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브랜드 한나신(HANNAH SHIN)이 2027 SS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올랐다. 9월 3일 정오, 한나신이 이번 시즌 내건 주제는 ‘LIMINAL: Iridescent Mythology’. 현실과 비현실, 잠과 각성, 신체와 외부 환경이 맞닿는 경계에서 새로운 감각과 형태가 피어나는 순간을 좇은 컬렉션이다.

출발점은 에드거 앨런 포의 시 ‘A Dream Within a Dream’, 그리고 잠과 꿈을 둘러싼 고대의 서사였다. 익숙한 신체와 의복의 관계를 흐르는 듯한 드레이핑과 구조적인 실루엣, 빛에 따라 달라지는 표면으로 옮겨 낯선 조형 언어로 바꿔놓았다. 꿈과 현실 사이 어딘가, 그 모호한 지대가 이번 컬렉션이 선 자리다.

런웨이 위 옷은 부드럽게 흐르는 것과 단단하게 짜인 것 사이를 오갔다. 라벤더빛 얇은 천이 물결처럼 흘러내린 긴 치마 위로, 매끈한 흰색 가죽 재킷이 얹혔다. 은빛 실이 잔뜩 돋은 긴 코트, 표면이 깃털처럼 잘게 일어난 연분홍 드레스처럼, 만지면 바스러질 듯한 질감이 꿈결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몸의 곡선을 따라 매끈하게 빚어낸 금빛 상의는 갑옷처럼 상체를 감쌌고, 그 아래로는 투명한 조각들이 잔뜩 매달려 빛을 머금은 치마가 이어졌다.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조각을 촘촘히 덮은 재킷, 반들거리는 붉은 점퍼까지, 빛을 튕겨내는 옷들이 무대를 채웠다. 한나신이 ‘테크 쿠튀르(Tech Couture)’라 부르는 이 감각은 장인의 손기술 위에 3D 프린팅과 로봇 기술, AI를 겹쳐 세운 것이다.

이번 무대의 시그니처는 사운드케어(SOUND CARE)와 함께 개발한 AI 멀티센서리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소리를 실시간으로 읽어 촉각과 빛의 반응으로 바꾸는 이 장치를 통해, 들리는 소리를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보는 감각으로 확장했다. 의복이 신체를 감싸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바깥 환경이 반응하는 감각적 인터페이스가 된 셈이다.

경계를 허무는 시도는 무대 위 존재로도 이어졌다.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 Arts)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Ameca)가 런웨이에 올라, 인간과 기계·유기체와 비유기체 사이의 경계를 눈앞에 세웠다. 패션과 로보틱스가 한 무대에서 공존하는 장면은 이번 쇼가 ‘테크 쿠튀르 아트 쇼’를 표방한 이유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번 컬렉션은 패션과 기술을 나란히 붙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인간의 감각과 신체가 기술을 통해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지, 한나신은 그 질문을 옷으로 던졌다. 현실과 비현실, 물질과 비물질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이 브랜드는 패션을 미래의 신체와 환경을 잇는 언어로 넓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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