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 원짜리 두부와 콩나물이 300만 개씩 팔리는 시대다. 아성다이소가 균일가 정책으로 촉발한 ‘5천 원 이하’ 초저가 흐름에, 이번엔 대형마트 이마트까지 가세했다. 이마트의 초저가 자체브랜드(PB) ‘5K프라이스’가 출시 1년 만에 4천만 개 넘게 팔려나간 것은, 이미 다이소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자리 잡은 초저가 생태계에 대형마트까지 본격 합류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4조 5,000억 원을 돌파하며 유통 공룡으로 떠올랐고, 그동안 가성비 마케팅이 통하지 않던 뷰티·패션 채널까지 ‘5천 원 상한선’을 무기로 내세운 초저가 채널로 급격히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단순한 ‘싸구려 상품’ 판매를 넘어, 유통 구조의 직거래 단순화와 브랜드사들의 신규 B2B 채널 재편이 맞물린 리테일 지각변동의 전말을 짚어본다.

이마트 ‘5K프라이스’, 1년 만에 4천만 개…초저가 PB 새 기준 되다
이마트가 초저가 PB ‘5K프라이스’ 출시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연다. 5K프라이스는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 통합 PB로 지난해 8월 처음 선보였다. ‘5K(5,000)’라는 이름처럼 5천 원 이하로 책정된 초저가와,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용량·소단량이 특징이다.
첫 출시 이후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 400여 종의 5K프라이스 상품이 누적 4천만여 개 팔리며 초저가 PB 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이마트 측 설명이다. 특히 ‘5K프라이스 맛있는 두부’와 ‘5K프라이스 맛있는 콩나물’은 두 회사 합산 각각 300만 개 이상 팔렸고, ‘5K프라이스 내츄럴미네랄워터’는 250만 개, ‘5K프라이스 3컵 우유’는 170만 개가 판매됐다. 5K프라이스 상품만으로 ‘1만 원 이하 한 끼’도 차릴 수 있다. ‘5K프라이스 간편잡채’ 1,980원, ‘5K프라이스 저당고추장 제육볶음’ 4,980원에 판매하는 등 밥과 국, 반찬을 갖춘 한 상이 1만 원을 넘지 않는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은 이마트의 통합 매입 체계와 소싱 역량에서 나온다.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의 물량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국내외 경쟁력 있는 제조사를 발굴해 원가를 낮췄다. 이마트 황운기 상품본부장은 “5K프라이스는 이마트의 상품 기획력과 매입 경쟁력을 바탕으로 꼭 필요한 상품을 부담 없는 가격에 선보이며 출시 1년 만에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며 “앞으로도 상품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초저가 채널이 대세가 된 배경, 구조적 고물가
이마트의 사례는 리테일 시장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 변화의 한 단면이다. 소비자 실질소득 감소와 외식·생활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2030 가성비 소비층과 4050 실속형 소비층이 한데 뭉치는 구조적 소비 변화가 관측된다.
과거 초저가 제품은 ‘품질을 포기한 일회성 소비’로 인식됐으나, 최근 유통 채널들의 상품 기획력 상승과 OEM·ODM 제조사의 기술 평준화가 이뤄지며 ‘품질 타협 없는 최저가’라는 새로운 공식이 성립했다. 기존 유통 플랫폼들이 높은 입점 수수료와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제품 가격에 전가했던 반면, 초저가 전문 채널들은 유통 단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마케팅비를 절감해 5,000원이라는 가격 상한선 내에서 고품질 상품을 공급하는 구조를 안착시켰다.
뷰티·패션까지 번진 ‘초저가 카테고리 파괴’
가장 강력한 변화가 나타난 분야는 뷰티와 패션이다. 전통적으로 고마진·브랜드 프리미엄 영역이었던 화장품 시장은 용량을 축소하고 단가를 낮춘 ‘소용량 초저가 뷰티’ 카테고리의 파이프라인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인디 브랜드는 물론 중견 화장품 제조사들까지 3,000원~5,000원대 전용 라인을 기획해 초저가 채널에 전용 B2B 공급을 넓히는 추세다. 패션 분야 역시 기본 티셔츠, 양말, 홈웨어 등 기초 패션 아이템을 시작으로 카테고리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계절성 의류와 베이직 레이어드를 중심으로 5,000원 이하의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기존 SPA 브랜드들의 입지까지 위협하는 양상이다.


다이소·CU·GS25·롯데마트까지, 전방위로 번진 초저가 전쟁
아성다이소는 균일가 정책(1,000원~5,000원)을 고수한 채 2025년 매출 4조 5,000억 원을 기록하며 롯데마트 등 기존 대형마트의 매출 규모를 넘어섰다. 특히 정샘물 등 유수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와 협업한 초저가 뷰티 라인 ‘줌 바이 정샘물(Zoom by Jung Saem Mool)’ 등을 연이어 안착시키며, 뷰티 분야 매출만 전년 대비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CU와 GS25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CU는 3,000원~5,000원대 소용량 기초·색조 화장품 라인업을 갖춘 ‘뷰티 특화 점포’를 1,000여 개로 대폭 늘렸으며, GS25 또한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해 5,000원 이하 소형 뷰티 상품을 대거 출시해 전년 대비 화장품 매출이 30%대 늘어나는 효과를 올렸다. 롯데마트는 ‘4,950원 균일가’ 화장품 기획전을 열고, 이마트도 5K프라이스 외에 별도 균일가 매대를 전 점포로 확대하며 초저가 수요 이탈을 막기 위한 맞불을 놓고 있다.


산업에 미치는 영향, 리테일 공급망(SCM)과 B2B 유통의 재편
초저가 시장의 확산은 리테일 공급망의 개편을 의미한다. 제조사(OEM·ODM) 입장에서는 기존의 고비용 유통망 대신 대량 납품과 즉각적인 재고 회수가 가능한 초저가 채널을 핵심 B2B 고객사로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이마트가 5K프라이스를 통해 통합 매입 체계로 원가를 낮춘 것처럼, 브랜딩과 대형 팝업스토어로 대표되던 기존 마케팅 공식이 흔들리고 가격 경쟁력과 품질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실속형 B2B 파트너십’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초저가 타깃 시장은 일시적 경기 침체 여파로 발생하는 한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리테일 유통 구조의 고착화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마트 5K프라이스가 1년 만에 4천만 개 판매고를 올린 것은 그 단적인 증거다. 5,000원 이하 시장에서의 승패는 단순한 가격 할인이 아닌, ‘제조 원가 혁신’, ‘소용량화 기획력’, ‘입점 수수료율 최소화를 통한 원가 구조 재편’에 달려 있다. 브랜드사와 유통사에는 고가 프리미엄 전략과 초저가 실속 전략으로 시장을 이분화하여 대응하는 전략적 판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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