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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밴드·디바의 기억을 되살리다, 혜인서 26FW 컬렉션 프리뷰

스테이트리스(대표 이진호)의 디자이너 브랜드 ‘혜인서(HYEIN SEO)’가 8월 27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자리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프라이빗 프리뷰를 열고 2026 FW 컬렉션을 선공개했다.

이번 시즌은 디자이너들이 어린 시절 동경했던 서브컬처 아이콘에서 출발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밴드와 뮤지션, 그리고 아무로 나미에·왕페이·에이브릴 라빈 같은 ‘디바(Diva)’들이 주요 레퍼런스다. 그 시절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당시 밴드와 팬덤의 기억을 지금의 혜인서 언어로 다시 풀어냈다.

밴드에서 영감받아 전면에 내세운 퍼 소재 아이템.

옷은 이 밴드적 영감에서 곧장 이어진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 밴드를 떠올릴 때 자연스레 연상되는 퍼(fur)에서 출발해, 가죽과 퍼 소재를 전면에 뒀다. 펑키한 무드의 아우터와 아일렛 디테일, 록 밴드를 연상시키는 프린팅이 더해졌고, 일본 빈티지와 홍콩·제이팝 감성도 폭넓게 끌어왔다. 특히 데님은 혜인서가 브랜드 설립 이후 처음 선보이는 소재로, 가죽·퍼의 비중을 키운 이번 시즌의 결을 함께 보여준다.

밴드 무드를 따르면서도 사선 디테일로 혜인서 특유의 비대칭 절개를 살린 팬츠.

밴드 무드를 따르면서도 혜인서 특유의 문법은 그대로다. 팬츠를 비롯한 아이템 곳곳에서 사선 디테일 같은 비대칭 절개가 눈에 띄고, 과감한 재단과 실루엣을 오래 다뤄온 브랜드의 결이 이번 시즌에도 이어진다.

혜인서가 브랜드 설립 이후 처음 선보이는 데님.

소재의 변화도 또렷하다. 음악·문화와 밀착해온 브랜드 성격은 그대로지만, 지난 시즌이 액티브웨어에 가까운 원단을 자주 활용했다면 이번엔 가죽을 비롯한 어패럴 소재로 폭을 넓혔다. 매 시즌 고유의 문법을 유지하면서 결을 달리 변주해온 흐름 위에, 이번엔 소재라는 변수를 하나 더 얹은 것이다.

매장에 놓인 드럼과 스탠딩 마이크 등 악기 소품. 연주자 없이 소품만으로 밴드 무드를 냈다.

공간 연출은 이번 컬렉션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키보드와 베이스 같은 악기 소품이 매장 곳곳에 흩어져 있지만 정작 그것을 연주할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무대가 파한 뒤의 여운을 옷과 오브제만으로 세워 올린 셈이다. 입체적 공간 구성은 고대영 작가가 맡았고, 음악가 민성식이 이 전시만을 위해 별도로 제작한 사운드 랙이 설치 형태의 음악으로 흐른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조금씩 다른 소리가 겹쳐지는 이유다.

2층에 마련된 무드보드. 컬렉션의 레퍼런스와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한편, 프리뷰 자리에서는 지난 SS시즌부터 구성한 레퍼런스와 제작 과정을 담은 무드보드를 공간 2층에서 실제로 관람할 수 있어,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쇼핑보다 전시를 보는 감각에 가까웠다. 이처럼 디자이너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과거의 아이콘을 그대로 불러오는 대신 혜인서만의 감각으로 되살린 방식은, 2026FW가 향하는 방향을 분명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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