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Exclusive사람도, 브랜드도 모이는 ‘포컬포인트’…단순 카페를 넘어 복합문화공간이 되다

사람도, 브랜드도 모이는 ‘포컬포인트’…단순 카페를 넘어 복합문화공간이 되다

서울역에서 서부역 방면으로 나오면 건너편에 유독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붉은 벽돌 외관에 파란 간판과 감각적인 포스터들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른 아침에는 이곳에서 200여 명이 모여 함께 달리고, 낮이면 갓 구운 파이 냄새가 퍼지며, 저녁이면 맥주잔이 부딪힌다. 이곳은 바로 복합문화공간 ‘포컬포인트’다.

쉼 없이 돌아가는 이 공간의 활기찬 에너지는 이곳을 만든 김혜리 대표로부터 비롯됐다. 러닝과 축구, 등산, F45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그대로 브랜드로 끌어왔다는 김 대표. 그는 “포컬포인트는 그냥 저 자신과도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모았거든요”라며 자신의 취향이 공간과 브랜드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포컬포인트 서울역점 외관

포컬포인트(Focal Point)는 ‘초점’을 뜻한다. 초점을 맞추고, 빛을 모으고, 사람이 교차하며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안경사 출신인 김혜리 대표에게 ‘초점’이라는 단어는 늘 익숙했지만, ‘포컬포인트’는 자신의 취향으로 움직이는,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게 만드는 새로운 단어에 가깝다.

서울의 중추이자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교차점, 서울역이라는 자리도 그 이름과 맞물렸다. 김 대표는 “F&B로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모여 섞이고 교류하는 공간을 추구했어요. 카페치고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래서 포컬포인트예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는 이 공간을 통해 무엇을 추구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소통과 교류가 이어지는 포컬포인트에서는 러닝·주류 콘텐츠를 매개로 각종 커뮤니티 모임이 주기적으로 열린다.

◇ 이른 아침 200명이 모였다… ‘진정성’으로 굴러가는 커뮤니티
소통과 교류의 장을 지향하는 만큼, 포컬포인트의 심장은 커뮤니티다. 러닝을 매개로 한 아침 파티 ‘런 레이브’가 대표적이다. 스포츠 커뮤니티 ‘1,000Cal(kcal) 클럽’과 함께 주최한 이 행사는 포컬포인트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아침에 달리고 논알코올로 파티까지 즐기는 웰니스 문화가 지금은 흔해졌지만, 이를 시작한 2025년 무렵만 해도 낯선 풍경이었다. ‘밤의 데킬라 샷 대신 아침의 레몬 샷’이라는 콘셉트로 서울로 일대를 약 5km 달린 뒤 김 대표가 직접 레몬 주스를 짜 건넨 이 행사에는 200여 명이 모였고, 관련 영상은 100만 뷰를 넘기며 포컬포인트를 단숨에 화제로 끌어올렸다.

이후로도 결은 이어졌다. ‘흑백요리사’로 이름을 알린 오준탁 셰프와 함께한 러닝 행사 ‘닭리기’, ‘초점을 놓고 놀자!’ 콘셉트의 파티형 팝업 ‘포커스 아웃’, 반려견과 함께 달리는 ‘댕댕런’까지 소통과 교류의 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 모든 행사를 관통하는 원칙은 하나, 진정성이다. 김 대표는 하루를 아침 운동으로 시작하고 오는 11월 하이록스 대회에 참가할 만큼 이 문화의 한복판에 서 있고, 모든 행사도 자신이 직접 뛰고 즐길 수 있는 것들로만 채운다. “러닝이 인기라고 크루만 불러다 행사하면 진심이 잘 안 느껴지더라고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제가 재미있어야 그분들에게도 진정성 있게 보이거든요”라고 설명했다.

매장 내부는 포컬포인트를 상징하는 블루 톤이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식음료 브랜드에서 흔치 않은 실버·블루 톤에도 김 대표의 철학이 묻어난다.

◇ 1층부터 루프탑까지…’초점’을 닮은 공간
김혜리 대표의 진정성과 에너지는 포컬포인트 서울역점(본점)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1층부터 루프탑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서울역점은 원래 분리돼 있던 두 건물을 잇고, 좁은 이음새마저 야외 공간으로 활용하며 기존 건물을 최대한 보존한 점이 특징이다.

입구로 들어서면 포컬포인트를 상징하는 블루 톤이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식음료 브랜드에서 흔치 않은 실버·블루 톤에도 김 대표의 철학이 담겼다. 김 대표는 “F&B, 특히 베이커리는 우드 톤이어야 한다는 것도 선입견인 것 같아요. 저희 색은 실버·블루 톤인데, 베이커리로만 국한됐다면 러닝이나 패션과 협업할 때 오히려 억지스러웠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1층 한편에는 굿즈 판매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어, 협업 제품이나 모자·키링·네임택·인센스 같은 인기 굿즈를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다. 2층부터 루프탑까지 이어지는 공간에는 김 대표의 감각이 돋보이는 디테일 요소가 숨어 있다.

벽에 걸린 아트워크는 언뜻 지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눈(eye)’을 형상화한 것이고, 천장에 달린 오브제는 눈동자처럼 미세하게 움직인다. 이처럼 ‘초점’이라는 이름이 공간 구석구석의 디테일로 이어지며 보는 재미까지 더하고 있다.

마지막 루프탑은 콘텐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야가 트인 경관을 갖춘 덕에 운동 관련 유튜브 채널들이 촬영 장소로 찾는 경우가 많고, 별도 대관도 진행하고 있다. 매장 앞 야외 공간부터 루프탑까지, 층마다 다른 쓰임을 부여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수원 스타필드점에서는 복합쇼핑몰 내부 입점임에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좌석을 덜어내면서까지 VMD존을 마련했다. 여기서도 김 대표만의 철학이 묻어난다.

포컬포인트 ‘서울 파이’

◇ 수제 파이 30여 종… ‘한 끼가 되는 파이를 만든다’
사람을 모으는 공간이 갖춰졌다면, 그들을 붙잡는 것은 결국 ‘파이’다. 달린 뒤에도 파티 중에도 사람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파이가 들려 있다. 포컬포인트가 자체 개발한 수제 파이는 30여 종. 충주 사과를 넣은 사과파이, 불고기파이, 수원 매장 오픈에 맞춰 개발한 ‘수원 왕갈비 파이’까지 시그니처가 즐비하다.

무엇보다 완성도가 높다. 세이버리 미트파이부터 디저트 파이, 크루아상과 수프까지 정성 들여 만든 한 조각은 한 끼 식사를 대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 대표는 “한식 위주인 상권이라, 카페로 접근하되 식사 대용이 되면 저녁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빵이 주식인 나라에서 파이로 끼니를 해결하듯 ‘식사가 되는 파이’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다.

포컬포인트 캘리포니아 크림 라떼

그는 “외국인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한 분이 파이 하나씩 드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 방향을 잘 잡았구나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초기 6개월간 전문 셰프의 컨설팅을 받은 뒤 지금은 파티셰들과 함께 신메뉴를 직접 개발하는 방식에서도 이 완성도가 묻어난다.

즐길 거리는 파이에 그치지 않는다. 직접 고른 원두로 내린 커피부터 하이엔드 티 브랜드의 티백, 자체 청으로 만든 차까지 음료의 완성도에도 공을 들였다. 저녁이면 맥주와 와인, 하이볼과 함께 파이를 즐기는 손님도 늘어난다.

포컬포인트는 여러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며 ‘다양한 옷을 입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헤리터 X 포
컬포인트 협업 제품 사진)

◇ ‘먼저 함께하고 싶은 브랜드’… 협업으로 증명하는 포컬포인트
포컬포인트를 복합문화공간이라 부르게 하는 마지막 축은 협업이다. 이곳은 러닝 커뮤니티부터 주류, 뷰티, 패션까지 씬을 가리지 않는다. 뷰티 브랜드 어노브와의 협업 땐 매장 후기에 어노브 이야기가 쏟아졌고, 주류 브랜드 ‘서해’와 만든 하이볼은 매장 음료 메뉴 판매 1위에 올랐다. 삼진어묵과는 ‘어묵 파이’를, 글렌피딕 페스티벌에서는 위스키에 곁들이는 한정 디저트를 선보였다. 헤리터와는 브랜드 전용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는 한편, 이들의 대표 유리컵에 포컬포인트의 색을 입힌 협업 제품까지 함께 내놨다.

흥미로운 건, 이 협업들이 대부분 사람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제가 협업했던 브랜드 대부분 사실 다 친구들이에요. 같이 놀고 그림도 보러 다니다가 ‘이번에 콘텐츠 좋던데 같이 해보자’ 해서 컵을 만들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 같이 모여서 놀면서 하는 일이 결국 콘텐츠가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먼저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분들이 생기고요”라고 덧붙였다.

포컬포인트 x RYU 협업 메뉴

김 대표에게 향후 매장 확장 계획을 묻자 “이런 콘텐츠를 소화할 수 있는 브랜드가 흔치 않다 보니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어요. 무분별하게 확장하면 희소성을 잃을 수도 있거든요”라며 “누구라도 같은 선상에 있고 싶어 하는, 협업을 잘하는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브랜드 협업 문의와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포컬포인트. 사람과 브랜드가 교차하는 이 공간에서 김혜리 대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포컬포인트의 초점을 또렷하게 맞춰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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