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자이너 브랜드 발로렌(VALOREN)이 11월 1일 자카르타 패션위크(JFW) 2027의 한국 쇼케이스 ‘패션 코리아’ 마지막 순서를 맡았다. 정부 기관이 10년 동안 이어 온 한·인도네시아 패션 교류가 단순한 런웨이 출품을 넘어, 현지 공예와 손잡는 협업 제안으로 한 걸음 나아간 장면이다.
‘패션 코리아’는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인도네시아가 주관해 한국 디자이너를 현지에 소개하는 무대다. 올해 무대에는 정효찬 디자이너가 이끄는 발로렌과 함께 키모우이(KIMOUI)가 참가했다. JFW 2027은 10월 26일 개막해 11월 1일까지 이어졌으며, 발로렌은 행사 마지막 날 쇼의 피날레를 책임졌다. 인도네시아 관광부 공식 관광 사이트는 JFW를 동남아시아 최대 연례 패션위크로 소개한다.

올해 무대에는 기념의 의미가 겹쳤다. KOCCA와 자카르타 패션위크,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K)가 함께 쌓아 온 두 나라 디자이너 교류가 10년째를 맞았기 때문이다. KOCCA는 2022년 10월 열린 JFW 2023에서도 여성복 두칸(DOUCAN)과 남성복 세인트이고(SAINT EGO) 두 브랜드를 메인 무대에 세운 바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리메이크한 영화 「태양의 후예(DOTS)」의 주연 요시 수다르소(Yoshi Sudarso)가 발로렌 쇼에 모델로 섰다.

단청에서 출발한 발로렌의 ‘정제된 해체주의’
발로렌이 내세우는 디자인 언어는 ‘정제된 해체주의(Refined Deconstruction)’다. 출발점은 한옥 단청이다. 단청은 서까래와 대들보 같은 뼈대를 가리지 않은 채, 장인이 그 위에 공들여 색을 칠해 완성한다. 발로렌은 같은 방식으로 옷의 짜임새를 숨기지 않고 겉으로 꺼내 보이면서, 바느질과 마무리에는 손을 많이 들인다. KOCCA 콘텐츠 기업 디렉터리 역시 발로렌을 테일러링의 규율을 해체적 디자인에 적용해 ‘미완의 미학’을 지닌 구조적 의복을 만드는 브랜드로 설명한다.
이번 자카르타 컬렉션은 이런 태도를 무대에 옮긴 자리였다. 구조는 드러내되 마감은 다듬는 방식은 해체주의를 실험이 아닌 입는 옷의 언어로 바꿔 놓는다.
쇼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효찬 디자이너는 한국의 단청과 인도네시아 전통 염색 바틱의 공통분모를 꺼냈다. 그는 “좋은 바틱 툴리스는 앞뒤가 없다고 들었다. 발로렌의 디자인 언어와 같이 숨기는 면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사람 손에서 생기는 미세한 불규칙함을 흠이 아닌 가치로 받아들이는 바틱의 전통이 발로렌의 지향과 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지 장인과 함께 작업해 보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KOCCA 인도네시아 쪽은 교류의 판을 더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신화범 KOCCA 인도네시아 센터장은 지난 10년의 협력이 앞으로도 이어져 두 나라 창의산업 종사자에게 더 넓은 협업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관은 패션 코리아로 양국 디자이너와 창의산업 인력의 세계 시장 진출 통로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정효찬 디자이너가 언급한 바틱 장인 협업이 실제 제품이나 다음 시즌 컬렉션으로 이어지는지가 이번 피날레의 무게를 가늠할 첫 잣대다. 10년 차에 접어든 패션 코리아가 일회성 쇼케이스를 넘어 현지 생산자와 한국 브랜드를 잇는 산업 협력 모델로 자리 잡을지도, 동남아 시장을 노리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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