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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몰 벨리타운 청량리, 5400평에 ‘집객형 테넌트’ 압축…쇼핑몰 전략 시험대

15년 만의 서울 신규점…다이소·올리브영·무신사 앞세워 세 번째 ‘롯데타운’ 시동

롯데백화점(대표 정현석)이 지난달 23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롯데캐슬 SKY-L65 랜드마크타워’에 ‘롯데몰 벨리타운 청량리’를 열었다. 2011년 롯데몰 김포공항점 이후 15년 만에 서울에 낸 신규 점포다. 개점 당일 현장을 찾은 정현석 롯데백화점 대표는 이곳을 ‘콤팩트한 점포’로 소개하며 롯데 쇼핑몰 전략의 시발점이라고 규정했다. 향후 대구·상암·송도·전주에서도 쇼핑몰을 이어 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수만~수십만 평 규모로 몸집을 키워온 국내 복합쇼핑몰 공식과 반대로, 작은 면적에 집객력 높은 테넌트를 촘촘히 채운 모델이 롯데 쇼핑몰 사업의 첫 단추가 된 셈이다. 개점 닷새째인 지난달 27일 현장을 찾아 이 ‘압축형 쇼핑몰’의 구조를 살펴봤다.

롯데몰 벨리타운 청량리 정문 앞 야외 광장에 설치된 5m 높이 벨리곰 조형물.

◇ 대형화 대신 ‘압축’… 5400평에 테넌트 50여개
롯데몰 벨리타운 청량리는 지하 1층~지상 4층, 영업면적 1만7851㎡(5400평) 규모다. 동북권 최고층 건물인 65층 주상복합 저층부에 들어선 신관 형태로, 기존 롯데백화점 청량리점과 연결된다. 입점 브랜드 50여개 가운데 약 80%를 유통사 최초 입점이나 동북 상권 최초·최대 매장으로 채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정 대표는 준비 기간이 10개월가량이었다고 밝혔다. 쇼핑몰 이름에 롯데그룹 IP ‘벨리곰’을 미들네임으로 넣은 것도 롯데백화점 복합몰 가운데 처음이다.

청량리에서 검증한 테넌트 조합과 운영 방식은 이후 쇼핑몰 출점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앞서 송도·대구 수성·상암·전주 등에 신규 쇼핑몰을 내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형 부지 확보와 인허가에 수년이 걸리는 대형몰과 달리, 역세권 주상복합 상업시설을 활용하면 출점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이번 모델의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27일 평일에도 롯데몰 벨리타운 청량리 1층 공용 좌석이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테넌트뉴스)

입지 선택의 근거는 배후 수요다. 청량리역은 지하철 1호선과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KTX 강릉선, 중앙선 등 6개 노선이 지나는 환승 거점이다. 여기에 GTX-B·C와 면목선, 강북횡단선 등 4개 노선이 더해질 예정이다. GTX 2개 노선이 동시에 정차하는 서울 역은 서울역·삼성역·청량리역 세 곳뿐이다.

롯데백화점은 청량리 재개발 지구와 이문·휘경, 전농·답십리 일대에 2030년까지 3만 가구 이상이 새로 입주하고, 대중교통 이용객도 현재의 2배인 30만명 수준으로 늘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립대·한국외대·경희대 등 인근 대학의 대학생 인구도 15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역 이용객과 신규 입주민, 대학생이라는 세 갈래 수요를 한 건물에서 받겠다는 계산이다. 쇼핑몰이 들어선 단지 자체의 수요도 탄탄하다. 지난해 12월 이 단지 무순위 청약 3가구 모집에는 12만5000여명이 몰렸다.

1층에 문을 연 글로벌 티 브랜드 ‘차지(CHAGEE)’ 롯데몰 청량리점. 국내 11번째 매장이다. (사진=테넌트뉴스)

◇ 층마다 다른 방문 이유… ‘앵커’는 집객형 브랜드
평일이었지만 정문 앞 야외 광장의 5m 높이 벨리곰 조형물 앞에는 사진을 찍는 방문객이 이어졌다. 1층 출입구 정면에는 벨리곰 영상을 송출하는 ‘미디어 큐브’를 세워 입구부터 캐릭터 IP를 앞세웠다. 1층 중앙 ‘청량 테라스’는 낮은 층고를 보완하려 천장을 틔운 오픈형 구조에 자연광을 닮은 대형 인공조명을 달았다. 실내 수목 사이 약 80석의 공용 좌석은 테라로사 핸드드립 바와 인근 베이커리 이용객이 함께 쓰는데,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붐볐다.

층별 안내판을 보면 테넌트 구성의 무게중심이 드러난다. 1층 ‘더 시그니처’에는 올리브영과 애플 제품 매장 ‘아이스토어’, 부산 베이커리 ‘겐츠베이커리’ 서울 1호점,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시시호시’가 자리했다. 시시호시 안에는 벨리곰 굿즈를 파는 샵인샵 1호점이 들어섰다. 글로벌 티 브랜드 ‘차지(CHAGEE)’는 국내 11번째 매장을 내며 전 세계 매장 가운데 처음으로 새 인테리어 콘셉트 ‘Rooted in Tea’를 적용했다. 목재 격자로 짠 벽면이 전통 창살을 떠올리게 한다.

1층 ‘테라로사 커피’ 매장. 바로 옆에 부산 베이커리 ‘겐츠베이커리’ 서울 1호점이 자리했다. (사진=테넌트뉴스)

우리와인과 협업한 주류 편집숍 ‘리쿼라커’ 1호점까지 1층에만 동북 상권에 처음 들어선 매장이 8곳이다. 쇼핑몰의 얼굴인 1층을 명품이나 대형 패션 브랜드가 아닌 F&B·뷰티·라이프스타일로 채운 점이 백화점과 가장 다른 대목이다.

2층 ‘액티브 영’은 ABC마트 그랜드스테이지와 데카트론, 무신사 백&캡 클럽이 맡았다. 백&캡 클럽은 무신사가 대형 유통 채널에 처음 낸 가방·모자 전문 매장으로, 키즈부터 성인까지 94개 브랜드를 모았다. 150평 규모 데카트론은 러닝 특화 콘셉트로 차별화했고, 상권 최대 규모 ‘오프뷰티’도 2층에 자리했다. 패션·스포츠·뷰티를 한 층에 묶어 대학생과 2030세대의 ‘취향 소비’ 동선을 만든 구성이다.

3층 ‘패밀리&라이프스타일’은 약 500평 규모 다이소와 탑텐·탑텐키즈, 빕스, 스포키 키즈클럽으로 가족 고객을 겨냥했다. 탑텐은 15만원 이상 구매 시 2만원을 추가 할인하는 개점 행사를 진행 중이었고, 빕스는 지난달 26일 문을 열었다. 청량리역을 오가는 열차가 내려다보이는 키즈클럽과 벨리곰 테마의 가족 화장실도 이 층에 있다.

2층에 들어선 150평 규모 ‘데카트론’ 매장. 러닝 특화 콘셉트로 차별화했다. (사진=테넌트뉴스)

4층 ‘플레이 플랫폼’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반다이남코코리아 ‘펀스퀘어’와 일본 피규어·프라모델 전문점 ‘베스트하비’ 국내 1호점, 키즈 테마파크 ‘바운스’, 마루가메우동이 들어섰다. 키덜트와 어린이 가족을 한 층에서 동시에 끌어들이는 배치다. 동북 상권 최대 규모로 들어서는 훠궈 브랜드 하이디라오는 안내판에 ‘OPENING SOON’ 표시를 단 채 이달 개점을 준비 중이다.

청량리역과 이어진 지하 1층은 니토리·아트박스·미니소 등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생활용품 매장으로 꾸렸고, 어덜트·키즈·리빙·뷰티를 아우르는 600평 규모 무신사 스탠다드는 12월 문을 연다. 하이디라오와 무신사 스탠다드가 합류하는 연말이 돼야 쇼핑몰이 완성형을 갖추는 셈이다.

3층에 문을 연 ‘탑텐’ 롯데몰 청량리점. 별도 공간 탑텐키즈와 함께 가족 고객을 겨냥했다. (사진=테넌트뉴스)

‘최초·최대’ 매장이 화제를 만들고, 다이소·올리브영·탑텐 같은 생활밀착형 브랜드가 일상적인 발길을 책임지는 구조다. 백화점업계에서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등이 새로운 앵커 테넌트로 떠오른 흐름을 롯데가 쇼핑몰 단위로 옮겨 실험한 것으로 읽힌다. 층마다 보스(BOSE) 스피커 90개로 테마별 음악을 틀고, 휴게 공간에 롯데백화점 시그니처 향 ‘플리트비체’를 뿌리는 등 체류 시간을 늘리는 장치도 더했다.

이 같은 흐름은 업계 전반에서 나타난다. 이마트는 2024년 죽전점을 시작으로 매장 면적을 줄인 자리에 외부 브랜드와 휴식 공간을 들인 ‘스타필드 마켓’으로 점포를 바꾸고 있다. 상품을 많이 진열하는 것보다 고객이 찾아올 이유와 머물 이유를 만드는 쪽으로 오프라인 공간의 역할이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벨리타운 청량리는 이를 처음부터 신규 점포 설계에 반영한 사례에 가깝다.

올리브영 매장(1층)과 다이소 매장(3층)도 입점돼 많은 사람들을 집객시키고 매출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 개점 효과 넘어 ‘체류’로… 롯데타운 완성이 관건
개점 효과는 일단 확인됐다. 첫날 오전 10시 30분 개장 전부터 300여명이 줄을 섰고, 펀스퀘어의 한정판 원피스 카드와 애플 매장을 찾는 수요가 몰렸다. 무신사 백&캡 클럽과 피규어 전문점 베스트하비 앞에도 대기줄이 생겼다.

10만·2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청량리의 의미를 담은 벨리곰 키링과 짐색 등 한정판 굿즈를 선착순으로 증정한 것도 개점 첫날 줄을 세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젊은 층을 겨냥한 구성이었지만, 실제로는 유모차를 끈 가족과 60대 이상 고객까지 연령대가 넓게 분포했다는 평가다. 벨리곰이 몰 곳곳에서 선물을 주는 ‘벨리곰 위크’와 닌텐도 피크민 팝업은 이달 8일까지 이어진다.

롯데는 벨리타운을 백화점과 묶어 명동·잠실에 이은 서울의 세 번째 ‘롯데타운’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백화점이 전통적인 상품 판매를 맡고, 벨리타운은 체험·외식·취향 소비로 방문 빈도와 체류 시간을 끌어올리는 역할 분담이다. 쇼핑몰 4층과 백화점 3층 사이 이동 통로와 청량리역 연결부를 넓히고, 청량리점 본관도 단계적으로 리뉴얼해 동북 상권 최대 ‘프리미엄 상업 복합단지’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17개월 리뉴얼을 마친 노원점과 함께 동북권 고객을 묶어내는 그림이다.

과제도 분명하다. 개점 초기의 관심이 꾸준한 재방문과 매출로 이어질지, 신규 몰이 기존 백화점 고객을 나눠 갖는 데 그치지 않고 새 수요를 만들어낼지가 성패를 가를 기준이다. 롯데백화점은 2024년 발표한 중장기 계획에서 2030년까지 국내외 쇼핑몰 사업에 7조원을 투입해 1% 수준인 쇼핑몰 매출 비중을 3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은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고 잠실·인천·노원 등 성과가 확인된 핵심 점포에 투자를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15년 만에 낸 서울 신규 점포라는 점에서, 벨리타운 청량리는 단순한 점포 하나가 아니라 외형 확대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출점 방식에 대한 검증대 성격을 띤다. 5400평 청량리의 성적표가 확장 전략의 첫 시험지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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