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해내는 단체.” 매니멀트라이브 김대영 대표가 회사를 소개할 때 가장 먼저 꺼내는 문장이다. 그리고 그가 외식 시장에서 일군 커리어 역시,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국내 최초 텍사스식 바비큐 ‘매니멀 스모크하우스’와 디트로이트 스타일 피자 ‘모터시티’. 이태원에서 10년 넘게 뚝심으로 지켜온 두 브랜드는, 유행이 빠르게 갈리는 외식판에서 보기 드문 생존 사례였다. 남다른 팀 사랑과 철학으로 일궈온 매니멀트라이브는 이제 외식업을 넘어, 소속 셰프들과 함께 ‘해외’로 발을 넓히며 K-셰프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10년을 버틴 브랜드, 그걸 지켜온 팀과 철학
매니멀트라이브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대표는 이태원의 인기 멕시칸 레스토랑 ‘바토스’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뒤, 국내 최초의 텍사스식 바비큐 ‘매니멀 스모크하우스’를 열었고 이어 디트로이트 스타일 피자 ‘모터시티’를 더했다.
다만 그가 브랜드보다 늘 앞세운 건 함께 일하는 팀이다. 김 대표는 “7년, 8년씩 오랜 기간 합을 맞춰온 직원부터,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면서도 함께해온 친구들이 있어요. 그렇게 오래 같이 해준사람이 많다는 게 참 감사하죠”라고 말했다.

그가 꼽는 팀의 힘은 화려한 스펙이 아니다. 김 대표는 “저도 그렇고, 팀원들이 어떤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게 아니에요. 근데 ‘최초’라는 건 되게 많이 하려고 했죠”라며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불가능한 걸 꼭 가능하게 만들려고 하는 단체예요”라고 팀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김 대표가 팀을 이끌어온 방식은 묵묵히 뒤에서 지원하는 태도에서도 엿보인다. 팀원이 팝업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하면, 직접 팀을 꾸려 기획하고 주최할 수 있도록 판을 열어준다. 매니멀트라이브에서 무엇이든 배워 각자의 앞날에 좋은 밑거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실제로 이곳을 거쳐 독립한 뒤 이름난 레스토랑을 이끄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성장한 사람들이 다시 매니멀트라이브의 색깔을 두텁게 하는 선순환인 셈이다.

이런 김 대표의 진심 어린 지원과 애정은 코로나 시기에 더욱 빛을 발했다. 매출이 95%까지 빠지고 근무 시간이 절반 가까이 줄던 상황에서도, 팀원들은 배달과 청소 같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함께 자리를 지켰다.
김 대표 역시 단 한 명도 내보내지 않았다. 팀원들의 일감과 근무 시간을 빼앗지 않기 위해, 인원을 줄이는 대신 스스로 쿠팡이츠 배달을 뛰고 한강에서 김밥을 팔며 밖에서 벌어 왔다. 김 대표는 “제가 매장에 들어가서 일하면, 결국 누군가의 근무 시간을 줄이는 셈이잖아요. 그래서 아예 다른 데서 벌어 왔죠”라고 설명했다.

위기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에 이어 이태원 참사까지 겹치며 매장들이 반복해 타격을 입었고, 포화 상태의 외식 시장과 오르는 최저임금도 부담을 더했다. 현장 경영에 강점을 지닌 그였지만, 식당 운영만으로 회사의 미래를 담보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원래 현장 중심 오퍼레이터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 완전히 현장 위주였는데, 식당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고 털어놨다.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그가 찾은 답이, 바로 셰프 매니지먼트였다.

조직이 셰프를 받친다…매니멀트라이브식 셰프 매니지먼트
2024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일으킨 열풍은 가라앉던 외식 시장에 다시 불을 지폈다. 매니멀트라이브에도 그 불씨가 옮겨붙었다. 당시 함께 일하던 ‘리북방’의 최지형 셰프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다. 김 대표는 이를 계기로 출연 셰프들을 한자리에 모아 팝업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종영 직후 선보인 ‘순맛 프로젝트’ 팝업은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이 함께한 국내 첫 시도로 화제를 모았다. 매니멀트라이브의 리북방을 배경으로 이영숙 명인과 최지형 셰프 등이 참여해, 방송에서 선보인 요리를 직접 맛볼 수 있는 자리를 꾸렸다. 그때 맺은 인연은 소속 계약으로 이어졌다. 현재 매니멀트라이브 산하에는 야키토리의 김병욱, 김치의 황진선, 한식대첩의 이영숙 명인 등 셰프 9명과 영양사 한 명이 있으며, 영양사를 뺀 전원이 흑백요리사 출신이다.

이미 이름값을 지닌 셰프들이 한 회사에 속하는 이유를, 김 대표는 서로의 니즈가 맞물리는 관계에서 찾았다. 그는 “저희는 다 장사를 하다 보니 서로의 니즈를 잘 알아요. 셰프님들은 대부분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 가깝다면, 저희는 조직으로 움직이는 회사다 보니 그 부분에서 체계적으로 서포트가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셰프 한 명에게는 자기 매장 하나가 조직의 전부지만, 매니멀트라이브는 운영·기획 인력을 붙여 행사와 협업의 뒤를 받친다는 얘기다. 사업의 축도 유튜브 같은 콘텐츠가 아니라 제품 라이선싱, 행사, 강연, 지자체 사업, 메뉴 개발 컨설팅 같은 B2B에 있다.
이 같은 체계와 시스템 위에서, 김 대표는 지금의 매니멀트라이브 식구들이 일반 소속사와는 다른 개념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셰프님들한테는 이 일이 메인이 아니거든요. 다들 본인 식당이라는 본업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계약으로 단단히 붙잡아 두기보다, 서로 좋은 기회가 있을 때 함께 움직이는 대등한 파트너에 가깝죠”라고 설명했다.

국내를 넘어, K-셰프를 세계로 잇는 매니멀트라이브
그렇게 소속을 맺은 셰프들을 김 대표는 곧장 해외 무대에 세웠다. 필리핀 마카티 록웰(Rockwell) 쇼핑몰의 시리즈 팝업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몬드리안 호텔에서만 세 차례 행사를 열었다.
5월에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에서 열린 세계 면세 박람회(TFWA)에 음식 부문 최초로 참가해 무대에 올랐고, 9월엔 소속 셰프 두 명이 ‘아이언 셰프’ 아시아판 촬영에 나선다. 12월엔 부탄 왕실·정부 대상 행사까지 예정돼 있다. 올 한 해를 쉼 없는 해외 일정으로 채우며, 김 대표는 한국 셰프들을 적극적으로 글로벌 무대에 앞세우고 있다.
국내가 아닌 해외를 먼저 겨냥하는 이유를, 김 대표는 희소성과 진입장벽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에선 이미 셰프를 앞세운 사례가 어딜 가도 흔하잖아요. 오히려 아직 그런 게 드문 해외에서 하는 게 의미가 있는 거죠. 대신 허들이 높으니까, 그 장벽을 넘게 해주는 게 저희 역할이고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쥔 무기는 두 가지다.

외식업 운영·경영을 아는 눈, 그리고 현지와 직접 부딪히는 언어 능력. 여기에 회사의 조직력이 더해져, 매장 하나가 조직의 전부인 셰프들이 홀로 넘기 어려운 언어와 인프라의 벽을 대신 풀어준다. 그렇게 문을 열고 나면, 그다음 승부는 한국 셰프의 실력이 가른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화제성이 첫 관문을 열어줄 뿐, 결국 현지의 마음을 붙드는 건 셰프가 내놓는 요리 그 자체다.
김 대표가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건 일회성 행사를 넘어선 자리다. 그는 “단순히 행사를 대행하는 걸 넘어서, 한국과 현지를 잇는 문화적인 허브 역할을 계속 하고 싶어요”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셰프와 음식, 나아가 문화를 세계로 실어 나르고 현지와 연결하는 통로. 매니멀트라이브가 스스로 그리는 다음 정체성이다.

그 정체성이 가장 구체적으로 향하는 곳이 LA다. 2028년을 목표로, 셰프 IP를 자산 삼아 오프라인 공간을 짓는 계획이다. 열 명 안팎의 소속 셰프가 각자의 색깔로 참여하는 구조로, 몇몇은 함께 푸드코트형 공간을 꾸리고, 몇몇은 자기 이름을 건 개별 매장을 연다.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북미, 그것도 세계 외식 트렌드의 중심인 미국 LA 한복판에서 한국 셰프들의 저력을 정면으로 보여주겠다는 구상이다.
오래 버텨준 팀원들, 마음이 맞는 소속 셰프들, 그리고 곁에서 힘을 보탠 이들까지. 지금의 매니멀트라이브를 만든 건 결국 사람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저는 인복이 참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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