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컨텐츠 경쟁을 펼치던 여성 패션 이커머스 시장에서 앞서 나가는 선두 기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여성 패션 이커머스 시장은 대형 자본과 결합한 이후 본격적인 카테고리 확장과 양질의 컨텐츠 수급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거래액과 이용자 수를 늘리는 데이터 중심의 외연 확장으로 높은 기업 밸류를 받은 후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지만 넥스트 스텝에 대한 관심이 컸다.
지난해부터는 대규모 투자 유치 이후 본격적인 자본 경쟁이 펼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9CM은 무신사에 인수된 이후 상반기에만 거래액이 세 배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봤으며, W컨셉은 SSG 인수 이후 타겟 고객을 40~50대까지 확대하면서 8000여개까지 컨텐츠 수급에 성공했다.
플랫폼 성과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거래액에서는 29CM이 W컨셉을 앞질렀다. 지난해 1분기부터 29CM(1170억원)이 W컨셉(881억원) 거래액을 뛰어넘더니, 지난해 전체 거래액은 29CM 6000억원, W컨셉 4579억원을 기록했다.

10~30대를 타겟으로 하는 버티컬 쇼핑앱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지그재그는 지난 2021년 카카오 자회사로 합류한 이후 카카오 스타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새벽배송, 브랜드관 확장, 버티컬 커머스 확대 등 다방면으로 외연 확장을 꾀했다. 지그재그는 지난해 전년 대비 30% 성장한 1조 3000억원으로 거래액을 마무리했다.
에이블리도 거래액 측면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에이블리는 지난 2021년 7000억원 거래액을 기록한 데 이어 2022년 1조원 규모 거래액이 전망된다. 이미 상반기에 전년대비 70% 이상 거래액이 신장했으며,와이즈앱리테일 기준 월간 사용자수 700만명으로 쇼핑앱 부문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 29CM VS W컨셉, 29CM 웃었다

지난해 여성 이커머스 시장은 29CM과 W컨셉의 양강 구도가 펼쳐진 가운데, 1분기부터 29CM이 W컨셉을 거래액 300억원 가량 앞서 나가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초기 29CM과 W컨셉이 각각 무신사와 SSG에 인수된 2021년 당시에는 W컨셉이 앞서 나가는 듯했다. 2021년 거래액은 29CM 2755억원으로 W컨셉 3271억원보다 낮았다.
지난해 29CM 전체 거래액 6000억원 중 패션 카테고리 매출은 70%(4200억원)에 달한다. 패션 컨텐츠가 주류인 W컨셉이 8000여개 브랜드에서 4579억원 거래액이 발생한 것과 비교해 29CM은 W컨셉 보다 적은 4500여개 브랜드에서 4200억원 거래액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밀도 높은 성과로 해석할 수 있다.
29CM 측은 브랜딩 강화와 신진 브랜드 영입 확대를 통한 여성 패션·잡화 부문의 급성장,충성 고객 비중 확대, 온오프라인 컨텐츠 기획 등이 성장을 견인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지난해는 브랜드 캠페인을 기점으로 취향 소비를 지향하는 여성 고객이 대거 유입되면서 여성 패션·잡화 카테고리가 크게 성장했다. 캠페인 이후 여성 구매 고객 수는 전년 대비 70% 가까이 늘었다.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뮤지션 및 크리에이터 100인을 섭외해 이들의 추천 코디를 큐레이팅하는 ‘매일의 가이드’와 최근 진행한 ‘당신2 9하던 삶’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캠페인은 소비자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며 신진 브랜드들의 성장도 함께 이끌어냈다. ‘마르디 메크르디’ ‘던스트’ ‘락피쉬웨더웨어’ 등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여성 팬츠가 주력 상품인 ‘블루브릭’은 전년 대비 거래액이 5배, ‘시엔느’ ‘링서울’은 전년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쁘띠백’을 히트시킨 가방 브랜드 ‘플로르’ 역시 거래액이 2.5배 증가하며 젊은 여성층의 인기 브랜드로 올라섰다.
충성 고객 비중도 늘었다. 29CM 브랜드 메시지와 취향 제안에 공감한 팬덤 고객이 늘어난 까닭이다. 작년 한 해 전체 고객의 재구매율은 50%에 달했으며, 1년간 10회 이상 구매한 고객 수도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온오프라인 콘텐츠 흥행도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작년 하반기 연달아 오픈한 이구성수, 이구갤러리 서울, 이구갤러리 대구는 각 공간이 하나의 콘텐츠이자 매체로서 기존 고객의 29CM 서비스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신규 고객을 유입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박준모 29CM 사업 대표는 “2022년에는 강력한 브랜딩을 동력으로 고객과 입점 브랜드 규모를 늘리고, 이를 통해 전년 대비 80%에 가까운 고성장을 이뤄냈다”라며 “올해도 29CM만의 큐레이션과 제안의 가치를 담은 독창적인 프로젝트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W컨셉은 29CM에게 거래액이 밀렸지만, 의미 있는 성장세를 보였다. W컨셉이 갖고 있는 프리미엄 포지셔닝에 부합하는 컨텐츠 제안에 소비자들이 공감하면서 VIP등급 우수 고객이 전년대비 70%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또한 이들이 구매한 금액도 60% 이상 늘어나면서 거래액 신장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W컨셉의 VIP 등급 유지율도 80%에 달한다. 이는 W컨셉 고객 10명 중 8명은 재구매를 통해 VIP 등급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VIP 고객이 증가한 배경에는 상품별 큐레이션 강화, 단독 기획 상품 확대, 컨템포러리 럭셔리 상품 강화 등 패션 부문의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다.

더불어 W컨셉은 신세계그룹이 가진 유통 채널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O4O(Online for Offline) 전략도 주효했다. W컨셉은 지난해 3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을 시작으로, 7월 대구점, 8월 강남점에 연이어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SSG닷컴 내 W컨셉 전문관도 정식 오픈했다. W컨셉 전문관은 W컨셉의 인기 브랜드 200여개의 엄선된 아이템 3만종을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오픈 한 달 만에 백화점 영캐주얼 매출 상위 3위권에 진입했으며, 매출은 목표 대비 130% 이상의 성과를 냈다. 대구점 역시 지난해 목표 매출에 150%를 상회하는 성과를 내며 의미 있는 성장을 거뒀다. 이는 30~50대 구매력 높은 소비자들이 직접 감도 높은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해 실구매로 연결시킨 것이 주효했다.
◇ 거래액 1조 시대 ‘활짝’…1위 지그재그 뒤따르는 에이블리
10~30대를 아우르는 쇼핑앱 시장에서는 지그재그가 전년대비 30% 신장한 1조 3000억원(2022년 기준) 거래액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에이블리는 2022년 거래액 1조원으로 마감하며 그 뒤를 바짝 따라가고 있다.
지난해 쇼핑앱 시장은 카테고리 및 브랜드관 확장 경쟁과 배송 경쟁이 치열했다. 동대문 패션과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빠른 재고 소진이 강점이었지만, 꾸준한 재구매 전환으로 지속성장 전략이 필요해지면서 신규 콘텐츠로 브랜드 및 뷰티 카테고리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그재그 거래액 신장은 2022년 4월 오픈한 ‘직잭뷰티’(뷰티관)’와 8월 오픈한 ‘직잭라이프’(라이프관)’ 성장세가 주효했다. 직잭뷰티는 약 200개 브랜드로 시작해, 현재는 900개 이상으 로 확대됐다.
패션, 뷰티에 관심이 많은 2030 여성 고객들이 모여 있는 플랫폼인 만큼 스킨케어, 색조메이크업, 바디용품, 향수, 디바이스, 이너뷰티 등 뷰티와 관련한 다양한 상품이 주력이며, 뷰티 브랜드들도 지그재그 고객을 주력 채널로 활용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9월 ‘페리페라‘ ‘삐아‘ ‘머지’ 등 브랜드의 신상품 선런칭 이벤트 진행 후 신상품 거래액 비중이 기획전 거래액 중 40%, 뷰티 카테고리 거래액 중 10%를 차지한 바 있다.

직잭라이프는 정식 오픈 당시 600개 브랜드로 시작해 빠른 속도로 입점 브랜드 수를 늘리며 현재 11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입점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상품 거래액은 시범 운영 기간이던 지난 2분기 대비 150% 신장했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올해는 더욱 공격적으로 패션, 뷰티, 라이프 카테고리 확장을 진행하고 다양한 브랜드 입점으로 폭넓은 셀렉션을 갖춘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으로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며 “판매 및 물류, 배송과 관련된 빅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어 직진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풀필먼트 커머스로 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에이블리는 거래액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표 측면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와이즈앱 리테일 기준 지난해 에이블리 월평균 앱 실행 횟수는 12억 4000만회로 쇼핑앱 중 1위이며, 월 평균 앱 사용 시간도 꾸준히 증가해 사용자들이 ‘가장 자주 열어보는 옷장’으로 등극했다.
유저에게 단순 구매를 넘어 즐거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자 다양한 스타일링을 매거진 형태의 콘텐츠로 즐길 수 있는 ‘코디’ 탭, 쇼핑 고민을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 ‘골라줘’, 인스타그램, 틱톡 등 앱 내, 외부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컨텐츠 강화에 힘쓴 결과다. 콘텐츠 강화를 통해 상품 노출 기회가 늘면서 유저 유입 및 앱 체류 시간이 증가했다.
뷰티와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서도 성장세가 드러난다. 지난해 상반기 뷰티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3%로 증가했으며, 라이프 카테고리는 런칭 1년 만에 거래액이 380% 증가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패션에서는 쇼핑몰, 셀럽마켓, 브랜드 등 다양한 세부 카테고리가 고른 성장세를 보였으며, 지난해 선보인 푸드 카테고리도 단순 장보기를 위한 식료품 플랫폼과 달리 ‘떡켓팅’, ‘빵켓팅’ 등 새로운 간식 문화를 선도하는 유저 특성을 반영해 ‘MZ세대 모바일 편의점’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