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플랫폼이 단순한 판매 채널을 넘어 상품 기획의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유통사의 자체 브랜드(PB)가 마진을 줄여 저렴하게 판매하는 가성비 중심의 미투(Me-too) 상품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플랫폼의 소비자 데이터와 브랜드의 제품력이 결합한 ‘협업형 PB’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고물가 장기화 속에서 가성비와 차별성을 동시에 원하는 잘파세대(1020세대)의 소비 성향이 유통 플랫폼과 브랜드 간 전략적 협업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채널에서 ‘기획자’로 역할이 바뀌는 배경에는 고물가와 유통 채널 간 경쟁 심화가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는 실패 확률이 낮은 검증된 상품을 찾고, 플랫폼은 경쟁사와 차별화된 단독 상품으로 고객을 묶어두는 록인(Lock-in) 전략이 필요해졌다. 이 교집합에서 등장한 것이 유통사의 행동 데이터와 브랜드의 연구개발(R&D) 역량을 결합한 협업 모델이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 다이소와 화장품 브랜드 브이티코스메틱(VT)이 선보인 ‘리들샷’은 이런 변화의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다이소는 전국 유통망과 1020 타깃 소비층을 제공하고, VT는 고가의 본품을 소용량 스틱형으로 재설계해 공급했다. 다이소가 뷰티 카테고리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자, 뷰티 브랜드들도 이를 단순 저가 채널이 아니라 매출 볼륨 확대를 위한 테스트베드로 보기 시작했다.

온라인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가 뷰티 브랜드 클리오와 손잡고 론칭한 ‘에이블리 라벨(ABLY LABEL)’은 이런 오프라인 성공 모델을 온라인 빅데이터 영역으로 확장한 사례다. 에이블리는 연간 1500억 건 이상 축적되는 고객 검색 및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잘파세대의 핵심 피부 고민이 모공 커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포착했고, 이를 바탕으로 클리오와 공동 기획한 ‘매드 블러 쿠션’과 프라이머 2종을 선보였다. 기존 클리오 라인업에서는 보기 드문 1만 원대 가격대를 적용한 점도 눈에 띈다.
에이블리는 생산과 재고 관리, 마케팅 비용을 전담하고 클리오는 상품 기획에 집중하는 구조를 통해 신제품 출시 부담을 낮췄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재고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차별화된 상품을 확보할 수 있고, 브랜드 입장에서는 정밀한 타깃 데이터를 활용해 초기 시장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패션 플랫폼의 뷰티 확장도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무신사와 지그재그 등은 뷰티를 핵심 카테고리로 키우며 단독 기획 상품과 협업 라인을 늘리고 있다. 패션과 뷰티의 소비 타깃이 겹치는 만큼, 플랫폼은 뷰티를 통해 객단가와 거래액을 방어하고 브랜드는 새로운 고객층에 접근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유통 플랫폼과 브랜드의 협업 PB는 단순한 프로모션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이 만든 유통 생태계의 변화로 해석된다. 플랫폼은 독점 상품을 확보해 체류 시간과 전환율을 높이고, 브랜드는 초기 마케팅 비용과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앞으로 리테일 시장에서는 단순 입점보다 어떤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상품을 함께 기획하느냐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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