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9월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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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빠진 내수 부양 승부수! ‘소비쿠폰’ 파급력은?

가구 형태에 따라 차등 지급…‘정밀 지급’ 표방

2025년 여름, 한국 경제는 지금 가파른 회복 대신 ‘버티기’를 하고 있다. 수출과 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내수마저 얼어붙고 있다. 올해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속보치는 기존 전망치(0.2%)보다 0.4%포인트 낮아, 결국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임에도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부터 1년 내내 0.1%를 넘지 못했다. ‘-0.2%→0.1%→0.1%→-0.2%’라는 흐름은 전례 없는 ‘4분기 연속 저성장’이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조차 없었던 장기 침체 신호가 뚜렷하게 감지된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 직후 단행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이런 심각한 배경 위에 놓여 있다.

지난 6월 정부는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총 30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발표했다. 막대한 규모의 추경안 가운데 핵심은 단연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다.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부양이 목표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올해 경제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사진=소비쿠폰 사용 가능매장임을 알리는 스티커. 행정안전부 제공

정책의 골자는 단순하다. 현금성 소비쿠폰을 지급해 국민이 실제로 지갑을 열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지급 방식이 꽤 복잡하다. 정부는 소득과 거주지, 가구 형태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정밀 지급’을 표방했다.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전 국민에게는 25만 원,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정에는 40만 원,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50만 원이 주어진다. 상위 10%에게도 15만 원이 돌아가며, 인구감소지역 거주자에게는 최대 2만 원이 추가 지급된다. 정책의 효과를 둘러싼 기대감은 작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8.7로 전달보다 6.9포인트(p) 올랐다. 석 달 연속 상승이자, 2021년 6월(111.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민간소비 선행지표로 꼽히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소비심리 급상승은 소비쿠폰을 포함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기대감에 힘입은 것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소비쿠폰을 받는 규모가 달라진다. 사진=카카오페이

◇ 실제 사용 의향을 묻는 항목서…식당 등 일상형 소비에 집중
국회예산정책처도 소비쿠폰 집행이 올해 GDP 성장률을 0.14~0.32% 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소비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최근 대학생 20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대학생활 플랫폼 ‘에브리타임’을 통해 비누랩스 인사이트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67.3%의 응답자가 “소비쿠폰이 실제로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책 전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그보다 낮았다.

사진=비누스랩

‘정책이 마음에 든다’는 응답은 38.5%에 그쳤고, 부정적 평가가 28.8%, ‘보통’이라는 응답이 32.7%였다. 실익에 대한 기대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동시에 드러난 결과다. 실제 사용 의향을 묻는 항목에서는 일상형 소비에 집중된 응답이 두드러졌다. 식당(56.7%), 편의점(46.2%), 카페·빵집(44.2%), 동네마트(37.5%), 교육비(36.1%) 순이었다.

특히 응답으로 가장 많이 쓸 것 같은 곳으로 ‘식당’(35.6%)이 압도적이었다. 이어 교육비(12%), 마트(10.6%), 편의점(10.1%) 등이 뒤를 이었다. 그 이유로는 ‘꼭 필요한 지출이기 때문에’(35.6%), ‘자주 가는 곳이라 편해서’(28.4%)라는 실용적 판단이 많았다.

이번 소비쿠폰은 단순 현금이 아니라 카드 포인트,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지급된다. 사용 기한은 11월 30일까지로 제한된다. 사용처도 제한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대형마트, 면세점, 백화점, 기업형 슈퍼마켓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으며, 오프라인 중심의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가능하다. 정부는 소비를 통한 지역경제 회복에 방점을 찍고 있다.

편의점은 대표적인 소비쿠폰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사진=GS25

◇ 직접적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편의점… 수혜자&비수혜자 발생
가장 직접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곳은 편의점이다. 점포 수가 많고, 접근성이 높아 소비자 이용이 쉽다. 편의점은 전국에 약 5만 개가 넘는 점포가 있으며, 대부분 주거지나 직장 인근에 위치해 있다. 주말이나 야간에도 운영되기 때문에 소비쿠폰 사용 시 ‘즉시성’이 높은 소비처로 작용한다. 소액 소비가 빈번한 업종 특성상, 쿠폰을 자잘하게 쪼개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실 사용률을 높이는 요소다.

NH투자증권은 “2분기까지 부진했던 기존점 성장률이 3분기부터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구조조정과 정책 효과가 결합되면 편의점 업계가 수익성 개선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편의점 선두 기업들의 경우 매장 전략 조정과 구조개편이 병행되고 있어, 정책 수혜가 뚜렷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편의점은 대부분 지역 가맹 사업자 형태로 운영된다. 사진=CU

공공 배달앱 역시 주요 수혜처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땡겨요’는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2%대의 낮은 수수료와 지역화폐 연계 구조를 갖췄다. 최근 가입자 수가 510만 명을 넘어섰고, 이번 정책을 계기로 추가 확장이 예상된다. 반면 민간 배달앱은 쿠폰 사용이 불가능하다. 소비자가 대면 결제를 하지 않는 이상 쿠폰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온라인 배달 플랫폼 내 경쟁 구도를 재편할 수도 있다.

가전 유통 업계도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소비쿠폰 정책과 함께 고효율 가전 구매 시 최대 30만원을 환급하는 프로그램을 병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에어컨,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 계절성과 필요성이 높은 가전을 중심으로 구매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 중소형 가전양판점과 독립형 전자전문점은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해 실질적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정책 효과가 여름 성수기와 맞물릴 경우, 분기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렇듯 소비쿠폰이 가능한 매장은 단기 매출 상승과 고객 유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사용 불가 업종은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특히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소비쿠폰 정책에서 제외됐다. 명품 소비, 고가 소비 위주라는 점이 정책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백화점 업계는 2020년 재난지원금 당시에도 사용처에서 빠졌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내수 시장의 중요한 축이란 점에서는 아쉬운 요소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복합쇼핑몰도 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됐다. 사진=신세계프라퍼티

◇ 소비심리 회복은 ‘간접적 매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소비 여력이 높아진 소비자가 백화점으로 향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전반적인 소비심리 회복은 간접적인 매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0년 재난지원금 당시에도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은 쿠폰 사용 이후 반등세를 보인 바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사용처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전년 대비 기존점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는 ‘금융 유동성 확보 → 생필품 소비 → 여유소비’로 이어지는 수요의 흐름을 보여준다. 소비 여력 자체가 일정 수준 이상 회복되면, 고가 상품군을 찾는 수요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낙수 효과’를 기대하기엔 올해는 제약이 많다는 점이다. 소비쿠폰 사용 기한이 오는 11월 30일까지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너무 짧으면 형평성 논란, 너무 길면 효과 희석이라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과거 재난지원금 사례에서도 사용 기한 종료 후에는 다시 소비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일시적인 ‘소비 쇼크’만 유발하고 실질적인 내수 회복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쿠팡이츠는 사용처에서 제외된다. 사진=쿠팡

쿠폰 사용이 가능한 업종 간에도 희비는 엇갈린다. 예를 들어 편의점은 가맹점에서만 쿠폰 사용이 가능하고, 직영점은 제외된다. 똑같은 브랜드 간에도 사용 가능 여부가 갈리면서 소비자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역 세금 유입 여부’를 기준으로 사용처를 정했다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선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또 하나의 쟁점은 ‘지역 소비 편중’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수령한 지역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서울에서 받은 쿠폰은 서울 안에서, 강원도에서 받은 쿠폰은 강원 시·군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란 목적에는 부합하지만, 실제 소비자 행동과는 괴리가 크다. 특히 광역 단위 생활권을 가진 수도권 거주자의 경우 사용처 선택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비쿠폰은 단기적 매출보다 시장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호탄”이라며 “정책이 끝난 이후에도 어떤 채널이 살아남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소비쿠폰은 정책 그 자체가 아니라, 정책 이후 유통 구조가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유통업계의 승패는 단발성 수치가 아니라 구조의 흐름에 따라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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