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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서울, 성수동서 첫 소싱 전시…APLF가 서울에 차린 100개 쇼룸

가죽·소재부터 OEM·ODM까지 한자리…남아공·中 하이닝 공급처도 합류

홍콩에서 아시아 가죽·패션 소싱 전시를 운영해 온 APLF가 서울 성수동에 첫 소싱 전시 ‘스타일서울(S+YLE SEOUL) 2026’을 열었다. 10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 동안 성수동 에스팩토리(SFACTORY)에 100여 개 쇼룸을 꾸린 이 행사는, 글로벌 공급업체들이 한국을 ‘생산 기지’가 아닌 ‘디자인 수요가 몰린 시장’으로 보고 직접 찾아오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전시는 패션 상품이 만들어지는 순서를 그대로 펼쳐 놓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가죽과 패션 소재, 부자재에서 출발해 의류·신발·가방·패션 액세서리 같은 완제품, 그리고 OEM·ODM 생산 솔루션까지 한 공간에 모았다. 디자이너와 패션 브랜드, 국내외 공급업체·제조사가 실물을 앞에 두고 다음 컬렉션 개발과 새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다. 10월 말 쌀쌀해진 날씨 속에서도 전시장 안은 업계 관계자들의 상담으로 붐볐다.

서울 성수동 거리 전경
스타일서울이 열린 서울 성수동 거리. 수제화 공업 지역에서 패션·문화 거점으로 바뀐 동네다.(사진=인포마마켓한국 제공)

스타일서울의 주최사는 APLF다. APLF는 런던에 본사를 둔 Informa Group 계열 전시 기업 인포마마켓(Informa Markets) 산하에서 APLF Leather, Materials+, Fashion Access 등 가죽·소싱 전시를 운영한다. 인포마마켓은 패션·뷰티·주얼리부터 제약·바이오, 식음료, 항공, 해양·조선까지 14개가 넘는 산업에서 30개국에 걸쳐 한 해 약 450개 전시회를 열며, 뷰티 박람회 Cosmoprof와 제약·바이오 전시 CPHI, 북미 B2B 패션 박람회 MAGIC도 이 회사 브랜드다. 회사 측은 스스로를 세계 1위 전시 주최사라고 소개한다.

스타일서울 에스팩토리 쇼룸 전시장 내부
100여 개 쇼룸이 들어선 성수동 에스팩토리 전시장 내부. 천장에 APLF 홍콩 전시(2027년 3월 31일~4월 2일) 배너가 걸려 있다.(사진=인포마마켓한국 제공)

무역 전시 대신 쇼룸, 성수동에 차린 스타일서울의 소싱 방식
이번 행사의 차별점은 형식에 있다. 스타일서울은 부스가 줄지어 늘어선 전통적 무역 전시회 틀을 버리고, 제품과 소재를 중심에 놓은 쇼룸형 구성을 택했다. 관람객이 물건을 만져 보는 과정에서 상담이 자연스럽게 시작되도록 동선을 짰다는 것이 주최 측 설명이다.

개막식에서는 재니스 리(Janice Lee) 인포마마켓 아시아(Informa Markets Asia) 부사장 겸 APLF Ltd 이사가 참가자와 협력사에 환영 인사를 건네고 행사를 기획한 배경을 설명했다. 주최 측은 한국 패션이 창의적인 디자인과 뚜렷한 브랜드 정체성,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팔리는 컬렉션으로 바꾸는 능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패션 커뮤니티가 활발하고 디자인 경쟁력이 높은 서울은 국내 디자이너·브랜드와 거래를 트려는 해외 공급업체에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봤다.

스타일서울 2026 에스팩토리 외관
‘S+YLE SEOUL 29-30 OCTOBER 2026’ 행사 그래픽으로 외벽을 덮은 성수동 에스팩토리 입구.(사진=인포마마켓한국 제공)

개최지 선택도 같은 맥락이다. 성수동은 수제화 공장이 밀집한 공업 지역에서 출발해, 지금은 콘셉트 스토어와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독립 패션 브랜드가 모여드는 서울의 대표 패션·문화 거점으로 바뀌었다. 제조의 역사와 현재의 감각이 겹쳐 있는 동네를 골라 ‘새로운 전시 경험’이라는 기획 의도를 공간으로 표현한 셈이다.

APLF의 본 무대는 홍콩이다. 올해 3월 12~14일 홍콩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APLF 2026에는 36개 국가·지역의 500여 개 업체가 참가했고, 66개 국가·지역에서 1만여 명이 찾았다. 2027년 행사는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린다. 100여 개 쇼룸 규모의 스타일서울은 이 대형 전시와 달리 규모보다 대화의 밀도에 무게를 둔 행사다.

APLF의 기존 해외 전시 참가업체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규모 중심의 대형 무역전시와 달리, 한국 패션업계 관계자들과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이 시장의 특성과 사업 가능성을 현장에서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컬러 하프문 백으로 채운 스타일서울 가방 쇼룸 진열대
파스텔·레드 컬러 하프문 백이 진열된 스타일서울 가방 쇼룸.(사진=인포마마켓한국 제공)

전시장 입구는 국내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컬렉션이 채웠다. BOS Showroom, 하이서울쇼룸, 한국패션협회, 서울강동가죽제조지원센터에 소속된 디자이너와 브랜드들이 저마다의 K-패션을 선보이며 관람객을 맞았다.

소재 구역에서는 이탈리아·프랑스·한국의 가죽 생산업체들이 전통 가죽부터 독특한 질감과 표면 가공 기술을 입힌 신소재까지 내놨다. 디자이너와 상품 개발 담당자들은 소재를 손으로 비교해 보며 다음 시즌 아이디어를 구했다. ‘APLF 컬러 & 소재 트렌드 2027/28 F/W’ 전시는 앞으로 시장을 이끌 색과 질감, 소재 방향을 미리 제시해 발길을 붙잡았다. 물건을 사고파는 자리를 넘어 시즌 기획에 쓸 정보까지 건넸다는 점에서 전문 전시로서의 무게를 더했다.

공급처의 국적이 넓어진 점도 눈에 띈다. APLF는 그동안 주요 패션 생산국 외에 국내 바이어에게 낯선 나라들을 새 소싱 파트너로 소개해 왔는데, 이번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업체들이 참가해 대안 공급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의류 쇼룸에서는 가죽·모피 의류 생산으로 이름난 중국 하이닝 지역 주요 제조사들이 디자인과 봉제 역량을 내세웠고, 바이어들은 완제품을 살펴보며 업체별 주력 분야와 협업 여지를 하나하나 따졌다.

스타일서울 가죽 소품 쇼룸
가죽 가방과 소품이 놓인 진열대 앞에서 관람객이 제품을 살피고 있다.(사진=인포마마켓한국 제공

가방과 신발 쇼룸에도 새 상품과 생산 파트너를 찾는 상담이 끊이지 않았다. 참가업체들은 완성된 컬렉션과 함께 OEM·ODM 생산 방식을 묶어 제안해, 상품 구색을 늘리거나 새 라인을 준비하는 바이어에게 여러 갈래의 선택지를 내밀었다. 결과적으로 쇼룸마다 완제품과 그 제품을 가능하게 하는 소재·부자재·제조 기술이 연결되면서, 관람객은 기획에서 소재 선택, 생산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전체를 한 장소에서 훑어볼 수 있었다.

스타일서울 중국 하이닝 가죽 의류 쇼룸
중국 하이닝 의류 제조사 하이닝 허이 패션(HAINING HEYI FASHION) 쇼룸에서 관람객이 스웨이드 재킷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인포마마켓한국 제공)

양쪽이 얻은 것도 분명하다. 국내 브랜드와 디자이너는 차기 컬렉션과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해외 소재·제조 파트너를 찾을 기회를 얻었다. 해외 참가업체들 역시 개성 있는 디자인과 발 빠른 시장 대응을 무기로 커 온 한국 패션 시장을 더 가까이서 이해하게 됐다. 주최 측은 첫 회를 통해 쇼룸형 소싱 전시라는 모델이 서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스타일서울이 정례 행사로 자리 잡을지는 이번 상담이 실제 발주와 2회 개최 결정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달렸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게는 홍콩까지 가지 않고도 글로벌 소재·생산 파트너를 만나는 통로가 생긴 셈이어서, 내년 참가업체 수와 국가 구성이 스타일서울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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