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패션산업 특별법이 11월 4일 국회에 발의됐다. 국내 생산능력이 2005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원사부터 유통까지 공급망 전 단계를 하나의 법 체계로 묶어 지원하겠다는 구상이 입법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정식 명칭은 「섬유패션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국회 산자중기위 소속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의원 13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섬산련, 회장 최병오)는 업계를 대표해 이번 발의를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숫자로 보면 위기의 크기가 드러난다. 섬산련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섬유패션 사업체는 28.9만 개, 종사자는 69.1만 명이다. 그런데 같은 해 내수시장에서 수입산이 차지한 비중은 57.1%였고, 생산능력은 2005년보다 49.8% 감소했다. 국내에서 팔리는 섬유패션 제품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사이, 생산 설비는 20년 새 반토막이 난 셈이다.
여기에 글로벌 환경규제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구조적 과제가 겹쳤다. 반대로 첨단 산업용 섬유 수요가 늘고 K-패션의 해외 진출 무대가 넓어지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올라설 기회도 생겼다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이 기회를 붙잡을 종합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법안의 출발점이다.
새로 생기는 제도는 아래와 같다.
| 구분 | 대상 | 지원 내용 |
|---|---|---|
| 핵심기반공정 | 소멸 위기에 처한 공정 | 공정 유지·확충, 경쟁력 강화 지원 |
| 공공필수섬유제품 | 국가안보·국민안전 같은 공공 목적에 꼭 필요한 제품 | 국내 생산기반 유지, 공공기관 우선구매 권고 |
| 중소기업 공동기반시설 | 공동폐수처리장 등 |
섬유패션 특별법의 골격은 핵심기반공정과 공공필수섬유제품 지정
법안이 새로 도입하는 장치는 크게 두 가지 지정 제도다. 먼저 사라질 위기에 놓인 공정을 ‘핵심기반공정’으로 정하고, 그 공정의 유지·확충과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한다. 공동폐수처리장처럼 중소기업이 함께 쓰는 공동기반시설에 대한 지원 근거도 담았다.
두 번째는 ‘공공필수섬유제품’이다. 국가안보·국민안전 등 공공목적에 반드시 필요한 섬유제품을 지정해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공공기관에 우선구매를 권고할 수 있게 했다. 어떤 품목을 어떤 절차로 지정할지는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이 밖에 고부가가치 분야로의 사업 전환, AI·디지털과 친환경으로의 전환, 전문 인력 육성 및 숙련 기술 계승, 해외 진출, 금융·세제 지원도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된다.
적용 범위는 원료·원사, 원단, 염색가공, 봉제에 이어 기획·디자인, 유통 단계까지 이어진다. 섬산련은 공정 사이의 연계와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한꺼번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의미로 꼽았고, 현장에서 오래 요구해 온 내용이 폭넓게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유통과 기획·디자인이 지원 대상에 들어갔다는 것은 패션 브랜드와 유통사 역시 이 법의 직접 이해관계자가 된다는 뜻이다.
최병오 회장은 “섬유패션산업은 수출과 일자리를 지탱해 온 기간산업이지만,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약화되는 생산기반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별법이 국내 생산기반을 지키면서 첨단·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올라서는 발판이 되도록 국회가 서둘러 논의해 제정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섬산련은 업계 실태를 조사하고 입법 근거가 될 자료를 만들어 법안 준비를 도왔으며, 앞으로도 국회·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업계 목소리를 수렴해 조속한 제정을 이끌어낼 방침이다.
섬유패션산업 특별법의 실효성은 산자중기위 심사 일정과 시행령에 담길 지정 기준에서 판가름 난다. 어떤 공정이 핵심기반공정에, 어떤 품목이 공공필수섬유제품에 오르느냐가 수입산 비중 57.1%의 시장 구도를 되돌릴 수 있을지 가늠하는 첫 잣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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