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8월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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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시장 차갑게 식었는데, 유통가 NFT는 뜨자마자 완판인 이유

다양한 실물 혜택 제공해 소비자 끌어, NFT 자체 매력은 ‘미지수

유통가에서 대체불가능토큰(NFT)을 활용한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2030 젊은층을 겨냥해 화제성이 높은 NFT 시장과 연계하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그림·영상 등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의 토큰이다. NFT마다 고유의 값을 갖고 있어 거래 내역을 위변조하거나 해킹하는 게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NFT 마케팅에 가장 활발한 기업은 유통가 맏형으로 꼽히는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다. 두 회사는 자사 캐릭터를 활용한 NFT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6월 자체 캐릭터 푸빌라를 이용해 선보인 푸빌라 NFT를 선보였다. 이 NFT는 출시되자마자 1초 만에 1만개가 완판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물론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푸빌라 마니아 모임이 만들어지는 등 마케팅은 성공적인 효과를 냈다.

롯데홈쇼핑은 자사 캐릭터 ‘벨리곰 NFT’를 발행하고,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내친김에 오프라인 모임도 진행했다. 지난 10월 21~22일까지 성수동 S팩토리에서 푸빌라 NFT 소유자(홀더)를 대상으로 파티를 열었다. 기존에 대중에게 선보여왔던 NFT 행사와는 달리 NFT 홀더만을 위한 커뮤니티 행사의 일환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 자리에서 푸빌라 NFT 홀더 간 유대감 강화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했다.

지난 8월엔 롯데홈쇼핑이 자체 캐릭터 ‘벨리곰’에 멤버십 혜택을 연계한 NFT를 발행했다. 먼저 6000개의 NFT를 ‘화이트리스트 세일’(사전 예약 고객 판매)로 선보였고,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퍼블릭 세일(3500개)을 진행했다.

잔여 물량(500개)은 이벤트 경품으로 제공했다. 이 역시도 판매 개시 0.5초만에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5월엔 업계 최초로 NFT 마켓플레이스를 여는 등 관련 사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롯데, 신세계는 물론 현대백화점그룹도 NFT 적극 활용
현대백화점은 아예 NFT 전자지갑을 도입했다. ‘H.NFT’란 이름이 붙은 이 지갑은 현대백화점이 발급하는 NFT를 저장·관리할 수 있는 전자지갑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 H.포인트(H.Point) 애플리케이션(앱)에 탑재된다.

H.포인트 회원들은 앱 업데이트와 서비스 약관 동의 절차를 거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회사 측은 H.NFT를 활용해 고객에게 기념품 형태의 NFT를 발급, 디지털 신기술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상품 할인이나 사은품 증정, 고객 라운지 이용 등의 혜택을 탑재한 NFT를 발급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이 NFT에 활용하고 있는 캐릭터 힌디.

갤러리아백화점도 NFT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지난 9월 ‘생명존중’ 메시지를 담은 NFT 150개를 발행했는데, 1분내외 만에 ‘업비트 NFT 드롭스’에서 완판됐다. 갤러리아 광교점에선 완판된 NFT를 전시하기도 했다.

식품업계에서도 NFT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SPC그룹의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가 발행한 ‘실키롤케익 NFT’ 역시 완판을 기록했다. 실키롤케익은 창립 36주년과 ‘실키롤케익’의 기네스월드레코드 등재 2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롤케익이다. NFT 전문 거래 플랫폼인 ‘CCCV NFT’를 통해 실키롤케익 NFT 판매를 진행했는데, 시작 30분 만에 한정 수량 300개가 모두 동났다.

이번 실키롤케익 NFT는 ‘실키롤케익 1개 교환권’, ‘이달의 제품 1+1 쿠폰’ 등으로 구성됐다. 판매량과 동일한 수량의 실키롤케익 제품을 파리바게뜨와 실키롤케익 NFT 구매자의 이름으로 한국구세군에 기부했다.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는 전용 탄산음료인 ‘브랜드 콜라’, ‘브랜드 사이다’와 이경미 작가의 캐릭터 ‘나나아스트로(NanaAstro)’와 콜라보한 ‘브랜드 콜라 X 나나아스트로‘ NFT 1만개를 발행했다. 서울 성수동에 ‘브랜드 콜라 X 나나아스트로’ 판화와 NFT를 한정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한동안 열기도 했다. 마시는 음료를 디지털 방식으로 소장할 수 있는 NFT로 제공한다면 노브랜드 버거만의 독자적인 경험을 주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시몬스침대가 젊은 아티스트와 협업해 NFT를 발행했다.

가구 브랜드 시몬스도 지난 9월 가구업계에서 처음으로 NFT를 발행해 주목받았다. MZ세대를 대표하는 영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3인(부원, 메이킴, 차인철)과 손잡고 2022 브랜드 캠페인 ‘Oddly Satisfying Video: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디지털 아트를 선보였다. 이들 작품 역시 수일 만에 모두 팔려나가며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 완판 행렬 이어가는 유통가 NFT

화장품 기업 LG생활건강은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NFT 발행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의 첫 NFT 발행 브랜드는 ‘빌리프’다. ‘빌리프 유니버스’ 세계관 속 주인공 캐릭터인 허브샵 직원 ‘빌리’와 대장장이 요정 캐릭터 ‘로이’를 NFT 아이템으로 제작했다.

이어 7월엔 ‘닥터그루트 유니버스’를 토대로 추가 NFT를 발행했다. 그루트 박사가 손자 마이크와 탈모와 피부 트러블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단서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닥터그루트 브랜드의 세계관을 근간으로 NFT를 발행했다. 판매용 물량 2000개가 발행 하루 만에 모두 소진되며 완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이 발행한 닥터그루트 유니버스 NFT.

패션 기업 F&F의 스트리트 콘셉트의 브랜드 ‘수프라(SUPRA)’도 마찬가지 지난 5월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AYC) #7298’과 협업한 NFT를 발행해 오픈씨(OpenSea)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NFT 보유자를 대상으로 ‘SUPRA VIP PASS’를 제공하고, 향후 보유자에게는 수프라의 한정판 아이템이나 오프라인 행사 초대 등의 다양한 소식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락앤락 역시 NFT의 인기 캐릭터 ‘BAYC’ 캐릭터를 활용한 텀블러를 한정 출시했다. NFT 콘텐츠를 활용한 실물 제품을 제작해 MZ세대에 브랜드를 각인하기 위해서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NFT 마케팅이 1020세대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를 둔 3040세대 고객층까지 흡수해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는 한편 브랜드 인지도까지 끌어올려 주고 있다”면서 “특히 롯데와 신세계는 마케팅 차원을 넘어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사업을 특화시켜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F&F의 패션 브랜드 수프라가 지난 5월 BAYC #7298과 협업한 NFT를 발행해 완판을 기록했다.

문제는 활발한 유통가 NFT 마케팅과 견줘 실제 아트 NFT 등의 시장은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NFT는 지난해 자산시장과 IT 업계를 휩쓴 ‘뜨거운 감자’ 중의 하나였다. 영국의 대표적 사전 중 하나인 콜린스가 2021년 올해의 단어로 NFT로 선정할 정도였다.

애초 NFT를 둘러싼 관심은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에 의해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 작가가 자신의 작품 5000개를 모아 만든 ‘나날들:첫 5000일 (Everydays:The First 5000 Days)’을 6930만달러에 팔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업종을 가리지 않고 어떤 기업이든 NFT만 붙이면 주가가 춤을 추고 온갖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달아올랐던 NFT의 거래량과 가격, 관심도는 올해 들어 주춤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듄(Dune)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오픈씨, NFTX 등 주요 NFT 거래소의 거래 규모가 1월 170억 달러에서 9월 4억6600만 달러로 97% 가까이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인지 NFT 거래소 실적도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NFT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는 오픈씨의 7월 거래량은 2개월 전 대비 75% 급감했다. 한때 큰 인기를 끌던 NFT 프로젝트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 컬렉션 하한선도 폭락했다. 4월까지만 해도 40만 달러를 유지하던 가격이 8만 달러 아래로 하락한 것이다.

2006년 3월 21일 잭 도시 트위터 CEO가 트위터에 처음으로 쓴 트윗(게시물)인 ‘내 트위터 설정 중(just setting up my twttr)’은 NFT 역사에 회자되는 콘텐츠다. ‘트위터 최초 트윗’이란 상징성 때문인지 이 짧은 트윗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아왔다. 지난해 3월엔 트윗을 사고파는 온라인 매매장터 밸류어블스(Valuables)의 경매에서 이 트윗이 무려 290만 달러에 낙찰됐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난 3월, 잭 도시 트윗이 다시 경매소에 등장했다. 지난 3월 NFT 거래소 오픈시(OpenSea)에서 ‘최초 트윗’ 판매자는 NFT의 희망가격을 무려 4800만 달러로 기재하고 경매를 진행했다. 하지만 ‘최초 트윗’이 받은 최고 응찰가(제안가)는 겨우 6800달러에 불과했다. 1년 전 가격의 7000분의 1도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1년 만에 NFT 가격이 폭락한 이 사건은 업계의 큰 이슈가 됐다. 자연스럽게 NFT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늘어났다.

◇ NFT 폭락, 거시경제 불안에 암호화폐 시장 급랭 등 원인
사실 NFT의 거래량과 가격이 줄어든 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NFT 시장과 연계된 암호화폐 시장이 차갑게 식었기 때문이다. NFT들은 주로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이용한다. 지난해 11월 이더리움은 4900달러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1300달러선에서 머물고 있다. 약 6만9000달러로 고점에 달했던 비트코인도 현재 2만 달러를 밑돌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산 코인 테라와 루나가 붕괴한 후, 암호화폐 시장엔 겨울이 찾아왔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움직임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팬데믹 직후 금융 시장이 충격을 받자 대대적으로 돈을 풀었던 연준이 올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 정책으로 돌아섰다. 유동성이 줄어들자 위험자산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향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설명이다. 불황을 경고하는 거시경제 환경도 투자심리를 급랭시켰다.

이 때문인지 NFT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튤립 투기나 닷컴 버블과 비교하면서 ‘NFT 거품론’을 제기하는 것이다. 지난 6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NFT 판매가 죽어가는(flatlining) 상태”라고 보도했다. 지난 7월에는 세계 최대 NFT 거래소인 오픈씨가 전 직원 중 20%에 이르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데빈 핀저 오픈씨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오늘은 우리에게 힘든 날”이라고 운을 뗀 뒤 경제적 불안정과 가상자산 가격 붕괴로 인해 지금의 사업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롯데리아가 불고기 버거 출시 30주년을 맞아 NFT를 발행했다.

이와 달리 유통가 NFT가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기업들이 NFT를 발행하면서 실물 혜택을 함께 누리는 특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가령 신세계백화점의 푸빌라 NFT 소유자는 신세계백화점 이용 시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푸빌라 NFT는 모두 6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최상위 등급인 미스틱 등급 소유자는 매달 신세계 백화점에서 퍼스트라운지 입장 5회, 발레파킹, 20% 사은 참여권 3매, 멤버스바 커피 쿠폰 3매, F&B 3만원 식사권 2매 등을 제공받게 된다.

롯데홈쇼핑의 벨리곰 NFT 역시 멤버십에 총 6개 등급(벨리·홀릭·메가·슈퍼·서프라이즈·프렌즈)을 부여했다. 공통 혜택은 벨리곰 등장시 줄을 서지 않는 ‘벨리 패스’, 롯데 계열 호텔(롯데 시그니엘, L7 등) 숙박 할인, 홀더(NFT 5개 이상 보유)를 위한 한정판 피규어 선물, 전용 라이브커머스 할인쿠폰 등이다. 최상위 등급인 ‘벨리'(30명) 홀더에게는 시그니엘 숙박권 등 롯데 그룹 계열사와 연계한 프리미엄 혜택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롯데리아의 불고기버거 NFT도 마찬가지다. 불고기버거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판매된 이 NFT는 ‘불고기버거 세트’ 쿠폰과 함께 1992원에 판매됐다.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세트의 가격(6600원)을 고려하면 사실상 70% 할인권을 판매한 것과 다름없다. 소비자들이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컸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디지털자산 플랫폼 관계자는 “몇몇 NFT에 비싼 값이 매겨지고 화제가 되는 건 그 NFT가 보증하는 디지털 자산이 상징성·희소성·구매욕구·불변성 등 구매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지, 무작정 NFT를 적용한다고 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면서 “구매 욕구를 자극하지 못하는 NFT를 활용하는 건 장기적인 마케팅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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