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양희 디자이너는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인 레드닷 수상자이면서 뉴욕의 세계적인 디자인 스튜디오 NiCE ltd.에서 아트 디렉터로 근무하고 있다.
15년이라는 시간동안 다양한 로컬ㆍ글로벌 브랜드들과 디자인 기획 및 브랜드 디자인 전략, 패키지 디자인 등을 진행하면서 자신만의 유니크한 디자인 세계를 만들어 주목받고 있는 강양희 디자이너. 그녀의 활약을 짧게 나마 아래 인터뷰를 통해 담아 보았다.
Q_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 소개와 디자인 스튜디오 nice ltd. 소개 부탁합니다. 그리고 어떤 브랜드들과 일하고 있는지도 함께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강양희입니다. 저는 뉴욕, 디자인 에이전시 NiCE ltd. 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NiCE ltd.는 뉴욕·싱가포르·파리·일본 세계 각국에 지사를 둔 글로벌 에이전시로 P&G, Hershey’s, Jockey, Coty 등 세계적인 회사들이 클라이언트로 등록되어 있는 회사입니다.
이곳에서 브랜드와 제품의 마케팅 설계,디자인 전략, 패키지 디자인 등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브랜드들이 NiCE와 함께 일하고 있는데 제가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는 P&G의 뷰티·헤어 케어 브랜드인 ‘팬틴’과 ‘허벌에센스’ 등이 대표적으로 디자인 기획과 패키지 디자인을 맡고 있습니다.
Q_어떤 계기로 뉴욕에서 일하게 됐나요?
지금은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일하고 있지만 처음엔 그렇지 않았을 텐데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디자인 매거진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제가 알지 못했던 세계의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프로젝트들을 접하게 됐습니다. 이때 언젠가 나도 해외에서 디자인을 더 공부하고 그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이후 이직하고 2-3년 동안 바쁘게 일하며 지내던 중 제가 하는 디자인에 답답함을 느끼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삶에 전반적인 변화는 결국 유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곧바로 유학 길에 오르는 결단을 하게 됐습니다. 막연한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죠.
뉴욕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후 유학생들에게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OPT 기간 동안 경험을 쌓아보자라는 생각으로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게 현재까지 15년 넘게 뉴욕에서 일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요즘 해외에서 일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처음은 외국 회사에서 작은 프로젝트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또다시 기회가 열릴 확률이 높아져 해외 근무가 가능해질 겁니다.

Q_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경험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미국에서 특히 뉴욕에서 디자인 스쿨을 다닐 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장점이 하나 있다면 세계적인 회사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있으면서 가장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꼽자면 미국 뉴욕시의 브랜드 ‘아이 러브 뉴욕’(I♥NY)을 디자인한 밀턴 글레이저 (Milton Glaser)의 스튜디오에서 함께 일할 수 있었던 시간입니다.
뉴욕에서 공부할 때 유명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일하고 프로젝트에 접근하는지 궁금했었는데 밀턴 글레이저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게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80세 가까이 된 나이에도 불구하고 크리에이티브한 마인드를 잃지 않고 디자이너들과 작업하는 것을 즐기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도 그가 의자에 앉아서 크리틱을 하고 작업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던 모습이 생각이 나네요. (하하)
Q_세계적인 디자이너와 함께 일한 경험은 정말 소중하겠어요. 그렇다면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특별한 디자인 작업을 위한 프로세스가 만들어졌을 것 같은데요.?
저는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마케팅 전략에 맞게 어떻게 디자인을 해야 효과적으로 메세지를 전할 수 있을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디자인하기 전 리서치와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죠. 클라이언트가 상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세지와 고객 테스트에서 파악된 문제점, 그리고 니즈(needs)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onoffline 리서치를 한 후 디자인을 시작합니다.
디자인 스케치는 프로젝트에 따라 순서대로 할 때가 있고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바로 작업을 하기도 하는 편입니다. 디자이너라면 많이 공감하겠지만 스케줄이 많이 바쁘더라도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는 잘 쉬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프로세스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중간중간 리프레시(refresh)하는 시간을 갖으려고 노력합니다.

Q_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 레드닷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수상 작품 설명과 수상 소감도 부탁드립니다.
레드닷은 개인작품 ‘Your Univers’라는 작품을 통해 수상했습니다. 그 당시 직접적인 손작업과 컴퓨터 작업을 통해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해 디자인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디자인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서체 중 하나인 ‘Univers’를 이용해 가장 유니크하고 새로운 타이포그래피 디자인를 만들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캘린더라는 매개체를 통해 매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판단했고요. ‘Univers’ 서체의 월(month)을 표현한 숫자 1~12가 종이 접는 과정을 통해 제가 예상하지 못한, 또는 미리 계획한 대로 접는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 하나의 독특한 작업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레드닷과 그라피스 (Graphis)어워드에서 수상했는데 특히 레드닷 독일 전시회에 제 작품이 전시되고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소개된 것은 큰 보람이었습니다.
Q_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 ‘레드닷’ 수상을 통해 특별히 개인적으로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요?
한국에서 열린 제한된 공모전이 아니라,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에서의 수상은 ‘유학 준비와 디자이너로서 변화를 위해 그간 노력했던 수많은 일들이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보상을 받는 다는 것을 깨닫게 했습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오기 전에 그림을 다시 그린 것이 공모전 수상 뿐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디자인에 접근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공모전 수상은 저의 디자인 인생에서 하나의 과정일 수 있지만 ‘디자인은 사람들의 공감이 필요하다’고 평상시 생각했던 저의 디자인 신념이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 확신과 자신감이 뉴욕이란 치열한 도시에서 일하고 살게 된 밑거름이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Q_디자인하면서 다양한 고민과 갈등이 있을 텐데 이러한 어려움이 닥칠 때 힘이 되는 멘토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그래픽 디자이너인 ’폴 랜드’와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업 결과물과 책을 인상적으로 보았습니다. 처음 폴 랜드는 대학교에 들어간 후디자인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당시 그의 작업 안에 녹아 있는 감성과 위트,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은 디자인들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요즘 수많은 디자인 작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많이 생기지만 폴 랜드처럼 시대와 트렌드를 넘어선 디자인은 늘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는 트렌드를 잘 파악한 후 작품 속에 스며들게 해야 하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단순히 트렌드만을 쫓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가끔 트렌드에 따라 쉽게 디자인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가 있는데 그 순간 폴 랜드의 작품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시 잡곤합니다.(하하) 데이비드 호크니는 사물을 보는 독특한 시각과 그것을 풀어낸 작업을 좋아해서 종종 작품을 보며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Q_요즘 주목받는 디자인 트렌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오래전부터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적인 회사와 브랜드 이미지를 갖기 위해 많이 투자했는데 지금도 환경문제로 재활용, 지속가능한 소재와 디자인 등이 계속 관심을 갖는 트렌드인것 같습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기술 발전으로 이 트렌드를 계속 유지하는 이유는 제품을 사는 것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패키지 분야에서도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신기술로 만드는 등 제품 자체의 성능 뿐만 아니라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을 충족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한 능동적인 유저 익스피어런스(user experience)를 위해 앞선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소비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자료를 통해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진행하고 있고요.

Q_현재 진행 중인 디자인 가운데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패키지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어떻게 하면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와 상품의 인포메이션을 정확ㆍ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디자인, 특히 패키지 디자인의 경우 디자이너만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상품을 이해하고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_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는 것을 바라고 있나요?
‘디자인을 계속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디자이너ㆍ아트디렉터가 되려고 합니다. 디자인은 개인작업이 아닙니다. 주변을 보지 않고 결과에만 집중하다 보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팀워크가 깨지기 쉽고 결국 디자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향후 디자이너라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좋은 멘토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Q_향후 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혼자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많이 보고 경험하고, 공부하면서 지식을 꾸준히 쌓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단순히 자신을 위한 시각적 경험과 공부로만 끝난다면 디자이너로서 성장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인내와 성실로 공부하고 경험한 것들을 어떻게 디자인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습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과정과 결과를 함께 나누고 공유하면 진짜 내 것이 되고 디자인 분야에서도 좋은 결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또한 하고 싶은 목표를 가지고 계속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이 아닌 크고 작은 선택과 노력의 결과들이 모여 차츰 상상하지 못했던 생각과 모습으로 성장하고 미래를 변화시켜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