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편의점 산업이 서비스간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단순히 생필품을 파는데 그치지 않고 고객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담배나 콜라, 라면을 사는 골목 슈퍼 역할에 머물던 편의점이 지금은 MZ세대의 트렌디한 상품 소비처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올해 초엔 전국 편의점 문 앞에 고객들이 줄지어 제품 배송차량을 기다리는 ‘오픈런’ 현상이 화제가 됐다. 이들을 줄 세우게 한 건 SPC삼립이 재출시한 포켓몬 빵이다. 출시된 지 불과 40일 만에 1000만개가 팔릴 만큼 파급력이 대단했다. 특히 빵을 사면 제공하는 사은품 격인 스티커 ‘띠부띠부씰’이 오픈런 현상을 일으킨 요인인데, 2030세대의 추억을 자극한 마케팅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이 포켓몬 빵이 처음 등장한 건 24년 전인 1998년이다. 처음 출시 당시에도 월 평균 500만 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학생이었던 지금의 2030세대는 옛 추억을 찾아 다시 이 빵을 찾고 있는 것. 예전엔 부모님 용돈 받아 눈치 보며 빵을 구입했다면 지금은 ‘내돈내산’ 할 수 있는 충분한 경제적 여유가 생겼기에 구입량이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 어린이까지 띠부띠부씰 모으기에 합류하면서 포켓몬 빵은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자신이 수집한 스티커를 SNS에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졌고, BTS 등 인기 연예인도 빵 인증 사진에 합류하며 젊은층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일부 인기 포켓몬 캐릭터 스티커가 빵 가격보다 훨씬 높은 2만~3만원에, 희귀한 캐릭터는 5만원선에서 거래될 정도다.
포켓몬 빵은 웬만한 유통채널에서 다 판매했지만, 특히 편의점에서 인기가 유별났다. 편의점이 거리 곳곳에 많이 있다 보니 가장 가까운 포켓몬빵 구입처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생산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로 빵이 인기를 끌자 전국 편의점에는 포켓몬 빵이 하루 4개씩만 입고될 때도 있었다. 일부 편의점주는 포켓몬 빵 때문에 고객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불매운동을 선언했고, 한 편의점에서 빵을 미끼로 ‘끼워팔기’를 시도하다가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 편의점, 포켓몬 빵에 이어 메이플스토리 빵 사기 위해 오프런
최근엔 포켓몬 빵에 이어 GS25에서 단독 판매 중인 메이플스토리 빵이 품절 대란을 빚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빵은 GS25가 게임업체 넥슨과 손잡고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5가지 맛으로 구성한 제품이다. 수집열풍을 일으킨 포켓몬 빵처럼, 게임 캐릭터 스티커 80종을 제품 안에 집어넣었다.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 넥슨에서 시작된 게임으로 110여개국에 진출해 전 세계 유저만 1억9000만명이 넘는 인기 작품이다.

메이플스토리 빵은 스티커와 함께 얻을 수 있는 스탬프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에서 쓸 수 있는 아이템이나 게임 피규어 세트 등을 선착순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17일 출시한 초기 제작 물량이 당일 모두 소진된데 이어 다음날인 18일부터는 하루 최대 발주 물량까지 모두 팔리고 있다. 이 역시 인스타그램,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 메이플스토리 빵 득템에 성공한 인증 사진을 올리며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중이다.
CU에서만 살 수 있는 연세크림빵 시리즈 역시 만만치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CU와 연세우유가 함께 만든 상품으로, 지난 2월부터 시장에 나왔다. 그런데 인기는 6월 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금은 CU 디저트 매출 비중의 50% 이상을 책임지는 대표 상품으로 꼽힌다.
크림이 많이 함유됐음에도 달지 않아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맛으로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빵을 산 소비자들이 ‘반갈샷(빵의 반을 갈라 상품 속 내용물을 인증하는 사진)’을 SNS에 유행시키면서 판매량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이 생활 밀착 플랫폼으로 성장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앞으로도 많은 브랜드 기업들이 오픈런 등 마니아적인 인기를 누리기 위해 편의점을 파트너 채널로 삼으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은 단순히 빵으로만 품절사태를 빚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는 게 아니다. 최근엔 토이캔디가 인기다. 토이캔디는 사탕에 키링(열쇠고리)이나 캐릭터 피규어를 무작위로 함께 포장한 제품으로, 최근 만화 캐릭터 ‘크레용 신짱(짱구)’ 키링 토이캔디 등이 MZ세대 사이에서 ‘뽑기’ 대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 GS25는 가수 박재범이 세운 원스피리츠와 손잡고 12일부터 증류식 소주인 원소주 스피릿을 단독 판매 중인데, 판매 일주일 만에 준비한 물량 20만병을 모두 판매하면서 완판 제품에 동참했다. 이 제품은 오랫동안 주류 매출 1, 2위(GS25 기준) 자리를 지켜 온 카스와 참이슬후레쉬까지 단숨에 밀어냈다. 원소주스피릿은 강원도 원주 쌀 토토미를 발효해 증류한 소주로, 앞서 품절 대란을 빚은 원소주의 후속 상품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여러 유통업체가 원소주를 단독 판매하기 위해 원스피리츠와 접촉했지만, 결국 원스피리츠는 편의점을 선택했다”면서 “편의점이 콘텐츠 마케팅을 펼치기에 접점이 많고, MZ세대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엔 수제맥주 열풍이 불었다. 곰표 밀맥주(CU), 노르디스크 맥주(GS25), 쥬시후레쉬 맥주(세븐일레븐) 등이 각각 레트로 콘셉트를 내걸면서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편의점 GS25는 아예 2030세대 직원들이 중심이 돼 출범한 신상품 개발 프로젝트 ‘갓생기획’팀을 운영하기도 했다. ‘갓생기획’은 지난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를 겨냥해 신상품을 개발한 프로젝트다. 출범 이후 노티드우유, 틈새오모리김치찌개라면, 팝잇진주캔디 등 60여 개가 넘는 ‘갓생기획’ 상품이 출시됐다. 누적 판매량은 1000만개가 넘는다.

◇ 편의점 품절 상품 확대,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안착
이처럼 편의점에 업종을 가리지 않는 ‘품절 상품’이 등장하는 건 편의점이 명실상부한 생활밀착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전국의 편의점 수는 약 5만개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입점해 있다. 취급 품목도 늘리고, 서비스도 영역제한 없이 확대하고 개선하면서 집객 효과를 노리는 기업 입장에선 최고의 파트너로 떠올랐다.
최근엔 산업을 가리지 않고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는데, 골목상권 곳곳을 커버하는 편의점은 유통 거점으로 활용하기에 더없이 좋다. 앞으로도 수많은 업체들의 가장 강력한 협력 대상이자 플랫폼 제공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편의점의 변신은 미디어 컨텐츠 업계로도 번졌다. 2019년 10월 KBS에서 첫 방영한 ‘편스토랑’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어제 방송에서 본 메뉴를 오늘 편의점에서 상품으로 만난다’는 콘셉트의 신개념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메뉴 개발 대결을 벌여, 우승 메뉴는 간편하게 조리해서 즐기는 밀키트 상품으로 만들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방영 초기엔 BGF리테일의 CU에서 단독으로 제품을 내놓다가, 올해 들어 파트너회사를 GS25로 바꿨다.

CU가 지난 6월 말 선보인 유튜브 숏폼 드라마 ‘편의점 고인물’은 벌써 누적 조회수 6000만회를 넘어섰다. 편의점 고인물은 CU에서 9년째아르바이트 중인 ‘하루’가 겪는 일상 속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풀어낸 컨텐츠다. CU 편의점과 제품의 홍보 효과가 톡톡히 일고 있다.
GS25는 업계 최초로 제페토에서 메타버스 드라마를 제작해 선보인다. 유명 크리에이터 ‘하리’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제작되는 드라마 ‘나의 아름다운 세상은’은 편의점 GS25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물이다. 내달 5일부터 제페토 맵 ‘GS25 맛있성 삼김이 왕자’와 GS25의 유튜브 채널 ‘GS25 이리오너라’를 통해 동시에 공개된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최근 고물가로 얇아진 직장인의 지갑을 노리는 이색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바로 구독 서비스다. 구독료를 지불하고 일정 기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경제는 혁신 IT기업의 전유물로 꼽혔지만, 국내 대부분의 편의점 업체들도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편의점 구독 서비스는 월 이용료를 지불하면 주요 상품들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독형 멤버십이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은 각사 모바일 앱을 통해 구독자에게 상품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CU에 따르면 지난 1~5월 구독 쿠폰 서비스 사용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쿠폰 사용량은 지난해보다 무려 68.9% 증가했다.
CU 구독 쿠폰은 멤버십 앱 ‘포켓CU’에서 도시락, 샐러드, 즉석원두커피 등 20여 종의 카테고리 중 구독을 원하는 카테고리의 월 구독료 1000~4000원을 결제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정해진 횟수만큼 할인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CU에 따르면 최근 가장 판매량이 높은 카테고리는 도시락,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 간편 식사류다.

이마트24에서도 구독서비스가 인기다. 월 구독료 2000~6000원을 내면 도시락·삼각김밥·샌드위치·김밥 등 간편 먹거리 상품 20개를 한 달동안 반값에 구입할 수 있는데,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 7월 1~20일 기준으로 구독서비스 판매량이 전월 대비 133% 늘었다.
연령별로는 20·30대(48%)가 가장 많았고, 40대가 34%를 차지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편의점 상품을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할인구독서비스가 짠테크를 지향하는 알뜰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물가인상으로 할인구독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아예 대형마트 가격 수준의 특가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생활 물가 안정을 위한초저가 상품 브랜드 ‘굿민’이 대표적이다. 굿민은 좋다는 뜻의 ‘Good’과 사람을 의미하는 ‘민(民)’의 합성어다. 소비자에게 양질의 상품을 초저가로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달걀과 삼겹살 등 식탁 물가에 체감이 큰 신선식품을 먼저 선보인 후 주요 생필품 카테고리로 상품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이 먼저 선보이는 굿민 상품 5종은 대형마트에서 파는 가격과 비슷하다.
◇ 편의점, 안면 인식ㆍ무인 결제 등 디지털 전환에 적극 나서
편의점은 유통업계 혁신 IT 기술이 집약되는 채널이기도 하다. 지난 6월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문을 연 GS25 DX LAB은 대표적인 미래형 편의점이다. 안면 인식 결제 솔루션을 비롯해 AI 점포 이상 감지 시스템, 무인 운영점 방범 솔루션, 영상 인식 디지털사이니지, 디지털 미디어 월, 주류 무인 판매기, 라테아트 기기 등 19가지 첨단 기술이 적용돼 있다.

평소에는 일반적인 편의점처럼 운영하다 심야 시간엔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편의점’이기도 하다. 심야 시간에 점포에 들어오기 위해선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개인 소유 카드나 네이버·카카오 등에서 발급하는 QR로도 손쉽게 인증이 가능해 출입에 어려움이 없다. 향후 GS25는 DX LAB점 운영을 통해 여러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시나리오 별로 각종 리테일 테크를 실증, 확산 여부를 검토하고 미래형 편의점의 방향을 계속해서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CU를 전개하는 BGF리테일 역시 지난해 1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 ‘테크 프렌들리 CU’ 1호점을 열고 무인 리테일 기술을 상용화했다.
국내외 최첨단 무인 출입 및 결제 기능과 BGF리테일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POS 시스템을 적용했다. 지난 2017년 국내 최초의 스마트 무인 편의점 ‘시그니처’를 선보인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차세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점포 운영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을 연구하는 ‘DT 랩(Lab) 스토어’를 열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롯데정보통신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매장의 출입은 통합인증 단말기를 통해 신용카드, 엘포인트(L.Point), 카카오톡 지갑 등으로 인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안면인식 출입 인증도 도입해 테스트하고 있다. 이 점포에는 3D 라이다, AI 결품관리, 통합관제 시스템, AI 휴먼(AI Human) 등의 기술을 접목했다.
주간에는 대부분 인력이 상주하면서 새벽에만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형 점포’는 이미 상용화가 완료돼 숫자를 늘리는 추세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2020년만 하더라도 실험적으로만 운영되던 하이브리드 매장의 숫자는 현재 1000여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별로 도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25는 메타버스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메타버스 베타서비스 공간에 실제 소비 거래가 가능한 최초의 메타버스 편의점 GS25 신한메타버스점을 입점시켰다. 단순 구경하고 상대 캐릭터와 대화하며 친목을 다지는 용도가 아니라 실제로 결제가 가능한 편의점이다. 아바타가 진열대 상품에 접촉하면 50여종의 기프티콘을 구매할 수 있다. 여기서 구매한 기프티콘은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보내거나 오프라인 GS25 매장에서 상품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 편의점, 드론 배달 등 특화 서비스로 유통 업계 지각변동
국내에서 드론 배송 시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열고 있는 것도 편의점 업계다. 편의점 CU는 강원도 영월군과 함께 지난 7월부터 드론 배달을 상용화했다. 드론 배달을 선보이는 곳은 CU영월주공점으로, 점포에서 3.6㎞ 떨어진 오아시스글램핑장까지 배달한다. 배달 가능 시간은 금·토요일 오후 3~8시로, 배달료는 무료다. 드론 전용 배달앱 ‘영월드로’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평균 10분 이내에 제품을 가져다 준다.
세븐일레븐 역시 가평수목원2호점을 배달 주문부터 드론 배송 비행까지 한 건물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드론 배송 특화매장으로 만들었다.



1㎞ 거리에 있는 아도니스펜션 고객을 대상으로 드론 배송 시범 운영에 나선다. 드론 배송은 롯데 벤처스가 투자한 드론 전문 스타트업 파블로항공이 맡는다. 고객은 파블로항공이 운영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올리버리를 통해 매주 화요일~토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까지 주문할 수 있다. 주문 가능 상품은 즉석 치킨, 삼겹살, 음료 등 일반 상품 70여개 등으로 최대 5kg이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편의점 산업은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1년 연간, 2021년 12월 주요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알수 있다. 지난해 온라인,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 업태별 매출 구성비에서 편의점 3사(GS25, CU, 세븐일레븐)의 매출이(15.9%)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매출(15.7%)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그간 대기업이 운영하는 골목가게 정도로 치부되던 편의점이 이제는 대형마트의 위상을 넘보고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 산업이 대형마트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매출이 커진 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여파로 대부분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사이, 편의점은 ‘코로나 무풍지대’에 속했다. 편의점은 다중이용시설이 아니라 출입명부를 작성할 필요도 없었고, 방역패스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았으며, 정부의 재난지원금까지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가진단키트, 마스크, 해열제 등 방역 관련 상품 판매로 오히려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가 더 늘어났다.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을 보이는 최근에도 그렇다. 정부는 현재 모든 편의점에서 자가진단키트를 팔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간 정부 방침에 따라 의료기기 판매 인허가를 받은 편의점에서만 자가진단키트를 판매할 수 있었다. 마스크·상비약 등 방역 관련 상품 판매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엔 인플레이션 논란에 외식비 인상에 이어 배달비 논란까지 불거지자 가성비로 무장한 편의점이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대부분의 유통업체가 앞으로의 전망이 어두운데, 편의점만은 예외인 것도 흥미롭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조사 결과를 보면 84로 집계됐는데,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지수 하락폭은 2010년 이래 코로나 충격을 받은 지난 2020년 2분기 22포인트 하락 이후 두 번째로 컸다. 그런데 업태별로 따지면 편의점만이 103을 기록하면서 기준치를 상회했다. 백화점(97), 대형마트(86), 슈퍼마켓(51), 온라인쇼핑(88) 등은 맥을 추지 못하는데, 편의점만 전망이 밝게 나온 것이다.
보고서는 “리오프닝에 따른 외출, 야외활동 확대 등으로 유동인구가 증가하며 오랜만에 제대로 된 성수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면서 “여기에 외식물가가 높아지면서 가성비 좋은 도시락이나 간편식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초저가 PB상품이나 소포장 신석식품 확대 노력이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산업의 성장성이 높다 보니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1, 2위를 다투던 GS25와 CU의 연간 매출액 차이는 2020년 7902억원에서 지난해 4301억원으로 좁혀졌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이 올해 초 미니스톱을 인수하며 지난해 기준 점포수가 기존 1만1170여개에서 1만4000여개로 늘었다. 1만6000여개의 편의점을 운영 중인 GS25와 CU의 뒤를 바짝 쫓는 모습이다.
여기에 후발주자인 신세계그룹의 이마트24 역시 외형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도 편의점 업계의 경쟁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 편의점 브랜드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오프라인 점포를 늘리고 있다. 최근엔 해외 점포 확대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GS25는 베트남·몽골, CU는 몽골·말레이시아, 이마트24는 말레이시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젊은 감성의 컨텐츠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소비자와 물리적인 거리가 가깝다는 점을 활용해 앞으로도 이들의 눈길을 끌 힙한 아이템과 콘텐츠들을 잇달아 선보이게 될것”이라면서 “이는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우려에 대부분의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이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편의점만은 예외가 될 것이라고 전망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SSF샵-로고[1]](https://tnnews.co.kr/wp-content/uploads/2025/08/SSF샵-로고1-300x58.png)

![네이버볼로그[1]](https://tnnews.co.kr/wp-content/uploads/2025/08/네이버볼로그1-300x133.jp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