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Daily NewsBeauty‘공병에서 원료로’…뷰티 업계, 자원 순환에서 공급망 해법 찾는다

‘공병에서 원료로’…뷰티 업계, 자원 순환에서 공급망 해법 찾는다

글로벌 환경 규제 직면한 유통·브랜드사, 친환경 재생 원료 확보 위한 ‘역물류 체계’ 선점 경쟁

유럽연합(EU)의 포장재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에 따라 재생 원료(PCR) 의무 함량 규제 조치가 강화되면서, 리테일 산업의 지속가능성 전략이 가치사슬을 통제하는 리스크 관리 단계로 전환되었다. 특히 복합 플라스틱과 유리를 대량 소비하는 뷰티 산업군은 글로벌 자원 수급 불안정 리스크에 가장 취약한 영역이다. 과거 화장품 공병 수거가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CSR)에 머물렀다면, 현재는 생산자가 제품의 전 생애주기를 책임지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모델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선도적인 뷰티 리테일러와 브랜드사들은 오프라인 거점과 모바일 플랫폼을 연동해 다 쓴 용기를 자체 회수하고, 이를 고부가가치 원료로 가공해 신제품 생산에 투입하는 역물류(Reverse Logistics) 체계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원자재 시장의 불확실성을 상쇄하는 동시에,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그린슈머(Greensumer) 고객층을 자사 플랫폼에 고착화(Lock-in)하려는 리테일 비즈니스 전략이다.

플랫폼 접근성과 회수 기술 고도화가 이끄는 구조적 전환
뷰티 공병 회수 중심의 자원 순환 구조는 플랫폼의 접근성과 제조사의 정밀 가공 기술이 결합할 때 비로소 경제적 실익을 창출한다. 유통 플랫폼 기업들은 매장 방문 빈도를 높이기 위해 투입하던 소모성 마케팅 비용을 공병 수거 리워드나 통합 멤버십 포인트로 전환하며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소비자는 자원 순환 참여를 통해 즉각적인 보상을 체감하고, 기업은 신뢰할 수 있는 단일 재질 원료를 안정적으로 선점하는 구조다.

재활용 컨설팅 전문 기업 및 화학 기업들과의 연대가 촘촘해지면서 자원 순환의 완성도 역시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선별과 세척이 까다로워 소각되던 화장품 용기들이 정밀 분쇄 과정을 거쳐 신재(Virgin) 플라스틱과 동등한 물성의 펠릿으로 복원됨에 따라, 리테일 매장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채널을 넘어 자원을 다시 거두어들이는 ‘도심형 순환 기지’로서 기능적 확장을 이루게 되었다.

(사진=이니스프리) 이니스프리, ‘보틀 리플레이’ 캠페인 연계 재생 유리 적용한 ‘그린티 씨드 히알루론산 세럼’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는 2003년부터 전개해 온 공병 수거 헤리티지를 친환경 플랫폼인 ‘보틀 리플레이(BOTTLE RE:PLAY)’ 캠페인으로 지속 고도화하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현재까지 약 1,346톤의 공병을 누적 수거하여 재활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수거된 용기들은 재질별 분리 및 고도화된 재활용 공정을 거쳐 브랜드의 핵심 상품인 그린티 라인 등의 재생 유리 및 재생 플라스틱 보틀로 재탄생하고 있다.

특히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수거 프로세스를 정착시키고 참여 고객에게 최대 8,000포인트의 뷰티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보상 설계를 결합함으로써, 환경 보호의 실효성과 유통 플랫폼의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하며 자원 확보 거점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국내 최대 뷰티 유통 플랫폼인 CJ올리브영은 전국 1,30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의 네트워크 밀집도를 무기로 개방형 수거 모델인 ‘뷰티사이클(BEAUTY-CYCLE)’을 전개하고 있다. 올리브영의 전략적 핵심은 자사 브랜드에 국한하지 않고 시장에서 유통되는 모든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을 전량 수거하는 개방형 인프라에 있다.

글로벌 재활용 전문 기업 테라사이클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수거 및 분쇄 공정을 운영 중이며, 수거된 자원은 전량 친환경 인테리어 자재나 리사이클 굿즈의 원료로 전환된다. 올리브영은 모바일 앱을 통한 리워드 시스템을 결합해 대규모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는 입점 브랜드사들의 포장재 전환 부담을 완화하고 플랫폼의 친환경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상생 모델로 기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로레알(L’Oréal) 그룹이 지속가능 경영 로드맵인 ‘미래를 위한 로레알(L’Oréal for the Future)’을 바탕으로 거대 리테일 체인들과 연계한 광범위한 회수 스테이션을 가동 중이다. 로레알코리아의 경우 한국철도공사 및 테라사이클과 협력하여 수거된 화장품 공병을 서울역 대합실 내 대규모 ‘업사이클링 벤치’로 제작·설치하는 등 자원 순환 인프라의 가시성을 극대화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와 동시에 키엘, 비오템 등 그룹 내 주요 브랜드의 백화점 매장을 중심으로 공병 반납 시 마일리지 적립 및 샘플 리워드를 통합 제공하는 모바일 앱 기반 시스템을 운영하며,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고품질 재생 원료(rPET) 자체 수급률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인프라 공유와 공동 대응을 통한 리테일 생태계의 동반 성장
B2B 유통 시장 관점에서 이러한 순환경제 인프라의 확산은 개별 기업의 독자적 노력만으로는 경제적 임계점을 넘기 어렵다. 초기 역물류망 설계 비용과 수거 거점 확보, 전문 재활용 프로세스 구축에 따르는 고정비 지출은 중소 규모의 브랜드나 신생 유통 플랫폼에 상당한 재무적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형 유통 플랫폼이 구축한 개방형 수거 인프라에 다수의 중소 브랜드들이 입점 및 연대하는 형태의 공동 전선 형성이 지향점이다. 업계 전체가 자원 순환 풀(Pool)을 공유하고 수거 데이터를 상호 연동할 때, 물류비용의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원자재 가공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선도 기업들이 다져놓은 공병 회수 거점과 보상 체계를 레버리지 삼아 더 많은 리테일러가 에코 시스템에 진입할 때, 대한민국 뷰티 및 리테일 산업 전반의 공급망 경쟁력이 글로벌 규제 장벽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격상될 수 있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글로벌 공급망 실사 의무화 법안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자체적인 자원 회수 인프라와 재생 원료 확보 채널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향후 원자재 조달 비용의 상승과 브랜드 가치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시장에서 자연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초기 인프라 투자와 역물류 프로세스 도입에 따른 비용은 단기적 지출이 아닌, 미래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 자산 투자로 인식되어야 한다.

유통 플랫폼과 제조 브랜드 간의 견고한 가치사슬 협력을 통해 구축된 폐쇄루프 시스템은 충성 고객의 락인 효과를 넘어, 기업의 재무적 리스크를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어 기제가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 생태계에 선제적으로 동참하고 인프라를 확장하는 기업이야말로 규제와 비용의 압박 속에서 살아남아 차세대 글로벌 리테일 패러다임을 주도할 핵심 주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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