점은 2022년 말 기준 고작 124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광풍이 불어 닥친 2023년 한 해 동안 무려 716개의 매장이 신규 인허가를 받으며 폭발적으로 증식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열기가 식기 시작한 이듬해, 곧장 431개의 매장이 간판을 내렸다. 이는 2023년 말 기준 영업 중이던 전체 업소(817개)의 절반을 넘는 53%가 단 1년 만에 폐업의 길을 택했다는 의미다. 시장의 급격한 냉각은 비단 신규 창업자들만의 고통이 아니었다. 폐업 명단에는 유행과 상관없이 자리를 지켜온, 2016년 이전에 개업한 ‘노포’ 격의 가게 7곳도 포함됐다. 유행의 과열이 시장 전체의 생태계를 교란하며, 오랜 시간 뿌리 내렸던 업장들까지 동반 침몰시킨 셈이다.
특히 두바이 초콜릿과 두쫀쿠처럼 원재료비가 높은 품목은 유행이 꺾였을 때 가맹점주들이 입는 타격이 훨씬 크다. 탕후루의 설탕 솥보다 두쫀쿠를 위해 들인 특수 오븐과 고가의 원재료들은 전매조차 쉽지 않다.
자영업자들이 유행을 좇는 이유는 단순하다. 진입 장벽이 낮고 즉각적인 매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규모 자본이나 안정적인 유통망이 없기에 유행이 꺾이는 순간 가장 먼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가맹본부는 가맹비와 인테리어 수익으로 이미 이익을 챙긴 뒤지만, 점주들에게 남는 것은 폐업에 따른 막대한 빚 뿐이다.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인기에 도취해 200억 원을 들여 공장을 증설했지만, 준공 시점엔 이미 열기가 식어 영업이익이 오히려 감소했다. 두쫀쿠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공장을 가동한 대형 유통사들 역시 머지않아 재고 처리를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성숙해질 틈도 없이 자본이 투입돼 시장을 과열시킨 뒤 냉각시키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손실을 메울 수 있지만, 단일 품목에 생계를 건 소상공인들에게 유행의 끝은 곧 생존의 끝을 의미한다. 유행의 주기가 짧아질수록 설비 투자에 대한 리스크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며, 이는 결국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기반을 갉아먹는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 잡았다.
◇ 폐업 악순환 끊을 ‘마이크로 브랜딩’ 절실…새로운 가치 제안해야
그렇다면 두쫀쿠가 반짝 특수를 넘어 소상공인에게 유의미한 브랜딩 기회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정체성(Identity)의 변주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매운맛이라는 핵심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까르보, 짜장, 로제 등으로 끊임없이 확장하며 소비자에게 매번 새로운 가치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두쫀쿠를 파는 소상공인들 역시 단순히 레시피를 따라 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매장만이 가진 고유의 스토리나 기술력을 이 트렌드에 녹여내야 한다. 트렌드가 사라진 뒤에도 소비자가 그 매장을 찾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두는 작업이다. 단순한 미투(Me-too) 전략이 아닌, 트렌드를 자신의 브랜드 문법으로 재해석하는 역량이 생존의 열쇠다.
유행 아이템을 미끼로 삼아 방문한 고객에게 매장의 진짜 실력과 매력을 경험하게 하고, 이들을 충성 고객으로 전환하는 마케팅 기술이 필요하다. 유행은 문을 여는 수단일 뿐, 문 안으로 들어온 고객을 붙잡는 것은 결국 그 가게만이 가진 차별화된 본질이기 때문이다.

결국 두쫀쿠 열풍이 남겨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유통업계와 소상공인은 다음에 올 유행이 무엇인가를 좇는 도박을 멈춰야 한다. 유행은 기회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유행은 그저 빚더미로 가는 리스크일 뿐이다.
탕후루가 떠난 자리에 핀 두쫀쿠가 잔혹사의 또 다른 장이 될지, 아니면 한국 디저트 시장의 체질 개선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는 이제부터의 대응에 달려 있다. 소비자는 영리해지고 있고, 시장의 시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무엇을 파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두쫀쿠 이후에도 또 다른 ‘무엇인가’는 반드시 온다. 그때마다 빚을 내 설비를 바꾸고 간판을 갈아치우는 구조적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한국 디저트 시장은 유행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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