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업계의 오프라인 중심으로 성장한 브랜드숍과 편집숍 등이 위기를 겪고 있다. 2020년 터진 코로나는 다시 일어서기 힘든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이에 급격하게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는 유통 환경은 오프라인에 익숙한 이들을 더 힘들게 한다.
롭스, 랄라블라와 같은 H&B(헬스앤뷰티)숍 역시 살아남지 못하고 축소하는 분위기다. 이 와중에 원브랜드숍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로드숍 중심에서 벗어난 유통 다각화 등 대대적인 변화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기존보다 더욱 강력한 변화로 시장 흐름에 맞설 것으로 보여 주목받고 있다.
◇ 유통 다각화 이어 옴니 채널 선언한 ‘토니모리’
국내 원브랜드숍 가운데 가장 큰 변화 움직임을 보인 곳은 토니모리다. 지난해 홈쇼핑 진출에 이어 디지털 시스템 강화를 통해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 전환을 선언했던 토니모리는 올해 강력한 변화 의지를 보였다.

마이크로바옴 전문기업과 반려견 사업체 인수에 이어 투자사의 길을 열었고, 물류창고처분과 유상증자로 투자를 위한 자본 확보에도 나섰다. 편집숍 형태의 온라인 통합몰을 오픈하고 타사 제품을 입점시켜 판매를 시작한 후 최근에는 헬스&뷰티숍 올리브영에도 입점했다.
또한 온라인 시장 진출과 라이브 커머스 단행, 당일 배송 서비스 강화에 이어 가상현실을 접목한 메타버스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나아가 MZ세대를 겨냥한 클린 뷰티와 비건 라인을 확장해 기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이분화해 원브랜드숍을 벗어난 토털 브랜드로 재포지셔닝 중이다.

이에 따라 토니모리는 2022년도에도 유통 다각화와 브랜드 세분화 작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체질 개선, 해외 역직구 확대도 가속화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인수한 기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어 향후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 대표 교체, 내실 다지기 나선 ‘미샤’

‘미샤’로 국내 최초 화장품 브랜드숍 시대를 연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내실 다지기에 힘을 모은다.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하고 편집숍 형태 전속 모델로 기용해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다양한 해외 파트너사 확대로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주력해 왔다.
최근 잇츠스킨은 동남아 최대 규모의 뷰티 시장을 보유한 태국에 10번째 매장을 오픈했다고 발표했다. 잇츠스킨은 2013년 태국 공식 진출 후 8년간 주요 쇼핑몰 내 오프라인 단독 숍을 운영해왔다. 최근에는 태국 왓슨스(Watsons), 뷰트리움(Beautrium)과 같은 뷰티 리테일러 채널과 쇼피(Shopee), 라자다(Lazada) 등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며 유통망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신규 매장은 태국 방콕의 최대 상권인 시암센터포인트몰에 위치하며, 동남아 오프라인 시장서 처음으로 ‘파워 10 포뮬라 이펙터 AD’를 선보일 예정이다. 2022년에도 잇츠스킨은 클린 뷰티와 비건 등 사회적인 트렌드에 부합되는 라인을 확대하고,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공략에 집중할 전망이다.
지난해 대표 교체와 한국화장품 브랜드 통합몰 오픈 등으로 브랜드 세분화에 나선 더샘과 마찬가지 대표 교체로 변화에 나선 스킨푸드는 생존을 위한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두 브랜드는 각각 친환경과 푸드 코스메틱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통해 클린 뷰티와 비건을 내세운 제품과 MZ세대를 겨냥한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계에 봉착한 오프라인 매장 축소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중국 시장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과 동남 아시아 시장도 공략한다.
최근 올리브영 입점, 자사몰 판매 중단, 중국 오프라인 매장 축소, 대표 교체 등의 큰 변화를 겪은 에뛰드하우스와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에 나선 바닐라코 등도 위기 탈출을 위한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다.
◇ 세계적 명성에 흠집난 ‘세포라’, 온·오프라인 모두 성장세 ‘시코르’

2019년 10월 국내에 진출할 당시만해도 국내 뷰티 편집숍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던 ‘세포라’는 지금까지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세포라는 국내 진출 2년여가 지난 상황에서도 매장이 6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 갤러리아 백화점 광교에 신규 매장을 오픈한 후 현재까지 잠잠한 상황이다.
전세계 2600여개, 아시아 태평양 시장에만 35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거대 뷰티편집숍인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수치이다.
세포라가 국내에 상륙하기 전만해도 구하기 쉽지 않은 해외 인기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높은 해외 브랜드의 비중이 오히려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국내 소비자들이 낯선 해외 브랜드만 있는 세포라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확산으로 국내 오프라인 매장이 동시에 위기를 겪는 것이 세포라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포라는 올해 3개 매장을 신규로 출점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급격한 성장은 힘들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반면 세포라와의 경쟁에서 버거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국내 토종 뷰티 편집숍 시코르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MZ세대들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시스템은 고객들의 편의를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코르는 지난 2016년 12월 오프라인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2020년 시코르닷컴을 오픈했다. 시코르닷컴 매출은 1년 4개월만에 150% 성장했으며 회원 수는 45만명을 돌파에 2030세대 고객의 비중이 82%다.

신세계는 코로나 이전 체험형 콘텐츠에 중심을 둔 것과 달리 올해부터는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뷰티 테크(beauty+technology)를 결합하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디지털 뷰티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 42개의 럭셔리 브랜드를 70여개로 확대하고 니치 향수 등 고객 수요에 맞는 상품군을 다양화한다.
온라인 고객 유입을 늘릴 수 있는 실시간 라이브 뷰티 컨설팅 등 차별화된 콘텐츠도 선보인다. 이에 시코르는 2024년까지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의 변화가 최근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다”며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되는 속도 역시 걷잡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