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유리 렌즈 시절부터 스마트 안경이 도래한 지금까지, 안경이 거쳐온 시대를 보는 두 가지 시선의 이야기가 마무리됐다. 한 사람은 40여 년간 국민의 눈을 지켜온 안경계의 원로이고, 한 사람은 자동차와 가구를 거쳐 안경에 도착해 매일 얼굴 위에 새로운 선을 긋는 디자이너다. 한쪽은 안경을 ‘눈’이라 부르고, 다른 쪽은 ‘얼굴의 선’이라 부른다. 두 사람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다르다. 그러나 그것은 어긋남이 아니라 다름이며, 그 다름이야말로 지금 안경이 통과하고 있는 시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안경이란 무엇인가]
김종석: 그에게 안경은 또 하나의 눈이자 제3의 신체다. 옷이나 가방은 매일 바꿔도 안경은 눈 뜨면 매일 쓰고, 사람을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눈이기 때문이다. 안경은 쓰고 벗는 물건이 아니라, 세상과 마주하는 얼굴 그 자체다.
주동원: 그에게 안경은 얼굴 위에 긋는 선이다. 안경을 디자인한다는 건 결국 한 사람의 얼굴 위에 선을 그려, 그 얼굴을 얼마나 아름답게 돋보이게 하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그는 안경을 ‘페이스 주얼리’, 미적인 기능을 하는 도구라 부른다.
[좋은 안경의 기준]
김종석: 예쁜 테가 좋은 안경은 아니다. 눈 사이 거리와 눈 크기, 시력까지 헤아려 내 얼굴에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초점이 맞고, 좋은 안경이 된다. 기준은 철저히 그 사람의 눈에 있다.
주동원: 그는 ‘이상향’을 먼저 세운다. 너무 화려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얼굴을 AI로 빚어두고, 그 위에 의도를 가진 선을 얹는다. 예쁜 선은 기본이고, 그 선이 어떤 인상을 남길지 스스로 정의 내릴 때 별의 안경이 완성된다. 기준은 그가 세운 미감에 있다.
[이 시대, 안경을 어떻게 보는가]
김종석: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안경을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그 본질은 어디까지나 의료기기라고 선을 긋는다. 안 보이던 사람을 보이게 하는 일은 아픈 데를 고치는 의사의 행위와 다르지 않은 준의료행위이며, 도수가 필요한 눈에게 안경은 취향이기 전에 건강의 문제다. 그 경계는 흐려져선 안 된다.
주동원: 안경은 이미 취향의 도구가 됐다.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된 지금, 안경을 고른다는 건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보여주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경이 아니라 그 브랜드의 미학과 신념을, 멋져 보일 거라는 믿음을 산다.
[안경은 변하지 않았다, 같은 말 다른 결론]
김종석: 그는 변한 것이 안경이 아니라 기술과 제도라고 본다. 유리 렌즈가 사라지고 원스톱 시스템이 자리 잡았을 뿐, 눈을 다룬다는 본질은 그대로다. 그래서 그 본질을 지키는 일에 평생을 걸었다.
주동원: 그 역시 안경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빈티지 마켓의 30년 전 안경이 요즘 것과 다를 게 없을 만큼. 다만 그가 보는 변화는 소비하는 공간에 있다. 같은 안경이라도 어떤 브랜드의 어떤 경험으로 사느냐, 거기서 시대가 갈린다.
[만드는 사람의 자부심]
김종석: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 했다. 그 소중한 눈을 다루는 안경사가 싸구려 가격 경쟁에 전락해선 안 된다. 담배를 문 채 손님을 응대하지 않는 것, 자신을 단정히 가꾸는 것까지가 곧 직업의 품위라고 그는 믿는다.
주동원: 그는 양품률 30%를 감수하면서도 의도된 디테일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안쪽으로 살짝 꺼지게 깎아 끝이 라인처럼 빛나게 하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1mm를 위해 도면을 갈아엎는다. 최소한의 마진만 남더라도, 타협하지 않는 것이 그의 자존심이다.
[안경은 어디로 가는가]
김종석: 진짜 경쟁자는 플랫폼이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안경은 결국 안경원에 와서 눈을 재야 하는 것이라, 인터넷이 대신할 수 없다. 어디서 사든 마지막 종착지는 사람의 얼굴에 꼭 맞추는 일, 그 안경사의 자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날 것이라 말했다.
주동원: 그는 더 먼 곳을 본다. 취향이 알고리즘처럼 잘게 쪼개지는 시대, 안경은 개인에게만 맞춰진 무엇으로 극단화될 거라고. 얼굴형을 넘어 취향까지 맞추는, 저마다 다른 ‘나만의 안경’. 그래서 오히려 수공예의 가치가 더 커질 거라 그는 말한다.
안경을 ‘눈’이라 부른 사람과 ‘얼굴’이라 부른 사람. 두 시선은 끝내 포개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 사람은 그 눈을 지키려 평생을 싸웠고, 한 사람은 그 얼굴을 빛내려 매일 선을 그었다. 하나의 안경에 담긴 두 렌즈도 두께가 다르고 도수가 다르다. 그렇게 서로 다른 둘이 한자리에 놓일 때 비로소 세상이 선명해지듯, 두 사람의 다른 시선이 향하는 곳도 결국 한 곳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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