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Daily NewsF&B'작게 줄였더니 더 잘 팔리네'…고물가 허점 찌른 소용량 단위 전략

‘작게 줄였더니 더 잘 팔리네’…고물가 허점 찌른 소용량 단위 전략

소비자가 장바구니에 담는 물건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유통사의 이익 방정식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지속되는 고물가와 1인 가구의 확산으로 단일 결제 금액을 줄이려는 소비 성향이 고착화되면서, 기존의 묶음 판매와 대용량 중심 유통 공식은 신속히 수정되는 추세다. 유통업계는 단순히 제품 크기를 줄이는 수동적 소분에서 벗어나 조달 체계 효율화와 배송 채널 다변화를 결합하며 단위당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소용량 상품이 시장의 메인스트림으로 부상한 근본적인 원인은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과 가구 구조의 변화가 맞물린 데 있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한 번에 수만 원을 지출하는 대용량 구매에 대한 저항이 커졌으며, 잔여 식재료 처리에 부담을 느끼는 소형 가구가 급증했다.

그동안 소용량 상품은 포장재 비중과 추가 가공 인건비로 인해 대용량 대비 단위당 가격이 비싸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유통업계는 원물 조달 방식 체질 개선과 가공 공정 내재화를 통해 단위 단가격을 대폭 낮추며 소비자의 구매 장벽을 허물고 있다.

롯데마트 소용량 조각과일 홍보 이미지(제공 롯데마트)

단위당 가격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유통사들은 산지 직매입 체계를 대폭 수정했다. 대표적으로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대형마트와 슈퍼의 소싱 역량을 결합한 풀 스펙 매입 방식을 도입해 소용량 조각과일 시장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산지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규격의 과일을 일괄 구매한 후, 외관에 미세한 흠집이 있는 원물은 당도 선별을 거쳐 자체 신선품질혁신센터에서 직접 조각과일로 가공했다.

이를 통해 기존 150g이던 규격을 200g으로 33% 확대하면서도 판매 가격을 2,990원으로 동결하여 100g당 단가를 약 25% 낮췄다. 또한 갈변을 억제하는 프레쉬 L 기술을 적용하고 수박과 메론의 산지 다변화로 연중 공급망을 구축한 결과, 개편 후 두 달간 소용량 조각과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4% 급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제조사 영역에서도 유통 플랫폼과의 결합을 통해 소용량 전략을 강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종합식품기업 하림은 기존 10호 닭 중심의 구워먹는 닭 제품군에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650g 용량의 7호 닭 신제품을 추가했다. 하림은 국내산 7호 냉장 닭을 사용해 조리 시간을 기존보다 10분 줄인 15~18분 수준으로 단축시켰으며, 이를 퀵커머스 플랫폼인 배달의민족 배민B마트에 선론칭하는 채널 전략을 펼쳤다. 이는 즉시 배송을 선호하는 소형 가구의 구매 동선에 제품을 직접 배치해 초기 집객 효과를 높이고 유통 단계를 줄여 재고 부담을 완화한 사례다.

하림 소용량 ‘구워먹는 닭(제공 하림)

소용량 상품의 부상은 매대의 구성뿐만 아니라 물류 및 유통 채널 전반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단위당 매출 효율이 높은 소용량 단품 전용 존을 확대하고 있으며, 온라인 영역에서는 주문 즉시 수령할 수 있는 퀵커머스와의 시너지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소용량 상품은 부피와 무게가 적어 이륜차 기반의 퀵커머스 배송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규격이다. 제조사 역시 개발 단계부터 퀵커머스 전용 용량을 설정하고, 유통 플랫폼은 소용량 전용 라인업을 상단에 배치하며 상호 의존적 협력 관계를 심화하고 있다.

소용량 중심의 단위 경제학은 고물가 시대 유통업계의 단기적인 대응책을 넘어 지속 가능한 핵심 수익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의 시장 주도권은 단순히 제품 용량을 줄이는 수동적 소분을 넘어, 전 단계의 원가 구조를 얼마나 효율화할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유통사는 원물 매입 단계에서의 통합 소싱과 신선도 유지 기술력을 확보해야 하며, 제조사는 퀵커머스를 비롯한 신규 유통 채널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타깃 고객과의 접점을 빠르게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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