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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왕의 식탁’ 안방으로…식품가, 궁중 비법 앞세워 경쟁

영화 ‘왕사남’ 흥행에 조선 왕실 레시피 재조명… 전통 문헌 기반의 고품격 미식 경험 소비층 확산

대중문화의 파급력이 식품업계의 소비 지형을 바꾸고 있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비운의 군주 단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이를 매개로 한 조선 왕실의 식문화가 현대적 미식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반찬 한 종류나 차 한 잔에서도 왕실의 품격과 고유한 비법을 향유하려는 ‘프리미엄 한식’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분야는 발효 기반의 전통 장류다. 우리맛연구중심 샘표는 영조 임금이 식욕이 없을 때 고추장을 즐겨 찾았다는 ‘승정원일기’의 기록에 주목해 ‘조선고추장’을 선보였다. 시중 고추장의 높은 당도와 획일화된 맛에 아쉬움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10년간의 연구 끝에 탄생한 제품이다. 물엿 대신 엿기름으로 만든 쌀발효조청을 사용하고, 간장을 빼지 않은 토장 메주로 감칠맛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옛 문헌의 조리법을 현대적으로 완벽히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샘표 조선 고추장

왕실의 건강 비결을 담은 액상차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조선왕조실록’ 속 왕실의 건강 관리 비법을 재해석한 정관장 ‘궁정비차’를 통해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6년근 홍삼과 영지버섯 등을 배합한 이 제품은 조선 왕실의 보양 콘셉트가 시장에서 적중하며 출시 반년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 포를 넘어섰다. 전통적인 건강 관념에 현대적인 편의성을 더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왕실 마케팅’은 이름부터 정체성을 명확히 한 전문 기업들로 이어진다. 조선시대 궁중 음식을 전담하던 관청인 사옹원(司饔院)의 명칭을 그대로 가져온 식품기업 ‘사옹원’은 궁중녹두전, 소고기육전 등 손이 많이 가는 전통 음식을 간편식화하여 글로벌 시장까지 영토를 넓히고 있다. 최근 바삭김치전이 13개국 코스트코에 론칭되는 등 K-푸드의 고급화된 미식 경험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시장 전문가들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단순한 레트로를 넘어, ‘검증된 정통성’에 무게를 둔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왕실 음식은 맛과 품질에서 타협하지 않는 최고급 기준을 상징한다”며 “식문화에 스토리를 입히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새로운 미식 경험을 갈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와 맞물려 장기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핵심은 전통의 원형을 얼마나 세련되게 변주해 현대인의 식탁 위에 올리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브랜드의 기술력과 헤리티지를 제고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되는 만큼, 식품업계의 ‘왕실 레시피’ 경쟁은 더욱 정교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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