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하게 불고 있는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슈즈멀티숍 브랜드 ‘슈마커’가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슈즈멀티숍 업계 1등 브랜드인 ABC마트가 일본 본사가 지분 100%를 소유한 일본 브랜드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대체 브랜드로 ‘슈마커’가 부각되면서 언론과 SNS의 집중 조명 속에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슈마커를 전개하는 회사 에스엠케이티앤아이의 경영은 안영환 대표가 맡고 있다. 이번 ABC마트의 대항마로 슈마커가 급부상한 것은 다름아닌 안 대표의 과거 비즈니스 경력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안 대표가 바로 2002년에 일본 ABC마트를 국내에 처음 들여온 주인공이다. 당시 불모지와 같았던 국내 슈즈멀티숍 시장을 개척하고 회사를 차근차근 성장시킨 장본인이 안 대표인 것이다.
“최근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자연스레 슈마커가 회자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ABC마트는 일본 브랜드이고, 슈마커는 국내 브랜드라는 사실이 과거 일부 업계 관계자만 알던 것에서 이제는 일반인들도 많이 알 게 되는 계기가 분명히 된 것 같습니다. 국내 ABC마트가 처음부터 일본 본사가 지분 100% 가진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49%, 일본 본사가 51%를 갖고 출발한 브랜드입니다. 이후 본의 아니게 제가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일본 ABC마트가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 것이죠.”

안 대표는 무역회사를 운영하면서 거래처 관계였던 일본 ABC마트의 마사히로 미키 사장의 제안으로 2002년 ABC마트를 국내에 처음 들여왔다. 안 대표가 지분 49%에 일본 본사가 51%로 각각 지분율을 정하고 한국 진출 계약을 체결한 후 국내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단독 매장(모노숍) 일색이던 국내 시장에 다양한 브랜드를 한데 모은 슈즈멀티숍을 선보이자, 당시 고객들은 신발 상품이 짝퉁이라고 여길만큼 슈즈멀티숍 브랜드를 낯설어 했고, 인지도는 바닥이었다.

“ABC마트 초기 시절 갖은 고생을 다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당시 사업을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어려움에 아찔했던 순간들이 지금도 가끔 떠오릅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최근에 자료를 보니 초기 4년 동안 20여개 매장을 폐점하고, 35개 매장을 새로 열었더라고요. 전체 매장을 55개나 열고 닫은 셈이죠.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갖은 고생을 하면서 사업을 전개한 겁니다.”
하지만 ABC마트는 단 한번도 성장이 멈추거나 역신장을 하지 않았다. 2009년에는 영업이익이 200억원을 달성했고, 초고속 성장은 그 다음 해에도 이어져 2010년에는 영업이익이 32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의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어느 날 일본의 태도가 돌변했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한국 ABC마트 전체를 소유하고자 일본은 미리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치밀하게 준비한 후 이사회 당일 자신을 공략했다는 주장이다. 일본 측이 내민 압박카드는 미리 준비한 더 이상 거절할 수 없는 내용이었고 결국 안 대표는 이사회가 열린 2011년 3월 11일 사임하게 됐다.

“주총은 5명의 이사가 참석했습니다. 5명 가운데 일본측 2명, 한국측 3명으로 늘 열렸었죠. 그런데 2011년 3월 11일 당일에는 일본측 3명, 한국측 2명으로 바뀐 겁니다. 한국측 1명이 일본측으로 넘어 간 것이죠.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런 후 그 자리에서 일본측은 저에게 사퇴를 종용했습니다. 일본 본사는 2009년 증자를 통해 이미 지분 68%를 차지한 상태였고, 여기에 이사진 3명을 확보한 후 사퇴를 제안한 겁니다. 사퇴하면 지분 32%에 대한 현금을 바로 쏘겠다고 말한 것을 보면 미리 자금까지 마련하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를 했던 것입니다. 일본측은 사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본금을 계속해서 증자시켜 지분율을 낮추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면서 최후의 압박카드까지 내세우며 사퇴를 종용했습니다.”

안 대표는 이를 계기로 하루 아침에 회사를 떠나야했다. 당시 수백억원의 이익을 내던 회사의 소유 지분을 시장의 가치 평가보다 낮은 가격에 넘기고 철저하게 준비된 상대편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사임 도장을 찍고 떠나게 된 것이다. 이후에도 일본 ABC마트는 안 대표를 배임, 사기 협의로 고소를 이어갔다. 결국 법원은 모든 고소 건에 대해 무협의 처분을 내렸고, 오히려 평소 깨끗한 기업윤리, 정직한 삶을 추구하던 안 대표의 가치관과 도덕성이 검증받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에 안 대표는 ABC마트가 낸 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더욱 신뢰도가 올라가는 계기가 됐고, 일본측의 주장이 터무니없고 회사를 무력과 같은 방법으로 강제 탈취한 게 아닌가라는 여론이 형성되는 단초가 된 것이다.
결국 이번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에 항거하는 불매 운동이 강화, 확산되면서 일본 ABC마트가 그간 진행한 이러한 비즈니스 방식이 전부 드러나게 됐고, 이를 알게 된 사람들이 ABC마트를 지탄하거나 불매 운동에 참여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안 대표는 일본 본사의 상식 이하의 행동과 무리한 비즈니스 전개가 과거에도 계속 있어 왔다고 주장한다. 과거 안 대표의 지인 회사를 일본 본사가 압력을 가해 강제 인수하는가 하면, 작은 꼬투리 하나라도 찾으려고 용역을 써 안 대표의 뒤를 캐기도 했다는 것이다.

최근 오픈한 부산대 매장.
“과거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일본 본사의 제안으로 일본에서 차입해 사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금액이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초래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환율이 뛰면서 갚아야 하는 금액이 두배가 된 겁니다. 이를 지켜본 일본 본사가 출자전환으로 상환하라는 강요를 하는 겁니다. 결국 갑작스런 요구에 수용할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지분율이 대폭 낮아지는 수순을 밟게 된 겁니다.”
안 대표는 신발 비즈니스로 평생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사회 초년생 때에 몸담은 SK상사에 근무했던 시절부터 신발을 들고 국내외를 뛰어다닌 영업맨 출신이다.
한국 ABC마트를 설립했고, 일본 본사에 의해 떠난 후에도 안 대표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신발 비즈니스를 계속해 왔다.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한우물만 판 것이다. 안 대표는 늘 국내 슈즈 시장에 대한 사업을 통한 도전 의지가 식지 않았다. 마침 기회를 찾던 차에 슈마커 인수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슈마커는 국내에 ABC마트가 들어오기 이전에 있던 2009년에 런칭된 최초의 슈즈멀티숍 애슬릿풋이 전신인 브랜드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안 대표는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슈마커 인수를 흔쾌히 수용했다. 이후 고객층이 다각화된 시장을 보다 폭넓게 공략하기 위해 프리미엄 슈즈 멀티숍인 영국의 ‘JD스포츠’를 2017년 합작법인 형태로 들여왔다. 따라서 안 대표는 현재 슈마커와 JD스포츠 두개의 슈즈멀티숍 브랜드를 총괄 경영하고 있다.
“슈마커는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습니다. 비효율 매장은 줄이고, 조건이 괜찮은 곳에 신규 매장을 추가했습니다. 연간 2~3억원대 매장은 빼고, 월 기준 1~2억원대 매출을 보이는 곳을 새롭게 열었습니다. 지금까지 올해 누적으로 15% 신장했고, 8월은 14일 현재까지 25%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JD스포츠는 핵심 상권을 타깃으로 해 2년만에 현재 2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연말까지 2개가 추가 확정된 상태입니다. 신규 브랜드로써 어려운 상황을 차근차근 해결하면서 안착이 이뤄지고 있는 단계입니다.”

안 대표는 최근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기 전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슈마커의 성장세는 높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ABC마트의 불매 운동으로 고객이 일부 옮겨왔고 일본 ABC마트의 비즈니스 관행이 알려지면서 고객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ABC마트의 대체 브랜드로 급부상해 슈마커의 매출이 오른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에 대한 고객들의 높은 관심과 신발까지 구매하는 것으로 이어져 진정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불매 운동으로 고객이 더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승리는 실력으로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페어한 경쟁을 통해 실력으로 이기는 게 결국 고객에게 진정으로 보답하는 최고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안 대표는 회사 내부에서 많은 일을 소화한다. 정시 이전에 일찍 출근해 하루 업무를 시작하고 회사 내부에서 하루 종일 업무를 처리하느라 여념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점심 시간이나 매장 오픈과 관련된 일을 제외하고 거의 외출 없이 회사 내에서 업무에만 몰두하는 스타일이다.
이처럼 안 대표는 회사 내에서 고민과 분석 과정을 통해 체계적인 업무 시스템을 만드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과 이익에 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매출 추이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그래프를 만드는가 하면 기념일, 명절, 주말에 따른 연간 매출 변동폭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석 자료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자체 브랜드(PB)와 타 브랜드의 매출 비중 등을 수시로 점검해 직원들이 제때 시장에 대응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슈마커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안착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초에 오픈한 서울 여의도 IFC몰 매장은 한달간 1억8000만원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같은 달 19일 오픈한 신제주점은 일 500~700만원 매출을 보이고 있고요. 특히 IFC몰 매장은 주변보다 평당 매출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여 전체 브랜드 경쟁력이 한층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통망도 순조로워 8월 23일 부산 서면 삼정타워에 입점했고, 30일에는 처음으로 국내 최고의 상권인 서울 강남역 상권의 핵심 자리에 진출합니다.”
한편 안 대표는 지난 5월부터 슈마커 런칭 20주년을 맞아 신발 인생 30년 동안의 경험과 애환, 철학을 담은 회고록 출간을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이번 회고록 정식 출간에 앞서 준비중인 글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미리 선보이는 방식으로 연재되고 있다.
국내 ABC마트의 창업 이전의 직장 생활부터 창업 직후의 어려움, 일본 본사에 지분 전량을 넘기게 된 과정 등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올라온 안 대표의 실제 경험담은 신발 비즈니스의 A부터 Z까지를 담은 흥미진진한 글들로 갈수록 인기를 더해 정식 회고록 출간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