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사드 사태 이후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대적으로 중국에 투자했지만 대내외적인 악재 속에 제대로 된 성과를 못 거두고, 유통환경의 변화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1월 13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실적 악화의 길을 걷다 코로나까지 터지자 결국 인원 감축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는다고 공지했다. 15년차 이상 직원에게는 근속연수 및 5개월치 급여, 20년차 이상 직원에게는 40개월치 급여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는 것과 관련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구조조정설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다만, 이와 관련해 회사 측에서는 “그럴 일 없다”는 반응으로 대처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 3분기 매출은 1조 2086억 원, 영업이익은 61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49%나 감소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들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성적표를 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이 비슷한 환경에서도 수익구조 다변화 등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하락은 더욱 초라해 보였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인적쇄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모레퍼시픽 인사조직 유닛장인 김승환(51)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대표이사로 내정하는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
김 신임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번 아모레퍼시픽 주요 보직 인사에는 40대가 중용되는 등 젊은 인력으로 교체됐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러한 변화 시도는 실적 하락이 지속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이다. 지난 2017년 사드(THAAD) 사태로 단체관광객금지 등 중국의 보복 행위가 이어지자 아모레퍼시픽의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2016년 매출 6조 6975억 원, 영업이익 1조 828억 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2017년 7314억 원, 2018년 5494억 원, 2019년 4982억 원, 2020년 현재 1652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지속적인 감소 추세이다.
문제는 반전할 수 있는 전환점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유통 흐름이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넘어갔지만 디지털 채널로의 전환이 능동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오프라인을 고집하다 향후 이를 해결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최근의 유통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최근 디지털 전환 등을 모색하지만 한두 발 정도 늦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브랜드숍을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중국 단체관광객 발길이 끊어진 것이 매출에 직접적 타격을 입힌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 트렌드 자체가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이동하는 상황이다.
브랜드숍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때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로드숍 브랜드였던 이니스프리는 미국에 상륙한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렸지만 그 곳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는 않다. 또, 지난 2018년 오픈한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 매장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반 폐점했다.
인근에 시코르 등의 멀티 뷰티숍 등이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경쟁조차 펴보지 못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네이버, 11번가, 무신사, 알리바바 등 디지털 플랫폼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디지털 사업 전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다만, 시작이 늦다보니 가시적 성과가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디지털 사업에 눈길을 돌리면서 기존 브랜드숍과의 마찰도 적지 않다. 온라인 마켓에 오프라인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면서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사 공정위 심판까지 갔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에는 이 문제로 서경배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상황까지 맞았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아리따움 가맹점 협의체인 전국 아리따움 경영주 협의회, 전국 아리따움 점주 협의회와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가맹본부와 전경협, 전아협 등 3개 주체는 60억원 규모의 지원을 포함한 7개 시행안에 합의하고 성실한 이행과 동반 성장 노력을 다짐했다. 주요 협약 내용은 각 가맹점에 대한 임대료 특별지원, 재고 특별 환입, 폐점 부담 완화, 전용 상품 확대, 온라인 직영몰 수익 공유 확대 등이다.
구체적으로 가맹본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가맹점에 임대료를 지원하고 올해 안에 재고상품을 특별 환입 받는다. 내년 1분기까지 폐업하는 점포의 경우 인테리어 지원금 반환을 면제하고 상품 전량을 환입하는 등 총 60억원 수준의 지원이다.
이밖에 중장기 가맹점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현재매출의 20% 수준인 가맹점 전용 상품을 50%로 확대 공급한다. 온라인 직영몰의 매출 일부를 나누는 아리따움몰 ‘마이스토어’제도도 손질해 가맹점주가 가져가는 수익의 비율을 높일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날 협약을 맺은 아리따움 외 이니스프리, 에뛰드 가맹점주 협의회와도 상생 협약 체결을 준비 중이다. 지난 상반기에는 이들 3개 가맹점에 70여억원을 지원한 바 있으며 하반기 중 100억원 수준의 지원을 추가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 협약도 서경배 회장이 국감증인으로 채택되자 면피용으로 부랴부랴 체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이 짙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가진 대내외적 상징적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빠른 반전을 기대하는 눈치이다. 세계적으로도 한국 화장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아모레퍼시픽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이 고전하면 할수록 국내 화장품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이 실적면에서는 부진해도 화장품 업계 전반의 트렌드나 연구개발 등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부문 매출과 이익에 있어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아직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직도 화장품은 아모레라는 생각은 변함없다”라며 “현재의 위기상황을 보다 넓은 시각에서 극복하기 를 기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