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경기 침체 공포에 무너지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이 기름을 부은 인플레이션 급등세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 우려를 키우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긴축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불안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전쟁과 연준의 긴축, 높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경제 성장률이 다시 세계적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은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 국내 증시도 올해 들어 6월 21일기준 코스피지수는 19.10% 하락했다
6월 들어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3만선이 붕괴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은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 뉴욕증시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내 증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들어(1월 3일~6월 21일) 코스피지수는 19.10% 하락했다. 2977.65로 올해 장을 시작했는데, 6월 21일엔 2408.93으로 568.72%나 빠졌다.
코스닥지수의 하락율은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 24.73%가 하락한 것. 1033.98에서 시작한 코스닥지수는 778.30으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로 인한 수급 공백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쓰나미가 한국에도 밀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4.3%로 2008년 상반기(4.3%)와 비슷한 수준이다. 3월 중 4%를 웃돈 데 이어 5월(5.4%)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를 상회했다. 고물가가 계속 이어지면 국민들은 지갑을 닫게 되고, 결과적으로 기업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하락장엔 경기방어주가 주목을 받는다. 경기가 안 좋을 때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거나 거의 수요가 변동 없는 생활필수품에 관련된 업종이
경기방어주로 꼽히는데, 대표적으로 유통주가 해당된다. 경기 변동의 영향을 적게 받으며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는 주식으로, 경기민감주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런 폭락장에서도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매력이 더 돋보인다.
하지만 이번 하락장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미국의 아마존과 타깃,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한국의 유통업계 상장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증시를 든든하게 지지해줄 줄 알았던 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올해 들어 이들의 주가가 어떻게 변했는지 업종 별로 분석해봤다.
◇ 유통주, 경기방어주라더니…롯데만 웃었다

백화점 업종의 주가는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업계 맏형으로 꼽히는 롯데쇼핑은 상당히 선전했다. 올해 8만7200원으로 장을 출발한 롯데쇼핑은 6월 21일 기준 10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무려 18.12%(1만5800원)에 달하는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코스피지수가 두 자릿수 하락율을 기록하는 동안, 롯데쇼핑은 두 자릿수나 상승한 셈이다.
올해 롯데쇼핑의 주가가 오른 건 호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1.2% 증가한 68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69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그간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실적 부진으로 수년간 역성장해 왔는데, 올해는 연간 기준 흑자 전환의 청신호를 켰다. 매장 수를 줄이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의 효과가 올해부터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NH투자 증권은 롯데쇼핑을 두고 “주요 사업부문 영업 정상화로 당기순이익 흑자전환이 기대된다”면서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했다. 목표가도 기존 대비 45% 올린 14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반면 경쟁사인 신세계의 주가 움직임은 신통치 않았다. 연초 25만4000원이던 주가가 23만 1000원으로 떨어지면서 -9.06%(2만3000)의 하락율을 기록했다. 20% 가까이 하락한 코스피보단 선방했지만, 리오프닝 수혜를 누리지 못한 건 아픈 현실이다.
신세계 주가는 특히 올해 1월 하락폭이 컸는데, 면세점 업황 부진 우려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SNS 논란이 겹친 영향이 컸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방역정책을 강화해 중국인 따이공(보따리상) 수가 줄어들자 면세 관련 종목 주가가 타격을 입었고, 정용진 부회장의 SNS ‘멸공’ 발언이 사회적 이슈로 비화하면서 불매운동 움직임으로 번질 조짐을 보였었다.

다만 증권사에서는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을 풀고 경기부양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점차 외국인 매출이 회복될 것이라는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신세계를 두고 리오프닝에 따른 집객력 증가, 의류매출 회복, 명품 성장 지속, 광주신세계 연결 편입에 따른 효과 등을 이유로 신세계가 올해 호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또다른 백화점 종목인 현대백화점의 경우는 사실상 주가 변화가 없었다. 7만5100원에 올해 장을 열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6월 22일 7만3600원에 장을 마쳤다. 2.00%(1500원) 하락하는데 그쳤다. 경기 침체 공포가 시장을 짓누르는 가운데 나름 선방한 주가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2분기 실적이 장밋빛으로 점쳐지면서 향후 주가 전망은 밝다.

흥국증권은 현대백화점에 대해 부유층 중심의 고급 브랜드 시장 호조와 패션 및 잡화 매출 비중 확대로 실적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의견은 ‘매수’였고, 목표주가는 10만원이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2분기 리오프닝 효과로 백화점 부문은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면세 부문은 적자폭이 축소될 것”이라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10만원에서 10만8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 이마트, 영역이익 감소 이어 지마켓의 거래액도 줄어
이마트 등 대형 유통점 관련 주가 역시 기업별로 흐름이 제각각이다. 신세계의 계열사 이마트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울상을 지었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들어 이마트의 주가가 31.46%나 하락했기 때문이다. 15만1000원에 출발했는데, 10만3500원에 마감했다. 코스피 하락율보다도 낙폭이 컸다.

이마트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실적이 나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72.1% 감소한 344억원을 기록했다. 온·오프라인 시너지 확보를 위한 SSG닷컴, 지마켓글로벌 등 이커머스 자회사의 투자가 늘면서 수익이 악화했다. 특히 이마트는 지난해 6월 지마켓글로벌을 약 3조4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지마켓글로벌의 올해 1분기 GMV(총거래액)은 3조79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실적 전망도 어둡다. 증권가는 이마트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마이너스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마트를 두고 ‘상반기까지 부진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마트는 올해 초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0만주의 자사주를 취득한다고 밝혔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수를 줄여 주주이익을 늘리는 대표적인 주가 부양책이다. 특히 경쟁사 롯데쇼핑의 주가가 오르면서 시가총액순위가 뒤바뀐 건 뼈아픈 일이었다. 6월 21일 종가 기준 롯데쇼핑의 시총은 2조9137억원으로 이마트(2조8851억원)를 제쳤다. 롯데쇼핑의 시총이 이마트보다 커진 건 2020년 2월 24일 이후 2년 4개월 만이었다.

GS25와 GS더프레시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주가도 올해 들어 두 자릿수 넘게 하락했다. 3만400원이던 주가가 6월 21일엔 2만5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15.63%나 하락했다.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한 2조 598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27.2% 감소했다.
일각에서 편의점 업종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증권가에선 GS리테일에 대한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2만9000원에서 2만6000원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3만5000원에서 3만 3000원으로 낮춰 잡았다. 유안타증권은 목표주가를 종전 3만8000원에서 2만9000원으로 끌어내렸다.

반면 같은 편의점 업종인데도 BGF리테일의 주식 투자 수익률은 좋았다. 올해 초 14만5500원에서 17만7000원으로 뛰면서 21.65%(3만 1500원)나 상승했다.
이는 호실적이 주가에 반영된 결과이다. BGF리테일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증가한 1조6922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378억원으로 75%나 급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차별화 상품의 흥행, 생활 서비스 확대, 초저가 프로모션 등 근거리 소비 확산의 효과적 대응이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또한 수익성이 높은 PB 상품의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면서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체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선 올해 2분기 BGF리테일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7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외 마스크 미착용 정책으로 맞이한 올해 2~3분기 만큼은 편의점이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성수기를 맞이할 것이란 분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BGF리테일을 두고 “리오프닝으로 공연 및 공항 등에 위치한 특수 입지 편의점의 매출증가와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특수 입지 매장은 전체의 10%를 차지하지만 매출액과 수익성 모두 일반 점포 대비 높다”고 분석했다.
◇ 패션업계 리오프닝 수혜 입어도, 주가 하락 이어져…일부 상승
주요 패션 상장사들 역시 주가에선 리오프닝 수혜를 입지 못했다. [테넌트뉴스]가 분석한 23개 패션 상장사 중 올해 들어 주가가 오른 기업은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에스제이그룹, 2개 뿐이었다. 먼저 신세계인터내셔널의 주가 흐름은 아래와 같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는 올해 초 2만9100원이었는데, 6월 21일엔 9.28%(2700원) 오른 3만1800원에 장을 마쳤다.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곤 하지만, 그것만으론 주가 상승 이유를 설명할 순 없다. 주가가 하락한 대부분의 패션 상장사들도 올해 초 1분기 실적만은 좋았기 때문이다.
전체 하락장에서도 주가가 오를 수 있었던 건 지난 2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액면분할을 결정한 것이다. 주식 수는 기존 714만주에서 3570만주로 늘어나게 됐고, 주당 거래 가격은 5분의 1로 변동됐다. 유통 주식 수 확대를 통해 소액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주식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정책 차원에서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도 약속했다. 결산 배당에 대해 보통주 1주당 전년 대비 36% 증가한 15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0.7%에서 1.02%로 상승했다. 아울러 향후 3년간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주주 환원 재원으로 사용하고, 최저 배당금을 주당 1200원으로 확정했다.
증권업계가 내놓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호실적 전망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한금융투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을 두고 “럭셔리 카테고리와 화장품에서의 강점이 있어 하반기 실적 기대감도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4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올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4만60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패션부문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화장품 부문 역시 실적 모멘텀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함께 유일하게 주가가 오른 에스제이그룹의 주가 등락률은 1.86%였다. 상승률이 크진 않지만, 대세 하락장 속에서 거둔 성과라 의미가 적진 않다. 이 회사의 경우, 극적인 실적 개선이 돋보였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7억4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2% 증가했다. 매출은 39.8% 늘어난 478억2700만원을 기록했다.
에스제이그룹이 시가총액이 작은데도 증권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하반기부터는 신규 브랜드 출시에 따른 추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캉골브랜드의 단독 1분기 매출만 303억원에 달하며, 연 매출 10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며 “캉골키즈 브랜드의 호조가 캉골 브랜드의 호조까지 동반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이 밖에도 배럴이 -1.88%(8000원→7850원), 더네이쳐홀딩스가 -3.72%(2만9600원→2만 8500원), LF -5.80%(1만7250원→1만6250원), 삼성물산 -5.88%(11만9000원→11만 2000원), 영원무역 -6.07%(4만3650원→4만1000원), 대현 -6.11%(2290원→2150원), 지엔코 -6.98%(688원→640원), 한섬-7.02%(3만5600원→3만3100원) 등 패션 기업 대부분이 올해 들어 한 자릿수 주가 하락율을 기록했다. 전체 산업에서 두 자릿수 주가 하락율이 속출하는 가운데 나름 선방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이중에서 증권사들은 강한 실적 모멘텀을 가진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인 패션 전문기업 한섬의 주가 흐름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패션 대기업들도 견조한 실적을 내긴 했지만, 2분기까지 국내의 강한 소비 여력을 발판 삼아 한섬이 특히 눈에 띄는 실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한섬을 두고 “올해 4~5월 한섬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면서 “상반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6%가량 증가가 확실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배럴의 주가 하락율이 생각보다 선방한 건 M&A 이슈 때문이다. 더네이쳐홀딩스가 지난 5월 760억원을 들여 배럴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글로벌 패션그룹을 목표로 하는 더네이쳐홀딩스를 통해 매출처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 신원ㆍ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ㆍ한세실업, 호실적에도 주가 하락
올해 들어 주요 패션 상장사 중 주가가 가장 크게 하락한 기업은 신원이었다. 올해 초 2920원하던 주식이 지금은 165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수주 증가에 따른 수출 회복으로 올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음에도 투자자들을 설득하진 못했다. 이 회사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44.2%, 180%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 지난 5월 자사주 100만주 취득 사실을 공시했음에도 주가 부양 효과는 크지 않았다.
신원이 남북경협 테마주로 묶이면서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우려가 반영됐고, 금융위원회가 우선 주 진입과 퇴출 요건을 상향시키면서 신원 우선주에 대한 상장폐지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는 점이 악영향을 미쳤다.
까스텔바작 역시 코스닥 하락율을 밑도는 주가 하락율을 기록했다. 올해 초 1만650원에서 지난 6월 21일엔 6900원까지 내려앉았다. 하락율은 35.21%나 된다. 악화된 실적이 주가에 반영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손실 32억8941만원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올 1분기 성적도 신통치 않다. 매출액은 188억원으로 48.5%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14억원, 당기순손실은 18억원으로 모두 적자 전환했다. 대부분의 골프 패션 기업들이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같은 까스텔바작 브랜드의 부진은 더욱 시선을 모았다.

패션업계 대장주 F&F의 주가 흐름도 충격적이다. 올해 초 18만9000원(수정주가)에 거래되던 이 회사 주가는 6월 21일 14만10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무려 25.4%(4만8000원)나 하락했다.
실적이 나빴던 건 아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346억원을 거뒀는데, 분할 전 F&F의 패션사업부문 영업이익(692억원)과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됐다. 지난 3월엔 1주당 액면가액을 5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하는 액면분할을 단행했는데도 실제 주가 부양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지난 5월엔 국내 증시의 대표지수 중 하나인 코스 피200에 새롭게 편입했음에도 주가는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처럼 호재가 많았는데도 F&F의 주가가 급락한 건 기초체력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중국 매출 비중이 높아 중국 대표 소비주로 꼽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의 완전한 박멸을 추구하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중국 주요 도시가 봉쇄됐다. 중국을 주요 판매처로 두고 있는 F&F 입장에선 향후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선 이를 이유로 목표주가를 끌어내리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F&F을 두고 “중국 불확실성이 우려된다”면서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으나 목표주가는 22만원으로 12% 하향했다. 한국투자증권 보고서는 “중국 락다운으로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30% 하향한다”며 “4월 말 기준 605개 매장 중 110개가 영업을 중단한 만큼 중국 매출이 전분기 대비 4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휠라 브랜드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휠라홀딩스 역시 코스피 수익률을 밑도는 주가 흐름을 보였다. 올해 초 3만5850원이던 주가가 23.43% 꺾여 2만7450원으로 내려앉았다. 휠라 브랜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내리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휠라홀딩스는 지난 2월 향후 5년간 1조원 이상 투자해 그룹 미래 성장을 견인할 글로벌 5개년 전략 계획 ‘위닝 투게더’를 발표하고 2025년 목표 매출 4조4000억원(영업 이익률 15~16%)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알렸지만 실제 성적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를 두고 “올해는 국내외 브랜드 재정비 영향으로 휠라의 홀세일 매출의 감소 속도 보다 정상 리테일 매출 회복 속도가 더 느려 손익이 감소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라면서 “주가는 아직 휠라홀딩스의 브랜드 전략 변화 결과에 대한 기대치는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에 하나금융투자는 휠라 홀딩스에 대해 “브랜드 매출 성장세 전환, 글로벌 인지도 회복 전까지 주가 모멘텀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애슬레저 브랜드 젝시믹스 판매 호조로 역대 1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한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역시 주가 하락을 피해가진 못했다. 올해 초 9700원에 거래되던 이 회사 주가는 6월 21일엔 7680원에 장을 마치면서 20.82%(2020원) 하락했다. 올해 1분기 호실적을 냈고, 별다른 악재가 없었는데도 주가가 꺾였다. 특히 6월 초까진 8000원대를 유지하던 이 회사의 주가는 연준의 긴축 행보가 뚜렷해진 최근 들어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한세실업의 주가는 올해 들어 17.54%나 하락했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며 전 세계 의류 판매량이 증가한 덕분에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호실적이 주가에 반영되진 못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하반기에 주가 흐름이 반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한세실업에 대해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올해 매출이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이며 환율효과, 판가상승 등이 더해져 수익성이 대폭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뷰티, 매출과 영업이익 큰 폭 하락으로 주가 추락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대표기업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리오프닝 대표 수혜주로 꼽혔지만, 중국 도시 봉쇄 조치에 따른 우려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컸다. 이제는 일상이 된 마스크 착용은 내수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해외시장에서도 쉽게 매출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중이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상승이 이뤄지며 생산원가까지 치솟았다.
국내 화장품 대장주로 꼽히는 LG생활건강은 올해 들어 주가가 43.21%나 하락했다. 올해 초만하더라도 주당 주가가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였는데, 6월 21일엔 62만3000원에 장을 마치면서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가라앉았다. 이 회사주가가 62만원선까지 내려간 건 지난 2015년 1월(1월 27일 62만6000원)이었다. 주가가 7년 5개월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1분기에 치명적으로 악화한 실적을 발표한 영향이 크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9.6%, 72.9% 감소한 6996억원, 690억원에 그쳤다. 특히 전체 매출의 66%를 차지하는 ‘후’ 매출이 53% 하락하며 화장품 사업 전체가 흔들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면서 2분기 실적 기대감도 낮아진 상황이다. 중국이 이 기업의 수출 비중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탓이다. 면세점도 동남아시아 단체 관광객이 입국해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면세점 큰손인 중국 보따리상 입출국은 제한적이다.
LG생활건강의 맞수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 역시 주가가 적지 않게 하락했다. LG생활건강보단 하락 폭이 크지 않았지만, 역시 두 자릿수(15.57%) 하락율을 보였다. 올해 초 16만7000원에 거래되던 주식이 6월 21일엔 14만1000원으로 떨어졌다.
22일엔 중국 봉쇄 영향으로 올해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낼 것이란 증권사 보고서가 쏟아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이날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12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종가 기준으로 2019년 8월 29일(12만4000원)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현대차증권은 보고서에서 “중국 주요 도시 봉쇄로 로컬과 면세 채널이 부진해 올해 2분기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기존 16만원에서 15만원으로 하향했다. 이 증권사는 “지난 팬데믹 기간 동안 중국 화장품 시장은 침체 없이 견조했던 만큼, 리오프닝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타 국가와 달리 기저부담이 있다”라면서 “외부 환경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액 성장률이 다른 비교 기업과 견줘 부진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브랜드력 제고에 대한 확인 역시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콜마의 주가 수익률 역시 올해 들어 -9.44%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 수익률보단 나은 수준을 보였지만, 리오프닝 수혜주로 기대 받던 것과는 딴판인 결과다. 화장품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제약 계열사인 HK이노엔의 실적이 선방하면서 주가 낙폭을 줄였다. 이 밖에도 아모레G(-9.13%), 현대바이오(-7.72%), 토니모리(-3.61%), 잇츠한불(-4.80%) 등의 뷰티 종목의 주가가 올해 들어 하락했다.
문제는 하반기가 되더라도 증시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반등을 이끌 만한 뚜렷한 호재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높은 물가로 인한 긴축 불안감과 물가 정점 통과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동시에 겹쳤기 때문이다. 오는 7월 미국이 또 한 번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증시 변동성은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 매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코스피와 코스닥은 연일 연중 저점을 경신하고 있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체 바닥은 어디인지 가늠조차 안 되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면서 “당분간은 지수 반등을 이끌 만한 재료가 뚜렷하지 않아 유통업계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도 정중동의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