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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상권 ‘제주’, 야시장부터 오션뷰 플래그십까지 즐긴다

구제주·신제주·애월·서귀포, '4색(色)'으로 리브랜딩하며 상권 활성화

제주국제공항 입국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관광객들의 동선은 확연히 갈린다. 렌터카 내비게이션에 찍히는 목적지부터 권역마다 색깔이 다르다. 과거 단체 버스로 획일적인 기념품 상가에 의존하던 제주 상권이 권역별로 뚜렷한 개성을 갖춘 ‘글로벌 상권’으로 거듭나고 있다.

패션과 전통 야시장 문화가 살아 있는 구제주, 트렌디한 패션과 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밀집한 신제주, 오션뷰를 배경으로 한 패션 에비뉴로 재탄생한 애월, 그리고 예술적 감성이 짙게 밴 서귀포까지. 취향이 다변화된 개별여행객(FIT)과 2030 관광객을 사로잡기 위해 제주 전역이 저마다의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단체 관광에 기대던 ‘깃발 상권’의 시대가 저물고, 권역마다 스토리와 콘텐츠로 승부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1970~80년대 ‘제주의 명동’으로 불리던 칠성로·탑동 일대. 지금은 살로몬, 노스페이스, MLB 등 글로벌 아웃도어·스트리트 브랜드가 빼곡히 들어차, 전선을 지하화한 차 없는 아케이드 거리를 따라 원도심 상권의 활기를 이어간다.

◇ 전통에 청년의 흥을 더한 구제주… 낮엔 쇼핑, 밤엔 야시장
제주 상권의 뿌리인 구제주는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얼굴을 한다. 해가 지면 동문재래시장 8번 게이트 앞으로 2030 관광객과 외국인들이 몰려들어 화려한 K팝 음악과 불쇼에 맞춰 흑돼지 김치말이와 전복 버터구이를 굽는 푸드트럭 상인들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특히 시장은 단순히 전통 재료를 파는 시장이 아니라 청년 상인들의 아이디어와 퍼포먼스를 더해 먹고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리브랜딩이 됐다. 구제주 원도심이 다시 젊어지는 일등공신이 바로 이들이다. 옛 목관아 인근 레트로 카페들과 어우러져 낮에는 아날로그 감성을, 밤에는 뜨거운 야시장 열기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구제주만의 매력으로 꼽힌다.

낮 시간대 구제주를 이끄는 곳은 도보 10분 거리의 칠성로 쇼핑타운과 탑동 일대다. 1970~80년대 양장점과 음악다방, 금은방이 빼곡해 ‘제주의 명동’으로 불렸던 이 거리는 이제 살로몬, 노스페이스, MLB 같은 글로벌 아웃도어·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로 채워졌다.

블루엘리펀트, 마리떼프랑소와저버, EPT, 원더플레이스 등을 한자리에 모은 복합쇼핑몰 ‘시티오브드림즈’. 칠성로·탑동 일대 로드숍과 맞물려 구제주 패션 상권의 앵커 시설로 자리 잡았다.

한라산 등반과 제주 둘레길 트레킹, 트레일 러닝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공항에 내리자마자 찾는 곳이 바로 이곳으로, 탑동의 살로몬 제주점(맹그로브점)은 대표 슈즈 ‘XT-6’ 시리즈부터 기능성 윈드브레이커까지 한라산의 거친 돌길을 견딜 기능성과 도심 스타일을 동시에 갖춘 라인업으로 늘 붐빈다.

인근 칠성로의 노스페이스 제주중앙점(칠성점) 역시 아이코닉한 재킷과 트레일 러닝 어패럴을 앞세워 로컬 고객은 물론 중국을 비롯한 해외 관광객이 몰리며 매년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시그니처 모노그램 캡과 볼드한 로고 티셔츠로 무장한 MLB 제주점(칠성점)은 쇼핑백을 든 채 인증샷을 남기려는 중국·대만·동남아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블루엘리펀트, 마리떼프랑소와저버, EPT, 원더플레이스 등이 입점한 복합쇼핑몰 씨티오브드림즈 제주점이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으며 앵커 시설 역할을 하고 있다. 전선을 지하화해 조성한 쾌적한 아케이드형 차 없는 거리는 동문시장·관덕정·목관아·산지천으로 이어지는 원도심 역사자원과 맞물려, 구제주만의 이중적 매력을 완성했다.

신제주 상권 지도

◇ 단체관광 대신 FIT… 신제주는 뷰티·러닝·웰니스 벨트로
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신제주 연동·노형동 일대는 과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몰리던 ‘바오젠거리’에서 개별여행객과 도민이 어우러지는 ‘누웨마루 거리’로 완전히 체질을 바꿨다. 상권을 이끄는 키워드는 뷰티, 패션, 웰니스다.

연동 사거리의 프리미엄 잡 브랜드 ‘헤트라스 제주(연동점)’에는 제주의 향과 모습을 추억으로 담아가려는 관광객들이 종일 시향지를 넘기며 줄을 서고, 대로변의 올리브영 제주제원점(신제주점)은 출국 직전 K뷰티 아이템을 대량 구매하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늘 북적여 K뷰티 유통의 핵심 테스트베드로 꼽힌다.한라산과 해안도로를 달리는 러닝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신제주는 신발 편집숍의 중심지로도 부상했다.

뷰티·패션·러닝·웰니스 브랜드가 늘어선 신제주 신광로 일대. 중국인 단체관광의 ‘바오젠거리’에서 개별여행객(FIT)과 도민이 함께 누비는 라이프스타일 벨트로 체질을 바꾼 신제주 상권의 얼굴이다.

제주 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러닝 트랙으로 삼는 러너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리기 시작한 ‘LDC(엘디씨, Long Distance Club) 제주’에는 해안도로에 최적화된 고성능 러닝화와 트레일 러닝화, 감각적인 디자인의 러닝 웨어와 케어 제품이 빼곡히 큐레이션돼 있고, 최신 글로벌 슈즈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형 멀티숍 슈마커플러스 신제주 1호점에 이어 2호점이 가세하며 기능성과 도심 속 스타일을 동시에 원하는 2030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패션·뷰티·러닝이 만나는 상권의 완성판은 웰니스 감성이다.

편안한 언더웨어와 라운지웨어를 선보이는 베리시 신제주 플래그십은 자연스러운 핏과 고급 소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감도 높은 매장으로 조성돼, 옷을 파는 공간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며 2030 여성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신제주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여기에 워터에이징 숙성 기술을 도입한 흑돼지 전문 식당이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등 외식 수준도 한 단계 높아졌다는 평가다.

애월 상권 지도

◇ 오션뷰 카페거리에서 브랜드 에비뉴로… 애월의 재발견
공항에서 애월해안로를 따라 차로 30분 남짓 달리면 마주하는 한담해변 일대 애월 상권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파도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단순한 오션뷰 카페거리였다. 하지만 최근 서울 성수동과 한남동에서 가장 핫한 패션·아이웨어·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돌담길을 따라 잇따라 대형 플래그십을 열면서, 애월은 ‘자연과 브랜딩이 만나는 휴양형 패션 에비뉴’로 거듭났다.

쇼핑 동선의 출발점은 통유리창 너머로 에메랄드빛 한담 바다가 담기는 픽업카페 애월점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조용일 대표는 “손님들은 소금빵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의 바다와 바람, 그 순간의 여유를 구매한다”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먹는 빵이라는 마음으로 식재료를 선택하고 정성으로 맛을 내는 진정성을 가지려 노력한 점이 통했다”고 말했다.

에메랄드빛 한담 해변을 등진 애월 상권의 상징적 풍경

카페를 나와 해안가로 이어지는 골목에는 독창적인 타이포그래피와 키치한 공간 연출이 돋보이는 아이웨어 브랜드 더블러버스 제주 애월 플래그십, 오프화이트 톤과 나무 소재로 제주의 단독 별장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는 브랜드 더바넷, 화사한 핑크빛 외관으로 그 자체가 포토존이 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베이글리’가 위치한다.

또한 인근에 언더웨어와 라운지웨어 제품에 제주의 문화와 바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로컬 감성을 표현한 브랜드 ‘베리시’, 그리고 콘크리트와 돌담 건축으로 랜드마크급 존재감을 뽐내는 미니멀리즘 하이엔드 브랜드 던스트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차례로 이어진다.

자연광 아래서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바다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자리 잡으면서, 애월은 자연경관과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성공적인 상권 모델로 꼽히고 있다.

베리시, 베이델리, 프리카, 블루엘리펀트 등이 모여 있는 애월 몽상타운의 한 구역. 바다를 배경으로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나란히 자리해, 제품 체험과 인증샷이 그대로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이어진다.

◇ 예술적 감성의 서귀포도 ‘재도약’
한라산 너머 남쪽의 서귀포 원도심 역시 이중섭 거리와 매일올레시장을 중심으로 예술적 감성과 로컬 먹거리가 어우러진 상권으로 재도약하고 있다. 이중섭의 생가와 아틀리에에 품은 거리에는 지붕 없는 갤러리처럼 핸드메이드 공방과 소품숍이 이어지고, 도보 5분 거리의 매일올레시장에서는 꽁치김밥과 싱싱한 모둠회가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 최근에는 5년간 집행이 예정된 100억 원 규모의 상권 활성화 사업을 통해 미디어아트와 문화 페스티벌을 결합하며 도심 재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제주 상권은 더 이상 하나의 단일 관광지가 아니라 구제주의 ‘역사·야시장’, 신제주의 ‘뷰티·라이프스타일’, 애월의 ‘자연·힐링’, 서귀포의 ‘예술·로컬’로 각자의 강점을 지니며 세분화됐다”며 “취향이 다변화된 현대 소비자에 맞춰 각 권역의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이 강화될수록 제주 상권 전체의 생명력은 더욱 길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월 봄날 카페

단체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깃발 대신, 이제는 브랜드 스토리와 로컬 콘텐츠가 제주 상권을 움직이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공항 어패럴과 신발, 잡화로 채워져 있다. 모자에 쏠려 있던 인기가 이제 여러 카테고리로 폭넓게 번지고 있다는 것이 진열만 봐도 한눈에 읽히고 실제 구매 비율도 그 흐름을 따라간다. 여전히 모자가 전체의 30%가량을 지탱하는 축이지만, 신발과 의류로 저변이 넓어지며 판매 수량과 객단가상승이 매출을 밀어 올리는 구조로 바뀌었다.

매장 인테리어도 이를 뒷받침한다. 2년 전 리뉴얼을 거친 이곳은 올드한 기색 없이 우드톤의 트렌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장사가 되는 상권일수록 리뉴얼이 활발하고, 그렇게 손본 매장이 다시 매출로 보답하는 선순환이 돌고 있다는 것이다. 20년간 이 매장을 지켜온 이유도 분명하다. MLB의 탄탄한 충성 고객층, 베테랑 점주의 유연한 운영, 그리고 구제주 상권을 채우는 국내외 관광객까지 맞물리며 한동안 잠잠했던 이곳 매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MLB 구제주점 오은영 점주

◇ 구제주 상권 20년 지킨 ‘MLB’… 관광객과 함께 활기 띠다
구제주 칠성로 상권에는 다수의 브랜드들이 밀집한 가운데 2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MLB 매장이 있다. 해당 매장을 운영하는 오은영 점주는 아식스와 다이나핏 등 여러 매장을 동시에 운영해 온, 이 지역에서 손꼽히는 베테랑 점주다.

다만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MLB 구제주점의 사정은 달랐다. 매출이 하락세를 유지하면서, 20년을 이어온 브랜드를 접어야 하나 고민이 깊었던 시기도 있었다고 점주는 돌아봤다. 몇 년째 뚜렷한 반등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던 매출은 올해 들어 방향을 확실히 틀었다.

MLB 구제주점 외관

지난달 매출은 1억 7~8천만 원. 손님이 뚝 끊기는 8월 비수기인데도 하루 500만 원어치가 팔려 나간다는 것이 점주의 설명이다. 올해 이 매장에서만 연 15억 원가량을 내다보고 있다.

반등의 열쇠는 상권을 다시 채운 외국인 관광객이다. 시장과 골목을 자유롭게 누비는 중국·대만 관광객이 늘면서, 원도심과 맞닿은 이 상권은 평일에도 인파로 붐빈다. MLB 매장만 놓고 보면 외국인과 내국인 비중이 6대 4이며, 그중에서도 중국인이 다수라는 게 점주의 진단이다. 제주에는 백화점이 없다 보니, 패션 브랜드를 찾는 관광객의 쇼핑 수요가 상당 부분 로드숍으로 흘러든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시그니처 모자가 줄지어 걸린 벽면을 지나면 어패럴·신발·잡화가 매장을 가득 채운다.

브랜드 자체의 힘도 상권 흐름과 맞물렸다. MLB는 미국 메이저리그 라이선스를 모자에서 의류·신발·가방까지 확장한 브랜드로, 운영사 F&F의 해외 실적, 특히 중국 매출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화려한 로고와 디자인이 현지 소비자 취향과 맞아떨어진 데 이어, 2025년에 스파 카리나를 앰버서더로 발탁하며 글로벌 인지도에 다시 불을 지폈다.

매장 안 풍경이 그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한쪽 벽엔 MLB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모자들이 줄지어 걸려 있지만, 그 구역을 빼면 매장은 온통 어패럴과 신발, 잡화로 채워져 있다. 모자에 쏠려 있던 인기가 이제 여러 카테고리로 폭넓게 번지고 있다는 것이 진열만 봐도 한눈에 읽히고 실제 구매 비율도 그 흐름을 따라간다.

여전히 모자가 전체의 30%가량을 지탱하는 축이지만, 신발과 의류로 저변이 넓어지며 판매 수량과 객단가 상승이 매출을 밀어 올리는 구조로 바뀌었다. 매장 인테리어도 이를 뒷받침한다. 2년 전 리뉴얼을 거친 이곳은 올드한 기색 없이 우드톤의 트렌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장사가 되는 상권일수록 리뉴얼이 활발하고, 그렇게 손본 매장이 다시 매출로 보답하는 선순환이 돌고 있다는 것이다. 20년간 이 매장을 지켜온 이유도 분명하다. MLB의 탄탄한 충성 고객층, 베테랑 점주의 유연한 운영, 그리고 구제주 상권을 채우는 국내외 관광객까지 맞물리며 한동안 잠잠했던 이곳 매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살로몬 제주점 김창원 점주

◇ 제주 해안길 달리는 러너들의 거점… 상권 이끄는 ‘살로몬 제주점’
제주 탑동 해안가 방면 맹그로브 건물에 들어서면 아웃도어와 러닝을 사랑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살로몬 제주점’이 있다. 2024년 11월 문을 열 당시만 해도 ‘칠성로 메인 상권이 아닌 한 쪽으로 벗어난 곳에 왜 매장을 냈을까’하는 우려 섞인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변에 파타고니아, 코오롱스포츠, 프라이탁, 헬리녹스 등이 자리를 잡으며 탑동을 새로운 아웃도어 상권의 메카로 탈바꿈시킨 주역이 됐다. 특히 해안가를 따라 러닝하기 좋은 탑동의 입지적 특성 덕분에 모여서 준비운동을 하고 정기적으로 뛰는 러닝 크루들의 든든한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탑동 해안가 맹그로브 건물에 들어선 살로몬 제주점 외관

이곳 매장을 운영하는 김창원 점주는 판매 경력만 20년에 달하는 리테일 분야 베테랑이다. 그는 살로몬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제품을 직접 경험해 봐야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직접 마라톤과 트레일러닝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제주에서 열린 트레일러닝 대회 30km 코스를 완주하고, 로드 하프 마라톤은 물론 10km 대회를 43분대로 달리는 등 몸소 장비를 검증하며 매장을 찾는 이들에게 깊이 있는 프리미엄 피팅 경험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점주의 진정성은 운영과 살로몬 고유의 브랜드 파워가 시너지를 내며 매출 또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초창기의 약세를 딛고 지금은 몇 배 성장한 실적을 달성하고 있으며, 쉬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살로몬 제주점 매장 내부에는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신발을 축으로 의류와 하이드레이션 조끼 등 러닝 용품이 함께 큐레이션돼 있다.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축은 단연 신발이다. 일상화와 패션화로 확고히 자리 잡은 스테디셀러 ‘XT6’는 물론, 최근 출시된 신제품 ‘제네시스 2’와 발볼이 넓은 한국인 핏에 맞춘 ‘울트라 와이드 글라이드’ 모델이 고르게 사랑받고 있다.

전체 매출의 약 50%를 차지하는 신발의 뒤를 이어 고유의 트렌디한 감각이 돋보이는 의류가 30%, 러너들의 필수 장비인 하이드레이션 조끼(러닝 조끼)와 모자, 가방 등 용품 카테고리가 20%의 매출 비중을 굳건히 지탱하고 있다.

고객층의 결 또한 흥미롭다. 중국인 중심의 외국인 관광객이 대다수인 인근 메인 상권 매장들과 달리, 살로몬 제주점은 내국인과 외국인 비중이 6대 4 수준을 이룬다. 그동안 제주에 살로몬 매장이 없어 서울이나 부산 등지의 백화점을 찾아 헤매던 도민 러너들이 방앗간처럼 들르는 것은 물론, 부모님의 편안한 데일리 슈즈를 위해 가족 단위로 방문해 단골이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바다를 곁에 둔 탑동 상권의 변화 속에서 단순한 판매처를 넘어 러너들의 커뮤니티 거점으로 완벽히 자리매김한 살로몬 제주점의 활기찬 레이스는 이제 막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베리시 애월 플래그십 스토어 황은효 부매니저

◇ 1층은 정원, 창밖엔 바다… 제주를 담은 ‘베리시 애월’
제주 애월 카페거리에 위치한 언더웨어 브랜드 ‘베리시’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오션뷰에 더해 정원처럼 꾸며진 1층과 말 동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난 6월 오픈한 ‘베리시’ 애월 플래그십 스토어는 무엇보다 제주 색을 입힌 특화 매장답게, 화원처럼 꾸민 공간에 포토존을 곁들여, 손님들이 마음껏 사진을 찍고 한참을 머물다 간다. 매장 곳곳에 놓인 말(馬) 동상과 조형은 매장을 관통하는 모티프다.

지난 6월 오픈한 베리시 애월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진열대를 빼곡히 채우기보다 브랜드를 체험하고 창밖 뷰까지 즐기게 한 구성이 특징이다. 브라 피팅을 위해 앉아 쉬어 가는 동선에도 오션뷰가 더해지며 체류 시간이 길어진다.

손님의 결도 시내 매장과 다르다. 외국인 비중이 60~70%에 이르고, 실제 구매도 외국인 쪽이 더 활발하다. 특히 홍콩·대만·싱가포르에서 온 고객들이 지인들 사이즈까지 영상통화로 받아 대량 구매를 끌어내는 힘은 화려함보다 착용감에 있다. 베리시의 주력은 레이스보다 심리스 기반의 기본 라인으로, 매장에선 전문 교육을 받은 직원이 직접 사이즈를 재고 핏을 봐준다.

정원처럼 꾸민 1층과 말(馬) 동상이 눈길을 끄는 베리시 애월 플래그십 스토어. 제주 색을 입혀 쇼핑과 풍경, 휴식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애월의 새 쇼핑 명소다.

“자기 사이즈를 잘 모르는 분이 많아서, 열에 아홉은 재달라고 하세요”라는 게 베리시 애월점 직원의 설명이다. 한 번 몸에 맞는 속옷을 경험한 고객이 갖고 있던 속옷을 죄다 베리시로 바꿨다며 다시 찾는 일도 흔해, 재구매가 꾸준히 이어진다.

브랜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의류로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일반 셋업부터 여행지에 맞춘 휴양지풍 원피스가 언더웨어와 나란히 팔린다. 이같이 지역 특색을 입힌 매장과 제품 카테고리 확장이 맞물려 숫자도 가파른 성장세를 가리키고 있다.

베리시 애월 플래그십 스토어는 진열대를 빼곡히 채우기보다 브랜드 체험과 오션뷰에 무게를 둔 매장 구성이 특징이다.

매장 앞을 지나는 유동 인구는 하루 3천 명을 웃돌고,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은 평균 5~600명, 주말엔 그보다 100명쯤 더 붐빈다. 지난달 매출은 2억 원대로, 오픈 이후 꾸준히 오르는 흐름이다. 온라인에서 출발한 베리시는 설립 3년 만인 2024년 약 65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빠르게 성장했고, 최근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며 글로벌 확장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 이곳 매장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라, 쇼핑과 풍경과 휴식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독보적인 매력이다. 카페 일색이던 애월 바닷가에 새로운 쇼핑 명소로 자리 잡아가는 베리시 애월점의 행보가 기대된다.

왼쪽부터 베리시 신제주 임영은 매니저, 배은영 부매니저

◇ 프리미엄 고객 경험을 제안하다… ‘베리시 신제주’
신제주 연동 시내 거리에 들어서면 여러 브랜드들 사이에 세 개 층을 통째로 쓰는 베리시 신제주 플래그십 스토어가 발길을 붙잡는다. 애월점이 정원과 말 조형으로 제주 색을 입혔다면, 신제주점이 승부를 건 것은 3층 건물 전반을 브랜드 경험으로 설계한 ‘공간’이다.

층 구성부터 전략적이다. 1층은 어패럴, 2층은 언더웨어, 3층은 고객 라운지로 나뉜다. 속옷을 곧바로 내세우기보다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는 어패럴을 1층에 깔아 손님을 자연스럽게 안으로 끌어들이고, 그 발길이 2층 언더웨어 피팅으로 이어지도록 동선을 짰다. 최근 브라캡과 와이드팬츠 신상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1층 어패럴의 비중도 점점 커지는 중이다.

베리시 신제주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

3층 라운지는 커플이나 가족 등 일행과 함께 오는 손님, 쇼핑백을 잔뜩 든 관광객이 짐을 정리하며 쉬어 가도록 배려한 공간이다. 이 매장의 백미는 2층 언더웨어 피팅존이다. 신제주점은 여느 매장과 달리, 피팅룸을 둥글게 빙 둘러 배치하고 그 한가운데에 카운터를 넣었다. 손님이 방에서 나오는 순간 정면의 직원과 바로 마주치는 구조라, 브라를 제대로 입었는지 사이즈가 맞는지 봐주는 ‘피팅 서비스’가 물 흐르듯 이어진다.

여기에 1층에는 어패럴을 위한 피팅룸을 따로 마련해 옷만 볼 손님은 굳이 2층까지 올라갈 필요없이 1층에서 입어 볼 수 있고, 그만큼 2층은 언더웨어 피팅은 오래 기다리지 않고 여유롭게 이용한다. 넓은 매장에 층마다 넉넉히 확보한 피팅룸 덕에, 줄을 서느라 지치는 일 없이 마음껏 골라 입을 수 있다.

1층에는 어패럴용 피팅룸을 따로 둬 옷만 볼 손님은 2층까지 오르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2층 언더웨어 피팅은 대기 없이 여유롭게 돌아간다.

입지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면세점이 가깝고 바로 옆이 올리브영이라, 중화권 관광객이 오가는 길목을 그대로 끼고 있다. 외국인 비중은 70%가량으로 중국·대만·싱가포르 손님이 대부분이고, 길을 지나다 그냥 들어오는 워크인이 많다.

워크인이 많은데도 구매로 잘 이어지는 건 결국 피팅 경험 덕이다. 보통 세 벌까지인 착용 제한을 이곳은 다섯, 열 벌까지도 풀어 준다. 자신의 신체 사이즈에 맞는 속옷을 모르는 방문객들에게 여러 권유하는 것이다. 그 덕에 한 번 입어 본 손님의 구매 전환은 90%를 넘어선다.

베리시 신제주 플래그십 1층 어패럴 공간. 2층은 언더웨어로 구성돼 있다.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6월 5일 문을 연 첫 달에는 한 달을 채 못 채운 영업일수에도 매출이 이미 2억 원을 넘었고, 지난달엔 3억 원을 찍었다. 매달 9천만 원가량씩 밀어 올리는 흐름이다. 재구매도 탄탄하다. 마음에 든 핏을 다른 컬러로 다시 사거나, “너무 편해서 갖고 있던 속옷을 다 바꿨다”며 돌아오는 손님이 많다.

선물로 샀다가 만족도가 높아 다시 찾는 남성과 인도 의외의 효자다. 넓은 매장과 다양한 카테고리, 층마다 마련한 피팅룸과 고객 라운지까지, 베리시가 그리려던 브랜드 경험을 신제주 플래그십 스토어, 이 한 공간에 온전히 담았다.

픽업카페 조용일 대표

◇ 제주의 성심당… 테이블 없는 소금빵 성지 ‘픽업카페’
제주 애월 카페거리 한편에는 파스텔 색감과 굵은 곡선으로 멀리서도 시선을 붙드는 작은 가게가 있다. 문을 열어도 앉을 자리 하나 없이 오직 갓 구운 빵을 ‘픽업’해 가는 이곳은 소금빵 전문점 ‘픽업카페’다.

손님이 빵만 집어 들고 나가는 구조로서 이름이 출발했지만, 지금은 제주를 대표하는 소금빵 성지로 자리 잡았다. 명란을 듬뿍 올린 시그니처 ‘명란마요 소금빵’은 전국에서 픽업카페가 가장 먼저 선보인 메뉴로, 이제는 곳곳에서 변주되는 하나의 장르가 됐다.

픽업카페는 앉을 자리 하나 없이 갓 구운 빵을 ‘픽업’해 가는 소금빵 전문점으로, 애월 카페거리 쇼핑 동선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다.(사진=픽업카페 애월점)

시작은 단출했다. 18년 차 제빵사인 조용일 대표는 2023년, 공항 인근 구제주 용담동의 6평짜리 가게에서 첫 반죽을 올렸다. 발전이 더딘 골목이었지만 당시 다니던 직장과 병행하며 새벽 4시에 나와 빵을 굽고 배달 오토바이까지 직접 몰며, 당시 직장을 다니면서 하루 스무 시간을 꼬박 2년간 버텨냈다. 임대료 싼 자리에서 묵묵히 구운 빵이 입소문을 타자, 작은 픽업 창구는 어느새 제주 전역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품질을 지키는 방식은 고집스럽다. 픽업카페는 전 지점에서 당일 생산·당일 판매만 고수하고, 조금이라도 잘못 나온 빵은 예외 없이 폐기한다. “빵 하나하나가 제 얼굴인데, 어설프게 내놓을 거면 아예 내놓지 말아야죠”라는 것이 조용일 대표의 철학이다.

당일 생산·당일 판매를 고수하는 픽업카페의 빵 진열대. 킬로당 2만9천 원짜리 최고급 버터를 쓰면서도 가격은 2천~5천 원대로 묶어 큼직하게 구워 낸 제품들이 놓여 있다.

재료에도 타협이 없어 소금빵에 들어가는 버터는 킬로당 2만9천 원짜리 최고급으로 바꿔 썼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개당 2천 원~5천 원대에 묶어 뒀다. 마진을 크게 남기기보다 좋은 재료로 큼직하게 구워 많이 파는 구조를 택한 것이다.

공간과 메뉴에는 지점마다 다른 얼굴을 입혔다. 처음 가게의 주황색을 시작으로 본점은 화이트, 애월점은 파스텔, 행원점은 노란 계통으로 색을 달리했고, 시그니처를 뺀 빵 구성도 매장별로 다르게 짰다.

매장 한 곳에서만 하루 1,000개 가까이 팔려 나가는 시그니처 ‘명란마요 소금빵'(왼쪽 상단). 뒤이어 내놓은 ‘매콤명란'(오른쪽 상단)도 하루 700~800개씩 나가며 두 번째 간판으로 올라섰다.

특히 픽업카페 애월점은 바로 옆 카페와 맞붙어 있는 점을 감안해 커피 등 음료는 직접 팔지 않는다. 대신 빵을 픽업해 옆 카페에서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상생 협업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러너들이 즐겨 찾는 행원점에는 나눠 먹기 좋은 샌드위치와 큼직한 빵을 채워, 상권과 손님의 결에 맞춰 매장의 성격까지 달리 가져간다.

지금 픽업카페의 기세는 숫자가 대신 말한다. 명란마요 소금빵은 매장 한 곳에서만 하루 1,000개 가까이 팔리고, 본점 최대 대기는 1,300팀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 뒤이어 내놓은 매콤명란도 하루 700~800개씩 나가며 두 번째 간판으로 올라섰다.

조만간 구제주 동문시장 안으로 본점을 확장 이전하고, 케이크까지 라인업에 더할 계획이다. 여기에 백화점 팝업 등 서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제주도의 성심당이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테이블 하나 없는 6평 픽업 창구가 제주를 넘어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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